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014 Views

11/12월호 - 삼성그룹

11/12월호 - 삼성그룹

11/12월호 - 삼성그룹

SHOW MORE
SHOW LESS

You also want an ePaper? Increase the reach of your titles

YUMPU automatically turns print PDFs into web optimized ePapers that Google loves.

2009 <strong>11</strong> 12<br />

03<br />

대한민국을 사로잡은<br />

‘ 국민아들’, 이승기<br />

이승기 인터뷰<br />

58<br />

나는 남이 아니다<br />

이상봉 인터뷰<br />

70<br />

유쾌 상쾌 통쾌한<br />

회식 속으로!<br />

96<br />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br />

잡은 비결은?<br />

134<br />

걸그룹, 어느 날 불쑥<br />

그녀들이 찾아왔다<br />

170<br />

백제의 미소가 살아 있는<br />

풍요의 땅, 서산<br />

188<br />

천의 얼굴을 가진<br />

연기의 달인, 이순재


2009 <strong>11</strong> 12<br />

03<br />

대한민국을 사로잡은<br />

‘ 국민아들’, 이승기<br />

이승기 인터뷰<br />

58<br />

나는 남이 아니다<br />

이상봉 인터뷰<br />

70<br />

유쾌 상쾌 통쾌한<br />

회식 속으로!<br />

96<br />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br />

잡은 비결은?<br />

134<br />

걸그룹, 어느 날 불쑥<br />

그녀들이 찾아왔다<br />

170<br />

백제의 미소가 살아 있는<br />

풍요의 땅, 서산<br />

188<br />

천의 얼굴을 가진<br />

연기의 달인, 이순재


좋은 만남 긴 추억<br />

대한민국을 사로잡은<br />

‘국민아들’, 이승기<br />

글. 편집실<br />

사진제공. 편집실<br />

3


이 남자, 은근 단수가 높다.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로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br />

여자니까”라고 외치더니 어느 순간 제법 거뭇거뭇해진 모습으로 나지막하게<br />

속삭인다. “나랑 결혼해 줄래. 나랑 평생을 함께 살래.” 누나들은 비로소 그가<br />

‘사내’가 되었음을 알았고, 대한민국의 여심은 너나없이 영혼을 사로잡히고<br />

말았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전히 생긋생긋 웃기만 한다.<br />

게다가 이 남자,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법도 ‘지대로’ 알고 있다. 노래로 인기를<br />

얻은 후 드라마 의 구석자리를 차지했을 때, 아니 에<br />

막 합류했을 때만 해도 혹시 엄친아 이미지를 가진 들러리가 되는 게 아닌가<br />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합격점이었고, 무엇보다 착하고 반듯함<br />

속에 숨어 있던 의외의 어수룩하고 부실한 ‘허당’의 이미지는 단숨에 최고의<br />

이야깃거리가 되었다.<br />

안방극장을 평정한 2009년 최고의 스타<br />

뿐인가. 이 남자,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줄도<br />

안다. 드라마 초반에는 캐릭터에 이입되지 못한 모습으로 버럭버럭<br />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한때 ‘버럭남’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이승기. 하지만<br />

그는 어느새 완벽한 ‘선우환’이 되어 의 찬란한 성공을 이끌었다.<br />

40%, 30%의 시청률을 올린 덕분에 당시 이승기의<br />

별명은 ‘하루 시청률 70%의 사나이’였다.<br />

그는 그렇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조금씩, 그러나 거침없이 몰아가는 법을<br />

터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강호동과 함께 의 MC로 나섰다. 이제 막<br />

시작한 프로그램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br />

것처럼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br />

드라마는 끝났어도 팬들은 여전히 행복하다. 그가 나오는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br />

CF를 매일 볼 수 있으니까. 이 겨울, 남자들에게 고한다. “우리 집 김치냉장고도<br />

지펠 아삭인데 왜 김치 맛이 없느냐”고 절대 투덜대지 마라. 바로 비수가<br />

날아든다. “당신이 이승기가 아니라서 그렇다”는. 바라만 봐도 흐뭇한 남자,<br />

이승기와의 짧지만 폭풍 같았던 만남 속으로 들어가 보자.<br />

◦ 2004년 6월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한 이후 만 6년이 지났네요. 17세의<br />

소년에서 어느덧 22세의 청년이 되었는데, 느낌이 좀 남다르지 않습니까?<br />

● 이승기 : 그렇습니다. 벌써 햇수로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그 사이<br />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하나의 터널을 지나온 셈이죠. 정말 긴<br />

시간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금세 지나가 버린 것 같아요. 마치 6개월이 흐른 듯<br />

짧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바쁘게만 달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br />

◦ 누나 팬들이 ‘국민남동생’이라 부르는 거, 알고 있지요? 에서는<br />

‘허당’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고요. 그런가 하면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CF를<br />

통해 ‘국민아들’로 발돋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애칭은?<br />

● 하하. 좀 과분한 애칭들이지요. 하지만 애칭 하나하나가 저의 또 다른<br />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애칭이 다 마음에 들어요. 요즘엔 지펠<br />

아삭 김치냉장고 때문에 우리 집 김치 맛있다며, 김치에 밥상 차려 주겠다는<br />

분들이 많아요. ‘국민남동생’이란 애칭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쯤은 춘추공<br />

유승호 군에게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대신 ‘국민아들’이란 애칭을<br />

얻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노력할 테니 계속 좋은<br />

애칭 많이 만들어 주세요.<br />

◦ 에서 보여 준 ‘허당’ 이미지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똑똑하고<br />

예의 바른 ‘엄친아 이승기’가 여기저기 빈틈이 보이는 허당으로 변모하니 더<br />

친숙하게 느껴지더군요. 에서의 모습, 혹시 연출인가요?<br />

● 은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입니다. 그래서 연출은 불가능해요. 제가<br />

원래 갖고 있던 허점투성이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고, 김C 형이 지어<br />

준 ‘허당’이라는 별명을 시청자들이 재밌게 받아들여 준 것이죠. 이제는<br />

허당짓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그런 모습이 나오네요. 그게<br />

가끔 고민스러울 때도 있지만, 모두 제 모습인 걸요. 여러분도 회사에서의<br />

모습이 다르고, 친구들 앞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나요? 마찬가지예요. 저도<br />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인 걸요.<br />

4 5


이승기는 진화한다.<br />

2004년 데뷔곡인<br />

소년에서 남자로, 가수에서<br />

‘내 여자라니까’로<br />

만능 엔터테이너로,<br />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br />

국민남동생에서<br />

귀공자풍의 준수한 외모와<br />

국민아들로. 마치 허물을<br />

예의 바른 성품, 그리고<br />

벗듯 매번 다른 이미지를<br />

실력을 겸비한 덕분에<br />

보여 준다. 이승기는<br />

엄친아의 대표주자로<br />

성실하다. 실력을<br />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br />

갖췄음에도 노력을<br />

노래뿐 아니라 예능인과<br />

게을리하지 않는다.<br />

배우로서의 자질을<br />

이승기는 인간적이다.<br />

유감없이 발휘하며<br />

완벽한 것 같으면서도<br />

만능 엔터테이너의<br />

‘허당’다운 면을 지니고<br />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br />

있고, 최고의 스타임에도<br />

특히 2009년에는<br />

언제나 겸손함을 잃지<br />

디지털 싱글 ‘결혼해<br />

않는다. ‘꿈을 잃지<br />

줄래’와 리얼 버라이어티<br />

않는 사람이 가장 멋진<br />

, 드라마 으로 최고의 인기를<br />

아직도 더 높고 더 넓은<br />

구가하며 ‘시청률<br />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br />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br />

꿈을 꾸고 있다.<br />

6 7


◦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CF 덕분에 누나 팬들에 이어 주부 팬들이 늘었다는 것도<br />

알고 계시죠? CF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br />

● 제가 원래 누나 팬들에게 ‘한 인기’ 합니다. 촬영하면서 김치를 많기 먹기도<br />

했지만, 그보다는 맛있게 먹는 척하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촬영 첫날에는 빈<br />

접시에 빈 젓가락으로 김치를 정말 맛있게 먹는 장면을 하루 종일 찍었어요.<br />

1박 2일 찍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날은 진짜 뜨끈한 밥에 김치를 올려서 한입<br />

보기 좋게 먹고 싶더군요.<br />

◦ 가수에서 예능인, 그리고 배우로까지 변신하는 것을 보면 욕심이 많은 것<br />

같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나요?<br />

● 두렵다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될까’라는 걱정을 많이 하지요.<br />

하지만 주변에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믿고 하는 편입니다.<br />

우선 소속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면서 제가 선택한 일이 잘될<br />

수 있도록 노력하죠. 다행히 지금까지 운도 따랐고, 좋은 작품도 만났던 것<br />

같습니다. 늘 감사하는 부분이지요. 은 제 첫 주연작인데, 너무나<br />

큰 사랑을 받아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매번 긴장되지만 새로운<br />

장르를 개척해 가는 것이 아직은 많이 설레고 재미있습니다.<br />

◦ 가수와 예능인, 배우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래할<br />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데,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br />

● 아무래도 가수로 시작했으니 가수 이승기의 모습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되지<br />

않을까 합니다. 또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무대에 설 때면 지금도 여전히<br />

가슴이 떨리거든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 노래・예능・연기 모든<br />

것이 저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br />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고맙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는<br />

것, 그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br />

◦ 매우 바쁜 와중에도 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하루 일과가 궁금하네요.<br />

● 요즘은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12월 12일부터 이틀간 오랜만에<br />

콘서트를 열 예정인데, 덕분에 요즘은 그 연습까지 하느라 정말 눈코 뜰<br />

새 없어요. 그래도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인 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br />

운동하고 촬영 스케줄 진행하고,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학교에 가죠. 좀<br />

재미없게 사는 편인가요?<br />

◦ 10년, 20년이 지나도 멋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소망이라던데,<br />

본인이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란?<br />

● 제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 멋진 남자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br />

묵묵히 열심히 함으로써 자신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진짜<br />

멋진 사람 아닐까요. 또 하나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br />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 가장 멋진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저도<br />

언제나 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br />

저는 삼성 임직원 여러분이 바로 그런 멋진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br />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여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br />

낸 분들이잖아요. 그러면서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움을<br />

추구한다는 건 꿈이 있다는 증거예요.<br />

◦ 연예인이 되지 않았으면 정치인이나 사업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셨지요?<br />

삼성과 같은 기업의 CEO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까?<br />

●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죠. 삼성 같은 세계 일류기업의 CEO는 대한민국<br />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자리가 아닐까요? 만일 제가 연예인이<br />

안 되었다면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자리입니다만, 저는 이미 다른 분야에<br />

뛰어들었으니 양보하겠습니다.<br />

◦ 마지막으로 삼성 임직원과 독자들에게 연말연시를 맞아<br />

전하고 싶은 말은.<br />

● 2009년에도 열심히 일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올해 못 다 이루신 꿈들,<br />

2010년에는 꼭 이루시고요. 늘 아삭거리는 김치처럼 싱싱하게, 가끔은 1박<br />

2일의 여유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br />

8 9


저는 세 분야가<br />

한 가지로 보여요.<br />

연예인이라는 커다란<br />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br />

줄기들이잖아요.<br />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br />

다 할 겁니다.<br />

이승기<br />

10 <strong>11</strong>


차례<br />

INSIGHT 1<br />

company 2<br />

좋은 만남 긴 추억<br />

대한민국을 사로잡은<br />

‘국민아들’, 이승기<br />

3<br />

음악을 사랑한 물리학자와<br />

철학을 공부하는 음악가<br />

1.<br />

이성과 감성이 이끄는<br />

쌍두마차<br />

정재승<br />

2.<br />

환상의 듀오 리더십<br />

예지은<br />

3.<br />

애정 결핍이<br />

인간에 미치는 영향<br />

강윤주<br />

4.<br />

남자의 생각,<br />

여자의 느낌<br />

장근영<br />

18<br />

22<br />

32<br />

42<br />

50<br />

판타스틱 직장백서<br />

유쾌 상쾌 통쾌한<br />

회식 속으로!<br />

김연희<br />

駐 . 地 .의 사실<br />

음악과 춤, 담소로<br />

신처럼 대접하다<br />

윤성욱 외<br />

날개 잃은 직장인을 위하여<br />

비즈니스 캐주얼의<br />

화려하고 과감한 변신<br />

이재광<br />

Table Talk<br />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br />

잡은 비결은?<br />

70<br />

78<br />

88<br />

96<br />

삼성, 이것이 궁금해요<br />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br />

전시회의 비밀<br />

강미경<br />

creativity<br />

창의성의 심오함을<br />

다시 생각한다<br />

조일훈<br />

상사가 차마 지적하지 못하는<br />

우리말 예절<br />

상사에게 ‘고통을 받으라’고<br />

할 수는 없다<br />

조항범<br />

preview<br />

축! 오픈<br />

106<br />

<strong>11</strong>2<br />

120<br />

122<br />

5.<br />

나는 남이 아니다<br />

: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인터뷰<br />

지근화<br />

58<br />

106 <strong>11</strong>2


family 3<br />

community<br />

4<br />

samsung & u<br />

2009년 <strong>11</strong>/12월호<br />

통권 3호<br />

THINK vs. FEEL<br />

trend<br />

겨울에도 살아 숨쉬는<br />

생명의 원더랜드<br />

서부승<br />

it Girl<br />

어느 날 불쑥<br />

그녀들이 찾아왔다<br />

정덕현<br />

126<br />

134<br />

미처 만나지 못했던 풍경들<br />

백제의 미소가<br />

살아 있는 풍요의 땅, 서산<br />

정명은<br />

서산의 특산물로<br />

만들어 보는<br />

생활요리 레시피<br />

people<br />

170<br />

186<br />

일상다반사<br />

길 위에서<br />

백영옥<br />

어느 요리사의 고민<br />

박찬일<br />

숲 속의 카메라<br />

윤광준<br />

210<br />

212<br />

214<br />

걸그룹의 드림팀<br />

4 Tomorrow가 떴다!<br />

culducts<br />

142<br />

천의 얼굴을 가진<br />

연기의 달인, 이순재<br />

백은하<br />

188<br />

아르바이트생 블루스<br />

최미애<br />

campaign<br />

216<br />

천 배 빠른 반응속도,<br />

화면을 사로잡다<br />

오동희<br />

ad story<br />

144<br />

issue<br />

미래를 밝혀 줄 희망의 등불,<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br />

차원용<br />

196<br />

굳은 의지,<br />

따뜻한 마음으로<br />

218<br />

희망과 감동이 함께한<br />

삼성 기업광고 변천사<br />

이번 주말엔 어디 가 볼까?<br />

도시에 스민<br />

천년의 숨결, 경주<br />

박미경<br />

152<br />

158<br />

세계박람회 이야기<br />

문명의 미래를 위한<br />

소통의 축제<br />

이진경<br />

202<br />

126 158<br />

170<br />

188


THINK vs. FEEL


PREFACE<br />

음악을 사랑한<br />

물리학자와<br />

철학을 공부하는<br />

음악가<br />

감성과 이성을 대표하는 예술과 과학은 서로 정반대의 자리에 있는 것<br />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 세상에 알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br />

예술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과학은 세상에 드러나지<br />

않은 법칙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술의 아름다움과 과학의 법칙이<br />

한 가지에서 꽃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0세기 독일의 물리학자<br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그 한 예입니다.<br />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하이젠베르크의 유년 시절은 위대한 음악가의<br />

유년 시절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와 두 형을 피아노 트리오로<br />

키우려고 마음먹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풍부한 환경에서 키웠습니다.<br />

상급학교에 진학해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는 피아노 레슨을 병행하며<br />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실내악곡 연주를 즐겼습니다.<br />

소년 시절 함께 연주했던 친구의 어머니는 그에게 피아니스트가 될 것을<br />

권유하기도 했지만, 그는 음악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음악과<br />

물리학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택했습니다.<br />

18 19


음악만큼이나 등산과 시를 사랑했던 그가 발표한 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의<br />

원리’는 우주가 엄격한 인과법칙을 따른다는 기존의 생각과 반대되는<br />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실험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br />

음악을 즐기고 자연을 만끽하며 느꼈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br />

인류의 발전은 이렇게 양 극단이 만나는 순간에 이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이성의 뿌리가 뻗어 나가는 지점에는 감성의 열기가, 감성이 가장 크게<br />

꽃필 때는 이성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이성과<br />

감성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실까요?<br />

글. 편집실,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br />

하이젠베르크가 음악을 사랑한 물리학자였다면, 우리 가까이에는 철학을<br />

공부하는 음악가도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첼로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장한나.<br />

그는 자신의 음악 활동에 가속을 붙여 줄 명문 음악학교 진학 대신 일반 대학<br />

철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많았고,<br />

음악을 좀 더 근원적이며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철학과 문학을 깊이 있게<br />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br />

최근 지휘에 도전하며 음악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장한나의 동반자는 바로<br />

독서와 철학적 사유입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연구의 동반자로 음악과 시를<br />

선택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연습할 때 톨스토이나<br />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는다고 합니다. 인류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br />

그 생각을 표현하는 음악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한나의 모습에서<br />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경지를 열었던 위대한 음악가들의<br />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br />

20 21


01.<br />

이성과 감성이 이끄는 쌍두마차<br />

인간의 정신을 지탱하는 두 개의 큰 기둥은<br />

이성과 감성입니다. 서로 반대의 자리에<br />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지만, 사람이<br />

온전히 행동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br />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br />

분석하는 능력과 함께 감성적으로<br />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br />

글.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br />

22 23


내가 그 메일을 왜 보냈을까<br />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하루에 받는 이메일은 평균 50여 통. 쓸데없는<br />

스팸이나 정기적으로 오는 대량발송 메일은 빼더라도, 20통 내외의 이메일에 대해<br />

답장을 써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부여된 숙제입니다.<br />

이메일에 답장을 하다 보면, 괜한 이메일에 화가 나서 분노로 가득 찬 이메일을<br />

보냈다가 ‘엔터(Enter)’ 키를 치자마자 곧바로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br />

특히 밤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다음 날 아침 후회하기 일쑤입니다. 이처럼<br />

감정적인 대응은 때론 깊은 후회를 낳습니다. (‘인간은 왜 밤에 더 감정적일까?’<br />

이것은 신경과학자들에게 부여된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br />

있는 인생의 교훈은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라는 것.” “분노의 메시지가 담긴<br />

이메일은 그 순간에 발송하지 말고, 하루 정도 숙고한 후에 보낼 것.” 그러나 그게<br />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br />

좀 더 이성적이었으면 좋겠어<br />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이성적입니까, 아니면<br />

감성적입니까?’라는 질문에 67%가 감성적이라고 대답했으며 여성들의<br />

경우에는 무려 76%가 자신을 감성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바꾸고<br />

싶습니까?’라는 질문에는 64%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br />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며,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br />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감성적’이라는<br />

표현(특히 감정적이라는 표현은 더욱!)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br />

경향이 있습니다. 매 순간 기쁨을 좇고 행복한 사람이 되길 꿈꾸지만, 행복으로<br />

가는 길은 매우 ‘이성적’일 거라고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br />

신경과학자들이 뇌에 대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이성과<br />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에 더 가깝습니다.<br />

큰 사고가 아닌 줄 알았는데<br />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바로 150년 전에 세상을 떠난<br />

‘피니어스 게이지’입니다. 그는 철길을 놓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br />

십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깊은 산에서 땅을 파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br />

긴 쇠봉을 지탱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 쇠봉이 왼쪽 뺨을 지나<br />

두개골을 뚫고 통과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br />

일이라 모두 놀랐으나, 의외로 그는 멀쩡했습니다. 다만 얼굴을 관통한 부위에서<br />

피가 많이 나서 피곤하다며, 당일 조퇴를 신청했을 뿐.<br />

그러나 그후 유능하고 유머 감각이 넘쳤으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렸던 그의 삶에<br />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추론능력 등 지적 능력에는<br />

별 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매사에 우유부단해졌으며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지<br />

못하는가 하면 일상에서 거의 아무런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직장에서도<br />

그는 점점 무능력한 존재가 돼 갔으며, 가족들과의 행복한 생활도 파탄에<br />

24 25


이르게 됩니다. 직장을 두 번이나 잃고 이혼까지 하게 된 그의 말년은 말 그대로<br />

‘비참’했습니다.<br />

망가진 뇌, 망가진 인생<br />

©Jack and Beverly Wilgus<br />

150년이 지난 후 미국의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그의 뇌를 컴퓨터로<br />

복원해 사고로 다친 부위를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안와전전두엽<br />

( 眼 窩 前 前 頭 葉 , Orbitofrontal Cortex)’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감정을 조절하고<br />

감성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감정 중 공포나 불안은<br />

대뇌피질 안쪽에 위치한 편도체( 扁 桃 體 , Amygdala)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은<br />

세로토닌(Serotonin) 시스템에서, 쾌락이나 욕망・동기 등은 측좌핵( 側 座 核 ,<br />

Nucleus accumbens) 등에서 관여하지만, 이런 영역들을 조절하면서 최종적으로<br />

감정적・윤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곳은 안와전전두엽입니다. 피니어스 게이지 01 는<br />

이 영역이 망가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삶이 심각하게<br />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자신 앞에 주어진 선택지들의 장단점은 제대로 파악할<br />

수 있었으나, 그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했던 것입니다.<br />

무엇보다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그러니 아내와 함께<br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겠지요!)<br />

그의 삶은 우리에게 ‘인간이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br />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불어<br />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능력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br />

01 피니어스 게이지가 사고를 당한 후에 찍은 사진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그 강철봉을 평생<br />

기념품으로 간직했고, 강철봉은 사망 후 그와 함께 묻혔다. 이 사건은 전두엽 손상이 인격의 변화를 가져올 수<br />

있고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준 최초의 사례로 인용된다. 이전까지 전두엽은<br />

인간 행동에 있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또 생명에 지장 없이 뇌수술을 할 수 있는<br />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도 중대한 기여를 했다.<br />

26 27


말해 줍니다. 물론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서도<br />

눈앞의 치즈 케이크나 삼겹살 때문에 내일로 미루기 일쑤고, 1만~2만 원을 아끼기<br />

위해 시내 반대편까지 걸어가 할인마트를 이용하면서도 300만 원이 넘는 최신<br />

텔레비전은 과감하게 ‘지르는’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br />

사람들에게 ‘96% 무해한 음료수’와 ‘4% 유해한 음료수’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br />

고르라고 하면 무엇을 선택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96% 무해 쪽을 선택합니다.<br />

똑같은 음료를 두고서 단지 ‘무해’라는 어휘가 주는 안정감 쪽에 끌리는 ‘프레임<br />

효과’가 여지없이 통하는 종족이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동물’이라고<br />

자처하는 우리 인간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제적 선택은 이런 계획적인 소비와<br />

충동구매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둘 사이에서 균형 잡힌<br />

구매를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br />

선택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br />

‘행동경제학’과 ‘신경경제학’ 02 이 21세기 초 다시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br />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존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br />

인간)’, 그러니까 ‘주어진 정보가 충분하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br />

지극히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이익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적절히 조절할 줄<br />

알며,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두루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행동은 하지 않는<br />

존재’로 가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만으로 묘사한<br />

20세기 경제학의 틀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말대로 우리가<br />

‘합리적인 고객’이라면 쇼핑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제품을 소비했을 때 얻을 수<br />

있는 효용’을 계산해서 상품을 선택합니다. 경제학자들의 가정이 맞다고 치고<br />

인간을 초고성능 컴퓨터라고 가정해도 (상품수가 10가지인 경우 0.001초,<br />

30가지면 17.9분이면 결정이 끝나지만) 상품수가 40가지인 경우에는 12.7일,<br />

50가지면 35.7년이 걸려야 계산이 끝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제품을 구입할 때<br />

정말 35년 동안 고민한 후에 결정할까요?<br />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이<br />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녹차를 마셔야겠다는<br />

결정을 할 수가 없고, 담배나 설탕이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금연이나 다이어트에<br />

실패하는 일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또 경제적 인간에게 이타적 행동이나<br />

윤리, 도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br />

‘희망소비자가격’과 ‘할인가격’을 동시에 써 놓는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지도<br />

않을 것이며, 미끼상품을 걸어 일단 손님을 끌어 모으는 행위에 속지도 않을<br />

것입니다. 계산대 옆에 초콜릿이나 면도기 등을 진열해 놓은 곳에 쉽게 손이<br />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경제학자들이 가정한<br />

합리적인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때론 감정적이며(그것이 나쁘다는 뜻은<br />

아닙니다!), 때론 수학적으로 꼼꼼히 따지지 않으며(그것이 어리석다는 뜻은 결코<br />

아닙니다!), 때론 내 이익만이 아니라 남의 이익을 먼저 챙기기도 합니다. 이들<br />

사이에 균형을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인간들을 유혹하기 위해,<br />

R<br />

L<br />

02 신경경제학은 신경과학, 경제학, 심리학을 결합시켜 인간의 의사결정을<br />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통적 의사결정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br />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행동할 때 뇌에<br />

일어나는 변화를 fMRI 뇌영상 장치를 통해 관찰할 뿐 아니라(사진<br />

참조) 뇌파, 호흡, 피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을 분석해 감정이<br />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br />

28 29


마케팅은 일찌감치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을 포기하고 인간의 현실적인<br />

모습에 적응했지만, 아직 주류경제학은 아름다운 수학적 이론에 매달려 포기하지<br />

못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br />

채, 지난 400년간 ‘풀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에 몰두해 온 것처럼 말입니다. 설마<br />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을 그들의 수식에 집어넣기 위해 300년의 시간이 더<br />

필요한 건 아니겠지요?<br />

인간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뉴욕 대학교 폴 글림처 교수는 인간의 뇌는 ‘이성과<br />

감성이 이끄는 쌍두마차’라고 주장합니다. 이 마차가 앞으로 잘 달리기 위해서는<br />

이성이든 감성이든 하나라도 뒤처지지 않고 서로 호흡을 맞추며 균형을 이뤄야<br />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동물이라<br />

때론 후회할 만한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행복으로 이르는 길’을 ‘뇌’라는<br />

마차를 타고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br />

감정도 이성을 갖고<br />

있다. 다만 이성이<br />

그것을 이해하지<br />

못할 뿐이다.<br />

The heart has<br />

reasons which<br />

the reason cannot<br />

understand.<br />

파스칼, 수학자이자 철학자<br />

글쓴이 정재승은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br />

후 연구(post doc.)를 마친 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모교에 재임하고 있다. 대학원생일<br />

때 잡지에 ‘시네마 사이언스’라는 코너를 연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대중적 과학 글쓰기를<br />

하고 있다. , 등 그가 쓴 책은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해 독자들이<br />

과학적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br />

30 31


02.<br />

환상의 듀오 리더십<br />

좌뇌가 이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br />

우뇌는 감성적인 쪽에 가깝다고 합니다.<br />

기업 조직에도 이런 좌뇌와 우뇌의 특성이<br />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두 가지가 잘 조화를<br />

이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이야기를 통해<br />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발휘하는 힘을<br />

확인해 보겠습니다.<br />

글. 예지은/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br />

32 33


노벨 의학상을 받은 놀라운 발견<br />

한 사람이 모든 일에 뛰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br />

숫자에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원리 원칙에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특한<br />

생각을 잘하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번 간 길은 눈 감고도<br />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공간감각이 떨어지는 일명 ‘길치’도<br />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좌뇌와<br />

우뇌의 기능을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저 스페리 박사 01 는 “좌뇌가<br />

이성과 합리적 분석을 통한 논리적 사고, 비판력, 계획하는 능력을 담당하는<br />

반면, 우뇌는 감성과 상상력, 창의력에 관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br />

이렇게 기능이 다른 뇌의 양쪽 부분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br />

없습니다. 사람마다 우뇌와 좌뇌 중 한쪽이 더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br />

감성과 상상력 등 오른쪽 뇌의 기능이 발달한 사람은 우뇌형 인간, 논리와 이성 등<br />

왼쪽 뇌의 기능이 더 발달한 사람은 좌뇌형 인간으로 쉽게 부르기도 합니다.<br />

중시합니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의 참신한 시각과 유연한 사고, 창의적인<br />

아이디어를 독려함으로써 성과를 이끌어 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뇌와 좌뇌의<br />

기능을 절묘하게 결합한 양뇌형(Both brain) 기업이 뜨고 있습니다. 양뇌형<br />

기업은 창의력이 뛰어난 감성적 리더와 분석력이 뛰어난 이성적 리더가 한 팀을<br />

이루어 이끄는 기업입니다. 즉 감성의 리더와 이성의 리더가 조화를 이루는 듀오<br />

리더십을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 지휘자인 CEO가<br />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우뇌와 분석·관리에 능한 좌뇌를 동시에 모두 잘<br />

활용할 수 있다면 듀오 리더십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서<br />

말한 것처럼 우뇌와 좌뇌를 능수능란하게 모두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br />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성적 리더와 감성적 리더가 조화를 이루는 양뇌형<br />

기업이 유용한 이유입니다. 양뇌형 기업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br />

만들어 내는 감성적 리더와 이를 체계적으로 상품화하고 운영하는 이성적 리더가<br />

조화를 이룸으로써 뛰어난 경영성과를 창출합니다.<br />

스티브 잡스도 할 수 없었던 일<br />

좌뇌형 기업 vs. 우뇌형 기업<br />

기업도 마찬가지로 좌뇌형 기업과 우뇌형 기업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좌뇌형<br />

기업은 일 중심적이고 성과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br />

대부분 논리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경영계획, 실행, 평가에 이르는 체계적인<br />

조직관리 프로세스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우뇌형 기업은 창의성과 혁신성을<br />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 하면 CEO인 스티브 잡스가 가장<br />

먼저 떠오릅니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에서 스티브 잡스는 거의 독보적인<br />

존재입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훌륭한 아이디어도 그것을 상업화하는 데<br />

뛰어난 역량을 지닌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화려한<br />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로 다시 취임한<br />

01 로저 스페리의 분리뇌 연구<br />

그는 간질 치료를 위해 좌뇌와 우뇌 연결 부분을 잘라 버린 환자들을 대상으로<br />

한쪽 눈에만 그림을 보여주는 실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왼쪽 눈에 보여준<br />

그림이 무엇인지 말로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사용법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br />

이는 왼쪽 눈과 연결된 우뇌로 받아들인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긴 하지만<br />

좌뇌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br />

실험을 통해 스페리는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br />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br />

34 35


1997년 애플의 창고에는 70일치가 넘는 재고가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스티브<br />

잡스는 재고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컴팩에서 이러한 업무를<br />

총괄하고 있던 팀 쿡을 영입했습니다. 팀 쿡이 입사해서 애플의 공급체계를<br />

확인하니 무려 100개가 넘는 업체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팀 쿡은 이를<br />

정리해서 대부분의 부품을 아일랜드와 중국, 싱가포르에서 가져오고 조립은 중국<br />

본토에서 하도록 일원화하여 부품 공급업체의 수를 20여 개로 줄였습니다. 그리고<br />

부품 공급업체와 애플의 조립공장이 지리적으로 가깝게 위치하도록 해서 부품이<br />

들어오면 바로 조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조의 효율화를 이루어 냈습니다.<br />

애플이 가지고 있던 70일치가 넘던 재고물량이 팀 쿡이 입사한 지 2년 만에 10일<br />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때 확립된 체계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br />

디자인과 마케팅에 능한 감성적 리더 스티브 잡스와 효율적인 운영에 능한 이성적<br />

리더 팀 쿡의 조화가 지금의 애플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티브<br />

잡스와 팀 쿡의 조화에 힘입어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 히트상품들을 끊임없이<br />

