TCN 24호 2022년 9월 16일 A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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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br />
SEP 16 2022<br />
주가 “계속” 일하시네<br />
유형재 교수<br />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교<br />
신약학 석사(Th.M.), 설교학 박사(Ph.D.)<br />
목회학 박사 과정 논문 지도&심사 교수<br />
달라스 세미한교회 협동 목사<br />
예수님을 만나는 곳이<br />
빈 들이라도 괜찮습니다.<br />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이<br />
가장 중요합니다.<br />
“주가 일하시네”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가사가 참 좋습<br />
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빈 들에서 걸을 때 그 때가 하나<br />
님의 때~” 첫 소절을 부르다보면 왠지 그냥 마음이 열리<br />
곤 합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가 지금 내가 있는 시간인<br />
것 같고, “빈 들에서 걸을 때”가 마치 내가 지금 걷고 있는<br />
장소인 것 같을 때 특히 그렇습니다.<br />
날이 저무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당연한 일이지만, 빈<br />
들에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빈 들에는 잘 곳도, 밤사<br />
이 벌어지는 날씨의 변화를 막을 곳도, 먹고 마실 것도 변<br />
변치 않거나 없을 수 있고, 들짐승의 위험도 있으니까요.<br />
빈 들에서 만나는 사람도 무서울 수 있습니다. 힘든 시간<br />
이지요. 그때, 이 찬양에서 반전이 등장합니다. “그 때가<br />
하나님의 때.”<br />
이런 반전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복음서에 등장<br />
하는 가장 유명한 예수님의 기적들 중에 하나인 “오병이<br />
어”를 배경으로 가사가 쓰였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떡<br />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만 약 5천명을 빈 들에서<br />
먹이신 일입니다. 아내나 자녀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면,<br />
더 많은 사람들을 빈 들에서 배부르게 먹이신 기적입니다.<br />
이 이야기에는 “무리”라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름이<br />
나오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20세 이상의 성인 남자가 대<br />
략 5천명 정도 되고, 여성과 어린 아이, 노인들도 있었을<br />
텐데 모두 무리에 포함됩니다. 우리 대부분은 아마도 이 “<br />
무리”에 속할 것입니다.<br />
당시 예수님은 놀라운 분이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br />
해 말씀하시고, 병을 고치시고, 죽은 사람을 살리시는 분<br />
이었습니다. 소위 모든 종류의 걱정을 해결해 주시는 분<br />
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보고 싶<br />
어 했습니다. 특히, 병이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만나기<br />
를 갈망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에게 병<br />
을 고치는 능력과 권세를 주셔서, 각 마을을 다니며 복음<br />
을 전하며 병을 고치도록 하시자, 더 유명해 지셨을 것입<br />
니다.<br />
무리는 지금 왜 빈들에 있을까요? 예수님을 만나러 왔<br />
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사역에서 돌아온 제자들을 데리<br />
고 휴식을 취하시기 위해서, 유대인들이 많이 없어 좀 쉴<br />
수 있는 벳세다라는 도시로 갈릴리 호수에서 배를 타고 가<br />
셨습니다. 무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타고 가는 배를 보면<br />
서 호수가를 따라온 것입니다.<br />
예수님과 제자들에게는 이 무리를 만나는 것이 몹시 당<br />
혹스런 일이었습니다. 쉬기 위해 일부러 유대인들을 피해<br />
서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무리에게는 예수님들을 만<br />
나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내 힘으로 안될 때, 빈<br />
손으로 걸을 때” 라는 찬양 가사처럼, 내 힘으로 안되는 일<br />
들이 있어서 호숫가를 걷고 뛰어 예수님을 따라온 것입니<br />
다. 예수님은 그 무리를 벳세다로 가는 길에 있는 빈 들에<br />
서 만나주신 것입니다. 무리는 지금 빈 들에 있습니다. 하<br />
지만, 힘든 빈 들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는 빈 들입니다.<br />
그래서 “하나님의 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br />
예수님께서는 이 무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십니다.<br />
그리고 이 무리를 위해 일하십니다. 누가복음 9:10-17<br />
에 보면, 의미있는 동사 시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br />
른 동사들은 모두 행동이 시작되고 끝난 것을 나타내는<br />
과거(aorist) 시제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딱 3개의 동사<br />
만 연속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미완료(imperfect) 시제를<br />
사용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셨<br />
고,”(11절) 병자들을 “고치셨고,”(11절), 제자들에게 먹<br />
을 것을 “주셨다”(16절)는 동사들입니다. 다시 말하면,<br />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일을 “계속” 말씀하셨고, 병<br />
자들을 “계속” 고치셨고, 제자들에게 무리에게 나눠주라<br />
고 먹을 것을 “계속” 주셨다는 의미입니다. 찬양 후렴부의<br />
“주가 일하시네”라는 가사처럼,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만 “<br />
계속” 일하고 계셨다는 것입니다.<br />
“날이 저물어 갈 때”라는 표현은 유대인의 풍속에 따<br />
르면, 저녁 식사를 해야 할 때라는 의미입니다. 이 때 열<br />
두 제자가 예수님께 나와서 요청합니다. “무리를 보내소<br />
서!!!” 원문에 보면 “명령형” 동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br />
가장 큰 이유는 먹을 것을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br />
현실을 잘 파악한 합리적인 요청입니다.<br />
여기서 다시 반전이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도 “명령<br />
형” 동사를 사용하십니다. “먹을 것을 너희가 주라!!!” 제<br />
자들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다고 예수님<br />
께 가져오자, 예수님께서는 그 음식을 축복하시고, 떼어서<br />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br />
마리에 직접 손을 대시는 분은 예수님 밖에 없었고, 이 과<br />
정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계속” 먹<br />
을 것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분배했을 뿐입니다.<br />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빈 손으로 걷는 “무리”입니다.<br />
예수님께서 타신 배가 호수에 보인다면, 우리는 그 배가<br />
정박하는 곳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곳이<br />
빈 들이라도 괜찮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br />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계속” 하<br />
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고, “계속” 병을 고쳐주시고, “<br />
계속” 먹을 것을 배부르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