출시하고 있습니다.<br />

DNA에 디자인을 이식하다<br />

좌뇌형<br />

팀 쿡<br />

Supplier<br />

앨런 래플리<br />

Improver<br />

THINK vs. FEEL<br />

우뇌형<br />

스티브 잡스<br />

Visionary<br />

클라우디아 코트치카<br />

Innovator<br />

P&G도 마찬가지입니다. 앨런 래플리는 2000년 6월 P&G의 CEO가 됐습니다.<br />

1990년대 후반 P&G는 매출 감소와 주가 폭락으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br />

래플리 회장은 취임 직후 경쟁력 분석을 통해 P&G가 품질의 우수성에 비해<br />

감성적 디자인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래플리는 CEO 취임 전까지 23년<br />

필 나이트<br />

Player<br />

빌 바워먼<br />

Coach<br />

오린 스미스<br />

Facilitator<br />

하워드 슐츠<br />

Communicator<br />

36<br />

37


동안 P&G에서 일하면서 운영 면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지만, 감성적인<br />

접근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래플리 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br />

클라우디아 코트치카를 디자인 혁신 전략 부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코트치카<br />

역시 P&G가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우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고<br />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코트치카는 “P&G의 DNA에 디자인을 이식한다”는<br />

슬로건을 내걸고 디자인 혁신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코트치카는 IDEO 등 디자인<br />

전문업체와 손잡고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디자인<br />

자문위원회를 설립하여 1년에 세 번 이상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P&G의 혁신을<br />

관찰하고 조언하도록 했습니다. P&G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수천 명의 임원과<br />

관리자들을 정리했지만 디자인 관련 직원은 오히려 4배나 늘렸습니다.<br />

P&G에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02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디자인 혁신<br />

도입 후 직원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듣고, 배우고, 시각화(디자인)하는 방법을<br />

가르치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소비자들의 말보다<br />

그들의 믿음이나 감정, 소비자 행동을 집중 연구하도록 강조합니다. 이에 따라<br />

P&G 디자이너들은 설문조사나 표본조사 방법이 아니라, 고객 가까이에서<br />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함으로써 아이디어를 개발합니다. 2005년에 개발해서<br />

히트상품이 된 ‘스위퍼’는 물을 묻히지 않고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제거하는<br />

제품인데, 이 또한 주부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탄생됐습니다.<br />

출처: 스탠포드 디자인스쿨<br />

지금의 P&G는 이성적 리더 래플리와 감성적 리더 코트치카의 듀오 리더십이<br />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br />

이외에도 이성과 감성의 듀오 리더십으로 성공한 기업은 많습니다. 전직 육상<br />

코치였던 빌 바워먼은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개발했고, 바워먼의 파트너였던<br />

필 나이트는 생산과 재정・영업을 담당했습니다. 또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br />

슐츠는 스타벅스의 상징인 독특한 매장구조를 생각해 냈고, CEO 오린 스미스는<br />

뛰어난 경영을 통해 스타벅스를 눈부시게 성장시켰습니다.<br />

양뇌형 기업의 성공비결<br />

하지만 기업경영을 잘하는 이성적 리더와 창의력이 뛰어난 감성적 리더가 함께<br />

있다는 것이 곧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훌륭한 경영성과로<br />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br />

첫째, 인재를 양성하고 전 조직이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양뇌형 기업이<br />

되기 위해서는 특정 부류의 인재를 선호할 것이 아니라 감성적 인재와 이성적<br />

인재를 동시에 육성해야 합니다. 또 양쪽의 인재가 모두 훌륭한 멘토에게 도움을<br />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br />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br />

조성해야 합니다.<br />

02 Design Thinking<br />

기존의 전략이나 기획이 충실한 데이터와 정교한 문서에 의존했다면, Design Thinking은 실제 사례나 경험을<br />

중요시하며 실제 샘플(Prototype)을 만들어 테스트해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Design Thinking이라는<br />

단어가 붙게 된 것은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들의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데이터에<br />

의존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관찰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한다.<br />

38 39


둘째, 이성적 리더와 감성적 리더, 각 파트너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br />

양쪽 파트너의 강약점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지 확실히<br />

인지하고 상호보완적인 역할로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때로<br />

이성적 리더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루어 내는 능력이<br />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뛰어난 혁신가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br />

분석능력이 뛰어난 이성적 리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평가권을 갖게 되는<br />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면에 소질이 없는 논리적인 사람이 아이디어를<br />

평가하면 비용과 시간의 효율 측면에서만 판단하게 되고, 결국은 좋은 아이디어를<br />

사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혁신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릴지도<br />

모릅니다.<br />

나에게 없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는 건 분명히<br />

행운입니다. 그런데 파트너십은 처음에는 우연히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유지하는<br />

데는 많은 노력과 때로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나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 전체의<br />

이익을 중요시하고, 서로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이 있을 때<br />

파트너십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br />

사람의 마음과<br />

생각을 이해하려면<br />

그 사람이 이미 이룬<br />

것을 보지 말고<br />

그 사람이 열망하는<br />

것을 보라.<br />

To understand the<br />

heart and mind of<br />

a person, look not at<br />

what he has already<br />

achieved, but at<br />

what he aspires to.<br />

칼릴 지브란, 레바논 출신의 작가이자 화가<br />

글쓴이 예지은은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br />

취득했다. 1995년 삼성에 입사, 삼성화재 인사팀에서 근무했고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br />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기업의 인사관리와 관련된 내용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데<br />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신세대 직장인의 모습을 다룬 보고서를<br />

발표하기도 했다.<br />

40 41


03.<br />

애정 결핍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br />

로봇은 사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그려<br />

내기에 좋은 영화 소재입니다.<br />

과학기술이 집약된 존재로서, 인간의<br />

이성적인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 로봇이<br />

영화에서는 유난히 감성적이 됩니다.<br />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 우리에게 주는<br />

메시지를 들어 봅니다.<br />

글. 강윤주/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br />

42 43


“나를 녹이지 말아요. 난 피노키오가 아니에요. 죽이지 말아요, 난<br />

데이비드예요. 데이비드라고요.”<br />

영화 를 보신 분이라면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외치던<br />

주인공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이 대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병에 걸린 아들 대신<br />

입양된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는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과 흡사한 사고와<br />

모습으로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임에 대해 묘한<br />

우월감을 갖게 하면서 이 영화를 흥행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br />

해피엔딩을 경험하지만 그 외의 영화 속 휴머노이드들은 대개 사람들에게<br />

버림받습니다. 버림받고 나면 때로 그들은 복수를 결심하는 괴물로 돌변합니다.<br />

영화 도 기대와는 다른 자신의 창조물에 실망해 창조물을 없애<br />

버리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창조한 박사를 죽이는<br />

재생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인간과<br />

가상적으로 동일한 로봇 ‘넥서스6’가 인간보다 우월한 힘과 능력, 그리고 지능을<br />

가지고 잔혹한 폭동을 벌인 후 처형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인간과의 갈등을<br />

그리고 있습니다.<br />

버림받은 로봇의 슬픔<br />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에 의해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존재를 그린 영화는<br />

지금까지 무수히 만들어져 왔습니다. 1931년에 발표된 영화 을<br />

필두로 2019년 지구의 미래와 인조인간(레플리칸트)의 모습을 그려 낸 등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영화가 많습니다.<br />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을 닮은 로봇,<br />

곧 ‘휴머노이드’에 대한 것입니다. 로봇은 인간처럼 움직이고 인간처럼<br />

사고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거기에 더해 인간의 감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br />

그러니까 어쩌면 이 범주에는 데이비드의 절규에 나오는 ‘피노키오’까지<br />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br />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는 다행히 자기가 그렇게 소원하던 인간이 된다는<br />

프랑켄슈타인(1931)<br />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br />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br />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시체의<br />

신체부위를 절단해 인조인간을<br />

만드는 실험을 계속한다.<br />

번개를 맞고 깨어난 인조인간과<br />

사람들의 갈등은 과학기술의<br />

발전이나 무모한 과학적 시도가<br />

초래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br />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br />

44 45


이성적인 사람들이 원한 것<br />

이 부분에서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왜 사람들은 영화에서든 현실에서든 굳이<br />

감정을 가진 로봇 혹은 인조인간을 만들고 싶어 할까요? 감정은 원래 감정을<br />

가지고 태어난 ‘사람’과 나누고, 로봇에게는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한 치의 오차도<br />

없이 그 일을 행하는(곧 ‘프로그래밍’된 대로) 이성적인 능력만 요구하면 될 텐데<br />

왜 로봇에게까지 감정을 요구할까요?<br />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외롭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br />

책임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 있는<br />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나 ‘다마고치’를<br />

구매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br />

밥을 먹어야 식욕이 해소되는 것처럼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욕구도<br />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것이야 돈만 주면 더 이상의<br />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지만, 정서적 소통을 시작하면 그 이후로 어떤 형태로든<br />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것이 싫은 사람들이 생각 끝에 만들어 낸 것이 감정을 가진<br />

로봇이 아닐까요? 이것은 일종의 ‘의사체험( 擬 似 體 驗 , Pseudo Experience)’<br />

욕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자연으로 나가 모험을 해 보고 싶으나 그에 따르는<br />

위험이 두려운 사람들이 놀이동산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정적 요소는<br />

최소화하고 자신이 해 보고 싶은 긍정적 체험만 골라서 경험하려는 사람들의<br />

욕구는 로봇에게 감정을 불어넣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는 관계에서 오는<br />

책임은 피하면서 자신의 정서적 결핍은 고스란히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br />

현상입니다.<br />

감정이 이런 생각에 따라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br />

참으로 이상해서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 준 존재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br />

유대를 맺게 됩니다. 이른바 ‘감정이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피하려고 애를<br />

써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로봇이나 유사 인간을 그린 영화의 스토리<br />

전개를 보면 인간이 자신과 정서적 소통을 나눈 존재를 버렸을 때 그 존재로부터<br />

보복당할 것이라는 잠재적 공포심이 드러납니다.<br />

블레이드 러너(1982)<br />

리들리 스콧 감독.<br />

식민행성에서 폭동을 일으키고<br />

지구로 잠입한 복제인간들을<br />

쫓는 특수경찰관의 이야기.<br />

기계문명에 찌든 2019년의<br />

어두운 미래상을 배경으로<br />

인간과 복제인간을 비교하며<br />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br />

묻는 SF 영화의 고전.<br />

46 47


로봇 영화가 로봇 영화가 아니다<br />

저는 로봇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필요할 때는 로봇과 소통을 시도하다가<br />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제거하는 인간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br />

인간이 저지르는 무책임한 행위를 로봇이라는 은유를 통해 경고하는지도<br />

모릅니다. 이런 영화에서 인간은 로봇보다 더 감정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br />

로봇이 인간보다 더 감성적이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집니다.<br />

감정을 누리기 위해 로봇을 만든다는 생각부터가 이성의 한계를 드러냅니다.<br />

이성적 기능만 제대로 해 내면 되는 로봇에 굳이 감정을 불어넣으려는 것은<br />

이성만 갖춰진 상태가 불완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로봇 영화가<br />

궁극적으로 던지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냉철한 이성만으로 살기에는<br />

부족한 존재입니다. 누군가와 감정적 소통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br />

그 소통에 따른 결과가 무엇이든 감내해야만 무너진 관계에서 오는 죄의식 없이,<br />

보복에 대한 공포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은 지고 인간이<br />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를 충분히 누립시다. 그러면<br />

우리는 인간의 대용품으로 로봇을 만들 필요도, 로봇을 통해 이성과 감성을 모두<br />

경험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br />

기계에는 감정이 없다.<br />

두려움이나 희망도.<br />

순수 확률의 논리에 따라<br />

작동할 뿐이다. 이런<br />

이유로 나는 로봇이<br />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br />

지각한다고 생각한다.<br />

The machine has no<br />

feelings, it feels no<br />

fear and no hope ...,<br />

it operates according<br />

to the pure logic of<br />

probability. for this<br />

reason I assert that<br />

the robot perceives<br />

more accurately<br />

than man.<br />

막스 프리슈, 스위스 작가<br />

글쓴이 강윤주는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잡지사 에서 일하다가 독일로<br />

건너가 사회학을 공부했다. 대안적 영화산업 구조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br />

돌아와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공동체<br />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축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와 가 있으며 역서로 이 있다.<br />

48 49


04.<br />

남자의 생각, 여자의 느낌<br />

이성을 대표하는 남자와 감성을 대표하는<br />

여자는 각각 화성과 금성 출신이라는<br />

표현이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큰 것으로<br />

여겨집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br />

남자 대 여자, 이성 대 감성의 대결구도에도<br />

차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br />

글. 장근영/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 전지훈<br />

50 51


남녀생활백서<br />

동굴 속 여자, 들판 속 남자<br />

어느 케이블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남녀생활백서’가 요즘 인기입니다. 같은<br />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는지 비교하며 웃음을 주는<br />

시트콤인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백번 공감한 에피소드는 ‘남자의 쇼핑법 vs.<br />

여자의 쇼핑법’이었습니다.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콱 막혀 와요”라는<br />

남자와 “오늘은 이것만 사려고 해요”로 시작하는 여자의 백화점 이야기는<br />

“백번을 돌아야 해서 백화점인가 봐요”라는 여자의 독백과 “드디어 이것만<br />

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라는 남자의 독백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이런<br />

경험은 문화와 인종을 불문하고 비슷한 모양인지라, 인터넷에 떠도는 ‘남자와<br />

여자가 갭(GAP: 대중적 의류 브랜드)에서 바지를 사는 과정’에 대한 그림도<br />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뿐이겠습니까? 남자와 여자가 분명히<br />

다른 종족이라는 주장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가 존 그레이는<br />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남녀는 다른 행성의<br />

외계인만큼이나 다르다는 얘기입니다.<br />

아마 그 차이는 인류의 선조가 탄생한 아프리카 평원에서부터 시작되었을<br />

것입니다. 거기서 남자들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동물을 사냥했고, 다른 남자와<br />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동안 여자들은 동굴 속에서 가죽을 다듬고 아이와 노인들을<br />

돌보았습니다. 사냥과 전쟁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읽는 능력과 목표<br />

달성이라는 기준으로 만사를 평가해, 버릴 것은 버리는 과감함이 필요했습니다.<br />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남자들은 점차 사라지고 더욱더 공격적이고<br />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진 남자들만 남았습니다. 반면 오랫동안 같은 공간을<br />

점유해야 하는 동굴에서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능력과<br />

그때그때 변하는 분위기에 맞춰 적응하는 유연성이었습니다. 그러지 못하면<br />

그 좁은 동굴 속에서 분쟁이 벌어졌을 것이고, 결국 가족 전체가 위험에 처했을<br />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때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능력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br />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렇게 살아남은 선조들의 후손입니다.<br />

우리에게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br />

이성은 남자에게, 감성은 여자에게<br />

● 남자와 여자가 갭에서 바지를 사는 과정<br />

그런데 남녀의 차이에 대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선조들의 삶과는 조금<br />

어긋납니다. 독자 여러분도 알고 계시듯, 중세를 거쳐 근대에 들어와서도 여성은<br />

언제나 2등 시민으로 대우받았습니다.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인정받은 것은<br />

52 53


1893년 뉴질랜드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가장 마지막으로 피선거권을<br />

인정받은 것은 1971년의 스위스입니다. 여성에 대한 이런 차별은 사실 별다른<br />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저 중세 때부터 그래 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없으면<br />

이유를 만들기라도 해야 하는 법. 여성과 남성의 필연적인 차이를 설명하려는<br />

학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해부학은 운명이다” 라는<br />

표어였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등하다는 것이죠. 근대 사회에서<br />

가장 높이 평가받는 가치를 남자에게 몰아 주고 여자에게는 남은 찌꺼기를 남겨<br />

주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당시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이성’이었습니다.<br />

계획을 세우고 계산을 하고 꾸준하고 치밀하게 이를 추진해서 마침내 목표를<br />

달성하는 그 모든 것이 제국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능력은 남자의<br />

몫이었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감성입니다. 당시에는 그저 즉흥적으로 울다가<br />

웃는 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감성이 여자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br />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요상하게 변해<br />

버렸다는 것입니다.<br />

인간 동물원의 남과 여, 그리고 양성성<br />

새끼 낙타가 어미 낙타에게 물었습니다.<br />

- 엄마! 우리 눈썹은 왜 이렇게 길어? 그리고 왜 콧구멍은 열었다 닫았다 할 수<br />

있는 거야?<br />

어미 낙타가 답했습니다.<br />

- 응! 사막의 모래바람이 눈과 코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느님께서 그렇게<br />

만드셨지.<br />

새끼 낙타가 다시 물었습니다.<br />

- 엄마! 우리 등에는 왜 큰 혹이 나있어?<br />

- 사막을 건널 때, 여기에 있는 지방이 분해되어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해 주는<br />

에너지 창고란다. 하느님의 섭리가 놀랍지?<br />

그러자 새끼 낙타가 물었습니다.<br />

- 엄마! 그런데 지금 우리는 동물원에서 뭐하는 거야?<br />

인류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 01 는 ‘도시는 인간들의<br />

동물원’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수백만 년 전 사바나에서 어떻게 지냈든, 그것은<br />

인간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치 사막의<br />

낙타에게나 등의 혹이 필요하지 동물원 낙타에겐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br />

적어도 한동안은 이성과 감성의 구분을 내세운 남자들의 억지가 먹혔습니다.<br />

하지만 충분히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br />

세계대전에서 이기기 위해 전 세계는 총력전에 돌입했습니다. 전쟁은 주로<br />

남자가 했지만, 그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만들어 보내는 일은 여자가 했습니다.<br />

남자들만의 공간이던 공장이 여자들의 차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여자가<br />

남자만큼 혹은 남자보다 더 일을 잘한다는 사실이 증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br />

투표권이 줄줄이 인정받은 것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br />

게다가 사회의 성장 방향이 외적인 면에서 내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냉철한<br />

01 1967년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쓴 는<br />

동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학 개론’으로 당시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br />

어려운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재치 있는 글솜씨와 흥미로운 사례들을<br />

통해 독자들에게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뿐만<br />

아니라 동물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도 이해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br />

초현실주의 회화작가이기도 한 모리스는 이후 , ,<br />

등의 책을 펴내며 인간 행동의 숨겨진 면을 탐구하고 있다.<br />

54 55


이성보다 감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추구할<br />

목표들도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부하들을 닦달해 가며 무조건 고지로 돌진하는<br />

불도저형 리더가 아니라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공감을 끌어내어 자발적으로<br />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친화형 리더가 필요해졌습니다. 친화는 바로 감성에 딸린<br />

문제입니다. 남자들이 버렸던 그 심성이 갑자기 성공의 열쇠가 된 것입니다.<br />

심리학자 산드라 벰이 남성성도 여성성도 아닌 양성성( 兩 性 性 , Androgyne)을<br />

제시한 것이 이 시점입니다. 양성적인 사람은 필요에 따라 남성성과 여성성을<br />

적절히 드러내고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양성성은 1970년대 이후<br />

사회에서 필요한 인성으로 인정받기에 이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성이 필요할<br />

때는 이성을, 감성이 필요할 때는 감성을 쓸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br />

명백한 사실이 된 것입니다.<br />

감성과 이성은 양성( 兩 性 )과 서양성( 西 洋 性 )의 거울<br />

재미있는 것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가 서양에서 본 남자와 여자의 차이와<br />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리처드 니스벳의 를 보면 서양인들이<br />

이성적이고 개인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한 반면, 동양인들은 감성적이고<br />

맥락과 환경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서양에서 동양을<br />

배우자는 슬로건이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가 이성 대신 감성이 부각되는 이유와<br />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함축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br />

이성과 감성의 구분도 남자와 여자의 차별도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br />

배우려는 노력입니다.<br />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br />

질문, 30년 동안이나<br />

여성의 정신을 연구한<br />

나조차도 아직 답을<br />

찾지 못한 질문,<br />

“도대체 여자가 원하는<br />

것이 무엇인가?”<br />

The great question<br />

that has never been<br />

answered, and<br />

which I have not yet<br />

been able to answer,<br />

despite my thirty<br />

years of research<br />

into the feminine<br />

soul, is “what does a<br />

woman want?”<br />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자<br />

글쓴이 장근영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본업은<br />

국책연구소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이지만 야후에서 ‘싸이코 짱가의 쪽방’이라는<br />

블로그를 운영하며 5년째 영화 주간지 에 영화와 심리학을 접목시킨 칼럼을 연재하고<br />

있다. , 등 주로 영화나 게임, 성격을 분석한 책을 썼고, , 을 우리말로 옮겼다.<br />

56 57


05.<br />

나는 남이 아니다<br />

: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br />

둥근 뿔테 안경 너머로 검은 눈동자가<br />

반짝입니다. 순간, 깊은 고요 속에 숨죽이고<br />

있던 야성의 에너지가 일렁입니다.<br />

한글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세상에<br />

널리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그의<br />

몸에는 강렬한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br />

옷을 만드는 작업은 그 감성을 폭발시키는<br />

일이며, 냉철한 이성으로 감성의 찌꺼기들을<br />

걷어 내는 일입니다.<br />

글. 지근화/자유기고가<br />

사진. 박해욱/사진문<br />

58 59


그를 만나러 들어간 방 안에는 독특한 풍물이 가득했습니다. 기하학적인<br />

유리조각부터 도자기, 함, 문짝, 재단용 마네킹 그리고 빨간 앵무새까지 마치<br />

외국의 벼룩시장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슬며시 구미가 당겼지만,<br />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구석구석 방을 헤집고 다니는 건 큰 실례일 테지요.<br />

하릴없이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br />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KBS, MBC, 한국경제 등 언론매체와 잡지사 기자들의<br />

명함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의 바쁜 일상을 대변해 주는 듯했지요.<br />

세로로 늘어선 그 명함들 끝에는 패션 디자이너(사실 ‘패션’이라는 수식어는<br />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만, 이 얘기는 뒤로 미루지요) 이상봉 씨의 명함도<br />

있었습니다.<br />

Lie sang bong<br />

점자( 點 字 )가 찍힌 그의 명함에는 이름이 영문으로 이렇게 표기돼 있었습니다.<br />

다소 의아했습니다. Lee가 아니라 왜 Lie일까요.<br />

“어느 누구도 쓰지 않는,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남하고 다르고<br />

싶었거든요.”<br />

이상봉 씨의 말에 의하면 Lie는 유럽식 영문 표기라고 합니다. 이씨 성은 Lee만<br />

쓰는 줄 알았는데, 그런 영문 표기에도 틀에 박힌 통념이 자리하고 있었던<br />

모양입니다. 그런데 색다른 이름을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상봉 씨가 Lie를<br />

선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남들이 하지 않는 작업, 남들과 다른<br />

독창적인 작업을 하겠다는 각오를 이름에 실었던 겁니다.<br />

그래서 그는 1985년에 브랜드를 처음 론칭할 때 만들었던 그 명함을 지금까지<br />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말이지요. L, i, e라는<br />

알파벳 세 글자가 그의 디자인 철학을 함축하고 있는 셈입니다.<br />

‘한글’과 ‘이상봉’이 만났을 때<br />

둥근 뿔테 안경과 덥수룩한 수염은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br />

여기에 하나 더, 한글이 있습니다. 한글을 빼놓고 그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br />

아니 그를 빼놓고 한글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한글은 그의 인생에서 커다란<br />

‘꽃’이 되었습니다.<br />

파리 컬렉션에서 처음 한글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였을 때 좌중의 반응은<br />

아주 뜨거웠습니다. 국내에서도 그는 한글을 패션에 접목시킨 디자이너로<br />

대중에게 널리 인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글이 자신에게 행운을<br />

가져다 주었다고 말합니다.<br />

어디 그뿐인가요. 행남자기와 협업으로 만든 한글 도자기 작품은 영국의<br />

왕립박물관 중 하나인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 영구 전시돼 있습니다. 이상봉<br />

씨의 전시를 관람한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 성사된<br />

일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한글이 그의 손을 거쳐 마침내<br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된 것이지요.<br />

“한글이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글자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어요. 반면<br />

미학적인 측면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영어나 한자에 비해 한글의<br />

조형성이 주목받지 못한 건 우리가 한글을 고이 모셔 두었거나 아니면 홀대했기<br />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름답게 진화하지 못했고, 시각적으로 즐기지도 못했어요.”<br />

요즘은 한글에 대한 생각이 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2002월드컵을<br />

계기로 태극기가 패션 아이템이 된 것처럼 한글 역시 장신구, 가방, 카펫, 벨트 등<br />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그저 언어로만 인식되던<br />

한글이 디자인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상봉 씨는 이러한<br />

움직임이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쯤에서 그가 왜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br />

궁금해집니다.<br />

“함께 일하는 외국인 스태프가 일본어와 중국어는 알아도 한글은 전혀<br />

모르더군요. 그래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디자이너로서 우리 문화를<br />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죠.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유사하지 않은, 오로지<br />

우리만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를요. 그런 연유로 몇 년간 한글을 소재로 한 작업을<br />

반복했습니다.”<br />

그런데 이 작업이 처음 얼마간은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항상 새로운<br />

것에 도전하고, 나를 변화시키자’는 게 그의 철칙. 그러니 마음이 불편했던 게지요.<br />

60 61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한국적인 아이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br />

이제는 한글뿐 아니라 미인도, 산수화, 조각보 등 전통적 요소를 이상봉식 언어로<br />

풀어내고 있습니다.<br />

“외국의 경우를 보면, 그들은 과거의 문화를 계승하는 한편 그것을 창조적으로<br />

발전시키고 있어요. 과거는 과거대로 잘 보존돼 있고, 현재는 현재대로 나아가고<br />

있죠. 우리는 어떤가요? 과거를 되찾고 보전하는 일은 잘하지만, 현대적으로<br />

재해석하는 일에는 서툴러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것,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br />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좇아가지 않고, 대등하게 공존할<br />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해법이기도 해요. 그런 가운데<br />

문화적 자긍심도 생기는 거고요.”<br />

“말하고 싶은 것은 다 표현합니다”<br />

한글 도자기<br />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은<br />

한글을 패션에 접목시켜<br />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은<br />

주인공이다. 여기서<br />

그치지 않고 한글 도자기<br />

작품으로 한글에 대한<br />

사랑을 넓혀 왔다. 그가<br />

만든 한글 도자기는<br />

영국의 왕립박물관 중<br />

하나인 빅토리아&앨버트<br />

박물관에 영구 전시돼<br />

있기도 하다.<br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덜어 내기’가 아닐는지요. 다이어트 중인<br />

아가씨는 군살을 덜어 내는 게 어려울 테고, 빠듯한 살림을 사는 주부라면 지출<br />

항목을 덜어 내는 일이 어렵겠지요. 소설가는 미사여구를 버리는 게, 배우는 힘을<br />

빼는 게 힘들 테고요. 하지만 과부하된 감정을 이성적으로 다스린다는 게 좀처럼<br />

쉬운 일은 아니지요.<br />

얼마 전 열렸던 이상봉 씨의 을 두고 언론에서는<br />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이야말로 최소한의<br />

것만 남겨 둔 최상의 결과물입니다. 이성이 다스리는 예술이라 할 수도 있겠죠.<br />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넣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절제와 통찰의<br />

힘이 필요할 테니까요.<br />

그런데 그러한 평가를 받았던 이상봉 씨는 정작 다른 말을 합니다.<br />

“미니멀은 상당히 어려운 단계죠. 게다가 저처럼 자아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br />

성격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전 미니멀을 추구하지 않아요. 오히려 말하고<br />

싶은 것을 다 표현하는 편이죠. 모두 담아 낸 후에 중심을 잃는다 싶으면 하나씩<br />

버리는 식으로 작업을 하거든요.”<br />

그러고 보니 표현에 대한 그의 욕망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엔<br />

62 63


작가가 꿈이었고, 대학 시절엔 연극을 공부했으니까요. 특히 연극은 그에게<br />

아직도 커다란 미련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무치도록 사랑했던 것과 이뤄지지<br />

못했을 때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삶을 무대로 생각하며<br />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연극의 또 다른 변주인지<br />

모릅니다. 패션에도 옷을 입어 주는 ‘관객’이 존재하고, 공들여 만든 옷을<br />

선보이는 ‘무대’가 마련돼 있으니 말입니다.<br />

라이프스타일을 그려 내는 디자이너<br />

2010 S/S 컬렉션<br />

지난 9월 30일부터<br />

10월 5일까지 프랑스<br />

파리에서 열린 에서 이상봉은<br />

한글을 모티프로 채택한<br />

소재를 거의 사용하지<br />

않는 대신, 시폰 소재를<br />

중심으로 실용적이고<br />

완성도 높은 다양한<br />

의상을 선보였다.<br />

“어렸을 때부터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하지만 디자이너란 게 너무<br />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어요.”<br />

패션쇼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그는 다소 지쳐 보였습니다. 그러나<br />

눈빛만은 여전히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지요. 그는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가<br />

아닌, 그냥 ‘디자이너’로 규정짓고 싶어 합니다.<br />

지금은 예술이 뮤즈의 전당에서 나와 거리로 나서고, 디자인이 박물관에 모셔지는<br />

시대입니다. 해금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성악 전공자가 트로트를 부르는<br />

시대이기도 합니다. 경계 없는 크로스오버의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을 굳이 한<br />

분야에 종속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br />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게 디자인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도 이제<br />

패션이라는 영역에 갇혀 있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디자인해야 합니다.<br />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이 디자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죠.”<br />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문득 ‘통섭( 統 攝 )’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인문학과<br />

자연과학의 융합으로 삶의 질을 꾀하듯, 그는 이질적인 장르를 디자인이라는<br />

하나의 축으로 엮어 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br />

실제로 그는 조각과 건축, 회화, 공예, 영화 등 타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을<br />

선보이고 있습니다. 행보 면에서도 휴대전화와 생활용품 등 분야를 가리지<br />

않습니다. 울타리를 넘어 그만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이 시대의<br />

트렌드와 잘 맞물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64 65


두려운 건 하나, 정체된 삶<br />

이상봉 씨는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br />

주변 지인이 “세상과 화해하게 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답니다. 그 말을 듣는<br />

순간 속으로 무척 놀랐다고 하지요. 때로는 두루뭉술한 것도 필요하지만, 아직은<br />

날렵한 정신으로 살고 싶어서랍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아마 정체되는<br />

삶일 것입니다. 그런 자신을 그는 철저하게 ‘감성적인 인간’이라고 평합니다.<br />

“아무도 입지 않는 옷은 생명이 없는 옷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마케팅이 고려돼야<br />

하는데, 그 부분은 제가 서툴러요. 시장에 대한 분석, 연구, 합리적 판단…. 그래서<br />

다른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죠. 저는 제 감정에 취하는 스타일이라 혼자 내버려<br />

두면 자아도취해서 발전이 없었을지도 몰라요.”<br />

그렇다고 해서 이성과 감성이 별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답니다. 어떤 사람은<br />

감성적 기질이 좀 더 많이 발휘되고 어떤 사람은 그 반대일 뿐, 이 둘은 한 인간<br />

내부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뒤엉켜 있는 거라고….<br />

이성과 감성의 황금 배율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해<br />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도 다를 겁니다. 그러고 보면 디자이너<br />

이상봉 씨는 참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감성적 기질이 농후한 그가 그 기질이<br />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일에 자신을 놓아두고 있으니까요.<br />

한글은 최고의<br />

문화적 사치이자<br />

문화상품이다.<br />

이상봉<br />

이상봉( 李 相 奉 ) | 1975년 서울예술전문대학 방송연예학과와 1981년 국제패션디자인연구원을 졸업했으며<br />

현재 (주)이상봉 대표다. 1983년 중앙디자인콘테스트에 입상하여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길로<br />

나섰다. 서울패션인상 올해의 디자이너상(1999년), 2007 아시아 모델상 디자이너상, 로얄살루트 제1회<br />

컨템퍼러리노빌러티상(2009) 등을 수상했다. 특히 한글을 패션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br />

2006년 6월 ‘이상봉과 친구들, 한글 달빛 위를 걷다’ 라는 전시회를 열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br />

한글 패션 전시회를 가졌다.<br />

66 67


2<br />

company<br />

p. 70~77<br />

연말이면 피할 수 없는<br />

회식. 더 재미있고<br />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은<br />

없을까요. 유쾌한 회식을<br />

위한 몇 가지 방법을<br />

제안합니다.<br />

/<br />

p. 78~87<br />

같으면서 다르고,<br />

다르면서도 비슷한 세계<br />

여러 나라의 손님맞이<br />

풍경을 소개합니다.<br />

/<br />

p. 88~95<br />

올 겨울에는 어떤<br />

비즈니스 캐주얼이<br />

어울릴까요. 간단한<br />

아이템으로 파티에서<br />

눈길을 사로잡는 비법도<br />

공개합니다.<br />

p. 96~105<br />

직장여성이 일과<br />

생활에서 모두 성공하는<br />

비결은 무엇일까요.<br />

방송인 김혜영 씨와<br />

네 명의 삼성인의 진솔한<br />

이야기에 귀기울여<br />

보세요.<br />

/<br />

p. 106~<strong>11</strong>1<br />

라스베가스 전자쇼나<br />

베를린 국제전자쇼에<br />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br />

종합예술로 불리는<br />

전시의 모든 것을<br />

알려드립니다.<br />

/<br />

p. <strong>11</strong>2~<strong>11</strong>9<br />

창의력이 부족하신가요?<br />

앤디 워홀과 로댕의<br />

예술혼을 통해 창의력의<br />

비밀을 풀어 보세요.<br />

68 69


판타스틱 직장백서<br />

유쾌 상쾌 통쾌한<br />

회식 속으로!<br />

: 연말연시 회식문화<br />

며칠 후면 송구영신의 계절이다.<br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계절.<br />

이맘때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br />

송년회다. 직장 동료나 친한 친구 혹은<br />

친지들과 한 해를 돌아보며 새출발을<br />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 이왕이면<br />

다홍치마라고 더 즐겁고 더 유쾌한<br />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br />

본지 명예기자인 ‘앤유’와 함께 연말<br />

회식문화에 대해 파헤쳐 보자.<br />

글. 김연희/자유기고가<br />

안녕하세요? 딸꾹~ 의 명예기자 ‘앤유’입니다. 딸꾹~.<br />

아, 죄송합니다. 어제 동료 기자들과 회식이 있어서 술을 좀 마셨더니 그만….<br />

흠흠, 물 한잔 마시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이제부터 리포트를 시작해 볼까요?<br />

네, 오늘 말씀드릴 것은 바로 회식문화입니다. 회식, 먼저 그 사전적 의미부터<br />

살펴볼까요?<br />

회<br />

식<br />

[ 會<br />

食<br />

]<br />

명사)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br />

예문 •우리 회사는 회식을 통해 직원들 사이의 친목을 다진다.<br />

•어제 회식에서 너무 달렸더니 머리가 아파.<br />

그런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br />

•이번에도 회식은 삼겹살에 소맥 폭탄, 노래방이라며?<br />

또 무슨 핑계를 대면서 도망가지?<br />

뜻은 하나인데 이미지는 참 다양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회식인데요. 회식은<br />

우리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수렵과<br />

채집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은 야생에서 맨몸으로 맹수와 맞서며<br />

목숨을 건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어 가야 했습니다. 사냥을 마치면 오늘 하루도<br />

무사히 지났음을 감사하면서 사냥감을 함께 나눠 먹던 것이 바로 회식의 시초가<br />

아닐까요?<br />

그렇다고 해도 한국인의 회식문화는 유난히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한 것 같은데요.<br />

예부터 농경생활을 해 왔던 우리는 좁은 땅에 모여 서로 돕고 살면서 가족뿐<br />

아니라 이웃 간에도 깊은 유대감을 쌓아 왔죠. 한솥밥을 나눠 먹으면서 정도<br />

나누고 공동체 의식도 키워 온 것입니다.<br />

특히 우리 민족은 큰 잔에 술을 부어 마시면서 의리를 다졌는데요. 조선 시대의<br />

관리들에게는 술을 차례로 돌려 마시는 공음례( 共 飮 禮 ) 의식이 있었습니다. 가장<br />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했던 보부상도 큰 대포잔에 술을 부어 같이 마시는 의식을<br />

치르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다짐하곤 했답니다. 오죽했으면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br />

사이를 ‘대포지교( 大 匏 之 交 )’라고 했을까요? 잔을 주고받으면서 정도 주고받고,<br />

이를 통해 의리와 화합을 다져 온 우리들. 어찌되었든 한국인 특유의 강한 공동체<br />

70 71


의식 속에서 한 가족처럼 아껴 주는 마음이 현대에 이르러 ‘회식’을 통해 더욱<br />

발전해 온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br />

지금과 같은 기업의 회식은 끼니를 때우기 어렵던 시절, 회사 간부들이 부하<br />

직원들을 위해 한 끼 식사와 술자리를 마련하여 서로의 정을 나누던 미풍양속의<br />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부하 직원들은 평소에 미처 말하지 못했던<br />

속내를 드러내고, 상사들은 그런 부하 직원들을 보듬어 주면서 서로의 벽을<br />

허물고 갈등을 풀어서 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원들의<br />

생각을 읽고 그들을 이해하며, 직원들 또한 이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 라는<br />

일체감과 소속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회식’입니다.<br />

그렇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던가요? 이처럼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회식이<br />

직장인들에게는 오히려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개인<br />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회식문화나 변질된 음주문화에 대한 거부감<br />

때문이었는데요. 최근에는 회식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br />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회식문화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의 다양한 취향을<br />

고려한 회식문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짝<br />

들여다볼까요?<br />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스포츠 회식으로 동료 간의 화합을 꾀하고 있습니다. 용해성형<br />

8그룹은 일명 ‘소통리그’라고 불리는 ‘휴먼리그 회식’으로 매달 축구나 야구<br />

경기를 하는데요. 경기가 끝난 후에는 술 없이 순대와 편육을 먹으면서 동료애를<br />

다진다고 하네요. 구미의 품질보증그룹에서도 평소에는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br />

교대조와 주전사원들이 매달 함께 모여서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즐기며 동료애를<br />

키우고 있습니다.<br />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는 신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NCD(New<br />

Culture Day) 행사’입니다. 각 부서별로 선정된 신문화 리더의 기획 아래 ‘나라별<br />

맛집 방문’, ‘와인 디너파티’, ‘쿠킹 클래스’, ‘영화나 스포츠 관람 후 식사’ 등<br />

다양한 문화활동을 체험한다고 합니다. NCD 활동에 대해 인사지원실의 김수용<br />

주임은 “부서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br />

시행된 지 4년밖에 안 됐음에도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부서원들의 만족도와<br />

참여율이 꽤 높은 편”이라고 말합니다.<br />

삼성생명 인천사업본부에서는 바비큐통과 조명을 직접 제작, 사옥 옥상에서<br />

임직원과 FC가 참석한 바비큐 가든파티를 열었다고 하는군요.<br />

또 중대구지역단은 매달 한 번씩 FC까지 참석하는 지역 봉사활동을 통해<br />

동료애는 물론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대구<br />

시민 밤길 걷기 대회’에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가하여 상쾌한 밤공기를 맞으면서<br />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회사 대표로 ‘생명 사랑 선언문’을<br />

낭독하기도 했다는 홍정우 매니저는 “많은 대구 시민이 참가하는 행사에 회사<br />

깃발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행진을 하고 나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br />

들면서 애사심이 생겼다”고 하는군요.<br />

삼성중공업도 음주문화에 대한 전면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건전한 음주문화<br />

실천을 위한 <strong>11</strong>9 캠페인’을 펼친 것인데요. ‘1가지 술만, 1차에서, 9시 전까지<br />

마치자’는 세 가지 실천사항이 적힌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금주 스티커를 붙이는<br />

등 사내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br />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되는 회식문화<br />

동료들 모두가 함께 어울리고 화합하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우리만의<br />

장점인데요. 좋은 유대관계를 만들고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를 통해<br />

조직력을 키우는 데 회식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최근에는 문화와 여가를<br />

함께 나누는 장으로도 변모하고 있는데요. 이는 회식문화가 바뀌었다기보다는<br />

회식의 참된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좀<br />

부족한 것 같다고요? 뭔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고, 유쾌한 회식은 없냐고요?<br />

글쎄요, 제가 지금 연말 회식에 가야 할 시간이라 좀 바쁜데…. 아! 그럼, 저를 한번<br />

따라와 보시겠어요?<br />

72 73


wine<br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앤유과 함께하는 연말 회식. 저는 지금 와인바에 와 있습니다.<br />

나만의 셀프 와인 소주가 아닌 와인 마시는 걸 자랑하려는 거냐고요? 오~ 노!<br />

만들기<br />

저만의, 우리만의 와인을 만들러 온 것이죠. 와인을 좋아하는<br />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직접 만들 수<br />

있다니 너무 신기합니다. 덕분에 시음을 위해서 다양한 와인도 맛볼 수 있죠. 등급에<br />

따라 와인의 맛을 테스트하며 의견을 나누다 보니 잠시 소믈리에가 된 듯한 착각에도<br />

빠져듭니다.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 원액을 가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본격적인<br />

와인 만들기를 시작해 볼까요? 저는 아이스 와인을 선택했는데요. 만드는 방법은<br />

의외로 간단하네요. 포도 원액에 효모를 넣고 1차, 2차, 3차에 걸친 발효 과정을 거쳐<br />

숙성시키면 되는데요. 당도를 재 보니 제 입맛에 딱 알맞게 달짝지근하군요. 와인<br />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4주에서 6주 정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고<br />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마시면서 우아한 회식도 즐기고 와인 레이블을 만들기<br />

위해 우리 팀원들이 함께 모여 단체 사진도 찰칵!<br />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와인의 맛은 과연 어떨지, 정말 기다려집니다. 제가 만든 와인은<br />

나중에 집으로 보내 준다니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어요.<br />

travel<br />

기차 타고, 자 떠나자 자, 자, 사이다와 계란은 챙기셨나요? 그럼, 이제 기차를 타고<br />

추억의 수학여행 추억의 수학여행을 떠나 볼까요? 적게는 20대 초중반부터<br />

동해 바다로! 50대까지 한 사무실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는 우리들. 가끔은<br />

세대 차이 때문에 속병을 앓기도 하는데요. 세대는 달라도<br />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바로 수학여행이죠. 청량리역에서<br />

떠나는 테마열차를 타고 동해로 GO!<br />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교복까지 빌려 입은 동료들의 모습이 매우<br />

들떠 보이는데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차가 매우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입니다.<br />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테마열차는 편안한 잠자리와 이벤트 공간을 동시에 갖추고<br />

있어서 추억의 회식에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부서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br />

장기자랑 시간. 추억의 막춤을 선보인 부장님과 아이돌 못지않은 외모와 댄스<br />

실력을 보여준 박 대리가 가장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 한숨 푹<br />

자고 나면 정동진에 닿겠지요? 그곳에서 다 함께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할<br />

계획이랍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며 세대를 초월한 웃음을 나누다 보니 팀원들이<br />

변치 않는 우정을 지켜 온 오래된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br />

beauty<br />

몸은 개운<br />

제가 이런 경험까지 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요.<br />

피부는 뽀송 뽀송<br />

흠흠, 이거 참 쑥스럽군요. 대체 왜 그러냐고요? 회식을<br />

글쎄, 뷰티숍에서 한다고 하네요. 유독 여직원이<br />

많은 회사라 그런지 이번 연말의 특별한 회식 장소로<br />

추천되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관리를 받기 위해 가운을 입고 만나니 조금 어색하긴<br />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겠어요. 먼저<br />

피부관리! 그저 관리만 받으면 심심하겠죠? 그래서 시작된 팀장님배 피부 콘테스트!<br />

오늘의 상품은 야근 제외 쿠폰. 당당하게 칼퇴근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피부퀸을<br />

찾아라! 피부관리사에게 테스트받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팽팽한<br />

긴장감도 느껴지는데요. 드디어 1등 탄생! 그 사람은 바로 피부퀸이 아닌 피부킹! 김<br />

과장님이었습니다. 노화 방지와 탄력 유지를 위한 피부관리도 받고 나란히 누워서<br />

경락 마사지도 받으니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 것 같아서<br />

뿌듯합니다. 그리고 한층 릴랙스 된 몸과 마음으로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누다 보니<br />

어느새 동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한층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br />

74 75


‘회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삼성인에게 물었습니다<br />

•전체 설문 참여자 수 총 2169명<br />

1. 한 달에 몇 번 정도 회식을 하고 있습니까? 2. “회식! ___________ 을 위해 한다.” 빈칸에<br />

5. 당신에게 회식의 유형을 결정할 권한이<br />

가장 적당한 말은 무엇일까요?<br />

있다면 어떤 회식을 하고 싶습니까?<br />

14.38%<br />

(312명)<br />

13.88%<br />

(301명)<br />

3.69%<br />

(80명)<br />

46.33%<br />

(1005명)<br />

10.88%<br />

(236명)<br />

8.<strong>11</strong>%<br />

(176명)<br />

4.24%<br />

2.17% 2.<strong>11</strong>%<br />

(92명)<br />

3.83% (47명) (46명)<br />

6.41%<br />

(83명)<br />

(139명)<br />

51.27%<br />

(<strong>11</strong>12명)<br />

25.73%<br />

(558명)<br />

36.79%<br />

(798명)<br />

6. 즐거운 회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br />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br />

24.30%<br />

(527명)<br />

5.94%<br />

(129명)<br />

35.04%<br />

(760명)<br />

21.72%<br />

(471명)<br />

25.50%<br />

(553명)<br />

29.37%<br />

(637명)<br />

28.31%<br />

(614명)<br />

❶ 한 달에 1회<br />

❷ 한 달에 2회<br />

❸ 한 달에 3회 이상<br />

❹ 거의 안 한다<br />

❺ 기타•요즘은 두세 달에 한 번 정도<br />

•생일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br />

•비공식적인 회식은 자주<br />

•함께 밥 먹으면 무조건 회식<br />

❶ 팀원 간의 단합과 결속력 증대<br />

❷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의 자리<br />

❸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격려<br />

❹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만 해소<br />

❺ 기타•동료들의 송별, 환송, 환영<br />

•애주가들의 술자리<br />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br />

❶ 유명한 맛집을 찾아 미각을 즐기는 미식형 회식<br />

❷ 연극/뮤지컬/콘서트 관람을 즐기는 문화형 회식<br />

❸ 운동경기 관람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 즐기는<br />

레저/스포츠형 회식<br />

❹ 1차와 2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음주가무형 회식<br />

❺ 기타•놀이동산 야간개장에서 신나게<br />

•보드게임이나 발 마사지<br />

•도자기 제작 등 체험형 회식<br />

❻ 이웃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사회봉사형 회식<br />

❶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맛있는 음식!<br />

❷ 위엄과 격식을 벗어던진 상사들의 살신성인<br />

❸ 참석자들을 감동시키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br />

❹ 기타•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br />

•마음을 터놓은 격의 없는 대화<br />

•일 얘기는 사무실에서만 하기<br />

•일찍 끝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br />

❺ 개그맨이나 걸그룹도 울고 갈 넘치는 끼와 유머<br />

3. 문화공연 관람 등 회식문화의 변화가 가져온<br />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br />

4. 회식 후에 친한 동료들과 2차를 가십니까?<br />

만약 간다면 어떤 곳에서 즐기십니까?<br />

7. 지금까지 경험한 회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br />

남는 회식은 무엇입니까?<br />

8. 당신이 연말 송년회식의 준비위원이라면,<br />

어떤 회식을 준비하고 싶으십니까?<br />

15.72%<br />

(341명)<br />

20.01%<br />

(434명)<br />

6.96%<br />

(151명)<br />

4.20%<br />

(91명)<br />

53.<strong>11</strong>%<br />

(<strong>11</strong>52명)<br />

❶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등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br />

있는 기회 증대<br />

❷ 절주와 이른 귀가에 따른 가정의 평화<br />

❸ 숙취와 두통에서 벗어난 상쾌한 아침<br />

❹ 기타•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의 정착<br />

•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짐<br />

•세대차이의 극복<br />

❺ 회사 구성원으로서 자부심과 애사심 증대<br />

15.63%<br />

(339명)<br />

18.86%<br />

(409명)<br />

3.41% 0.69%<br />

4.33% (74명) (15명)<br />

(94명)<br />

57.08%<br />

(1238명)<br />

❶ 간단하게 시원한 맥주 한잔, 호프집<br />

❷ 2차 없이 회식을 마친다<br />

❸ 흥겨운 노래와 춤이 있는 노래방<br />

❹ 스리 쿠션에 울고 웃는 당구장<br />

❺ 기타•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수다<br />

•술 마신 뒤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당겨요<br />

•더 세게 하드코어로 폭탄 제조<br />

•가정 방문<br />

❻ 나이스 샷~~ 소리가 메아리치는 스크린 골프장<br />

•가족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가 뜻깊었던 송년 회식<br />

•입사 후 첫 회식. 오가는 술잔 속에 거의 실신지경.<br />

끝까지 책임져 준 사수는 그날 이후 영원한 나의<br />

멘토가 되었다.<br />

•스테인리스 대형 반찬 저장통에 소주와 맥주를 4병씩<br />

부어 부서원 전체가 나눠 먹던 송년회<br />

•당일치기로 서해 바닷가에서 가졌던 단합대회 겸 회식<br />

•닌텐도 위게임방에 모여서 팀별 권투시합을 했던 회식<br />

•집들이 겸 부서원 순회 가정방문 형식의 회식<br />

•패션업의 특성상, 트렌드에 맞는 의상을 한눈에 볼<br />

수 있는 패션 관련 영화 관람을 통해서 회식 이상의<br />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br />

•해비타트 참석 후 1박 2일형 회식. 복불복 게임을<br />

통해 저녁 메뉴를 고르는 식의 회식을 통해 어색했던<br />

부서원과도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br />

•1년 동안 수고한 팀원들을 위해 각자 캐릭터에 맞는<br />

상을 준비해서 격려하는 회식<br />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격의 없이<br />

얘기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br />

•소장품 경매 이벤트. 100원, 1000원 단위로 경매를<br />

붙여 수익금은 기부할 수 있는 회식<br />

•사전 설문조사로 구성원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순위로<br />

보여 주는 이벤트<br />

•각자 음식을 준비해 오는 potluck party!<br />

•1년 동안 틈틈이 부서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br />

색다른 부서원의 일상이나 재밌는 순간에 대해<br />

되돌아보는 자리와 함께 열심히 일하게 해 준 부서원의<br />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자리<br />

•건설회사라 직원들 숙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특성상<br />

연말에는 가족들을 초청해서 야외 가든파티 형식의<br />

회식을 했으면 좋겠어요. 오지에서 일하는 남편들도<br />

힘들지만 1년 동안 보고 싶은 마음 잘 참아 주었다고<br />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br />

•겨울엔 무조건 스키장으로 고고싱.<br />

76 77


駐 . 地 .의 사실<br />

우리나라 종갓집문화 또는 양반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br />

있다. ‘봉제사( 奉 祭 祀 ) 접빈객( 接 賓 客 )’이 바로 그것이다. 조상의 제사를 받들고<br />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야말로 반가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였기 때문이다. 따라서<br />

양반가의 곳간에는 늘 손님 접대를 위한 음식물이 마련되어 있었고, 명문가라면<br />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접대 음식도 한두 가지쯤 있곤 했다. 그러나 손님을<br />

맞이하는 것을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굳이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br />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문화이기도 하다.<br />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북유럽이나 북아프리카, 중동 지방,<br />

몽골 지역과 아메리카 대륙의 북쪽 지방에서는 손님에게 극진한 환대를 베푸는<br />

음악과 춤, 담소로<br />

신처럼 대접하다<br />

: 손님맞이 이야기<br />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농경문화와 정착생활이 바탕이 된 다른 지역의<br />

접대문화가 격식을 따지고 의례적인 것과 달리 이들의 손님 접대는 마음에서<br />

우러나오는 극진함이 특징이다. 아마도 거친 자연환경이 서로 돕는 인간애를 더욱<br />

다지게 했는지도 모른다.<br />

벤토, 즉 도시락의 나라 일본에서 매우 빼어난 도시락 가운데 하나가 바로<br />

‘오모테나시 벤토’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제사처럼 특별한 행사에 초대된<br />

손님들에게 내놓는 간편식이지만 매우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그런데,<br />

‘오모테나시’란 말은 일본의 전통적인 접대문화를 상징하는 말로서 손님에게<br />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세심한 배려를 베푸는 것을 뜻한다. 자기 집을 찾아 준,<br />

초대와 모임이 빈번한 연말을 앞두고<br />

세계 여러 나라의 초대문화를 살펴본다.<br />

종교와 문화에 따라 초대문화는 조금씩<br />

다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정과 마음<br />

씀씀이는 동일하다. 따뜻한 정이<br />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그것은 우리가<br />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br />

일러스트레이션. 전지훈<br />

삼성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지의 다양한 경험과 생활을<br />

통하여 그 지역의 관습과 문화를 익히며 삼성인의 현지화를<br />

도모하기 위해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br />

또는 자기 집의 행사를 찾아 준 손님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바로<br />

일본 접대문화의 바탕인 셈이다.<br />

영어에서는 단순한 ‘접대’라는 뜻으로 ‘Reception’이란 말을 쓴다. 그러나<br />

매우 극진한 접대, 즉 ‘환대’는 ‘Hospitality’라고 하는데, 이 말은 라틴어의<br />

‘Hospes(손님)’ 또는 ‘Hospitum(손님 접대,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이라는<br />

말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가 중세에 이르러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던 순례자들이<br />

쉬어 가던 휴식처를 뜻하는 ‘호스피스(Hospice)’라는 말이 생겼다. 현대에<br />

와서 이 말이 말기암 환자의 임종 간호를 뜻하는 말로 쓰이는 것은 매우<br />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의 시작을 뜻하지만,<br />

아울러 마지막을 함께해 주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 셈이다.<br />

78 79


루마니아<br />

춤과 음악으로 밤을<br />

지새는 라틴의 후예들<br />

삼성전자 윤성욱 과장<br />

집값 과열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루마니아<br />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최근에는 너무 오른 집값과<br />

임대료 때문에 늦은 나이에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젊은이,<br />

심지어는 동거 커플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br />

서양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루마니아에서는<br />

스무 살이 넘으면 집에서 독립하여 혼자 사는 것이<br />

일반적이다. 때문에 부모의 간섭 없이 친구들을 집으로<br />

불러 파티를 여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의 일부다.<br />

여기에는 비싼 물가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일반 식당에서<br />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으려면 1인당 50레이(한화<br />

약 2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대졸 평균 초임이<br />

800레이(약 32만 원)인 점을 생각하면 젊은이들에게<br />

외식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루마니아인들은 집에서 음식을<br />

장만하여 파티를 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파티는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열린다.<br />

루마니아에서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는 굳이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막상<br />

가 보면 의외로 빈손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염치도 없이 빈손으로 온다’고<br />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루마니아 친구들은 집으로의 초대를 가볍고 자유로운<br />

사교의 장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선물보다는 파티를 즐길 흥만<br />

준비하면 된다.<br />

노는 데 음악과 춤이 빠질 수 있으랴?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루마니아는<br />

동유럽 유일의 라틴계 국가다. 때문에 ‘라틴’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정열적인<br />

춤과 음악’이 루마니아 사람들에게도 함께한다. 그리고 ‘춤과 음악’은 당연히<br />

파티로 연결된다. 오디오 볼륨을 최대한 높여 놓고 막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을<br />

쉽게 볼 수 있다. 늦은 시간 소음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 마시라. 신기하게도<br />

옆집에서는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다. ‘나도 놀 땐 저렇게 놀았으니 참아야 한다’고<br />

생각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옆집의 파티 음악을 감상하며 잠을 청해야 하는<br />

경우가 종종 있다.<br />

여러 명이 참석하는 파티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br />

루마니아 사람들은 라틴족의 후예답게 한번 파티를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br />

않는다. 자정을 넘기는 것은 예사고, 결혼식 피로연 같은 경우는 다음 날 아침까지<br />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졸린 눈을 비비며 참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br />

참석하는 파티에서는 자유롭게 작별인사를 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br />

단 하나. 흡연 문제만은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학교 선생님을 초대하여 한국<br />

음식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뱃불을 붙이는 바람에<br />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다. 루마니아는 흡연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심지어 학교<br />

복도에서도 담배 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친구들이 다녀간 뒤 담배 냄새로<br />

찌든 집을 원하지 않는다면 미리 정중하게 실외 흡연을 권하는 것이 좋다.<br />

80 81


중국<br />

밥 한 끼 먹으러 왔을<br />

뿐인데…<br />

삼성에버랜드 이교민 주임<br />

유난히 뜨거웠던 2009년 상하이의 어느 여름날.<br />

교통대에서 MBA 과정을 함께 수강하는 학우로부터<br />

저녁 초대를 받았다. 절친한 8명의 학우들이 그의 집으로<br />

향했다. 그들 중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출발 전부터<br />

‘중국인 가정을 방문할 때 주의사항’을 되뇌기 시작했다.<br />

“시계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인이 있는 가정에<br />

선물해선 안 되고, 과일 중 배[ 梨 ]는 이별의 이( 離 )자와<br />

같은 음이기 때문에 함께 먹기에 적당하지 않다. 우산의<br />

산( 傘 )은 ‘흩어지다’는 뜻의 산( 散 )과 음이 같고, 장수의<br />

상징 거북도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욕설에 등장하기<br />

때문에 선물로 부적합하다.”<br />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가 끝났다고 자부한 나는 그들의<br />

문화적 기준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색깔이 스며든 한복을 입은 부부<br />

인형을 선물로 준비했다. 마침 집주인 또한 신혼부부였기에 더없이 완벽한 선물.<br />

예상했던 대로 젊은 부부는 귀여운 인형을 끌어안고 너무나 좋아했다. 드디어<br />

기다리던 저녁식사 시간. 새색시가 준비한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친구 녀석은<br />

흐뭇한 표정으로 “많이들 먹어. 저 사람이 요리를 좀 잘해” 하며 의기양양하다.<br />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 탓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저녁상을 치운 뒤<br />

술자리가 시작됐다. 한 잔, 두 잔 기울이는 술잔 속에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br />

문득 술잔을 응시하다 잔에 쓰여 있는 ‘경덕진( 景 德 鎭 ) 생산품’이라는 글자를<br />

발견했다. ‘이게 도자기로 유명한 경덕진에서 만든 잔이구나.’ 스스로의<br />

박식함에 감탄하던 바로 그때. 잔이 스르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바닥을 향해<br />

돌진하더니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머릿속이<br />

복잡해졌다. 기억에 의하면 중국인은 유리나 거울, 컵 등이 깨지는 것을 굉장히<br />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잠시 잃었던 정신을 가다듬고 돌파구를 찾던 순간, 예전에<br />

중국인 친구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br />

“그릇을 깨뜨렸을 때는 세세평안( 歲 歲 平 安 , 해마다 평안하시길)이라고 말해야 해.<br />

‘깨지다’라는 뜻의 쇄( 碎 )와 평안을 비는 세세평안의 세( 歲 )가 같은 발음이거든.<br />

불길함을 내쫓는 일종의 미신 같은 거지.”<br />

문득 떠오른 한마디가 아름다웠던 밤을 되돌려 줄 것이라 믿으며 입을 열었다.<br />

“세세평안!” 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수줍게<br />

미소 지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상 시나리오와 달리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기만<br />

하고, 천사 같았던 새색시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하다. 다행히 시간은 흘러 길고<br />

길었던 술자리가 끝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옆에 있던 친구가 툭 치며 한마디<br />

건넨다. “그런 말도 상황 봐서 하는 거야. 차라리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백번<br />

나을 뻔했어.” 도대체 뭐가 이렇게 복잡하단 말인가. 난 단지 밥 한 끼 먹으러 온<br />

것뿐인데.<br />

82 83


인도<br />

손님을 신처럼<br />

대접하는 인도인들<br />

삼성SDS 김희영 책임<br />

인도의 힌디어 중 ‘아티티 데보 바하바(Atithi Devo<br />

Bhava)’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손님은 신이다.<br />

그러므로 신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도에서는<br />

손님을 왕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신으로 간주한다. 때문에<br />

인도에서는 집으로 초대한 손님에게 최대한의 예의를<br />

갖춰 성대하게 대접한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어도 손님이<br />

오면 정작 본인들이 먹어야 할 음식마저 내주는 것이<br />

이들의 문화다.<br />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빈손으로<br />

가지 않고 과일이나 음료수 등을 들고 간다. 인도도<br />

비슷하다. 손님은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스위트(Sweet<br />

: 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인도 특유의<br />

매우 달콤한 스낵류), 과일(오렌지, 사과, 포도 등 인도에서 귀한 과일들) 혹은<br />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등의 선물을 집주인에게 건넨다. 현지인의 집을 처음<br />

방문했을 때는 그런 사실을 몰라서 한국식으로 값나가는 주스 네다섯 병을 사<br />

갔는데, 음료수는 인도의 약간 상위계층에서나 선물로 주고받는다는 사실을<br />

나중에야 알았다.<br />

현지인의 집에 들어설 때는 유의할 점이 있다. 신발은 반드시 집 밖에 벗어 두고<br />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양말은 신어도 무방하다. 이는 모든 더러운 것과<br />

부정적인 것을 집 안으로 들고 가지 않는다는 뜻과 더불어 초대받은 집에 대한<br />

존경의 의미로 간주된다.<br />

집주인은 손님에게 음료수, 차, 커피와 스위트 또는 스낵류(기름에 튀긴 양파,<br />

바나나칩, 무루꾸, 가차이얌이라 불리는 인도 전통 스낵들)를 먼저 권한다.<br />

이후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놓고<br />

끊임없이 먹을 것을 권한다. 아니 지나치게 강요한다 싶을 정도로 “조금만 더<br />

먹어라”, “하나만 더 먹어라” 하며 강제로 접시에 먹을 것을 퍼 준다. 마치 우리의<br />

할머니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손자 손녀들에게 끊임없이 먹을 것을 강요하는(?)<br />

것과 비슷하다.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을 경우에는 음식은 맛있으나 배가 불러<br />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면 되는데, 보통 서너 번은 거절해야 더 이상<br />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br />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눈 후 손님이 집을 떠날 때쯤이면 집주인이 손님에게<br />

꽃을 선물한다. 손님을 신격화하여 대우하기 때문에 힌두 신에게 숭배의 의미로<br />

바치는 꽃을 주는 것이다. 특히 여자 손님일 경우에는 그 꽃을 머리에 달아 주는<br />

것이 보통이다. 또한 강황가루, 사프란(Saffran: 식물의 한 종류) 가루로 만든<br />

노란색 가루와 빨간색 가루로 얼굴을 치장해 주기도 한다. 힌두사원에서 볼 수<br />

있는 승려나 신자들의 모습처럼. 이처럼 인도인들은 손님을 신처럼 대한다. 그대,<br />

신의 대접을 받고 싶다면 이곳 인도로 오라.<br />

84 85


사우디아라비아<br />

새벽까지 담소를<br />

즐기는 무슬림<br />

삼성전자 한지호 대리<br />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유난히 친구라는<br />

호칭이 많다. 학급 동창이나 직장 동료는 물론이고<br />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검문을 하던 경찰도, 지인의<br />

소개로 만난 사람도 모두 다 친구가 된다. 친구의 친구면<br />

곧 나의 친구가 되는 끈끈한 이슬람의 형제애는 서로를<br />

챙기고 아끼는 향기로운 마음이다.<br />

“친구!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친구 녀석의<br />

갑작스런 초대가 그리 낯설지 않았던 이유도 늘 챙겨<br />

주는 독특한 문화 덕이지 않았나 싶다. 친한 무슬림<br />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면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간단한<br />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안주인과 아이들을<br />

위한 선물이 보다 빛이 난다는 점은 세계 공통의<br />

‘센스’다. 물론 손님이 있을 경우에는 부부지간이라도 남녀가 겸상을 하지 않는<br />

것이 이슬람의 전통이어서 안주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불가능하다. 하지만<br />

정성껏 차려진 음식들을 맛있게 비워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 너무<br />

아쉬워하지는 말자.<br />

약속 시간이 저녁인 경우에는 하루 다섯 번(일출, 정오, 한낮, 일몰, 밤) 있는 기도<br />

시간을 피해서 조금 천천히 방문하는 것이 좋다. 초대한 가족들이 다 함께 기도를<br />

드리러 인근 사원에 가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잘못하면 빈집 앞에서 서성거릴<br />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시간의 약속이어도 요기를 하고 가는 것은 금물.<br />

식사 초대라면 분명히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이 차려지므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br />

보이려면 배를 좀 비워 두어야 한다. 정말 친한 사이에는 맛있는 음식을 서로 먹여<br />

주는 문화도 있다. 고기를 한 점 잘라서 입에 직접 넣어 주는 친구가 어색해 보일지<br />

모르지만 친구를 곧 형제로 생각하는 무슬림들에겐 자연스런 모습이다.<br />

한상 가득 차려진 식사가 끝나도 후식과 차, 커피의 행렬은 끝날 줄 모른다. 커피<br />

원두를 삶아서 내리는 아랍 전통 커피인 ‘까후아’는 세 잔까지는 권하는 대로<br />

마시고, 그 이후에 거절하는 것이 예의다.<br />

식사가 끝나도 수다는 끝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이<br />

깊어지기 마련이다. 이슬람 남성들은 언제든지 물담배 한 모금을 안주 삼아<br />

새벽까지 담소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새벽까지 버틸 강철 체력과 화수분 같은<br />

대화 소재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적절한 때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br />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면 응당 답례로 초대를 하는 것이 예의다. 그렇지만 똑같이<br />

한상 벌어지게 차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사이에 중요한 것은 마음일 뿐.<br />

차 한잔에도 충분히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친구를 초대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br />

없다. 단, 정말로 차 한잔을 대접할 요량이라면 가급적 저녁 시간은 피해야 한다.<br />

거한 상차림을 기대하고 왔다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돌아간다면 아무리 끈끈한<br />

우정이라 해도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br />

86 87


날개 잃은 직장인을 위하여<br />

비즈니스 캐주얼의<br />

화려하고 과감한 변신<br />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는 송년회 등 각종 모임과 파티가 빈번하게 열리는<br />

계절이다. 다들 하루하루 정신 없이 살아가다 보니 친했던 친구들조차도 1년에 단<br />

한 번 만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생활은 어떻든 간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앞에서<br />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제대로 차려입은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면 동창<br />

모임이나 회사 회식 등에서 편안하면서도 멋진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심어 줄 수<br />

있을 것이다.<br />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안병술 파트장은 작년 가을 삼성의 비즈니스 캐주얼<br />

복장지침을 보고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개념 자체가<br />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안 파트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에<br />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임원 보고 자리에 들어갈 때면 너무 격식<br />

없는 옷차림이 아닌지 스스로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런 고민은 안 파트장뿐<br />

아니라 비즈니스 캐주얼을 공식 복장으로 채택한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라면<br />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 생각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br />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겨울철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하기<br />

때문이다.<br />

옷은 단순히 추위를 막아 주는 도구가<br />

아니라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는<br />

척도다. 따라서 겨울철 옷차림에도<br />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격조와<br />

센스가 묻어나야 한다. 겨울철<br />

비즈니스 캐주얼을 완성하는 아이템을<br />

눈여겨보자. 그리고 또 하나,<br />

모임이 많은 연말을 위한 파티룩<br />

변신 비법은 덤이다.<br />

글. 이재광/제일모직 로가디스<br />

사진. 정혜정/사진문<br />

제품 협찬. 제일모직 로가디스<br />

비즈니스와 파티에서 주인공이 되는 법<br />

겨울철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본 또한 재킷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감촉을 느낄 수<br />

있으면서도 가벼운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바지의 컬러와 소재는 재킷과<br />

어울리는 것으로 고른다. 그런 다음 재킷 안에 셔츠와 따뜻한 스웨터를 겹쳐<br />

입으면 일반적인 겨울철 비즈니스 캐주얼이 완성된다.<br />

하지만 직접 회의도 주관하고 임원급 보고에도 참석해야 하는 안 파트장 같은<br />

경우에는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는<br />

보드라운 촉감을 지닌 홈스펀 조직의 따뜻한 베이지 색상 블레이저를 준비하는<br />

것이 좋다. 베이지는 가을・겨울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의 색상이며<br />

블레이저는 다양한 바지나 셔츠와 코디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재킷이다. 여기에<br />

패턴이 없는 라이트 브라운 색상의 바지와 ‘클레릭 셔츠’(몸판과 깃 부분의<br />

색상이 다른 셔츠)를 입으면 좀 더 높은 격식을 갖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랙과<br />

88 89


그레이 색상이 은은하게 조화된 울 소재의 타이를 멋지게 코디하면, 어떤 업무<br />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옷차림이 된다.<br />

그래도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면 쌀쌀할 때 입었다가 따뜻한 실내에서는<br />

벗기 쉬운 카디건이나 집업 스웨터를 준비하자. 이 정도면 12월 초겨울 날씨는<br />

문제없이 보낼 수 있다. 재킷은 실내에서도 벗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통<br />

의자에 걸쳐 놓고 일하는 우리네 습관을 고려하면 카디건은 재킷 없이도 전체<br />

코디를 완성해 주는 마무리 아이템 역할을 톡톡히 한다.<br />

“내일 송년회에는 뭘 입고 갈까? 이번 송년회는 와인바에서 열린다는데…, 너무<br />

캐주얼하지도 않고 너무 차려입은 듯한 느낌도 주지 않으면서 재기 넘치는<br />

옷차림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이탈리아를 넘어<br />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컬러풀한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기본<br />

중의 기본이라 불리는 ‘네이비 블레이저’를 착용하면 완벽한 코디라고 할 수 있다.<br />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하다면 체크 패턴이 발랄한 맛을 더해 주는 셔츠와<br />

은은한 그레이 컬러 니트조끼를 추가하면 된다. 이는 남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br />

따뜻함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코디법이다. 1년 만에 보는 동창들과의<br />

모임에서 ‘점점 젊어지는 것 같다’는 칭찬과 관심의 말이 당신에게 쏟아질 것이다.<br />

겨울철 비즈니스 캐주얼, 이것만은 잊지 말자<br />

무엇보다 겨울철 비즈니스 캐주얼은 따뜻해야 한다. 재킷이나 바지는 보온성이<br />

뛰어난 울 소재나 캐시미어 혼방 소재가 좋다. 입고 벗기 간편한 카디건이나 니트<br />

역시 겨울철에 빛을 발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아이템이다.<br />

겨울엔 펑퍼짐하게 입어야 따뜻하다는 말은 이제 잊어라. 비즈니스 캐주얼의<br />

모든 아이템은 자신의 몸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분만 남기고, 딱 맞게 입는<br />

것이 포인트. 배가 나온 사람들도 몸에 딱 맞게 입으면 오히려 더 날씬해 보인다는<br />

사실을 잊지 말자.<br />

안 차장의 변신, 실전 옷입기 테크닉<br />

삼성코닝정밀유리 안병술 파트장<br />

생산설비 유지보수<br />

업무를 맡고 있는 안병술<br />

파트장은 출근하면 근무복으로<br />

갈아입는다. 비즈니스 캐주얼이<br />

그에게는 출퇴근 복장이긴 하지만<br />

입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고<br />

해서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br />

주로 아내가 골라 주는 옷을<br />

입어 온 그는 비즈니스 캐주얼이<br />

어렵게 느껴져 이번 촬영에 앞서<br />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촬영이<br />

시작되자 그 걱정은 기우임이<br />

곧 드러났다. 비즈니스 캐주얼을<br />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큰 힘이<br />

될 수 있다면 아마 이런 경우를<br />

가리키지 않을까.<br />

90 91


on time<br />

off time<br />

ROGATIS<br />

ROGATIS<br />

Style 격식 있는 보고용 비즈니스 캐주얼<br />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무조건 타이를 안 매는 것은<br />

아니다.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격식 있는<br />

코디를 연출할 때는 타이만큼 좋은 아이템도 없다.<br />

베이지와 블루로 전체적인 코디의 색상 대비를 이룬<br />

다음, 은은한 컬러의 타이로 V-Zone을 정리해 주면,<br />

부드러우면서도 능력 있는 남자로 보일 수 있다.<br />

Advice Point<br />

우리나라 남자들은 전반적으로 은은한 코디 속에서<br />

타이로만 컬러 포인트를 주려는 경향이 강하다.<br />

무지개 색상이 거리의 남성들 V-Zone을 점령하지만,<br />

진정한 고급스러움은 재킷 그리고 바지와 은은하게<br />

어울릴 수 있는 타이가 완성해 줌을 잊지 말자.<br />

Style 색상 대비를 활용한 산뜻한 파티룩<br />

때로는 멋진 크리스마스나 송년회를 위해서 과감한<br />

시도를 하는 것도 좋다. 입은 사람이 어색해하지만<br />

않는다면 보는 사람은 자연스레 그 사람의 코디에<br />

관심이 가기 마련. 잦은 음주로 인해 푸석해진 피부를<br />

생기 있어 보이도록 할 때도 산뜻한 색상 대비를<br />

이용한 코디가 효과적이다.<br />

Advice Point<br />

레드톤의 코듀로이 바지는 무조건 몸에 딱 맞게<br />

입어야 한다. 골반보다 위에 허리라인을 맞추고,<br />

밑단은 조금 짧은 듯이 수선해 입으면 다리가 길어<br />

보이면서 날씬해 보이기까지 한다. 전반적으로 강한<br />

톤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레이 컬러의 니트와 네이비<br />

블레이저로 코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br />

Style Plus 남성 패션의 마무리, 타이<br />

남성 패션의 아이템은 대부분 실용성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지만, 유독 타이만은 장식적 요소만 지닌<br />

아이템이다. 그래서 타이를 맨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잘 차려입었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 요즘 남자들이<br />

조금씩 관심을 갖고 시도하는 포켓치프를 함께 매치하면 남부럽지 않은 패션 리더가 될 수 있다. 포켓치프의<br />

색상은 셔츠의 색상이나 셔츠 패턴의 색상 중 하나와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다.<br />

Style Plus 재킷의 큰형님, 네이비 블레이저<br />

영국 해군 제복에서 유래한 네이비 블레이저는 재킷의 범주를 창시한 맏형 격인 아이템이다. 네이비 블레이저가<br />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다양한 활용도 덕분이다. 평일에는 타이를 맨 코디로, 주말에는<br />

편안한 버튼다운 셔츠나 니트류와 코디해도 잘 어울린다. 바지는 베이지와 그레이 색상이면 만사 OK. 팔색조<br />

같은 매력을 지닌 네이비 블레이저 하나면 일주일을 거뜬히 날 수 있다.<br />

92 93


소품을 이용한 파티룩 연출 비법<br />

타이와 포켓치프는 하나의 세트처럼 잘<br />

어울리는 아이템. 요즘에는 포켓치프가 붙어서<br />

나오는 재킷도 많다. 하지만 인위적으로<br />

모양을 고정한 포켓치프보다 실제 손으로 만든<br />

포켓치프의 모양이 훨씬 자연스럽다. 화이트<br />

색상의 포켓치프를 하나 마련한 뒤 자연스러운<br />

모양을 만들어 포켓에 꽂아 보자. 서너 가지의<br />

포켓치프 꽂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br />

수 있고, 이를 익히는 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br />

필요한 건 오직 관심과 노력일 뿐.<br />

Pocket<br />

Chief<br />

Bow Tie<br />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의 파티는 ‘잘 차려<br />

입었다’는 느낌을 주는 옷차림이 바람직하다.<br />

이런 목적을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아이템이<br />

바로 보타이. 원칙적으로는 직접 보타이를<br />

멋스럽게 매야 하겠지만, 초보자들이 제대로<br />

된 보타이 매듭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편.<br />

하지만 시중에는 매듭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br />

후크(Hook)로 목 부분에 고정만 하면 되는<br />

형태의 보타이가 많이 나와 있으니 고민할<br />

필요는 없다.<br />

스타일의 문제에<br />

대해서는 시류에 잘<br />

따라야 한다.<br />

원칙의 문제에<br />

있어서는 바위처럼<br />

버텨야 한다.<br />

on matters of style,<br />

swim with the<br />

current, on matters<br />

of principle, stand<br />

like a rock.<br />

토마스 제퍼슨, 미국 제3대 대통령<br />

격식 있는 파티룩이라 하더라도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br />

있다면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닐 듯. 스웨터로 보온성도<br />

챙기자. 스웨터는 셔츠 위에 덧입는 아이템이고<br />

재킷과 셔츠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br />

스웨터는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골라야 재킷과 셔츠의<br />

실루엣을 망치지 않는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br />

스웨터보다 한 사이즈 작은 것을 고르면 된다.<br />

Sweater<br />

94 95


판타스틱 Table 직장백서 Talk<br />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br />

잡은 비결은?<br />

•사회 : 김혜영(MBC 라디오 진행자)<br />

•좌담 참석자(왼쪽부터) : 선미진 사원(삼성SDI SM추진사무국) / 김혜영 선임(삼성화재 보상서비스<br />

총괄) / 홍수민 과장(삼성네트웍스 웹비즈센터) / 김선영 차장(삼성생명 고객지원팀 CRM파트)<br />

내 맘대로 출근한다,<br />

고로 나는 즐겁다<br />

날이 갈수록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br />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위치를<br />

굳건히 하며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br />

있다. 일과 사랑, 일과 가족 사이에서<br />

줄타기를 하면서도 부드러운 힘으로<br />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직장여성들.<br />

방송인 김혜영 씨와의 유쾌한 만남을 통해<br />

그들의 애환과 직장여성으로 살아가는<br />

성공 비결을 들어 본다.<br />

정리. 편집실<br />

사진. 박해욱/사진문<br />

일러스트레이션. 김경진<br />

: 직장인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변화<br />

최근 들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br />

운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br />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br />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출퇴근<br />

시간을 조절하여 자기계발에 힘쓰는가<br />

하면, 월요병이나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br />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유로운 출퇴근<br />

시간이 직장인의 가슴을 시원하게<br />

만드는 청량제로<br />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br />

글. 김연희/자유기고가<br />

96<br />

97


사회 김혜영 반갑습니다. 오늘은<br />

말이죠. 가끔 그런 분들과 업무협의<br />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지혜가<br />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죠. 그럴 때마다<br />

직장여성의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br />

할 때는 좀 힘들어요. 그럴 때는 직접<br />

아닐까요?<br />

저의 필살기가 위력을 발휘한답니다.<br />

보고자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br />

부딪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여유를<br />

바로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죠.<br />

경제활동인구가 2000년대 들어<br />

가지려고 노력해요. 아이디어가 좋으면<br />

홍수민 제가 일하는 곳은 여자 선배들이<br />

부드러운 미소, 부드러운 말투,<br />

50%를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그만큼<br />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제 의견이<br />

비교적 많은 편이예요. 선배들이<br />

부드러운 매너를 이용하면<br />

일하는 여성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죠.<br />

반영되거든요. 이런 게 바로 전투에서<br />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br />

만사형통이에요. 결혼하신 여자<br />

일을 한다는 것은 여성들에게 행복한<br />

길을 닦아 놓아서 저는 사실 어려운<br />

선배들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br />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가족들에게<br />

점이 없답니다. 그 길만 따라가면<br />

수 있는 것도 부드러운 리더십이에요.<br />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우린<br />

되니까요. 제 직장에서도 협상 능력은<br />

물론 자기 의견을 내세워야 할 때는<br />

지금 행복한 사람들끼리 만난 거예요.<br />

남자보다 여자가 뛰어난 것 같아요.<br />

엣지 있게 대응하시지만, 그런 모습을<br />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직장생활을<br />

한 발 뒤로 빠졌다가 낚아채기?<br />

보면 정말 멋있고 존경스러워요.<br />

하면서 성차별보다는 오히려 여자였기<br />

뭐 그런 거요.<br />

때문에 이득을 본 게 더 많은 것<br />

김선영 표현의 부드러움과 일에<br />

같아요. 여자에게는 여자만의 무기가<br />

김혜영 공감합니다. 저는 삼성화재에<br />

있어서의 날카로움은 다른 것 같아요.<br />

있잖아요. 사실 저는 좀 모자란 척하는<br />

입사하여 처음 4년 동안 보상 업무를<br />

여자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도<br />

연기로 남자들을 휘어잡아요. 저만의<br />

맡았었는데 일을 하면서 그런 점을<br />

전문성이 결여되면 힘을 발휘할 수<br />

비법이죠. 그 비법으로 남편도 꽉<br />

피부로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br />

없죠. 최근 들어 여성 파워가 더욱<br />

잡았고, 강석 씨랑 싸울 때도 항상<br />

피해자가 여자인 경우에는 같은 여자의<br />

거세지는 것은 직장여성들이 전문성을<br />

이겨요.(웃음) 여러분도 직장생활을<br />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br />

겸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br />

하다 보면 여자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br />

손도 잡아 주고, 따뜻하게 안아 줄 수도<br />

점이 있지 않나요? 아니면 손해였나요?<br />

있잖아요. 그러면 협상이 술술 풀리곤<br />

사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br />

전투에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긴다<br />

김선영 글쎄요. 여자라는 이유로<br />

직장 내에서 차별받은 기억은 없는<br />

거 같아요. 그런데 가만 보면 몇몇<br />

김혜영<br />

MBC 라디오 진행자<br />

직장생활을 하면서<br />

성차별보다는 이득을 본 게<br />

더 많은 것 같아요.<br />

해요. 하지만 남자들은 그렇게 못하죠.<br />

성희롱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br />

이렇듯 여성성을 발휘해서 이득을 보는<br />

경우가 참 많아요.<br />

선미진 제 업무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br />

기억에 남는 말은 바로 ‘지는 게 이기는<br />

거다’란 말이었어요. 처음엔 이해할 수<br />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깊은 뜻을<br />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앞에서는<br />

지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이기고<br />

마는 지혜. 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서<br />

남자분들은 지는 걸 못 참으시는<br />

발간하는 일이에요. 이를 위해서는<br />

승리하는 유연하고도 부드러운 리더십,<br />

경향이 있는 듯해요. 특히 여자한테는<br />

모든 부서의 사람들과 원활한<br />

그것이 바로 여자의 경쟁력 아닐까요.<br />

98 99


남편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지원군<br />

사회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 중 한 분<br />

빼고는 모두 워킹맘이네요. 집안일과<br />

직장일을 동시에 하려면 슈퍼우먼이<br />

돼야 하잖아요. 하지만 두 가지 일을<br />

여자 혼자서 완벽하게 하기란 사실<br />

불가능합니다. 가족들이 도와줘야만<br />

가능한 일이죠. 제 남편은 “양말 줘,<br />

와이셔츠 줘” 그런 말 안 해요. 알아서<br />

챙겨 입죠. 여러분은 어떠세요? 남편이<br />

가사일 잘 도와주나요?<br />

김선영 사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br />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br />

외조 덕분이랍니다. 주중에는<br />

회사일 때문에 집안일은 거의<br />

팽개치고 사는 편이에요. 그런 저를<br />

남편이 이해해 준답니다. 주중에는<br />

거실 바닥에 먼지가 굴러다녀도<br />

뭐라고 하지 않아요. 정 지저분하면<br />

자신이 직접 청소하고…. 신혼 때는<br />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수고했어”<br />

그랬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br />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br />

“고맙다”고 해요. 진심으로.<br />

홍수민 제 경우도 회사일에 집중할 수<br />

있는 건 남편 덕이랍니다. 제 남편은<br />

집안일을 정말 잘 도와주거든요. 저도<br />

결혼 초에는 “우린 맞벌이 부부니까<br />

집안일을 같이 하는 건 당연한<br />

거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br />

저를 더 이상 가녀린 여자로 보지<br />

김선영 차장<br />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CRM파트<br />

여성 파워가<br />

더욱 거세지는 것은<br />

전문성과 부드러운<br />

리더십 때문이죠.<br />

않더군요. 그 뒤로 작전을 바꿨어요.<br />

“당신이 도와주니까 너무 편하다”고<br />

애교도 부리고, 칭찬도 하죠. 그러니까<br />

남편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 간단한<br />

방법을 터득하는 데 장장 6년이나<br />

걸렸어요.<br />

김혜영 결혼할 때 친구들이 그러더군요.<br />

남편한테 십계명을 적어 주라고.<br />

집안일을 나눠서 각자 맡을 일을<br />

명문화해 놓으란 거죠. 남편한테<br />

얘기했더니, “뭐 그런 걸 쓰니. 서로<br />

시간 날 때 하면 되지” 하더군요.<br />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br />

남편보다 제가 더 야근이 많은 거예요.<br />

덕분에 주중에는 남편이 빨래도 하고,<br />

청소도 하고, 퇴근시간에 맞춰 데리러<br />

오기도 하고 그래요.<br />

사회 십계명 썼으면 큰일 날 뻔<br />

했네.(일동 웃음). 여기 미혼자도 한<br />

명 있는데, 다들 직장생활을 더 잘하기<br />

위해서라도 결혼은 꼭 하라고 말해<br />

주고 싶나요?<br />

홍수민 어른들이 결혼은 꼭 해야 하고,<br />

아이도 낳아야 한다고 하시잖아요.<br />

살아 보니까 어른들 말씀이 다 맞는<br />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결혼해서 아이<br />

홍수민 과장<br />

삼성네트웍스 웹비즈센터<br />

직장생활을 오래하고<br />

싶으면 꼭 결혼하라고 말해<br />

주고 싶어요. 내 지원군이<br />

생기는 거니까.<br />

낳기 전까지가 직장생활 중에 제일<br />

행복한 때였어요. 야근한 뒤 동료들과<br />

맥주 한잔하고 들어가도 잔소리 안<br />

하고 기다려 주는 동반자가 있다는<br />

게 너무 행복했거든요. 직장생활을<br />

오랫동안 하고 싶으면 꼭 결혼하라고<br />

말해 주고 싶어요. 내 지원군이 생기는<br />

거니까.<br />

김혜영 저도 결혼은 꼭 하라고 말해<br />

주고 싶어요. 결혼 전에 비해 삶의 질도<br />

100 101


높아지고, 무엇보다 인생의 장기적인<br />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br />

맞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br />

비전을 공유할 사람이 생기니까요.<br />

회사를 그만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br />

사회 이 자리에 계신 기혼자들은<br />

아니잖아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br />

선미진 사실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br />

다 아이 엄마죠? 아이가 생기면<br />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육아나<br />

고민이 많았어요. ‘과연 결혼을 하는<br />

엄마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는데,<br />

교육 문제는 정부에서 함께 고민해야<br />

게 좋을까?’, ‘결혼한 뒤에 회사일도<br />

아이는 남편이 대신 키워 줄 수도<br />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직장여성들이<br />

잘하고 가사도 잘할 수 있을까?’<br />

없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br />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br />

하는…. 그런데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br />

점은 무엇인가요?<br />

보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br />

여성의 이름으로 네 꿈을 펼쳐라<br />

비전을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br />

확신이 드네요.<br />

김선영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는<br />

것이 제일 큰 고민이죠. 저는 다행히<br />

친정어머니 덕분에 고민을 덜 수<br />

있었어요. 평일에는 친정어머니에게<br />

사회 아이를 생각하면 한없이<br />

미안해지는 존재가 엄마인 것 같아요.<br />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죄책감은<br />

업계 최고의 전문가,<br />

착한 아내, 좋은 어머니….<br />

여러분의 꿈은 꼭<br />

이뤄질 겁니다.<br />

맡기고 주말에는 제가 보살폈죠.<br />

갖지 말아야 해요. 미안한 생각이 들수록<br />

‘애정은 양보다 질’이라며 주말에<br />

더 사랑해 주면 되잖아요. 마지막으로<br />

김혜영 선임<br />

삼성화재 보상서비스 총괄<br />

육아나 교육 문제에 대한<br />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br />

지원이 절실하다고<br />

생각해요.<br />

집중적인 사랑을 쏟아 부었어요.<br />

그런데 아이가 크고 나니까 이젠 학습<br />

문제가 고민거리네요.<br />

홍수민 아이만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br />

아파요. 얼마 전에 회사 워크숍이<br />

있었어요. 아이한테 “엄마 하룻밤 자고<br />

올게” 했더니 얼굴색이 확 변하면서<br />

“그럼 난 너무 속상해” 하더군요.<br />

엄마가 항상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br />

것 같아요.<br />

김혜영 저도 7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br />

“아이가 크면 직장을 포기하는 게<br />

워킹우먼으로서, 워킹맘으로서<br />

여러분의 꿈이 궁금하네요.<br />

김선영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면 아이와<br />

남편이 희생하는 부분도 있다고<br />

생각해요. 그런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br />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br />

그리고 현재 맡고 있는 웹마케팅<br />

분야에서 삼성생명이 업계의 이정표가<br />

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br />

그런 다음에는 전문가가 되어 많은<br />

사람들과 제가 가진 경험을 나누고<br />

싶습니다.<br />

홍수민 어느 자리까지 오르고 싶다는<br />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제가 맡고 있는<br />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br />

좋겠어요. 그리고 선배들이 그랬던<br />

것처럼 저 또한 후배들에게 더 넓은<br />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br />

싶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1년에<br />

한 번은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는데,<br />

앞으로도 그 약속을 잘 지켜서 많은<br />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br />

102<br />

103


김혜영 저는 훗날 이 세상을 떠날<br />

때 명예롭고 싶어요. 한 아이의<br />

자애로운 엄마이고, 한 남자의 현명한<br />

아내였다는 것도 명예일 수 있지만,<br />

사람들이 ‘김혜영’이란 이름 석자를<br />

떠올렸을 때 ‘그 사람 참 멋있었다’는<br />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러려면 결국<br />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돼야 하는<br />

건가요?<br />

선미진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배운<br />

게 많아요. 사실 저는 욕심이 많아서<br />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었거든요. 좋은<br />

남편을 만나고, 똑똑한 아이를 낳아<br />

똑 부러지게 키우고…. 그런데 오늘<br />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그래서 든<br />

생각인데, 앞으로는 조화로운 사람이<br />

되고 싶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제가<br />

맡은 역할들 사이에서 충돌 없이,<br />

하나를 위해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하지<br />

않는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br />

사회 역시 젊은 분들이라 꿈이 참<br />

다양하네요. 저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br />

꿈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대신 지금<br />

이 상태가 가장 좋고, 가장 행복하다고<br />

생각한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br />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제 꿈이에요.<br />

오늘 참 유쾌한 만남이었어요.<br />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주셔서<br />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꿈이 모두<br />

이루어지기를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br />

선미진 사원<br />

삼성SDI SM추진사무국<br />

하나를 위해<br />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하지<br />

않는 조화로운 삶을<br />

살고 싶어요.<br />

여성의 미션은 남성의<br />

정신을 고양시키는<br />

것이 아니라 여성의<br />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다.<br />

남자의 세상을 유지하는<br />

것이 아니라 모든<br />

활동에 여성의 요소를<br />

고취함으로써 인간의<br />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br />

The woman’s mission<br />

is not to enhance<br />

the masculine spirit,<br />

but to express the<br />

feminine; hers is not<br />

to preserve a manmade<br />

world, but to<br />

create a human world<br />

by the infusion of the<br />

feminine element into<br />

all of its activities.<br />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br />

104 105


삼성, 이것이 궁금해요<br />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br />

전시회의 비밀<br />

세계전자박람회의 양대 산맥은<br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br />

세계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br />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br />

국제생활전자박람회(IFA)다.<br />

삼성은 이를 포함한 해외 전시에서<br />

가장 많고, 가장 다양하며,<br />

가장 뛰어난 신제품들을 선보여<br />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br />

글. 강미경/제일기획 스페이스마케팅팀 국장<br />

자료 제공. 제일기획 스페이스마케팅팀<br />

2009 IFA 삼성전자 전시장<br />

106 107


삼성이 처음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2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삼성의<br />

부스 크기는 약 46m 2 (14평)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베를린에서 열린<br />

국제생활전자박람회(IFA)에서 삼성은 약 4000m 2 (1200평)에 달하는 독립 부스를<br />

사용했다. 이는 농구장 10개를 합쳐 놓은 것과 같은 거대한 크기다. 20년 만에<br />

부스 크기가 약 100배 커진 것이다. 예전에는 전시회 관계자들조차 삼성을 모르는<br />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인사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원더풀 삼성’을 외친다.<br />

불과 20년 사이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br />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기술의 힘<br />

1 전시 속에 감춰진 오감 마케팅<br />

전시의 핵심은 관람객과 시공간을 공유하며 체험과 시각적 효과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br />

향상시키는 데 있다. 체험은 두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제품을 직접 만지고<br />

조작하며 경험하는 직접적 체험이고, 또 하나는 제품 이외의 요소, 즉 공간의 분위기<br />

등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성을 경험하는 간접적 체험이다. 이러한 체험의<br />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진열하는 가구나 집기의 디자인에서부터 이벤트<br />

아이템, 도우미의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감성을 일관되게 경험할 수 있도록<br />

‘하나의 목소리_One Voice’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감각과 감성, 인지, 행동 등의<br />

오감마케팅을 두루 고려한 고객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br />

국제 전시회는 세계 전자시장을 이끌어 갈 새로운 트렌드와 신기술의 경연장이다.<br />

그 중심에 삼성이 서 있다. 세계 유수의 전시회에서 삼성의 CEO가 개막<br />

기조연설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점이 그 증거이다. 개막 기조연설은 전시회의<br />

백미다. 오직 한 사람의 CEO에게만 허락된다. 예전에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br />

등 유명 CEO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제는 삼성의 CEO가 그 자리를<br />

대신하고 있다. IFA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6년에는 최지성 사장이, 2008년에는<br />

박종우 사장이, 그리고 올해는 윤부근 사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담당했다.<br />

2 전시에 출품된 제품의 비밀<br />

개막 즉시 출품한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판가름 나고, 상품의 가치가 판단되는 전시회는<br />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따라서 제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엔<br />

치명적이다. 특히 상용화 이전의 신상품일 경우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br />

혹시라도 오작동을 일으키면 해당 상품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며칠 밤을 꼬박 새워<br />

정상화 시켜 놓는다. 이와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시에 출품되는 제품들은 항상<br />

넉넉하게 준비되며, 그 물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br />

108 109


3 전시 공간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br />

4 전시장의 꽃 도우미<br />

전시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시장 전체에서 ‘관람객 출입 동선을<br />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관람객이 삼성 부스에 접근하는 동선을 따라 전체적인<br />

전시 공간의 방향을 정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각적으로 삼성의 부스를 얼마나<br />

잘 보여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삼성의 사인을 어느 위치에 배치할 것인지, 그 색상<br />

조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조명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을 고려하게 된다. 다음으로<br />

중요한 것이 ‘어트랙션 모뉴먼트’다. 이는 주로 TV를 활용하여 조형적으로 연출하거나<br />

HD 콘텐츠를 멀티영상으로 연출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눈에 잘 띄는<br />

전시공간 전면에 위치시켜 관람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br />

도우미는 전시장의 꽃이다.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기업의 이미지가 좌우된다. 선발<br />

기준도 국가마다 차이가 많다. 해외 전시의 경우 대부분 외모보다는 전문성, 즉 담당<br />

코너의 제품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최고의 선발 기준이다.<br />

특히 미국의 경우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삼성 제품을 실제 판매하고 있는 직원들이<br />

도우미로 나선다. 오랜 판매 경험에서 얻은 해박한 지식으로 소비자의 궁금증을 명쾌하게<br />

해소해 주는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br />

부스 내부 공간은 수없이 다양한 제품들을 얼마나 잘 정리하여 구분되게 보여 주느냐가<br />

관건인데, 인위적인 곡선이나 복잡한 내부구조는 피하고, 제품군별로 한눈에 구분되어<br />

보일 수 있도록 모듈화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편안하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br />

분위기를 형성하고, 관람객이 부스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br />

다양한 연출물을 활용해 재미를 부여한다. 카메라 코너에 흥미를 유발하는 피사체를<br />

연출한다든지, 프린터 토너를 이용한 연출물을 만든다든지, 관람객이 직접 제품을<br />

조작해서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는 체험코너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 그런 사례들이다.<br />

5 해외 전시 100배 즐기는 법<br />

최첨단 전자제품들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국제전자박람회.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br />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개막 전날에 발행하는‘프레스 티켓’을 구하는<br />

것이다. 프레스 티켓을 소지하면 모든 전시장을 구석구석 훑을 수 있고, 사진 촬영도<br />

가능하다. 단, 구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프레스 티켓이 없어도 실망할 필요는<br />

없다. 전시 전날에 주최 측에서 개최하는 파티들이 종종 열리는데, 이 자리에 참석하면<br />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순간을 보낼 수 있다.<br />

<strong>11</strong>0 <strong>11</strong>1


creativity<br />

창의성의 심오함을<br />

다시 생각한다<br />

바야흐로 창의성이 비즈니스의<br />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세상이다.<br />

자동차, 휴대폰, TV 등 일상에 널려<br />

있는 많은 제품들은 생산 대신 창작의<br />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하지만 기업이<br />

예술적 감성을 제대로 소화해 내기는<br />

의외로 어렵다. 한 시대를 풍미한<br />

예술계의 거장들을 통해 창의성의<br />

심오한 세계를 들여다본다.<br />

글. 조일훈/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br />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생각과 감성의<br />

산물이다. 동시에 소통의 결과이기도 하다.<br />

개인의 내면과 사회 환경, 기업과 시장의<br />

소통을 통해 탄생하고 자라난다. 이제<br />

기업인들도 불세출의 예술가들이 갖고 있던<br />

생각과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br />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들의 열정적 작업과<br />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통방식은<br />

아직도 보편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이다.<br />

01.<br />

파격의 대명사 앤디 워홀<br />

––<br />

미술사에서 앤디 워홀(1928~1987)<br />

만큼이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br />

인물도 없다. 일회용 수프 깡통을 그대로<br />

베끼고 가십 가득한 연예잡지에서 오려 낸<br />

할리우드 스타의 사진을 판화로 찍어 낸<br />

그를 어떤 평론가들은 “대중매체의 본질을<br />

정확하게 꿰뚫어 예술의 대중화로 연결시킨<br />

천재”라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화가 중<br />

한 사람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br />

워홀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하는<br />

이들은 그의 화가로서의 능력 부족과<br />

상업성을 비판한다.<br />

워홀의 대표작인 수프 깡통 작품 (1962)과 평론가들로부터 미술사의<br />

흐름을 바꿔 놓은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br />

수세미 박스 작품 (1964)는<br />

앤디 워홀<br />

(Andy Warhol)은<br />

미국의 미술가이며,<br />

팝아트 운동의<br />

선구자다.<br />

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br />

/ SACK, Seoul, 2009<br />

<strong>11</strong>2 <strong>11</strong>3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슈퍼마켓 진열대의<br />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누구든지<br />

했다. 대표작인 캠벨 수프<br />

한 모퉁이를 재현해 놓은 것으로 밖에<br />

맥도날드 햄버거와 콜라를 즐길 수 있었고,<br />

깡통 시리즈는 친구의<br />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쯤에서 예술가의<br />

맛은 평등했다.<br />

제안으로 시작됐고, 유명인<br />

최고의 미덕이자 의무이기도 한 창의성이<br />

워홀은 예술의 대상이 되리라곤 아무도<br />

초상 시리즈 중 엘비스<br />

의문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br />

생각하지 않았던 바로 이런 일상을 작품의<br />

프레슬리와 신문의 사고 장면<br />

앤디 워홀 이전의 미술은 신성한 독창성의<br />

소재로 삼았다. 동네 마트와 찬장 선반에<br />

사진을 이용한 재난 시리즈도<br />

전통 속에 있었다. 독자적인 창작세계와<br />

줄지어 있는 통조림 상표를 갤러리에서<br />

조수의 아이디어였다.<br />

내밀한 감성의 표현, 그 결과물인 작품이<br />

만난 관객들은 친근함을 느꼈다. 서민들의<br />

그는 또한 예술도<br />

갖는 개성과 유일무이함이 그것이었다.<br />

평범한 기호가 미술의 주제가 되어 콧대<br />

비즈니스라는 점을 명확히<br />

상업적인 보상과 세상의 평가에서 멀어지면<br />

고귀함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워홀은 주위에<br />

넘쳐 나는 싸구려 이미지를 판화라는<br />

기계적인 제작방식으로 무수하게 복제해<br />

내고, 그것을 철저히 돈으로 계산해 부를<br />

쌓았으며 명예까지 거머쥐었다. 뭐 하나<br />

새로울 것 없는, 심지어 천박해 보이기까지<br />

하는 그의 작품 속에 대체 무엇이 숨겨져<br />

있기에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이 현대미술의<br />

상식이 되었을까. 이전과는 다른 창의성의<br />

해석과 적용이 그 답이다.<br />

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SACK, Seoul, 2009<br />

높은 미술관에 내걸렸다는 사실에서 일종의<br />

쾌감마저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전까지<br />

미술계를 휩쓸던, 작가 내면의 감성을<br />

과도하게 표출시킨 극도의 추상에 질릴 대로<br />

질린 상태이기도 했다.<br />

워홀은 작품 주제를 선택하는 단계뿐<br />

아니라 그것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이전의<br />

창의성 개념과는 전혀 다른 파격을 취했다.<br />

조수들을 채용해 자신은 아이디어만<br />

지시하고 실제 제작은 그들에게 맡겼다.<br />

미술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제작해야<br />

한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전면적으로 거부한<br />

인식했다. “돈을 버는 것은<br />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br />

예술이고, 비즈니스야말로<br />

최고의 예술이다”라고<br />

공공연하게 말한 워홀은<br />

자신이 만든 물건(작품)의<br />

가치를 높여 최고의 이윤을<br />

남길 수 있는 방식으로 작품<br />

제작에 접근했다. 잡지 사진<br />

속에서 오려 낸 꽃을 이용한<br />

는 다양한 크기의<br />

캔버스에 같은 이미지를<br />

02.<br />

것이다. 자신의 작업실을 노골적으로<br />

복제해 담은 작품이다. 언뜻<br />

예술의 정의를 뒤집은 거꾸로 생각하기<br />

‘팩토리(공장)’라 이름 짓고 하루에 많게는<br />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각<br />

––<br />

80점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1962년과<br />

작품마다 마지막 단계에 작은<br />

1950년대 미국은 값싸고 편리한 대량생산<br />

제품이 대중의 기호와 맞물리면서 이전과는<br />

전혀 다른 소비문화를 낳았다. 소비가<br />

쾌락의 수단이 되면서 제품에 따른 유행이<br />

미국의 상징,<br />

앤디 워홀의 상징인<br />

1962.<br />

1964.<br />

1964년 사이에 제작된 실크스크린 프린트만<br />

무려 2000점이 넘을 정도였다.<br />

심지어는 타인의 아이디어까지 사들였다.<br />

작품 영감을 얻기 위해 시인 등을 조수로<br />

변화를 주어 가격을 올렸다.<br />

대량생산이라는 상업적<br />

전술의 효과를 꾀함과 동시에<br />

손쉽게 가한 작은 변화들로<br />

이어졌으며, 유행의 변덕스런 속성에 맞추어<br />

삼아 돈을 지불하고 작품 주제를 얻기도<br />

작품 하나하나를 독창적으로<br />

<strong>11</strong>4 <strong>11</strong>5


만들어 가치를 높인 것이다.<br />

대표하는 대문호인 발자크의<br />

덩어리’, ‘거대한 태아’,<br />

워홀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이란 전통적인<br />

기념상 제작을 로댕에게<br />

‘식인괴물・악마・기형이<br />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성<br />

의뢰했다. 로댕은 발자크의<br />

합쳐진 괴물 덩어리’라는<br />

없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기계의<br />

정신세계를 표현하기 위해<br />

야유가 쏟아졌다. 이미 대가의<br />

테크닉에 의지하고, 타인의 아이디어와<br />

방대한 양의 발자크 작품과<br />

반열에 올라 있던 그가 예술적<br />

손을 빌려 썼으며, 무수한 복제로 미술을<br />

전기를 읽고 그의 고향 마을을<br />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말까지<br />

상업적인 상품의 이미지로 끌어내렸다.<br />

여행했다. 그가 이용하던<br />

들어야 했다.<br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점이 워홀을<br />

양복점을 찾아내 그가 입었던<br />

로댕은 이에 대해 “정열로<br />

가장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작가 중 하나로<br />

것과 똑같은 외투를 맞춰<br />

들끓는 진짜 영웅적인 발자크<br />

만들었고, 찬사든 비난이든 오늘날의 미술에<br />

입고 다니며 그의 몸에 대해<br />

상이다. 나는 일찍이 이렇게<br />

커다란 영향을 끼친 예술가로 남게 했다.<br />

연구했다. 발자크의 진실한<br />

만족스런 작품을 만든 적이<br />

삶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 위해<br />

없다. 이것은 나의 정력과<br />

03.<br />

사생활도 치밀하게 조사했다.<br />

나의 예술의 비밀을 심오하게<br />

몰입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로댕<br />

––<br />

현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댕<br />

늘 빚에 쪼들렸던 발자크는<br />

빚쟁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br />

앞문을 피해 잠옷 가운을<br />

오귀스트 로댕<br />

(Auguste Rodin)은<br />

프랑스의 조각가다.<br />

드러낸 내 예술의 총체 그<br />

자체다”라고 맞섰다.<br />

이후 평가는 극단적으로<br />

(1840~1917)은 생전에 명성을 얻고<br />

걸친 채로 뒷문으로 허둥지둥<br />

바뀐다. 갈기처럼 거칠게<br />

대중적 인기도 누린 복 많은 작가였다.<br />

도망가곤 했는데, 대문호의<br />

갈라진 머리와 눈자위가 움푹<br />

하지만 그의 작품 모두가 당대에 제대로<br />

정신적인 깊이와 상충되는<br />

파인 얼굴은 거대한 담요자루<br />

된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로댕<br />

비루한 생활의 대비를 작품에<br />

위에 기이한 모습으로 솟아<br />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 대중뿐<br />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했다. 그<br />

있는데 도리어 이렇게<br />

아니라 평단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한<br />

결과 1898년 모습을 드러낸<br />

과감하게 생략된 표현으로<br />

경우도 있었다. 이 대표적이다.<br />

작품은 담요같이 긴 외투를<br />

인해 발자크의 정신적인<br />

지금은 로댕의 독창성이 빛나는 최고의<br />

두른, 발자크를 전혀 닮지<br />

면이 장대하게 부각되는<br />

걸작으로 꼽히지만 당시엔 조롱거리가 되어<br />

않은 거친 모습의 조각이었다.<br />

효과를 가져왔다. 작가의 실제<br />

방치되다가 로댕 사후에 겨우 청동으로<br />

하지만 ‘나의 전 생애의<br />

외모를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br />

주조되었다.<br />

결산’이라고 자부했던<br />

심지어는 왜곡해서 표현하는<br />

1881년 에밀 졸라가 회장으로 있던<br />

작품에 대한 반응은 너무도<br />

로댕의 새로운 방식은 한<br />

프랑스문인협회는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을<br />

참담했다. ‘유령 같은 조잡한<br />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위압적인<br />

<strong>11</strong>6 <strong>11</strong>7


영혼의 기운과 위대함, 더불어 내적인<br />

고통까지도 위엄 있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게<br />

되었다.<br />

한때 로댕을 비난했던 비평가들은 인간의<br />

심리적인 면을 조각으로 표현해 낸 로댕에게<br />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미술사가들은<br />

로댕이 고집했던 미완성의 상태가 조각을<br />

기계적인 복제의 차원으로부터 구제해 낸<br />

진정한 창의성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br />

현대조각의 출발점으로 이 을<br />

꼽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br />

로댕과 워홀의 시도는 어느 날 문득 그들의<br />

뇌리를 섬광같이 스쳐 간 예술적 영감에서<br />

비롯된 것일까.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br />

못한 것을 끄집어내는 창발의 능력은<br />

예술가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일까.<br />

그렇지 않다.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각<br />

시대의 주류 사고체계를 뒤집어엎고<br />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기업들이<br />

가득하다. 당대의 생각과 관행을 비판하는<br />

신랄함이나, 종전의 것들과 극단적인<br />

대척점을 형성할 수 있는 파격은 늘 있어<br />

왔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br />

설득력을 갖느냐’다. 워홀은 일(예술)을<br />

하는 방식을 바꿨고, 로댕은 몰입 그 자체의<br />

세계를 보여 줬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br />

할 것인가. 무위도 선택의 일부지만 그렇게<br />

하기엔 인생이 너무 길지 않은가.<br />

1897,<br />

청동, 높이 269cm,<br />

로댕미술관, 파리.<br />

상상은 창조의 시작이다.<br />

당신은 바라는 것을<br />

상상하고 상상하는 것을<br />

뜻하며 결국 뜻한 바를<br />

창조하게 된다.<br />

Imagination is<br />

the beginning<br />

of creation. You<br />

imagine what you<br />

desire, you will what<br />

you imagine and at<br />

last you create what<br />

you will.<br />

조지 버나드 쇼, 극작가이자 소설가<br />

<strong>11</strong>8 <strong>11</strong>9


상사가 차마 지적하지 못하는 우리말 예절<br />

글. 조항범/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br />

카툰. snowcat<br />

상사에게 ‘고통을 받으라’고<br />

할 수는 없다<br />

윗사람이 마시는 것은<br />

술이 아니라 약주다<br />

수고( 受 苦 )는 ‘고통을 받음’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말하는<br />

사람보다 윗사람에게 쓰기엔 거북한 말이다. 윗사람에게 ‘고통을 받으라’고 할 수는<br />

없기 때문이다.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분발하라는 뜻으로 써도 된다.<br />

상하관계가 분명한 직장에서는 ‘수고하다’는 말을 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직장<br />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부장님, 오늘 과장님이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저희들이<br />

부끄러울 정도입니다”라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부장님, 오늘 과장님이 정말 애 많이<br />

쓰셨습니다. 저희들이 부끄럽습니다”와 같이 말하거나 ‘애 많이 쓰셨습니다’ 아니면<br />

‘애쓰셨습니다’로 표현해야 한다.<br />

아울러 퇴근할 때 “그럼 수고하십시오. 먼저 나갑니다”와 같이 ‘수고하다’는 말을<br />

이용하여 인사해서도 곤란하다. 남아서 더 고생하라는 것이니 말도 안 되는 인사가<br />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먼저 나가겠습니다”, “내일<br />

뵙겠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등과 같이 말하면 된다.<br />

또한 윗사람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있어서” 정도로 먼저<br />

나가는 이유의 말을 이들 표현 앞에 내세우는 것이 예의다. “죄송합니다, 부장님.<br />

집안에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면 퇴근시간 후에<br />

먼저 나간다고 해서 눈치 줄 상사는 없을 것이다.<br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의반 타의반 회식에 참석할 일이 많다. 회식은 가까운<br />

동료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높으신 분을 모시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br />

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다.<br />

나이 지긋한 전무를 모시고 회식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 근엄한 분이라면<br />

술자리가 그렇게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술기운이 돌면 근엄한 분도<br />

옆집 아저씨로 변할 수 있고, 그쯤 되면 말단 사원도 전무님께 술 한잔 올릴<br />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이때 어떻게 말하는가. 혹시 “전무님, 제가 술 한잔<br />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가. 그렇게 말했다가는 점수를 따기는커녕<br />

점수를 잃게 될 것이다.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어른에게<br />

‘약주’라는 높임말을 쓰지 않고 ‘술’이라는 평범한 말을 썼기 때문이다. “전무님,<br />

제가 약주 한잔 올리겠습니다”라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면, 전무가 그 말단 사원을<br />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다.<br />

약주라는 단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말단 사원은 ‘집’에 대한 높임말인<br />

‘댁’이라는 말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회식을 마치고 나오는<br />

전무에게 “전무님, 댁이 어느 방향인가요?”라고 여쭈어 보아야 하는데, “전무님,<br />

집이 어디세요?”라고 촐랑거리며 물어 볼 것이 뻔하다.<br />

120 121


Preview<br />

축! 오픈<br />

친환경 건축물<br />

여성 리더 양성 위한<br />

독립 디자이너 편집몰<br />

삼성본관에 새 둥지,<br />

‘Green Tomorrow’ 개관<br />

‘W. 리더십센터’ 오픈<br />

‘일모스트릿 닷컴’ 오픈<br />

‘태평로 시대’ 개막<br />

삼성물산<br />

삼성생명<br />

제일모직<br />

삼성카드<br />

녹색성장 전략을 꾸준하게 추진하고<br />

여성의 사회 진출과 권익신장에<br />

삼성카드가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br />

있는 삼성물산이 환경친화적인 미래형<br />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삼성생명이<br />

위한 ‘태평로 시대’를 열었다. 서울 태평로<br />

주택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 <strong>11</strong>월 9일<br />

여성 인력을 집중 양성하기 위해<br />

삼성본관으로 사옥을 옮긴 것이다.<br />

개관한 미래 친환경 건축물 ‘Green<br />

‘ W. 리더십센터’를 설립했다.<br />

새 사옥은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에서<br />

Tomorrow’가 그 주인공이다.<br />

지난 10월 20일에 문을 연<br />

사용하던 곳으로, 삼성의 제조업<br />

첨단 기술과 청정 에너지를 활용하여<br />

W. 리더십센터(여성리더십센터)는<br />

관계사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으로<br />

전력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절약한 Green<br />

여성 리더 양성은 물론 육아기<br />

이전하면서 삼성카드가 새롭게 자리하게<br />

Tomorrow의 핵심은 ‘제로 에너지,<br />

탄력근무제도 도입 등 여성친화적인<br />

됐다.<br />

제로 에미션, 그린 아이티’다. Green<br />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br />

제일모직은 가치 중심의 3세대<br />

삼성카드의 이전으로 삼성본관과 주변<br />

Tomorrow에는 건축물에서 사용하는<br />

펼칠 계획이다.<br />

온라인 스토어인 ‘일모스트릿 닷컴<br />

건물에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생명,<br />

모든 에너지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br />

여성리더십센터는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br />

(www.ilmostreet.com)’을 오픈한다.<br />

삼성화재 등 삼성의 금융 관계사가 한<br />

68가지 신기술이 적용됐다. 건물의 기본<br />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고,<br />

일모스트릿닷컴은 김재현, 서상영, 이보현<br />

곳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금융 관계사 간의<br />

배치와 구조물, 냉난방・급탕・배전 시스템<br />

여성 인력 양성을 통해 회사의 역량을<br />

등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스타 디자이너의<br />

경쟁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br />

등을 변경하고 에너지 재활용을 통해<br />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br />

작품과 국내에 론칭하지 않은 코스메틱<br />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br />

약 60%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태양광<br />

실제로 삼성생명은 여성이 전체 임직원의<br />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br />

새 사옥은 직원들의 업무 능률을<br />

발전 등으로 전력을 자체 생산하여 화석<br />

49.5%를 차지해 여성의 역할이 회사의<br />

쇼핑몰이다.<br />

향상시키기 위해 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br />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쾌적한 주거<br />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br />

지속적으로 유망 디자이너를 후원해<br />

대표적인 것은 효율적인 회의문화를<br />

환경을 제시한다. Green Tomorrow는<br />

2010년 1월부터 일반에 공개, 체험형<br />

관람을 실시할 예정이다.<br />

●문의: http://www.greentomorrow.co.kr<br />

031-285-2617~8<br />

여성리더십센터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조직<br />

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br />

지원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br />

●문의: 홍보팀 02-2259-7019<br />

온 제일모직은 일모스트릿닷컴을 통해<br />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br />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발굴・육성할<br />

계획이다.<br />

정착시키기 위한 첨단 회의관리<br />

시스템이다. 또한 실내 카페테리아,<br />

사내 도서관 같은 임직원들의 복지공간도<br />

새롭게 마련했다.<br />

●문의: 고객상담센터 1588-8700<br />

122 123


3<br />

family<br />

p. 126~133<br />

오염물질을 정화하고<br />

생물들의 보금자리를<br />

마련해 주는 생태습지,<br />

최근에 관광지로도<br />

각광받는 그곳을<br />

찾아가 봅니다.<br />

/<br />

p. 134~143<br />

아이돌 걸그룹에 대해<br />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br />

2009년을 강타한<br />

걸그룹의 모든 것을<br />

한 곳에 모았습니다.<br />

p. 144~151<br />

손담비가 광고하는<br />

햅틱 아몰레드폰<br />

기억하시죠.<br />

그녀를 춤추게 한<br />

AMOLED를<br />

소개합니다.<br />

/<br />

p. 152~157<br />

희망과 감동을 전하며<br />

국민들과 희로애락을<br />

함께해 온 삼성<br />

기업광고의 어제와<br />

오늘을 살펴봅니다.<br />

/<br />

p. 158~167<br />

수학여행의<br />

추억 속에 남아 있는<br />

경주를 다시 찬찬히<br />

둘러본다면 어떨까요?<br />

124 125


trend<br />

한때 습지는 ‘쓸모없는<br />

땅’이었다. 1990년대<br />

중반까지만 해도 산업용지나<br />

농경지 확보를 위해 매립되기<br />

일쑤였다. 그러나 습지는<br />

자연재해를 방지하고<br />

기온을 조절하며 오염물질을<br />

정화한다. 또한 수많은<br />

생물들이 살아가는<br />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br />

그것이 오늘날 ‘지구의<br />

콩팥’으로 불리는 습지를<br />

보전하는 이유다.<br />

겨울에도<br />

살아 숨쉬는<br />

생명의 원더랜드<br />

글. 서부승/자유기고가<br />

자료 제공. 순천시 관광진흥과<br />

126<br />

127


습지는 말 그대로 ‘젖은 땅’이다. 물의 흐름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고이는 과정을<br />

통해 생성된 곳이다. 습지는 흔히 생태계의 보고이자 ‘자연의 콩팥’으로 불린다.<br />

오랜 세월 많은 양의 퇴적물이 쌓인 습지에는 대규모 수상식물들이 자라고 있다.<br />

이들을 바탕으로 절지동물, 양서류, 파충류 등이 먹이사슬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br />

또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해안 침식을 방지하며, 지하수량을 조절하여 홍수와<br />

가뭄을 조절하는 자연의 스펀지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br />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br />

소중한 ‘지구의 콩팥’, 습지<br />

습지를 통해 인류가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습지를 보호하기<br />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경남 창녕에서<br />

개최된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다.<br />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그동안 지구촌 곳곳에서는 많은 습지가 파괴되었다.<br />

이에 갈수록 줄어드는 습지보전을 위해 1971년 람사르 협약이 체결되었고,<br />

이를 계기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 공동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람사르<br />

협약에는 2009년 9월 현재 세계 159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1854개 습지가<br />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2월에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였으며<br />

강원도 대암산 용늪・창녕 우포늪・전남 신안군 장도습지・순천만 갯벌・제주<br />

물영아리오름 습지・충남 태안군 두웅습지・울주군 정족산 무제치늪・강화도<br />

매화마름 군락지 등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br />

습지를 보호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최근 습지는 생태관광지로<br />

주목받고 있다.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으로 불리는 생태관광은 환경<br />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을 말한다.<br />

생태관광지로는 창녕 우포늪이나 순천만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곳도 있지만<br />

주말 나들이를 겸해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서울에 있는 국내<br />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과 강서습지생태공원, 길동생태공원,<br />

암사한강둔치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경기권의 시화호 갈대습지공원과<br />

소래습지생태공원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br />

순천만의 갈대밭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갈대밭은 작은 새들에게 보금자리를<br />

제공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순천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새 도래지다.<br />

겨울의 진객인 흑두루미가 비상하는 모습은 순천만의 상징 중 하나다.<br />

128 129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 극복의 역사<br />

사실 습지보전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습지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br />

받는 현지 주민들과 습지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br />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토 확장과 농지 확보 등을 명분으로 정부가 앞장서서<br />

습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의 수도 급감했다.<br />

갈수록 습지가 줄어들자 민간단체와 관심 있는 개인들이 훼손되는 습지를<br />

보호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이 때문에 때로는<br />

습지 주변의 주민들과 갈등도 많이 겪었지만 결국 습지보전에 대한 사회적<br />

공감대가 형성되고 환경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는 데 일조했다. 이후 정부의<br />

습지정책 또한 점차 ‘개발’에서 ‘보존’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로 인해 습지의<br />

생태계도 빠르게 살아나며 안정을 찾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대표적인<br />

습지가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포늪과 순천만이다.<br />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둘레 7.5km, 총 담수면적이 2.3km 2 에 이르는 늪지다.<br />

1960년대 초 천연기념물인 백조 도래지로 알려졌지만 한때 급격한 개발로<br />

그 수가 급감하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이 취소되는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무분별한<br />

개발과 농경지의 잠식으로 주변 10개의 늪이 모두 사라졌다. 10여 년 전에는<br />

습지보전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가장 격렬했던 곳이기도<br />

하다. 하지만 이후 주민과 민간단체, 지자체의 공동 노력으로 지난해 람사르<br />

총회를 경남에서 개최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면서 우포늪의 습지는 나날이<br />

안정되고 있다. 현재는 습지보존지역 내에 따오기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br />

지역 주민의 환영 속에 진행되고 있다.<br />

인간의 흔적을 지우고 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난 순천만<br />

우포늪과 함께 습지보전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한<br />

대표적인 모범사례는 순천만이다. 소설 의 배경이기도 한 순천만은<br />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관광의 즐거움도 함께 맛볼 수 있는 ‘에코투어<br />

1번지’다. 봄에는 안개, 여름에는 짱뚱어와 갯벌, 가을에는 갈대와 칠면초,<br />

흑두루미의<br />

보금자리,<br />

순천만<br />

자연생태공원<br />

<br />

목포<br />

화포해변<br />

광주/서울<br />

<br />

장산<br />

갯벌지구<br />

<br />

순천만에서 가장<br />

인상 깊게 갯벌이란<br />

무엇인가를 관찰할<br />

수 있는 곳이 장산<br />

갯벌관찰장입니다.<br />

새들의 울음소리와<br />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br />

마치 자신이 자연<br />

자체인 듯한 느낌이<br />

들 것입니다.<br />

넓은 갯벌과 갈대밭, 염습지와<br />

하천이 어우러진 순천만은<br />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br />

1번지다. 흑두루미와<br />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br />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류와<br />

각종 생물들이 살아가는<br />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br />

자연<br />

생태관<br />

선상투어<br />

물사랑<br />

학습체험관<br />

<br />

순천만의 다양한<br />

생태자원을 보존하고,<br />

자원의 학술적 연구와<br />

학생 및 일반인의<br />

생태학습을 위해<br />

조성된 공간입니다.<br />

자전거<br />

하이킹<br />

영상실과 체험시설을<br />

갖추었으며,<br />

상・하수도 처리과정<br />

등을 종합적으로 <br />

보여 주는 전국 최초의<br />

학습체험관으로,<br />

시민들에게 무료로<br />

개방하고 있습니다.<br />

와온해변<br />

갈대데크<br />

<br />

김승옥의 소설<br />

의 문학적<br />

배경인 대대포구의<br />

무진교를 지나면 마치<br />

갈대밭을 날아다니는<br />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br />

1.2km의 갈대데크를<br />

거닐 수 있습니다.<br />

용산<br />

전망대<br />

순천IC<br />

<br />

<br />

여수<br />

<br />

갈대, 갯벌 그리고<br />

순천만의 자랑인<br />

S자 곡선 수로를<br />

볼 수 있으며 황홀한<br />

일몰을 감상할 수<br />

있는 곳입니다.<br />

사진작가들의<br />

발길이 끊이지 않는<br />

으뜸장소입니다.<br />

130 131


겨울에는 비상하는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해질녘<br />

한없이 펼쳐진 갯벌 위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노을을 만날 수 있다.<br />

순천만은 5.4km 2 의 갈대밭과 22.6km 2 의 드넓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br />

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되어 있는 곳으로, 국내 연안습지 중<br />

최초로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 조류가 가장<br />

많이 서식하는 이곳은 오염원이 적어 갯벌과 염습지, 칠면초와 고밀도의 갈대가<br />

군락을 이루며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세계적인 희귀종인 흑두루미의<br />

이동경로이자 월동지역으로 유명하다. 현재 순천만에는 국제 보호종인<br />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민물도요와 흑부리오리 등 220여 종의<br />

다양한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다.<br />

그러나 불과 15~16년 전만 해도 순천만은 도심 쓰레기를 갖다 버릴 정도로<br />

버려진 땅이었다. 홍수 때는 물이 빠지지 않아 갯벌을 파헤치기도 했다. 순천만의<br />

생태계가 많이 알려진 후에는 땅값 하락, 물길 정비 중단에 따른 농경지 침수를<br />

우려한 마을 주민들이 갈대밭에 불을 질러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갈등이 심했던<br />

지역이다.<br />

하지만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이루어지면서 지역<br />

주민들과의 갈등이 해소되었다. 순천시는 간척된 땅인 주변 농지와 식당,<br />

준설토 야적장을 꾸준히 사들여 습지로 되돌리고 있으며, 자연을 보존해<br />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대대동에 있는<br />

순천만자연생태관을 5km 후방으로 옮기고, 뒤편 주차장 부지도 내륙습지로<br />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흑두루미 등 대형 철새를 위협하는 전깃줄을 없애기<br />

위해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변 농경지 300ha에 서 있는 전봇대 282개를 내년<br />

말까지 전부 철거하고, 높이 30m의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 3개도 인근 야산으로<br />

옮길 계획이다. 전기가 끊기면 불편이 따르지만 순천만을 보존하자는 데 동네<br />

주민들도 뜻을 모으고 있다.<br />

드넓은 갯벌과 크고 작은 섬,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순천만의 자연경관은 아름답다.<br />

갯벌에서는 많은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고, 배를 타고 순천만의<br />

S자 물길을 체험하면 순천만이 왜 자연의 보고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br />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260만 명의 관광객이 순천만을 찾으면서<br />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br />

순천만의 습지보존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br />

132 133


IT GIRL<br />

어느 날 불쑥<br />

그녀들이 찾아왔다<br />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br />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2NE1….<br />

최근 가요계에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br />

맹위를 떨치고 있다. 노래는 물론이고<br />

드라마와 광고, 연예 프로그램에<br />

이르기까지 온통 걸그룹 세상이다.<br />

이미 하나의 문화이자 시대의<br />

아이콘으로 떠오른 걸그룹. 사람들이<br />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br />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br />

도대체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을까. 나이 사십<br />

줄에 10대 걸그룹의 노래를 초등학생 딸과<br />

함께 흥얼거리게 될 줄 말이다. 걸그룹이<br />

나온다는 가요 프로그램을 기웃거리고,<br />

딸에게 선물한다는 핑계로 음반을 사서는<br />

정작 자신이 듣고 있는 이 상황. 그러다<br />

자신도 모르게 흥얼대는 모습을 들킬라치면<br />

“거, 중독성 강하네” 하며 괜스레 변명을<br />

해대는 모습. 노래와 스타일에 이미 마음을<br />

빼앗겨 버린 까닭에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br />

나와 썰렁한 농담을 하는 걸그룹의 모습에도<br />

아낌없는 웃음의 리액션을 보여 주다가<br />

아내의 눈총을 받은 기억. 도대체 이런 일들이<br />

왜 갑자기 불혹의 나이에 불쑥 찾아온 것일까.<br />

원더걸스가 반복되는 가사와 리듬의 ‘Tell<br />

me’를 연발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br />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복고풍 의상을<br />

입고 우리의 무뎌진 가슴에 권총을 팡팡<br />

쏴대며 마음을 설레게 했던 ‘Nobody’라는<br />

곡에서부터였을까. 상큼하고 보기만 해도<br />

기분 좋은 소녀시대가 ‘Gee’라는 곡으로<br />

말 그대로 아저씨들의 마음을 ‘ㅎㄷㄷ’하게<br />

만들어 버린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br />

늘씬하게 빠진 긴 다리를 휘저으며 ‘소원을<br />

말해 봐’ 하고 유혹하던 그때부터였을까.<br />

걸그룹들은 사막처럼 각박해진 삶을 걸어가던<br />

우리에게 마술램프 속에서 튀어나와 어느새<br />

마음 한구석을 사로잡아 버린 지니 같은<br />

존재가 되었다.<br />

한승연<br />

<br />

134<br />

135


01.<br />

시대의 첨병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 걸그룹<br />

––<br />

그들은 현실이라는 땅 위에서 30cm 정도<br />

떠 있는, 현실의 중력을 벗어난 존재이면서,<br />

세대와 성별을 넘어 저마다 청춘이 지닌<br />

풋풋함과 재기발랄함으로 꿈꾸기를 포기한<br />

우리를 여전히 꿈꾸게 하는 존재들이 되었다.<br />

이들이 하는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그들이<br />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퍼포먼스가 보여 주는<br />

콘셉트, 또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까지 그<br />

무엇 하나 화제가 되지 않는 것이 없는 그런<br />

존재. 따라서 그들을 그저 과거에 우리가<br />

흔히 부르던 가수라는 이름 하나로 부르는<br />

것은 어딘지 한참 부족한 느낌이다. 그들은<br />

이제 대중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시대의<br />

첨병이자 걸그룹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br />

자리잡고 있다.<br />

이미 한물간 트렌드라고 생각되었던,<br />

어찌 보면 촌스럽게도 느껴질 수 있는<br />

컬러 스키니진은 소녀시대가 입고 나오자<br />

전국의 아줌마들까지 챙겨 입는 패션<br />

아이콘이 되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가<br />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며 도발적인 표정과<br />

자못 건방진 자세로 하체를 흔들어대는<br />

이른바 ‘시건방춤’은 아이들에서부터<br />

어르신들까지 한번씩 춰 보게 만드는 마술을<br />

걸었다. 아예 포미닛(4minute)은 ‘Hot<br />

Issue’라는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머리부터<br />

가인<br />

<br />

발끝까지’가 핫 이슈라고 주장했다. 또한<br />

귀여운 얼굴로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온<br />

카라는 ‘미스터’라는 곡을 부르면서<br />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이른바<br />

‘엉살춤’으로 대중들의 눈을 중독시켰다.<br />

어떤 이들은 한번 보고 나면 눈을 감아도 그<br />

춤이 아른거릴 정도란다.<br />

하지만 귀엽거나 섹시한 여성적인 매력만<br />

그 트렌드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br />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2NE1은<br />

거꾸로 반항적인 보이시한 매력을 드러내며<br />

여성 팬을 공략했다. 그녀들은 자신을<br />

떠나간 남자에게 “눈앞에서 당장 꺼져<br />

(아이 돈 케어)”라고 말하고, 그 남자를<br />

기다리며 눈물짓기보다는 클럽으로<br />

가서 “니가 그녀와 그랬던 것처럼(인 더<br />

클럽)” 쉽게 사랑할 거라고 말한다. 심지어<br />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들에게 “넌 어딘가<br />

부족해. 아무런 매력 없이 예쁘장하기만<br />

해(프리티 보이)” 하며 달라지라고<br />

말한다. 남성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br />

듯한 2NE1의 도발은 그간 억압되어 있던<br />

여성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br />

소녀 팬들은 물론이고 아줌마 팬들까지.<br />

이들은 대중문화 속에 과거처럼 수동적인<br />

존재로 서 있던 여성들이 점차 능동적인<br />

주인공으로 서게 되는 문화적 변화의<br />

지점을 노래와 패션과 춤을 통해 온몸으로<br />

보여 주었다.<br />

현아<br />

<br />

136<br />

137


02.<br />

창조성과 다양성, 감성에 기반한 여성 파워의 시대<br />

––<br />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리더의 위치에 서게 한<br />

것일까. 그것은 걸그룹으로 대변되는 여성 파워의 시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br />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중문화는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성으로의 편향을 보이고<br />

있다. 이것은 그동안 꽤 오래도록 지속되어 온 남성 중심적 사고관이 더 이상<br />

이 시대와 공감하지 못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육체적 노동의 시대에 남성이<br />

우위에 서 있었다면, 정신적 노동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은 여성이 그 자리를<br />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창조적인 힘을 필요로 하고,<br />

효율성이 강조된 수직적 체계가 아니라 다양성이 강조된 수평적 체계를 희구하며,<br />

무엇보다도 이성적인 접근이 아닌 감성적인 접근에 매료된다. 걸그룹은 이러한<br />

여성성을 바탕으로 저마다 각자의 개성을 보여 주는 다양성으로 세대와 성별을<br />

뛰어넘는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여성성이 허락하는 과거적인<br />

권위의 해체는, 나이 마흔의 남자가 10대 걸그룹에 열광해도 별 눈총을 받지 않는<br />

시대를 열어 놓았다.<br />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걸그룹이 과연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을 만큼의 포용력을<br />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노래는 물론이고, 예능<br />

프로그램에서 보여 주는 예능감이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여 주는 캐릭터를<br />

통해 그 포용력을 무한정 넓혀 가고 있다. 걸그룹의 노래는 외형적으로 보면<br />

전자적 사운드가 가미되어 상당히 세련된 느낌으로 포장되지만, 그 근간에 있는<br />

멜로디나 리듬은 심지어 ‘뽕짝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경우가 많다.<br />

이것은 이들의 노래가 ‘왜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br />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은 걸그룹이 가지는 신비적 이미지가 대중적인 이미지로<br />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무대 위에서 보여 주던 파워풀한 이미지는<br />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친근한 이미지와 만나면서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br />

소녀시대의 윤아 같은 경우가 말해 주듯 걸그룹 일원이 일일드라마와 같은<br />

고연령층이 소비하는 콘텐츠에 진출하여 걸그룹 팬층의 확장 가능성을 예고했다.<br />

소녀시대는 몰라도 윤아는 잘 알고, 애프터스쿨은 몰라도 ‘꿀벅지’ 유이는 잘<br />

유이<br />

<br />

아는 상황은 분야를 뛰어넘은 걸그룹의<br />

활동이 만들어 낸 저변의 확대다.<br />

03.<br />

지친 일상에 다가온 달콤한 유혹<br />

––<br />

어느 날 불쑥 우리의 마음속으로<br />

찾아온 그녀들. 그들은 피곤하고 지친<br />

일상의 사막 위에서 발견하는 오아시스<br />

같은 위안이기도 하고, 우리를 가볍디<br />

가벼운 젊은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려<br />

주는 타임머신이며, 한 시대가 가고<br />

다른 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 주는<br />

대중문화의 메신저이기도 하다. 그러니<br />

그 세계 속에서 잠시 위안을 받고<br />

향수에 젖거나 현재의 트렌드를 즐기는<br />

것에 민망함이나 부끄러움이 있을 수<br />

있을까. 노래방에 가서 딸이 부르는<br />

걸그룹의 노래에 잠시 피처링을 해 주는<br />

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선<br />

풍경이 아니다. 또 자동차에서 걸그룹의<br />

노래에 맞춰 온 가족이 하나가 되는<br />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그 풍경 속에는<br />

이미 걸그룹으로 대변되는 변화된<br />

문화의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br />

걸그룹의 시대이고, 그 시대는 앞으로도<br />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br />

이 시대가 갖고 있는 바람이기도 하다.<br />

138<br />

139


대단한<br />

걸<br />

지난 20세기 말부터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br />

얻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연예산업은<br />

인력이나 구조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br />

거듭했다. 이들의 활동은 어떤 이에게는<br />

추억을, 어떤 이에게는 비즈니스를,<br />

어떤 이에게는 목표를 제공하기도 했다.<br />

뜨거운<br />

걸<br />

이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br />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에게<br />

어쩌면 한국 무대는 너무<br />

좁은지도 모르겠다. 각자의<br />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에<br />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잠을<br />

줄여가며 노력하는 그들이<br />

인기와 건강 두 가지를 모두<br />

유지하기를 기원한다.<br />

BIG<br />

3<br />

다음은 우리!<br />

●멤버명: 가나다 순<br />

S.E.S 핑클 베이비복스 샤크라 슈가 쥬얼리 천상지희 씨야 베이비복스<br />

브라운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NE1 애프터스쿨 포미닛 티아라 f(x)<br />

바다 성유리 간미연 보나 수진 김은정 더 그레이스 김연지 Re.V<br />

아이드걸스 서현 선미 강지영 공민지 가희 권소현 보람 루나<br />

슈 옥주현 김이지 이은 아유미 박정아 다나 수미 박소리<br />

가인 써니 선예 구하라 박봄 베카 김현아 소연 빅토리아<br />

유진 이진 심은진 정려원 하린 서인영 린아 이보람 안진경<br />

나르샤 수영 소희 니콜 산다라박 유이 남지현 은정 설리<br />

이효리 윤은혜 황보 혜승 하주연 선데이<br />

오민진<br />

미료 유리 예은 박규리 씨엘 정아 전지윤 지연 엠버<br />

이희진<br />

스테파니<br />

황연경<br />

제아 윤아 유빈 한승연<br />

주연 허가윤 큐리 크리스탈<br />

제시카<br />

효민<br />

태연<br />

티파니<br />

140<br />

효연<br />

141


장대비도 꺾지 못한 뜨거운 열정<br />

코엑스 광장에서 펼쳐진 깜짝 이벤트는 TV와<br />

인쇄광고를 통해 선보인 삼성의 새로운 기업<br />

캠페인 ‘두근두근 Tomorrow’의 온라인 캠페인을<br />

위해 구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4 Tomorrow’의<br />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이었다. 포미닛의 김현아,<br />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 애프터스쿨의 유이, 카라의<br />

한승연으로 구성된 4 Tomorrow는 그 면면만으로도<br />

드림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br />

이날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많은<br />

어려움 속에서 진행됐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br />

장대비 때문에 수시로 촬영이 중단되기 일쑤였다.<br />

촬영만 시작하면 장대비가 쏟아지고, 촬영을 중단하면<br />

비가 그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머피의 법칙을<br />

온몸으로 실감하는 하루였다. 덕분에 이날 촬영은<br />

걸그룹의<br />

드림팀<br />

내일을 향한 의지를 노래하다<br />

9월 21일 코엑스 동편 광장. 도심 한복판을 지나던 사람들이<br />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까지 계속됐다.<br />

장대비의 심술도 4 Tomorrow의 내일을 향한<br />

4 Tomorrow가<br />

떴다!<br />

글. 편집실<br />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가던 길을 멈추고 바닥을 내려다본다.<br />

그곳에는 ‘From 4 Tomorrow 2009.10.12’라는 커다란<br />

글자가 써 있다. 글자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대고<br />

있다. 모두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는 눈치다.<br />

바로 그때 하늘에서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가 내려온다. 모여<br />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드디어 땅에<br />

내려앉은 컨테이너 박스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그 안에서 네<br />

명의 아이돌 걸그룹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들의 얼굴을<br />

열정만은 꺾지 못했다. 쏟아진 비 때문에 무대가<br />

미끄러워 춤을 추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유이와<br />

현아, 가인과 승연은 혼신을 다해 촬영에 임했고, 수백<br />

명의 보조출연자들도 끝까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br />

그 결과 한 편의 멋진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 마치<br />

희망찬 미래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 가능하다는 것을<br />

보여 주듯이.<br />

www.4tomorrow.co.kr<br />

프로젝트 걸그룹 4 Tomorrow의<br />

뮤직비디오와 컬러링, 벨소리, 휴대폰 배경화면,<br />

스크린세이버 등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br />

다양한 이벤트도 가득하다. 특히 서울 강남역<br />

CGV 근처에 문을 연 ‘Cafe 두근두근<br />

Tomorrow’의 무료 음료 쿠폰도 출력할 수<br />

있다. 카페는 오는 <strong>11</strong>월 22일까지 운영된다.<br />

알아본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어디에선가 음악이 흐르기<br />

숱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두근두근<br />

시작하고, 그 음악에 맞춰 소녀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br />

가슴 설레는 내일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의<br />

꿈과 사랑,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대변한다.<br />

“ 저 멀리 멀리 좀 더 나은 내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br />

네티즌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도<br />

보다 높이 높이 날기 위한 날갯짓. 난 오늘도 달리고 있어.<br />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br />

내일이 기다려져. 두근두근, Tomorrow.”<br />

도전하는 모습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br />

142<br />

143


culducTS<br />

천 배 빠른 반응속도,<br />

화면을 사로잡다<br />

2003년 8월 28일 제주신라에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br />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학자와 업계 개발자들이 참석한 ‘제4회 국제<br />

유기EL(ICEL-4)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미국<br />

이스트맨코닥 사의 칭탕 박사(현 로체스터 대학 교수)였다.<br />

칭탕 박사는 OLED 업계 및 학계에서는 스타로 통한다. 1983년 OLED의 원천<br />

특허기술인 효율적인 발광기술을 개발해 OLED가 디스플레이로서 자리를 굳힐<br />

수 있는 길을 연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전형적인 연구실 체질인<br />

작은 체구의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행사 내내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br />

그 카메라는 당시만 해도 유기EL(Electro Luminescence)이라 불렸던 ‘능동형<br />

유기 발광 다이오드(AMOLED; Active Matrix Organic Light Emitting Diode)’를<br />

디스플레이(표시창)로 채택한, 사실상 최초의 OLED 상용화 제품이었다.<br />

지금은 삼성전자가 ‘아몰레드폰’의 화면으로 채택해 아몰레드(AMOLED)로<br />

아몰레드폰의 인기에 힘입어 차세대<br />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AMOLED에<br />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br />

LCD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br />

AMOLED란 무엇일까. 소비전력을<br />

덜 소모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이면서<br />

동시에 높은 색 재현율과 시인성,<br />

종이처럼 구부릴 수 있는 특성을 갖춘<br />

AMOLED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br />

글. 오동희/머니투데이 전기전자팀장<br />

일러스트레이션. 정은향<br />

1 FeaTure<br />

薄 膜<br />

스스로 빛을 내는 AMOLED는<br />

유리 기판이나 플라스틱 기판<br />

위에 유기화합물을 바르기만<br />

하면 되기 때문에 종이처럼<br />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들<br />

수 있다. 따라서 종이처럼<br />

구부릴 수 있는 두루마리형<br />

디스플레이 제작도 가능하다.<br />

144 145


FEATURE<br />

2<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01.<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146 147


207만 개의 여닫이 문(액정)이 있는 디스플레이다. 브라운관은 전자총, PDP는<br />

격벽, LCD는 액정과 후면광원(형광등이나 LED)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화면이<br />

두꺼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AMOLED는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에 유기화합물을<br />

바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br />

현재 시장의 주력제품인 LCD TV에 비해 응답속도가 빠른 장점도 있다.<br />

응답속도란 영상신호가 TV 속으로 들어올 때 얼마나 빨리 반응해 화면을 보여<br />

주느냐 하는 것이다. LCD는 전압이 가해지면 액정이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해<br />

응답속도가 4~8ms(1/1000초)로 느린 반면 AMOLED나 PDP, 브라운관은<br />

전압이나 전류가 직접 빛을 내는 데 작용하기 때문에 응답속도가 1000배 정도<br />

빠르다.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빠른 화면이 많은 스포츠 경기나 카레이싱<br />

등의 화면을 구현할 때 화면이 끌리는 현상인 잔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br />

따라서 빠른 화면을 볼 때도 눈이 피로하거나 어지럽지 않다.<br />

또한 AMOLED는 LCD와 달리 외부 조명의 도움 없이 직접 빛을 발하는 자체 발광<br />

디스플레이인 까닭에 휘도가 좋다. 따라서 LCD는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는 화면이<br />

잘 보이지 않지만 AMOLED는 휘도가 높아 야외에서도 잘 볼 수 있다.<br />

3 FeaTure<br />

速 度<br />

AMOLED는 전압이나 전류가<br />

직접 빛을 내는 데 작용하기<br />

때문에 액정이 움직이는<br />

시간이 필요한 LCD보다<br />

응답속도가 1000배 정도<br />

빠르다. 따라서 스포츠 중계와<br />

같은 빠른 화면에서도 화면이<br />

끌리는 잔상이 남지 않는다.<br />

02.<br />

친환경성과 뛰어난 기능으로 무장한 돌풍의 핵<br />

––<br />

AMOLED는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가운데 최고의 색 재현성을 자랑한다.<br />

색 재현성은 붉은색은 더욱 붉게, 파란색은 더욱 파랗게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br />

색 재현율은 고유의 색을 구현하는 정도로 NTSC(National Television System<br />

Committee) 규격 기준에 따르면, CRT와 PDP의 색 재현율은 90%, LCD는<br />

70%인 데 비해 AMOLED는 <strong>11</strong>0%로 기존 규격을 넘어선 색 재현성을 실현한다.<br />

또한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도 글자를 또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인성이<br />

뛰어나다.<br />

AMOLED는 환경친화적인 장점도 갖추고 있다. 영화 한 편을 감상할 때<br />

AMOLED의 소비전력은 LCD의 17% 수준으로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br />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환경친화성은 폐기물량에 있어서도 증명된다.<br />

4 FeaTure<br />

輝 度<br />

AMOLED는 외부 조명의<br />

도움 없이 스스로 빛을<br />

내기 때문에 휘도가 높다.<br />

휘도란 광원( 光 源 )의 단위<br />

면적당 밝기의 정도를 말한다.<br />

휘도가 높은 AMOLED는<br />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br />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br />

148 149


5.08cm 크기의 패널 2000만 개를 기준으로 할 때 AMOLED의 폐기물은<br />

50톤으로 폐기물이 250톤인 LCD의 20%에 불과한 수준이다.<br />

또한 온도에 따른 변화가 없다. LCD의 경우 영하 10도 이하, 영상 40도 이상에서<br />

액정의 점도( 粘 度 )가 변화해 동영상 모드에서 화면이 느려지는 등 오작동이<br />

발생할 수 있으나 AMOLED는 극저온과 고온에서도 응답속도에 변함이 없다.<br />

AMOLED의 발광( 發 光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br />

원자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br />

구성되어 있는데, 이 전자는 항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br />

이는 고무줄 끝에 달린 공을 돌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고무줄에 달린<br />

공을 빙빙 돌리면 원심력과 구심력이 같을 때인 초기에는 고무줄이 늘어나지<br />

않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힘이 더 가해져 원심력이 더 커지면 고무줄이<br />

늘어나면서 공은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힘을 가하지<br />

않으면 고무줄의 당기는 힘(인장력)에 의해서 원 궤도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br />

마침내 공은 제자리로 돌아와 원심력과 구심력이 평행을 이룬<br />

상태인 원래의 궤도를 돌게 된다. 이처럼 힘(전류)에 의해<br />

고무줄(궤도)이 늘어나 들뜬 상태의 전자가 제 궤도로<br />

돌아오면서 자신이 받은 에너지(전류)에 비례하는 빛<br />

에너지를 토해 내는 것이 AMOLED의 발광원리다.<br />

03.<br />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성장동력<br />

––<br />

뛰어난 성능과 특성에도 불구하고 AMOLED 시장이 커지지 못하는 것은 높은<br />

제조원가 때문이다. 시장이 확대되지 않아 제조원가가 높고, 이로 인해 여전히<br />

LCD보다 비싸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AMOLED가 얼마나 빨리 원가를<br />

낮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기존 디스플레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br />

관건이다.<br />

AMOLED의 성장세는 멀티미디어 구현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성장세로 가늠할<br />

수 있다. 스마트폰은 그 특성상 AMOLED를 탑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br />

All So<br />

Clear!<br />

햅틱 아몰레드<br />

삼성전자의 2009년<br />

야심작인 ‘햅틱 아몰레드’는<br />

꿈의 디스플레이인 AMOLED의<br />

특장점을 극대화해 ‘보는 휴대폰’<br />

시대를 연 제품이다. AMOLED를<br />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하여<br />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br />

햅틱 아몰레드는 AMOLED의<br />

장점을 다양하게 마음껏 누릴 수<br />

있도록 3.5형의 큰 화면을<br />

탑재했다. 뛰어난 응답속도와 색<br />

재현율을 자랑하는 AMOLED는<br />

작은 글자나 그림도 선명하게 보여<br />

주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영화나<br />

DMB, 사진 등을 즐기는 데<br />

불편이 없다.<br />

휴대폰 중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br />

2009년의 경우 12억 5000만 대 중에서 약 1억<br />

7000만 대에 그칠 전망이나 2012년에는 17억<br />

5000만 대 중 약 5억 대로 증가해 연평균 34%의<br />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br />

3D, 멀티미디어 등 모바일용 콘텐츠가 증가하고<br />

모바일 풀 브라우징 서비스가 확대되면서<br />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는 WVGA(800×480)<br />

이상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수요가 증가하는데<br />

AMOLED가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br />

AMOLED 채용률은 휴대폰의 경우 2009년<br />

2.3%에서 2015년 40%로, 디지털 카메라는<br />

0.6%에서 17%로, 게임기는 0%에서 25%로<br />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일<br />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br />

AMOLED는 우리나라의<br />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도<br />

큰 역할을 할 것으로<br />

기대되고 있다.<br />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를<br />

보면 살인을 예고하는 화면을 톰 크루즈가<br />

공중에서 손으로 이동시키며 보는 장면이<br />

나온다. AMOLED 기술이 발전하면 이와 같은<br />

디스플레이의 출현도 꿈은 아닐 듯하다. 투명<br />

디스플레이도 가능한 AMOLED가 영화 속에서나<br />

볼 수 있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기<br />

때문이다.<br />

150 151


ad story<br />

미래의 신기술에 초점을 맞춘 삼성의 새로운 기업 이미지 광고 ‘두근두근,<br />

투모로우(Tomorrow)’ 캠페인. 이 캠페인은 어렵고 복잡하게 느낄 수 있는<br />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충전 휴대폰, 리튬이온 2차전지 등 세 가지 신기술을<br />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몄다. 부드러운 터치의<br />

일러스트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통해 첨단 테크놀로지가 가진 차갑고 이성적인<br />

이미지를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태양광 충전 휴대폰은 꽃에,<br />

LED는 별에, 리튬이온 2차전지는 자동차 연료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각 기술이<br />

인간을 위한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강조했다.<br />

희망과 감동이 함께한<br />

삼성 기업광고 변천사<br />

기업의 가장 큰 무형의 자산은<br />

기업 이미지이며, 기업광고는 그런<br />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등공신이다.<br />

1990년대 ‘세계일류’에서부터<br />

2009년의 ‘두근두근 Tomorrow’에<br />

이르기까지 삼성의 기업광고는<br />

우리나라의 광고사에 큰 족적을<br />

남기며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br />

기업의 이미지를 확산시켜 왔다.<br />

삼성 기업광고의 큰 흐름을 살펴보자.<br />

글. 편집실<br />

2009<br />

두근두근 Tomorrow<br />

LED, 태양광 충전 휴대폰, 2차전지 등 세 가지 신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상을<br />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고 친근하게 보여 준다. 첨단 테크놀로지가 지닌<br />

차가운 이미지를 따뜻한 느낌으로 표현했다.<br />

152 153


차세대 기술의 1인자라거나 선도기업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보다는<br />

환경오염, 에너지 고갈이라는 위기와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다가올<br />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br />

‘세계일류’에서 ‘더 뛰겠습니다’까지<br />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는 무수히 많다. 삼성 공동 브랜드 광고, 삼성전자의<br />

기업광고, 해외광고 등이 매체를 타고 있으며, 여기에 관계사인 삼성생명이나<br />

삼성물산 등의 기업광고까지 합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광고들이 쏟아져<br />

나오고 있다. 이들 중에서 삼성의 공동브랜드 광고는 1990년대 중반 이후<br />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맞이했다.<br />

사실 1990년대 중반은 대우의 ‘탱크주의’나 ‘세계경영’, LG의 ‘초우량기업’<br />

등 거창한 슬로건이 나부끼는 시대였다. 정부의 세계화 바람과 기업의 확장에<br />

힘입어 무한경쟁의 시대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때 선봉에 선 것은 삼성의<br />

‘세계일류’ 캠페인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로 대변되는 세계일류의<br />

가치를 담은 이 광고는 단연 돋보인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경쟁의식을 조장하고<br />

2등을 평가절하한다는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아무도 이 사람을 장애인으로<br />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을 루스벨트로 기억합니다’라는 식의 포지티브<br />

전략으로 전환하기도 했다.<br />

이후 삼성은 1998년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21세기를 맞이하는 시기에는<br />

‘밀레니엄 프런티어’(1999~2000)와 ‘디지털 프런티어’를 내세운 바 있다. 또한<br />

2003년부터 3년 동안은 ‘함께 가요, 희망으로’, 2006년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을<br />

강조한 ‘해피투게더’라는 주제의 기업 이미지 광고를 했다.<br />

아버지와 아들의 희망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함께 가요, 희망으로’는 희망역에서<br />

1980<br />

1992<br />

1996<br />

1997<br />

기술혁신<br />

어머니, 고맙습니다<br />

세계일류<br />

믿음은 살아있습니다<br />

154 155


출발하여 나눔역과 인재역을 거쳐 경제역에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을 장식한<br />

경제역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국민들의 투박한 손을<br />

보여 줌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 희망의 주인공임을 알려 줬다.<br />

2006년의 ‘해피투게더’ 캠페인은 윤은혜 씨를 메인 모델로 내세워<br />

희망도서관 건립 사업, 선천성 얼굴기형 어린이 지원 사업 등 삼성의 대표적인<br />

사회공헌활동을 보여 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2007년의 ‘고맙습니다’ 캠페인은<br />

해피투게더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의 이야기를 다룬 ‘해피투게더’가<br />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고맙습니다’로 진화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br />

‘아내에게’, ‘여자친구에게’, ‘아빠 냄새’ 등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br />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또한 마지막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세요. 모두가<br />

행복해집니다”라는 카피를 넣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br />

2008년에는 대내외의 어려움을 이겨 내고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br />

담은 ‘더 뛰겠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br />

광고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기업의 미래<br />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 중 여러 캠페인은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노블레스<br />

오블리주를 표방한 공익성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회와<br />

함께 호흡하며 발전하려는 기업의 깊은 철학적 고민이 담겨 있다. 다른 기업의<br />

이미지 광고들도 대부분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차별화가 어렵다는 현실적<br />

어려움도 존재한다. 때문에 ‘세계일류’ 캠페인처럼 메시지의 강도가 높은 광고가<br />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두근두근 Tomorrow’<br />

캠페인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도 메시지의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br />

기업광고는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차대한 역할을 한다. 기업광고를<br />

통해 형성된 기업 고유의 이미지는 가장 값진 무형의 기업 자산이다. 그러나<br />

슬로건에 상응하는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기업만이 소비자들과<br />

내일(Tommorow)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br />

1999<br />

2006<br />

2007<br />

2008<br />

밀레니엄 프런티어<br />

해피투게더<br />

고맙습니다<br />

더 뛰겠습니다<br />

156 157


이번 주말엔 어디 가 볼까?<br />

도시에 스민<br />

천년의 숨결, 경주<br />

서른 살에 가든 마흔 살에 가든 경주<br />

여행은 언제나 ‘수학여행’이다. 도시<br />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인 곳.<br />

경주를 여행하는 일은 그 자체로<br />

옛것을 배워 오늘에 새기는 일이기<br />

때문이다. 까까머리 시절에 와도<br />

배 나온 중년에 와도 천년고도의 숨결은<br />

그대로다. 자, 출발이다. 타임머신을<br />

타지 않고도 저절로 닿을 수 있는<br />

천년 세월 저편의 경주로….<br />

글. 박미경/자유기고가<br />

사진. 김현필/사진문<br />

일러스트레이션. 전지훈<br />

통일신라의 별궁이었던 안압지의 야경. 잊혀진 천년 왕조의 꿈<br />

선덕여왕릉<br />

158 159


경주는 쓸쓸한 계절에 더 빛나는 도시다. 나무들이 옷을 벗고 들판이 빈 가슴을<br />

드러내는 계절. ‘알몸’이 된 이 즈음의 경주에는 찬란한 문화유적들만이 별처럼<br />

반짝인다. 천년 고도의 맨얼굴을 보고 싶다면, 속살을 어루만지며 숨결을 느끼고<br />

싶다면 외로움과 그리움이 낙엽처럼 뒹구는 지금이 제격이다.<br />

도심 속의 무덤, 현재 속의 과거<br />

먼저 대릉원으로 간다. 약 12만 6500m 2 에 이르는 드넓은 평원 위에 동산만<br />

한 무덤들이 모여 있는 곳. 경주 시내 한가운데 있는 이곳은 도심의 주인이<br />

고층빌딩이 아니라 무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대릉원 입구를 통과하면<br />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이 길은 솔 향기와 바람 소리, 부드러운 능선과 파란<br />

하늘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느릿느릿 걸어야 한다.<br />

무덤은 모두 23기다. 천마총과 황남대총 같은 유명한 고분보다 이름 모를<br />

고분들에 더 눈길이 간다면 인생이 깊어 간다는 증거다. 어떤 삶을 살다 이곳에<br />

묻히게 됐을까. 천여 년 전에 떠난 누군가의 삶을 가까운 이의 그것처럼 헤아려<br />

보는 시간. 대릉원에서는 ‘보는’ 시간보다 ‘헤아리는’ 시간이 더 길다.<br />

완벽한 비례미 - 신라의 석탑<br />

탑( 塔 )은 애초에 부처의 사리를<br />

모시기 위해 만들어졌다.<br />

불교가 전파되면서 모든 탑에<br />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실 수<br />

없게 되자 다른 사리나 불경,<br />

작은 금동불 등을 탑 안에<br />

대신 모셨다. 우리나라 탑을<br />

대표하는 것은 불국사의<br />

석가탑이다. 석가탑은 전체를<br />

받치는 기단부보다 몸돌과<br />

지붕돌이 작아져 안정성이<br />

강조됨으로써 균형과 조화,<br />

완벽한 비례미를 자랑한다.<br />

/<br />

석탑은 크게 기단부와 탑신부,<br />

상륜부로 나뉜다. 석탑의<br />

층수는 탑의 본체인 탑신부의<br />

층수로 결정한다. 한옥의<br />

지붕처럼 생긴 지붕돌의 수를<br />

세면 몇 층짜리 석탑인지 쉽게<br />

구별할 수 있다.<br />

상륜부<br />

( 相 輪 部 )<br />

탑신부<br />

( 塔 身 部 )<br />

신라문화체험장 신라를<br />

‘체험’하고 싶다면, 신라문화원<br />

(www.silla.or.kr)이<br />

운영하는 신라문화체험장을<br />

이용하면 된다. 첨성대, 석가탑,<br />

성덕대왕신종 등 경주 지역의<br />

주요 문화재를 초콜릿이나<br />

비누로 만들어 볼 수 있고,<br />

한지에 자신의 띠 그림을 탁본한<br />

뒤 연으로 만들어 날려 볼 수도<br />

있다. 황금빛 종이로 금관을<br />

만들어 써 보는 것도, 전통차를<br />

음미하며 퓨전 국악 공연에 취해<br />

보는 것도 이곳에서 누리는<br />

특별한 즐거움이다.<br />

이용 문의: 054-774-1950<br />

선덕여왕과의 만남<br />

내친김에 또 하나의 고분으로 간다. 드라마의<br />

인기와 더불어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br />

선덕여왕릉. 낭산 꼭대기에 자리한 이 능에<br />

이르려면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좁은<br />

오솔길을 20분 가량 걸어야 한다. 산길은<br />

완만한데 걸음은 절로 느려진다.<br />

느릿느릿 능에 닿으면 능을 둘러싼 소나무들에<br />

절로 탄성이 터진다. 곧은 것은 곧은 대로, 휜<br />

것은 휜 대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소나무들이<br />

빽빽하게 들어선 풍경.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던<br />

지붕돌<br />

몸돌<br />

기단부<br />

( 基 壇 部 )<br />

160 161


통일신라의 별궁이었던 안압지의 야경. 지나간 천년 왕조의 꿈이<br />

오색 조명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br />

신라 경덕왕 때 창건된 불국사는 화려하고 장엄한 부처의 세계를 땅 위에 옮겨 놓은 곳으로,<br />

조화적 이상미와 세련미를 보여 주는 신라문화의 정수이자 완결편이다.<br />

162 163


낭산은 5세기 초부터 벌목을 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성해서 벌목을 금한<br />

산은, 벌목을 금함으로써 영원히 신성해졌다. 낭산 서쪽으로 서서히 노을이 진다.<br />

빽빽한 소나무들에 가려 붉은 기운만 수줍게 들이미는 노을. 무덤 속의 여왕도 저<br />

빛을 보고 있을 것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 여왕의 친구가 되는 순간이다.<br />

지나면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이 ‘성지’라는 느낌이 절로 난다. 천도교가 창도된<br />

지 올해로 150년. 물질이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 ‘사람이 곧 하늘’이라 믿었던<br />

민족종교의 성지에서 ‘사람’을 다시 생각해 본다.<br />

신라의 처음과 끝, 남산<br />

야경이 아름다운 안압지<br />

해가 졌으니 안압지로 갈 차례다. ‘임해전지’라는 정식 이름이 있음에도 안압지로<br />

더 자주 불리는 이곳은 통일신라의 별궁이 있던 곳이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br />

조성했고, 통일신라 최고의 연회장으로 이용됐다. 거대한 궁터임에도 발견이<br />

늦어 1980년대에 비로소 복원이 시작됐다. 궁터에 복원해 놓은 세 채의 전각과<br />

세 개의 인공섬에서 통일신라의 화려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br />

안압지는 다시 태어난다. 궁터 전체에<br />

조명이 들어와 전각과 연못을 눈부시게<br />

비춘다. 별궁은 연못에 비쳐 두 개가<br />

되고,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그 모습을<br />

담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안압지의<br />

야경을 찍기 위해 연못가에 줄지어<br />

늘어선 사람들. 그들의 열정적인<br />

뒷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안압지를<br />

여행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br />

천도교의 성지 용담정<br />

경주에서 신라의 숨결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천년도 넘는 시간여행이<br />

지겨워졌다면 경주에 남은 100여 년 전의 흔적으로 잠시 마실을 떠나도 좋다.<br />

동학의 발상지 용담정. 경주 구미산 기슭에 있는 이곳은 수운 최제우가 ‘천도’를<br />

깨닫고 포교활동을 벌였던 곳이다. 정문인 포덕문에서 용담정까지는 계곡을<br />

옆구리에 끼고 걷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성스러운 공간으로 진입한다는 성화문을<br />

다시 신라로 간다. 마지막으로 가 볼 곳은 산 전체가 불교문화 유적지인 경주<br />

남산이다. 남산은 494m의 고위봉과 468m의 금오봉을 합쳐 부르는 이름.<br />

현재까지 왕릉 13기, 절터 147개소, 불상 <strong>11</strong>8체, 탑 96기가 발굴됐다.<br />

신라 천년의 역사는 남산에서 시작해 남산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br />

시조 박혁거세의 출생지인 나정도, 질펀한 유희로 신라에 종말을 고한 포석정도<br />

모두 이곳에 있다. 남산에 올라 보면 ‘남산을 보지 않고 경주를 봤다고 말해서는<br />

안 된다’는 경주 사람들의 말에 고개가<br />

끄덕여진다.<br />

경주 신라문화원이 제작한 남산지도에<br />

있는 순례길만 무려 70여 개. 그<br />

가운데 한 길, 용장마을에서 용장사곡<br />

삼층석탑에 이르는 길로 걸음을<br />

옮긴다.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br />

를 쓰며 머물던 곳.<br />

황소걸음으로 걸어도 절터까지는<br />

경주 남산의 용장사곡 삼층석탑.<br />

자연 암석을 탑의 일부로 삼아<br />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이 되었다.<br />

탑이 있는 곳에서 보는 경주 시내의<br />

전경도 일품이다.<br />

——<br />

선덕여왕 행차 재연. 요즘<br />

경주는 선덕여왕이 대세다.<br />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선덕여왕의<br />

흔적을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이<br />

줄을 잇고 있다.<br />

30분, 석탑까지는 1시간이면 닿을 수<br />

있다. 아기자기한 숲길을 걷다 가파른<br />

암벽을 잠시 오르면 하늘 바로 아래<br />

삼층석탑이 서 있다. 하늘과 맞닿은<br />

아름다운 석탑. 문득 뒤돌아보면<br />

아스라이 경주 시내가 내려다보인다.<br />

고작 이틀 머물렀는데도 그곳이<br />

그리워 서둘러 산길을 되짚는다.<br />

164 165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사랑을 확인하다<br />

경주 여행에 함께한 삼성물산 안진모 사원 가족<br />

안진모 씨는 처음이다. 부모님을 모시고<br />

경주에 와 본 것도, 부모님과 함께<br />

느릿느릿 숲길을 걸어 보는 것도 성인이<br />

된 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생각한다.<br />

아버지가 저렇게 환하게 웃으실 줄<br />

알았다면, 어머니가 저토록 즐거워하실<br />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이런 기회를<br />

만들었어야 했다고….<br />

“경주에 와도 주로 보문관광단지만<br />

들렀어요. 해마다 4월이면 단지 전체가<br />

벚꽃으로 물들거든요. 이번에야 역사의<br />

향기가 꽃향기보다 좋다는 걸 톡톡히<br />

경험했습니다. 왕릉과 안압지도 멋졌고,<br />

용담정과 남산 가는 숲길도 좋았어요.<br />

살면서 두고두고 생각날 겁니다.” 아버지<br />

안상일 씨의 말에 어머니 김문자 씨가<br />

고개를 끄덕인다.<br />

부부에게 진모 씨는 속 썩이는 일 없이 잘<br />

자라 준, 그러나 아직 어린애 같기만 한<br />

막내아들이다.(위로 두 살 터울의 형이<br />

있다.) 그런 막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br />

어른으로 부쩍 다가왔다. 아버지 대신<br />

운전을 하고, 무릎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br />

염려해 가방을 들어 주거나 걸음을<br />

늦추고…. 여행은 늘 이렇게 함께 떠난<br />

사람의 이면을 새롭게 부각시킨다. 진모<br />

씨에게도 부모님이 새롭긴 마찬가지. 엄한<br />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얼굴에 자꾸만<br />

피어나던 웃음을, 다람쥐를 보며 소녀처럼<br />

웃던 어머니의 뺨을 진모 씨는 한동안 잊을<br />

수 없을 것 같다.<br />

뭐니 뭐니 해도 세 식구를 가장 유쾌하게<br />

만든 건 전통 등을 손에 들고 안압지의<br />

야경에 취하던 순간이다. 각자의 소원을<br />

적은 하얀 등은 세 식구의 가슴에<br />

뜬 ‘사랑의 달’이었다. 경주의 고택<br />

월암재에서 쌓은 하룻밤 추억도 그들을<br />

자꾸 미소 짓게 한다. 뜨끈뜨끈하게 불을<br />

지핀 구들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br />

나누던 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br />

들으며 아련한 추억에 젖던 새벽녘,<br />

풀잎이슬과 눈인사하며 한옥 주변을<br />

산책하던 아침…. 잊고 있던 추억이<br />

고스란히 되살아난 하루였다.<br />

꿈같은 1박 2일을 보내고 이제 헤어져야<br />

할 시간. 동료들과 나눠 먹으라며 부모님이<br />

진모 씨의 손에 황남빵을 들려 준다.<br />

부모님의 사랑을 한 손에 든 진모 씨가<br />

다른 한 손을 흔든다. 부모님이 탄 부산행<br />

고속버스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br />

166 167


4<br />

community<br />

p. 170~187<br />

너른 들과 바다,<br />

그리고 광활한 갯벌.<br />

풍요의 땅 서산의 이국적<br />

풍경과 삶의 체취를<br />

담았습니다.<br />

/<br />

p. 188~195<br />

스타는 많아도 진정한<br />

연기자는 귀한 세상.<br />

연기자 이순재가 있어<br />

우리는 행복합니다.<br />

/<br />

p. 196~201<br />

지구온난화의 위기에서<br />

인류를 구원할 쌍두마차,<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의<br />

세계를 살펴봅니다.<br />

p. 202~208<br />

2012여수세계박람회<br />

개최를 앞두고<br />

세계박람회의 역사와<br />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br />

/<br />

p. 210~217<br />

일상에서 느끼는 이성과<br />

감성에 대한 보고서.<br />

작은 삶의 이야기를<br />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br />

/<br />

p. 218~221<br />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br />

위한 로하스 캠페인.<br />

겨울철에 함께할 수 있는<br />

지혜를 담았습니다.<br />

168 169


미처 만나지 못했던 풍경들<br />

서산은 풍요의 땅이다.<br />

들과 바다가 넓게 펼쳐져<br />

있고, 수려한 산들이<br />

곳곳에 솟아 있어 사시사철<br />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넘친다.<br />

서산은 기적의 땅이다.<br />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들고,<br />

바다를 막아 산업시설을<br />

세운 상전벽해( 桑 田 碧 海 )의<br />

현장이다. 그 기적의 땅에서<br />

삼성토탈과 삼성석유화학이<br />

또 다른 기적을 일궈 가고<br />

있다. 풍요와 기적의 땅,<br />

서산. 그 품에 안기면<br />

마음까지 넉넉해진다.<br />

백제의 미소가<br />

살아 있는 풍요의 땅,<br />

서산<br />

글. 정명은/자유기고가<br />

사진. 김현필, 김진호/사진문<br />

170<br />

서산 마애삼존불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은<br />

꾸밈없고 온화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어 ‘백제의 미소’라 불린다.


드넓은 초원 운산면 삼화목장의 드넓은 초원 앞에 서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br />

삼화목장의 공식 명칭은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다.<br />

광활한 갯벌 대산면 대곳리 황금산 입구에 펼쳐진 광활한 갯벌. 자연산 굴이 천지인 서산의 갯벌은 어리굴젓의 명성이 시작된 곳이다.


굴 캐는 봉순의 할머니 넓은 갯벌에서 굴을 캐고 있는 봉순의 할머니(80).<br />

할머니에게 갯벌은 기쁨과 애환이 서린 삶의 터전이다.


삼성토탈 박희영 사원 삼성토탈 방향족공장에서 일하는<br />

박희영 사원과 총무팀 원소희 사원의 환한 웃음.<br />

삼성석유화학 서산공장 최첨단 공정 및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서산공장은 화학섬유 원료의 쌀이라 불리는 ‘고순도 테레프탈산’을 생산한다.<br />

삼성토탈의 야경 전 세계 화학기업 중 1인당 생산성 1위를 자랑하는 삼성토탈의 야경. 작업의 안전을 위해 밝힌 조명이 아름답게 빛난다.


하늘을 담은 용비지 한우개량사업소 내에 있는 연못 용비지. 수면 가득 하늘이 담겼다.<br />

바닷가 풍경 어민들의 생존 터전인 바다는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br />

삼성토탈 꿈나무 과학교실 삼성토탈 연구원들은 서산 서동초등학교에서 매주 ‘꿈나무 과학교실’을 열고 있다.<br />

삼성석유화학 이기호 주임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이기호 주임의 표정에서 ‘안전제일’의 의지가 묻어난다.


바다의 새벽을 깨운다 서산은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br />

이른 새벽, 파도보다 먼저 일어난 낚시꾼들이 고요한 정막을 깨뜨린다.


01.<br />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상서로운 고장<br />

––<br />

서산( 瑞 山 )은 예사롭지 않은 땅이다. 옛날부터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br />

형상이라거나 선녀가 비파를 타는 형상이라 하여 풍수지리상의 길지로 여겨져<br />

왔다. 이름 자체도 ‘상서로운 산’이다. 상서로운 산이란 서산의 주산인 옥녀봉을<br />

가리킨다. 이곳에 묘를 쓰면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이야기가<br />

전해진다. 하지만 개인은 잘되지만 서산 주민 모두에게 화가 닥친다고 하여<br />

옥녀봉에 묘를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내려오고 있다. 지금도 옥녀봉엔 묘를<br />

쓰지 않는다.<br />

일반인의 눈에도 서산의 풍경은 예사롭지 않다. 운정면 용현리에 있는, 작지만<br />

맑고 청정한 산사인 개심사로 가는 길. 그 주위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 풍경은 마치<br />

외국의 목장지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은 하늘과<br />

맞닿아 완만한 능선의 모습을 남겨 놓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삼화목장으로 더 잘<br />

알려진 이곳의 정식 명칭은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 그 면적만도 670ha의<br />

초지를 포함해 총 <strong>11</strong>22ha(약 340만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목장이다.<br />

이곳은 본래 조선시대 12진산( 鎭 山 )의 하나였던 상왕산의 울창한 숲이었으나,<br />

1969년 그 숲을 모두 베어 내고 목초지로 조성됐다. 현재는 한우의 유전자 보존과<br />

개량, 그리고 우량 씨수소에서 채취한 냉동정액을 전국의 한우 농가에 공급하는<br />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한우들의 아버지가 사는 곳이니<br />

‘한우의 총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곳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br />

침범하지 못하도록 청정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도<br />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우개량사업소의 차의수 차장은 “이곳의 방역망이 뚫리면<br />

우리나라의 모든 한우들이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 금지 방침에<br />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br />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한우개량사업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목장<br />

사이로 난 길을 드라이브하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풍경을 충분히 맛볼 수<br />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만나는 개심사는 마음을 여는 일, 마음을<br />

씻는 일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br />

개심사 입구 운산면 신창리에 있는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 開 心 寺 ).<br />

그 이름만으로도 현대인의 가슴에 작은 깨달음을 준다.<br />

183


02.<br />

삶과 생존, 그리고 풍요의 바다<br />

––<br />

개심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제의 미소’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서산<br />

마애삼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도톰한 볼과 온화한 얼굴을 지닌 부처가 바위<br />

위에서 벙긋벙긋 웃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br />

서산은 백제시대부터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그 길 한가운데 있는<br />

마애삼존불은 중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무사귀환을 빌며 치성을 드리던 곳이다.<br />

그 옛날 중국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해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과<br />

바다 사이에 넓게 펼쳐진 들에서는 육쪽마늘과 생강, 감천배, 버섯 등의 서산<br />

특산물이 자라고 있다. 또한 바다를 가로막아 농토로 만든 상전벽해의 현장을<br />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다 위로 긴 제방이 뻗어 있는 천수만은 겨울철새들의<br />

천국이기도 하다.<br />

넓은 바다와 길게 펼쳐진 갯벌은 서산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들이자 밭이다. 요즘<br />

이곳에는 제철을 맞은 자연산 굴이 지천이다. 바로 이 갯벌에서 서산 어리굴젓의<br />

명성이 시작되었다. 좋은 음식은 항상 좋은 재료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br />

대산면 독곳리 황금산 앞 갯벌에서 굴을 캐고 있는 봉순의 할머니(80)는 평생을<br />

갯벌에서 살았다. 열일곱 살에 독곳리로 시집와 굴과 바지락을 캐서 1남2녀의<br />

자녀들을 키웠다. 사랑하던 남편은 서른아홉 살 때 바다에 빼앗겼다. 20년 전에는<br />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는 갯벌에서 한과 슬픔을 삭이며 혼자의 힘으로<br />

보들보들 가리비 속에 아사삭 게가 살아요<br />

자연산 가리비 전문점 별이네 황금산 앞 깊은 바다에서<br />

갓 따 올린 자연산 가리비 맛을 보았는가. 가리비가 뜨거운<br />

불에서 입을 쩍쩍 벌리면 그 안에서 게 한 마리가 슬금슬금<br />

기어 나온다. 둘 사이는 공생관계. 가리비를 포함한 각종<br />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라면도 별미다. 황금산 입구 바닷가<br />

포구에 자리잡고 있다.<br />

041-667-1676(자연산 가리비, 생굴 전국 택배 가능)<br />

자녀들을 키웠고, 지금도 아버지를 잃은 손자들을 돕고 있다. 그에게 바다는 한의<br />

대상이자 생존의 터전이다.<br />

독곳리의 황금산은 최근 들어 외지인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코끼리바위와<br />

같은 기암괴석들이 가득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그<br />

너머에는 삼성토탈과 삼성석유화학이 자리잡고 있다. 약 3.3km 2 의 대지 위에<br />

13개 단위공장으로 구성된 삼성토탈은 단일 화학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br />

이곳에서는 각종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의<br />

합성수지와 화성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성석유화학에서는 화학섬유<br />

원료의 쌀이라 불리는 ‘고순도 테레프탈산’을 생산한다.<br />

단지 안에 들어서면 거대한 파이프의 위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의<br />

파이프들은 접안 부두에서부터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하나로 연결되어<br />

있다. 가로세로로 구불구불 연결된 파이프를 일직선으로 펴면 그 길이만도<br />

1300km. 서울에서 일본의 수도인 도쿄까지의 거리(약 <strong>11</strong>00km)보다도 길다.<br />

03.<br />

황금산에 얽힌 전설과 경제 기적<br />

––<br />

황금산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온다. 본디 황금산 주변은 조기떼가 몰려오는<br />

황금어장이었다. 그러나 연평도에 사는 청룡이 황금산 앞바다를 지키는 황룡과의<br />

싸움에서 이겨 조기떼를 몰고 가 버렸다. 이후 이곳 어민들의 삶이 빈곤해지자<br />

주민들은 황금산에 황룡을 모신 당집을 지어 풍년과 풍어, 지역의 번영을<br />

기원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집이 폐허로 변하자 삼성토탈은 1996년<br />

서산시와 공동으로 당집을 복원한 뒤 매년 4월 1일에 안전기원제를 올리고<br />

있다. 그 정성에 황룡이 감동한 것일까. 삼성토탈은 2008년에 5조 3000억 원의<br />

매출액을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화학기업으로 성장했다.<br />

전 직원이 960명에 불과하니 1인당 매출액이 50억 원을 넘는다. 삼성토탈이<br />

자리잡은 땅의 약 50%는 예전에 바다였으니, 기적의 땅에서 또 다른 기적을 일궈<br />

낸 셈이다. 이처럼 서산은 가는 곳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이야깃거리가 풍부한<br />

풍요의 땅이자 기적의 고장이다.<br />

5% 할인쿠폰<br />

~2010.1.31<br />

별이네<br />

184<br />

185


서산의 특산물로 만들어 보는<br />

생활요리 레시피<br />

레시피 제공 및 요리. 조애니스트 쿠킹스튜디오/www.joannist.com<br />

사진. 윤학신/사진문<br />

삼겹살 구이 샐러드<br />

서산의 육쪽마늘과 환상의 궁합, 삼겹살 구이 샐러드입니다. 간장에 마늘 등을<br />

재워 둔 소스에 삼겹살을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고 개운한지요.<br />

굴 수프<br />

겨울이 제철인 서산 굴을 이용해 중국식 굴 수프를 끓여 보았습니다. ‘바다의 우유’로<br />

불리는 굴은 추위에 지친 심신에 힘을 북돋워 드릴 것입니다.<br />

4인분 기준<br />

재료: 삼겹살 350g | 참기름 2큰술<br />

저민 마늘 3톨 | 파 2단, 양파 1/4개<br />

소금, 후추, 상추, 깻잎, 통깨<br />

—<br />

소스: 저민 마늘 1톨 | 식초 1.5큰술<br />

설탕 1.5큰술 | 간장 2큰술 | 물 1큰술<br />

풋고추 0.5개(씨 빼고 채 친다)<br />

1 소스 재료를 섞어 4시간 정도 숙성시킨다.<br />

2 팬을 달군 후 참기름을 넣고 저민 마늘을 넣어<br />

노르스름하게 익힌 후 꺼내 둔다.<br />

3 같은 팬에 삼겹살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하여 굽는다.<br />

4 파는 길게 채 치고 양파는 얇게 썰어 각각 차가운 물에<br />

10분 정도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br />

5 상추와 깻잎은 씻어 물기를 뺀다. 준비한 채소를<br />

소스로 가볍게 버무린다.<br />

6 또는 상추나 깻잎 위에 나머지 채소를 조금씩 순서대로<br />

올리고 구운 마늘, 통깨를 위에 뿌려 낸다.<br />

1컵=240ml / 4인분 기준<br />

재료: 껍질 깐 굴 300g | 녹말 1큰술<br />

배춧잎 4장 | 베이컨 3장 |당근 50g<br />

참타리버섯 200g | 쪽파 1대<br />

미나리 50g(장식용)<br />

—<br />

수프: 닭육수 2컵 | 물 2컵<br />

간장 0.5큰술 | 생강즙 0.25큰술<br />

소금 0.25큰술 | 청주 0.25큰술<br />

참기름 0.25큰술<br />

1 굴에 녹말을 묻혀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는다.<br />

2 베이컨, 배춧잎, 당근, 버섯, 파, 미나리 등을<br />

비슷한 길이로 채 썬다.<br />

3 국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오래 익히는 채소부터<br />

순서대로 넣고 익힌다.<br />

4 간장, 소금, 생강즙, 청주를 넣고 간을 맞춘다.<br />

5 굴과 미나리는 녹말물을 넣기 직전에 넣는다.<br />

6 녹말물을 풀어 농도를 조절하고, 마지막에<br />

참기름을 떨어뜨린다.<br />

7 그릇에 담은 후 미나리잎으로 장식한다.<br />

186<br />

187


people<br />

이 남자, 하늘을 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찾아온 사랑, 꿈같은 키스 한 번에<br />

노인의 발은 땅에서 떨어져 기어이 지붕을 뚫고 하늘 위를 날아간다. 이 남자는<br />

1935년생의 배우 이순재가 2009년에 연기하고 있는 의<br />

캐릭터 ‘이순재’다. 죽은 부인의 묘에 풀도 채 마르지 않았건만 아리따운 여인<br />

‘자옥’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흔다섯의 사내. 그렇게 이순재는 여전히 물기<br />

왕성한 고목이요. 아직 천수를 남겨 둔 묘목이다.<br />

01.<br />

‘대발이 아버지’에서 ‘야동순재’까지<br />

––<br />

천의 얼굴을 가진<br />

연기의 달인, 이순재<br />

‘대발이 아버지’거나 ‘유의태 선생’이거나 ‘야동순재’거나. 이순재를 어떤<br />

이름으로 기억하는가는 아마도 당신의 ‘연식’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br />

대부분의 우리는 평생을 이순재가 만들어 낸 인물들과 살아왔다. 동네 이장님<br />

댁의 작은 브라운관에서부터 거대한 PDP TV, 홀로 보는 휴대폰 액정에<br />

이르기까지 우리는 배우 이순재가 만들어 낸 세상과 늘 일정한 교집합을 이루며<br />

살아온 셈이다.<br />

꽃미남 배우와 탤런트가 인기를 독차지<br />

하는 시대, 진정한 연기자를 발견하기란<br />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연기자<br />

이순재’의 존재는 소중하다. 치열한<br />

캐릭터 연구와 연기를 천직으로 여기는<br />

장인정신으로 일흔다섯의 나이에도<br />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순재.<br />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지붕마저 뚫어<br />

버린 그의 연기 혼은 각박한 삶을 사는<br />

서민들에게 최고의 위안거리다.<br />

글. 백은하/엔터테인먼트 매거진 편집장<br />

사진. 김현필/사진문<br />

그중 1992년 작 MBC 의 ‘대발이 아버지’는 한동안 배우<br />

이순재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또한 KBS , KBS 등으로 이어지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조금씩<br />

다르게 다양한 한국의 아버지상을 보여 주었다. 저녁상에 굴비를 매달아 놓고 밥<br />

한 숟가락에 한 번만 쳐다보라고 할 듯한 자린고비의 현신, 말보다는 호통이 먼저<br />

튀어나오는 가부장적인 남자.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언제 어디선가 본 듯한<br />

느낌을 갖게 되는 그 남자를 끝내 미워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이순재의 모습에서<br />

언제나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서민적인 우리들 아버지의 초상을 발견할 수<br />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않는 꼿꼿한 성품, 화려하지는 않지만<br />

허례허식 없는 삶의 남자들을.<br />

188 189


또한 1999년 작 MBC 의 유의태는 이순재에게<br />

존경할 수 있는 아버지 혹은 스승의 이미지를 가져다<br />

주었다.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고<br />

냉정하지만 자식 혹은 제자에게 바다와 같은<br />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 이런 그의 캐릭터는 이후<br />

MBC 의 영조 혹은 MBC ,<br />

MBC 등에서 보여 준 재벌 회장<br />

캐릭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기도 했다.<br />

그러던 이순재가 ‘야동순재’가 되었다. 이제 그는<br />

한국의 아버지가 아닌 한국의 할아버지가 되었다.<br />

에서 까지 그는<br />

휴대폰 문자 한 통 제대로 못 보내 쩔쩔매고, 노트북에<br />

침이 들어가면 바이러스가 걸려 고장 나는 줄 아는<br />

구세대거나 아무 데서나 천둥소리 같은 방구를 껴<br />

이순재의 연기는 리얼하다.<br />

그것이 근엄한 아버지의<br />

모습이든, 엄격하면서도<br />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이든,<br />

염치없는 노인의 모습이든<br />

맡은 배역에 상관없이<br />

언제나 ‘진짜’ 같다.<br />

철저한 분석과 노력이<br />

만들어 낸 그 ‘진짜 같음’이<br />

세대를 뛰어넘어 이순재에게<br />

열광하는 이유다.<br />

대는 염치없는 노인네다.<br />

“사람들은 내가 시트콤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을<br />

거야. 하지만 예전부터 노인들이 나오는, 정말 인생이<br />

묻어나는 가운데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시트콤을<br />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예전에 라는 프로그램에서 시골의 나이 든<br />

부모들이 타지에 나간 자식들에게 소식 전하는 코너가<br />

있었어. ‘공부 잘하고 있냐? 밥은 챙겨 먹고?’ 그런<br />

노인들의 어눌하고 어색한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br />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는 거였지. 에서는 어른들의 실수를 재연하는 경우가<br />

많은데,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br />

그걸 보면 자기 일처럼 재미있다고 해. 아무리<br />

190 191


시트콤이어도 관객들이 따라오는 건 그 사실성 때문이거든. 그래서 작품 들어갈<br />

때 배우들에게 ‘정말로 열심히, 진지하게 해야 한다. 배우가 노력하는 모습이<br />

있어야지 개그맨처럼 웃기려고 생각하지 마라’고 했지.”<br />

02.<br />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연기자로 사는 법<br />

––<br />

이순재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에게 ‘서울대 출신<br />

연기자’라는 사실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뛰어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가 연기<br />

활동을 시작할 무렵은 대한민국 방송의 태동기였고 배우에 대한, 특히 드라마<br />

연기자들에 대한 인식은 그보다 척박한 수준이었다. 그런 중 서울대 철학과<br />

출신의 젊고 진지한 청년이 소위 말하는 TV 탤런트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br />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br />

“솔직히 말해 우리 때 배우는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직업이었어. 생활에 절제가<br />

없다는 인식도 있고 경제적 조건도 취약했으니까 웬만한 집에서는 딸도 안 주려고<br />

했지. 물론 나는 예전에 내가 받아 온 교육적 수준이 있기 때문에 그걸 훼손해서는<br />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우리 직종에 대한 오해가 있을수록 오히려 더<br />

자존심을 지키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딴따라 출신이 별수 있나’ 하는<br />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br />

이렇게 그에게 높은 학벌은 과시용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br />

지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으로 자리잡았다. 배우 윤여정이 연기<br />

활동을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이순재 같은 서울대 출신도 탤런트를 한다”며<br />

설득하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br />

이순재는 늘 “젊은 배우가 엘리트 역할을 하려면 그 인물에서 우러나야 할 지성이<br />

보여야 한다”며 연기자의 지성을 강조한다. 또한 연기자로서의 명성, 그가 가진<br />

근엄한 아버지의 이미지에 더해진 학력은 그가 방송계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br />

1978<br />

비목<br />

1978<br />

하늘아래<br />

슬픔이<br />

한국 드라마・영화계의 산증인 - 배우 이순재<br />

이순재( 李 順 載 , 1935.<br />

10.10). 함경북도 회령군<br />

출신이며 신구와 함께 현재<br />

대한민국 남자 원로 배우의<br />

양대산맥이다. 1956년에<br />

HLKZ-TV로 데뷔하여<br />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초대,<br />

제2대, 제<strong>11</strong>대 회장을<br />

지내기도 했다.<br />

1980<br />

1977<br />

아리랑 아!<br />

2009<br />

1976<br />

어머니<br />

1976<br />

집념<br />

1982<br />

풍운<br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br />

‘방송인 명예의 전당’ 헌정<br />

/<br />

백상예술대상 공로상<br />

2009<br />

굿모닝<br />

프레지던트<br />

1975<br />

서북청년<br />

2009<br />

선덕여왕<br />

2009<br />

지붕 뚫고<br />

하이킥<br />

2009<br />

1974<br />

토지<br />

1975<br />

2006<br />

모두들,<br />

괜찮아요?<br />

1977<br />

백상예술대상 영화<br />

남자최우수연기상<br />

1984<br />

평화의 길<br />

2008<br />

베토벤<br />

바이러스<br />

2008<br />

엄마가<br />

뿔났다<br />

1970<br />

이별없이<br />

살았으면<br />

1970<br />

거북이<br />

2007<br />

이산<br />

1986<br />

젖은 풀<br />

젖은 잎<br />

1985<br />

2006<br />

거침없이<br />

하이킥<br />

1969<br />

청춘을<br />

다바쳐<br />

2005<br />

1970<br />

2004<br />

불멸의<br />

이순신<br />

드라마 출연작<br />

영화 출연작<br />

1965<br />

밤은 말이<br />

1967<br />

없다<br />

막차로 온<br />

손님들<br />

2001<br />

상도<br />

2008<br />

MBC 연기대상<br />

PD상<br />

2000<br />

1990<br />

1965<br />

1989<br />

제2공화국 1991<br />

사랑이<br />

뭐길래<br />

1999<br />

허준<br />

1995<br />

목욕탕집<br />

남자들<br />

1995<br />

2007<br />

1960<br />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br />

/<br />

대한민국 영상대전<br />

탤런트 부문 포토제닉상<br />

/<br />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br />

공로상<br />

1956<br />

나도 인간이<br />

되련다<br />

2002<br />

문화관광부 문화의 날<br />

보관문화훈장<br />

/<br />

MBC 명예의 전당<br />

1993<br />

제3공화국<br />

데뷔<br />

192 193


할 수 있는 위치를 갖도록 했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출연료 문제, 쪽대본<br />

등 드라마 제작의 폐해 등에 대해 말해도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 권위를<br />

가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이순재다.<br />

03.<br />

이성과 감성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의 스승<br />

––<br />

“배우는 젊었을 때는 외모에 신경도 쓰고 하지만 중년 이상 되면 그 역할을<br />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거든. 나이 먹었을 때 보면 어떤 배우는 역할에만<br />

충실한 사람이 있고 아직도 자기의 외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고 한데, 거기서<br />

연기력의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가 화면에서 보이는 거야. 배우라면 역할에 맞는<br />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충실하게 몰입을 해야지. 우리가 드라마나 연극,<br />

영화를 볼 때는 재미있는 얘기를 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볼거리는<br />

배우의 연기거든. 나도 젊었을 때 배우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많은 작품을 봤는데<br />

그런 배우의 연기에 매료되어서 끌려온 면도 있으니까. 요즘에도 학생들에게<br />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라고 가르쳐. 그 안에 누구든 괜찮은 배우가 있다면 그<br />

배우의 일거수일투족, 말하는 표정, 눈뜨는 방식, 걸음걸이까지 추적하라는<br />

거지. 배우가 그런 의지를 가지고 구석구석까지 철저히 분석하다 보면 단 10분의<br />

1이라도 그 의미가 표출되는 것 같아.”<br />

연기엔 완성도 없고,<br />

끝도 없습니다.<br />

항상 피눈물 나게<br />

대본을 외우고 새로운<br />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br />

고민할 뿐입니다.<br />

이순재<br />

반백년 우리와 함께 호흡한 아버지, 스승 혹은 할아버지. 배우 이순재는 생각한다.<br />

그리고 존재한다. 사람 이순재는 웃는다. 그리고 존재한다. 내면의 양팔저울 위로<br />

이성의 추와 감성의 추를 고르게 올려놓은 이 ‘황금균형’의 배우와 같은 시대를<br />

살았고 또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은 이토록 척박한 21세기의 트랙 위에<br />

발을 올려놓은 우리에게 내려진 작은 위안일지도 모르겠다.<br />

194 195


issue<br />

지구온난화의 심화에 따라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br />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전 세계<br />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으며, 2100년까지 6.4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br />

평균기온이 2~3도 상승하면 20~30%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인류 또한<br />

물 부족 사태와 기근의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br />

온도 상승의 주범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이에 따라<br />

전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br />

전쟁에서 이기려면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해야<br />

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태양전지와 2차전지다.<br />

미래를 밝혀 줄 희망의 등불,<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br />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br />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를<br />

사용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br />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br />

절실한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br />

정책에도 일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br />

개발이 그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br />

불리는 태양전지와 2차전지란 무엇일까.<br />

글. 차원용/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대표소장<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장미<br />

01.<br />

빛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인공 엽록소, 태양전지<br />

––<br />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소화합물, 즉 사과나 배와 같은 열매를 만드는<br />

데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광합성 작용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br />

변환시키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엽록소다. 태양전지는 식물의 엽록소와<br />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간이 만든 인공 엽록소라 할 수 있다.<br />

태양 빛은 최대의 에너지 자원이다. 1년 동안 지구로 보내지는 빛에너지는 인간이<br />

태양전지의 원리<br />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br />

변환시키는 태양전지는 식물의<br />

엽록소와 같은 인공 엽록소다.<br />

광합성 작용의 핵인 엽록소는<br />

빛에너지를 전자(-)와<br />

정공(+)으로 나누고, 이들을<br />

이동시켜 탄소화합물을 만드는<br />

데 필요한 전기에너지를<br />

얻는다. 태양전지의 원리 또한<br />

이와 같다.<br />

196 197


1만 년을 쓰고도 남을 엄청난 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전지에 주목하고, 해마다<br />

세계 태양전지 시장이 평균 33%씩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br />

그러나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태양전지는 아직까지 대중화 시대로<br />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광변환 효율(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br />

변환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전지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br />

있는 것은 실리콘을 주원료로 하는 1세대 결정형 태양전지다. 결정형 태양전지의<br />

변환 효율은 20% 정도. 발전단가는 석탄이나 석유, 가스에 비해 5~20배 높다.<br />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2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다.<br />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리콘 기판의 두께를 얇게 만들거나 다른 합성수지<br />

등을 사용한 것이 박막형 태양전지다. 박막형은 1세대 태양전지에 비해 저렴하고<br />

구부릴 수 있어 벽이나 건물 외벽에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br />

광변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br />

주력 제품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빛을 100% 흡수하는<br />

탄소나노튜브나 광학 메타물질이 개발되면 100%의 광변환 효율을 지닌<br />

태양전지도 탄생할 것이다.<br />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태양전지<br />

사업에 적합한 인적자원과 기술, 경험을 갖추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태양전지<br />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다. 결정형 태양전지<br />

연구개발 라인을 가동한 삼성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 개발도 병행하여<br />

2015년까지 세계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br />

02.<br />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2차전지<br />

––<br />

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전지를<br />

말한다. 현재 2차전지는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PMP, MP3플레이어<br />

등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br />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멀티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는 휴대용 정보통신기기들은<br />

에너지 밀도가 더욱 높아진 2차전지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고기능 기기를<br />

198 199


구동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br />

현재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br />

핵심 기술 중 하나도 바로 2차전지다. 완전한 전기자동차<br />

개발의 관건도 2차전지에 달려 있다. 2차전지만으로 자동차를<br />

움직이기 위해서는 경제적이고 고속 충전이 가능하며<br />

안전성이 높은 고밀도의 2차전지가 필요하다.<br />

2차전지는 음극이나 양극에 쓰이는 물질에 따라 납축전지,<br />

니켈카드뮴전지, 니켈메탈수소전지, 리튬전지 등으로<br />

구분된다. 특히 리튬전지는 중금속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br />

친환경 차세대 전지로서, 작은 부피에도 높은 효율성을 갖춰<br />

휴대폰에서부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br />

활용되고 있다. 리튬전지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다시<br />

리튬금속전지(LB), 리튬이온전지(LIB), 리튬폴리머전지(LPB),<br />

리튬이온폴리머전지(LIPB)로 구분된다.<br />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에 쓰이는 전지는<br />

리튬이온전지다. 국내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br />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BMW와 GM에 전기자동차용<br />

2차전지를 납품하게 된 삼성SDI와 LG화학이 그 대표주자다.<br />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br />

녹색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도 태양전지와<br />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할<br />

방침이다.<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에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바라는<br />

국민들의 염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전<br />

인류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br />

지구온난화의 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바로 태양전지와<br />

2차전지이기 때문이다.<br />

태양전지와 2차전지 기술이 발전하면 ‘물로 가는 자동차’와<br />

같은 허황된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br />

분리해 주는 인공 엽록소만 개발하면 가능한 일이다.<br />

자동차 연료통에 가솔린 대신 물을 채우면 연료통 안에<br />

있는 인공 엽록소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다. 분리된<br />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2차전지가 전기를 만들고, 생산된<br />

전기를 대용량 배터리에 저장하여 자동차를 움직인다. 이런<br />

꿈같은 일이 삼성의 손에 의해 10년 안에 현실화될 수도<br />

있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br />

03.<br />

물로 가는 자동차도 꿈은 아니다<br />

––<br />

향후 10년 안에는 리튬폴리머전지와 리튬이온폴리머전지가<br />

개발되어 리튬이온전지의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이들<br />

제품은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br />

안전하고 오래 쓸 수 있다. 또한 고출력, 대용량인 동시에<br />

생산비용도 더 저렴하다.<br />

2차전지 산업은 2015년에 60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br />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태양전지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br />

200 201


세계박람회 이야기<br />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세계박람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br />

있다. 미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을 기대하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도<br />

집중되고 있다. 인류문명의 성과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박람회는<br />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글로벌 이벤트로 손꼽힌다. 따라서 개최만으로도<br />

엄청난 국가 홍보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br />

01.<br />

인류 최초의 글로벌 이벤트, 만국박람회<br />

––<br />

세계박람회는 근대적 의미에서 인류 최초의 글로벌 이벤트이자 19세기까지 인류가<br />

문명의 미래를 위한<br />

소통의 축제<br />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br />

해양엑스포로 기록될<br />

2012여수세계박람회 준비가<br />

본궤도에 올랐다. ‘살아 있는 바다,<br />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질<br />

여수세계박람회는 국가경쟁력<br />

제고는 물론 인류문명의 지속가능한<br />

성장에 큰 획을 남길 것으로<br />

기대되고 있다. 세계박람회의<br />

역사를 통해 여수세계박람회의<br />

의미와 과제를 살펴본다.<br />

글. 이진경/자유기고가<br />

쌓아 온 부( 富 )의 산물이었다.(근대 올림픽은 19세기 후반, 월드컵은 20세기 들어<br />

시작됐다.) ‘만국산업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최초의 세계박람회가 1851년<br />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것은 결코 우연이<br />

아니다. 당시 박람회 개최 장소였던 ‘수정궁(Crystal Palace)’은 벽돌이 아닌<br />

유리와 철로 지어진 최첨단 건축물로, 건물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최강이었던<br />

영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을 보여 준 상징물이었다.<br />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목적이<br />

있긴 했지만 만국박람회는 초기<br />

산업혁명 세대가 이룩한 성과를<br />

보고하는 종합전시장이었다. 런던<br />

만국박람회에 등장한 증기기관차는<br />

이후 내연기관차에서 자기부상열차의<br />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인<br />

런던만국박람회(1851년)<br />

이 박람회에서 증기기관, 기관차 등이<br />

전시된 후 내연기관차, 전기기관차 등이<br />

나타났고, 계속된 기술의 진보로 지하철,<br />

고속열차, 자기부상열차 등이 개발되었다.<br />

산업문명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특히<br />

만국박람회는 산업사회의 다양한<br />

성과를 전 세계 일반 대중에게 널리<br />

알림으로써 단순한 무역의 장이 아닌<br />

‘쇼’와 ‘이벤트’가 결합된 경제・문화<br />

올림픽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하지만<br />

202 203


만국박람회가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인류가 지향하는 공통된 하나의 길, 즉<br />

‘발전’이라는 문제를 더욱 깊이 인식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br />

02.<br />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br />

––<br />

인류는 과연 어디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을까? 2008년까지<br />

총 63회에 걸쳐 개최된 세계박람회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br />

지식과 정보의 보고였다. 그동안 박람회에 등장했던 수많은 신기술과 신제품은<br />

인류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br />

1889년, 프랑스혁명을 기념해 개최된 파리만국박람회의 기념탑인 에펠탑은<br />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 속에 건립되었지만, 오늘날엔 에펠탑 없는 파리는<br />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파리를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이 되었다. 1876년 미국<br />

독립 100주년 기념 세계박람회에 등장한 전화기는 통신혁명의 신호탄을<br />

쏘았고, 1885년 앤트워프세계박람회와 1904년 세인트루이스세계박람회에서는<br />

각각 자동차와 비행기를 선보여 인간의 거리 개념을 단축시켰다. 1939년<br />

뉴욕세계박람회에 등장한 텔레비전은 새로운 문화의 출현, 그 자체였다.<br />

또한 세계박람회는 행사 개최만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와 국제적 이미지<br />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br />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20세기 마지막<br />

세계박람회를 개최했던 포르투갈의 리스본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리스본은<br />

세계박람회 개최를 통해 도살장과 쓰레기 적치장 등 혐오시설이 가득한 낙후<br />

지역이란 오명을 벗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br />

21세기 들어 세계박람회는 중요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br />

경제 위기와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인류문명의 미래와 대안을<br />

모색하는 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에서 시작된 이러한<br />

흐름은 세계박람회의 성격을 단순한 문물의 전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br />

모색하는 ‘환경엑스포’로 변화시켰다. 2005년 일본 아이치세계박람회는 그러한<br />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br />

아이치세계박람회는 121개국에서 2204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여 무려 7조<br />

7000억 엔의 경제적 이익과 약 45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경이적인 성과를<br />

남겼다. 또한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br />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박람회 역사상 최초로 시민단체가 준비한<br />

235개의 전시회를 선보였고, ‘자연의 예지’라는 주제를 통해 환경보전 의식의<br />

확산과 환경기술의 현실화라는 뜻깊은 성과를 거뒀다. 인류문명에 대한 성찰,<br />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가 일궈 낸 성공이었다.<br />

Photo by Jürgen Roßkamp<br />

Photo by Gnsin<br />

파리만국박람회(1889년) 뉴욕세계박람회(1939년) 하노버세계박람회(2000년) 아이치세계박람회(2005년)<br />

204 205


다도해의 수려한 풍광 속에서 펼쳐질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감도(맨 위).<br />

다도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국가관(맨 아래)은 해양・연안 건축의 기념비적 건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br />

03.<br />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br />

––<br />

2012년 5월 12일에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는<br />

세계박람회사무국(BIE, Bureau International<br />

des Expositions)으로부터 주제, 기간, 개최 목적을<br />

공인받은 인정박람회다.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는<br />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br />

총 30만 명의 여수 시민 중 18만 명이 자원봉사에<br />

참여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성공 가능성도<br />

그만큼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br />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게 될<br />

여수세계박람회는 미래 자원의 보고인 해양환경의<br />

보전과 자연친화적 개발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발전<br />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인류의 보편적 문제<br />

해결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의 창출을 모색하는 최초의<br />

박람회로 승화시킬 예정이다.<br />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br />

있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10월, 주제관 국제현상설계<br />

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오스트리아 건축가 귄테르<br />

베베르의 ‘하나의 바다(One Ocean)’를 선정했다.<br />

바다를 인류와 공존하는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br />

표현한 ‘하나의 바다’는 여수 신항 앞 바다 위<br />

6000m 2 면적에 건설되며, 내년 8월 공사를 시작해<br />

오는 2012년 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해양의 보전과<br />

활용을 통해 인류에게 밝은 미래와 희망을 전할<br />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인간과 환경, 기술과 문명에<br />

대해 세계시민들과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br />

2012여수세계박람회의<br />

심볼은 인류의 삶의 터전인<br />

지구와 해양의 조화를<br />

상징한다. 파랑색은 해양,<br />

빨강색은 바다와 육지의<br />

생명체, 녹색은 환경, 흰색<br />

물결은 다도해 사이로 흐르는<br />

물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br />

마스코트는 플랑크톤을<br />

모티프로 한 여니와 수니다.<br />

여니<br />

수니<br />

206 207


미래 해양도시를 꿈꾸는 여수<br />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br />

한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br />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간 여수 신항<br />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단순한 해양박람회를<br />

넘어 바다와 인간의 공존을 전제로 해양의<br />

현명한 이용과 보존을 통해 바다의 녹색성장,<br />

신해양 녹색경제(Blue Economy)를 창조할<br />

여수세계박람회는 그동안 육지 중심이었던<br />

인류에게 새로운 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br />

모으고 있다.<br />

사실 바다는 지구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br />

존재이다.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br />

바다에는 지구 생물의 90%가 서식하고<br />

있으며,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의<br />

75%를 공급한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br />

50%를 정화하는 곳도 바다다. 따라서<br />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인류의 생존을<br />

위협하는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br />

등의 위기 속에서 해양과 연안의 가치에 대한<br />

조명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br />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br />

88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개최가<br />

그랬던 것처럼 여수세계박람회는 대한민국의<br />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br />

가져다 줄 지구촌 축제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br />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12조 3000억 원의<br />

생산 유발 효과와 7만 9000명의 고용 창출<br />

효과, 5조 70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br />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br />

이미지 제고와 국가경쟁력 강화 등 경제 외적<br />

효과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관람객<br />

수도 내국인 745만 명과 외국인 55만 명 등 약<br />

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br />

특히 여수세계박람회는 해양의 지속가능한<br />

발전 모델을 제시하여 인류문명에 기여하고,<br />

선진 해양과학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br />

구축하며, 여수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적인<br />

남해안 개발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계기를<br />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br />

한반도의 최남단, 남해안의 한가운데 자리한<br />

여수는 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를 거느린<br />

아름다운 도시다. 또한 수많은 섬들이 파도를<br />

막아 주는 천혜의 항구이자 남해안의 동과<br />

서를 잇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이제 여수는<br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도시에서<br />

세계적인 미래 해양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br />

있다. 여수의 꿈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br />

모두의 꿈이기도 하다.<br />

with readers<br />

208 209


일상다반사<br />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전에 소개된 적이 있는<br />

제주의 옛길 올레를 걷기 위해서였다. 스페인의<br />

산티아고를 걸으며 삶의 상처들을 다스렸다는 한 여자가<br />

길<br />

위<br />

에<br />

서<br />

산티아고가 세계 순례자들의 ‘길’이 될 수 있었던 것은<br />

산티아고의 길 위에 ‘위대한 야곱의 이야기’가 있었기<br />

때문이다. 제주의 올레가 치유와 평화의 올레가 될 수<br />

자신만의 ‘까미노(길)’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고향<br />

있었던 것 역시 그곳에 ‘고단한 해녀들의 비릿한 삶’이<br />

제주의 길들을 잇기 시작한 것이 ‘올레’의 탄생이었다.<br />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길을 걷다 유독 친구나<br />

억새가 우거진 10월, 바다와 둥근 오름, 해변의 자갈밭과<br />

딸과 함께 온 나이 든 여자를 많이 본 건 그런 이유가<br />

끝없는 모래길, 송악산 분화구의 거대한 구멍들을 보며<br />

아니었을까. 그들을 보면서 나는 그 배낭 안에 든<br />

감탄하고 또 감동했다. 먼 산티아고에 가지 않아도 우리<br />

고독의 무게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올레에는 단지 바람과<br />

땅에서 느끼는 다양한 풍경이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br />

돌과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었다.<br />

걷는 자의 행복이랄까, 고통이랄까, 이러한 것들을 제주<br />

나는 그것이 이 공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br />

하늘 아래에서 충만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br />

큰 키워드였다고 생각한다.<br />

재미있는 건, 올레를 다녀와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br />

정철의 ‘관동별곡’을 따라 길을 만드는 것은 참 멋진<br />

일주일 넘게 제주에만 있었던 터라 신문을 보지<br />

생각이다. 하지만 그저 걷기 편한 길을 닦는 데 그친다면<br />

못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런 기사가 있는 게 아닌가.<br />

그것은 시멘트로 도로를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br />

‘제2의 올레길 성황, 지자체 예산낭비 심각’. 올레의<br />

성공을 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슷한 길을<br />

만들겠다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였다.<br />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불닭이 유행하면 온<br />

무릇 길이란 수많은 사람들을 이곳에서 저곳으로<br />

이동시키는 공간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먼 길’이라고<br />

표현할 때의 그 ‘길’은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담은<br />

공간이며 은유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런 저런<br />

우리가 인생을<br />

‘ 먼 길’이라고<br />

말할 때의 ‘길’은<br />

시내가 불닭집 천지가 되고, 찜질방이 유행하면 너나<br />

할 것 없이 찜질방을 창업하는 이 못 말릴 근성이<br />

‘사업’뿐만 아니라 ‘문화’의 영역까지 침범한 것이다.<br />

식욕까지 ‘디자인’한다는 이 감성의 시대에 애통한<br />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br />

백영옥<br />

젊은 여성들의 라이프<br />

스타일을 간결한 문체로<br />

표현해 주목을 받고<br />

있다. 패션지 의 피처 에디터<br />

경험을 토대로 쓴 그의 첫<br />

장편소설 은 TV<br />

드라마로 제작되어 화제를<br />

모으기도 했다.<br />

‘길’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상황이 심란하고 걱정스럽다.<br />

여행사들이 서서히 ‘올레길’을 여행 프로그램에 넣는<br />

것 또한 염려스럽다. 고요히 명상하며 걷기 위해 떠나는<br />

사람들 옆으로, 마이크로 버스를 탄 단체 관광객들이<br />

대거 출몰하는 일은 여간 김빠지는 일 아닐까.<br />

굴곡진 삶의<br />

이야기를 담은<br />

공간이다. 그러나<br />

때론 이성의 가면을<br />

쓴 인간의 욕심이<br />

그 길의 느낌을<br />

훼손시킨다.<br />

210<br />

2<strong>11</strong>


나는 남을 먹여서 먹고 사는 직업이지만, 때로는 ‘먹이지<br />

올바른 것인지 고민의 터널을 뚫기 시작한다.<br />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한 조각의 고기,<br />

이런 이성의 의문에 고립된 ‘나’라는 요리사는<br />

한 술의 밥에 각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br />

변명거리를 찾기도 한다. 아귀가 딱 들어맞는 건<br />

때문이다. 원래 먹는다는 건 건강을 지키고, 사람답게 살<br />

아니지만, 이를 테면 ‘고기 먹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br />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지만 이제는 ‘먹는 즐거움’만이<br />

어떤 고기를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br />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쾌락이 식탁을<br />

이들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인 먹을거리,<br />

지배했던 18세기 프랑스 태양의 궁전 같은 카오스가<br />

환경운동 단체로 성장한 슬로푸드는 이렇게 말한다.<br />

당대에 돌아온 것이다.<br />

오직 입의 즐거움을 위해 음식이 봉사하다 보니 먹지<br />

말아야 할 것, 적게 먹어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br />

이를 테면 고기야말로 지구 생존의 문제와 깊게 결부된<br />

“먹을거리의 환경적 함의를 알지 못하는 미식가는<br />

어리석고, 미식에 대해 무지한 환경주의자는 불쌍한<br />

사람이다.” -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세계본부 회장<br />

심각한 존재다. 고기 1인분은 곡물 20인분과 같다. 다시<br />

그러니까 맛있는 것을 먹는 건 인간이 즐길 수 있는<br />

말해서 스무 명이 먹을 식량을 한 사람이 독차지한다는<br />

권리이되, 어떤 것을 즐기느냐를 고민하자는 얘기렷다.<br />

얘기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지구촌의 가장 시급한<br />

그래,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아 보는 거야. 그러나 이런<br />

문제 중의 하나로 육류 과소비를 든다. 나는 직업적으로<br />

이성적 태도 앞에 나의 뇌를 지배하는 욕망은 여전히<br />

그릴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를<br />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입안 가득 모든 미각을 건드리는<br />

구우면서 죄의식에 빠지곤 한다. 이런 나의 태도는 일의<br />

재미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너,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br />

거야?” 하는 자문에 빠지는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br />

철학자 사바랭은 ‘네가 먹은 것을 말해 보라, 그러면<br />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마’고 했다. 이는 원래<br />

먹을거리와 계급의 관계를 얘기하기 위한 것이지만<br />

현대에 와서는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함의( 含 意 )로<br />

통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나도 집요하게 무엇이<br />

박찬일<br />

이탈리아식당 ‘누이누이’<br />

주방장. 잡지사에서 일하다<br />

이탈리아로 요리를 배우러<br />

떠났고, 귀국 후 ‘뚜또베네’와<br />

‘논나’를 히트시켰다.<br />

시칠리아의 시골 식당에서<br />

견습 시절 겪은 경험담을<br />

정리해 얼마 전<br />

라는<br />

책을 출간했다.<br />

고기 기름의 유혹, 달콤하기까지 한 푸아그라 구이의<br />

원초적 섹시함을 원하는 손님들에게 나는 흔들린다.<br />

먹는 즐거움에 완전하게 봉사하는 것을 쾌락으로 여기는<br />

요리사의 숙명적 감성 같은 거다. 이성과 감성 간의<br />

강력한 빅뱅은 나를 불판 위에 오른 오징어처럼 춤추게<br />

한다. 지킬과 하이드가 주방 안에 재림한 것이다. 나는<br />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버겁다.<br />

아아, 비겁하면 생존하는 것일까?<br />

건강한 먹을거리와<br />

미각을 유혹하는<br />

달콤함 사이에서<br />

벌어지는<br />

이성과 감성 간의<br />

강력한 빅뱅은<br />

나를 불판 위에 오른<br />

오징어처럼<br />

춤추게 한다.<br />

212<br />

213


책 몇 권을 써 낸 이력으로 대중강연의 기회가 많아졌다.<br />

어느 대상이건 논조는 비슷하다. ‘세상을 머리로만 맞서지<br />

말고 가슴과 행동의 힘을 믿어라. 그러면 행복해진다.’<br />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자리에서 수긍했던 많은 이들이<br />

전혀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왔던 관성이<br />

사소한 변화마저 용납하지 못하는 딱딱함 때문이다.<br />

강연을 경청하던 대학교수 출신의 아주머니가 있다.<br />

날카로운 질문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했던 인물. “당신<br />

말대로 실천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가?” 난 확신에 찬<br />

어조로 ‘물론’이라 대답하며 사진찍기를 권했다. 그녀는<br />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당장 카메라를 한 대 사서 사진을<br />

찍기 시작했다.<br />

그분의 의외의 행동에 놀란 것은 나였다. 점차 사진에<br />

흥미를 붙였고 시간을 쪼개 산과 들을 쏘다닌다는 얘기를<br />

윤광준<br />

사진작가이자 오디오<br />

칼럼니스트. 월간 ,<br />

월간 사진기자,<br />

웅진출판 사진부장을<br />

지냈다. ,<br />

등의<br />

책을 통해 사물에 대한<br />

체험과 취향에 대한<br />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로<br />

선보이고 있다.<br />

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br />

집안일도 더 철저하게 했다. 침해 받지 않는 자신의<br />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그녀다운 행동이라 할 만했다.<br />

반 년이 지난 후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표정은 밝았고<br />

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뭔가 달라진 게 있습니까”<br />

라고 물었다. 그녀의 첫 마디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br />

보여요”였다. “아침 햇살에 비친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br />

카메라 파인더에 맺힐 때의 감동은 잊지 못합니다. 늘<br />

보았던 자연이 새롭게 다가오고 내가 잘라낸 화면이<br />

또 다른 세계로 완성되는 경이감은 예전에 미처 알지<br />

못했거든요. 이런 게 행복인가 봐요.”<br />

꽃 한 송이를 찍기 위해선 풀숲을 헤치고 다가서야 한다.<br />

그 행동 사이엔 풍겨오는 바람과 꽃의 향기가 느껴진다.<br />

남이 해 놓은 결과를 바라보는 것과 다른 실체의 교감이<br />

이루어진다. 과정을 통해 목표에 다가서고, 다가서는 동안<br />

잊혀졌던 감흥이 되살아난다. 행복의 구체적 모습이란<br />

이런 것이다. 감성의 회복을 통해 알지 못했던 세계를<br />

비로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만져 보고 느껴<br />

봄으로 강렬해지는 행복의 내용들이다. 감성의 실현은<br />

어렵지 않다. 다가서고 만져 보려는 행동이 전부다. 머리가<br />

아닌 다리와 손이 앞서는 순서의 역전만이 필요할 뿐이다.<br />

교수 출신의 아주머니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 숲<br />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는 아주머니는 내년에<br />

열 사진전을 준비하는 사진작가의 모습이다.<br />

감성의 실현은<br />

어렵지 않다.<br />

다가서고<br />

만져 보려는<br />

행동이 전부다.<br />

머리가 아닌<br />

다리와 손이<br />

앞서는 순서의<br />

역전만이<br />

필요할 뿐이다.<br />

214<br />

215


한 달 전부터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br />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늘 처참하다.<br />

기회가 생겼다. 커피를 배워서 사람향기를 나누며 살고<br />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주머니가 한 푼이라도 더 벌<br />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어디서 배우면<br />

수 있다면 오케이다. 하지만 물건을 살 때 내가 조금만<br />

되는지 알고 싶어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운 좋게도<br />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br />

점장님께서 직접 알려주시겠다고 해서 ‘이왕 배우는 거<br />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마음은 괜찮다고 하지만 머리는<br />

제대로 해 보자’ 하는 마음에 일주일에 5일, 하루 다섯<br />

나에게 왜 그 모양이냐고 질책한다.<br />

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br />

이성은 늘 손해보지 말라고 한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br />

마흔다섯 살 먹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손님들의 주문을<br />

생각은 늘 복잡하고 머리는 늘 분주하지만 감성은<br />

받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느끼는 점은 내가 손님을<br />

조금 손해봐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내가 조금 손해본<br />

이성적으로 대하기보다 감성으로 대하고 있구나 하는<br />

것 때문에 하루아침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br />

것이다. 그리고 이성적인 어른보다는 감성적인 어른들이<br />

오히려 작은 배려가 한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br />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웃음으로 따뜻하게 인사해<br />

그게 살아가는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마다<br />

준다는 것이다.<br />

감성과 이성을 적당하게 골고루 분배하여 가장 아름답게<br />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아주 이성적이지만 그<br />

활용하면 이 사회는 더 살만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br />

나머지 일상에서는 감성적이어서 남들이 보기에 아니<br />

본다. 감성적으로 일을 해결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br />

내가 생각하기에도 아주 어리바리해 보인다. 내게는<br />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면 좋은<br />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며칠 전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br />

해산물을 살 일이 있었다. 손님이 없는 아주머니한테서<br />

사면 아주머니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겠다 싶어<br />

그런 가게를 골라 들어갔는데 막상 돌아오는<br />

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 뭔가 개운치 않고 왠지 바가지를<br />

쓴 기분이었다. 집에 와 보니 빈 가리비 껍데기가 너무<br />

많았고 물 반 조개 반이었다. 저울 잴 때 비닐봉지 안의<br />

물을 빼고 무게를 재 달라는 말을 못해 손해를 본 것이다.<br />

최미애<br />

우리나라 1세대 패션모델로<br />

파리 무대를 최초로 밟았다.<br />

지금은 백제예술대에서<br />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br />

하지만 그의 이름을<br />

널리 알린 것은 파리에서<br />

한국까지 여행하고 쓴<br />

이었다.<br />

것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빈 조개 껍데기를 당장<br />

빼라고 말하는 것보다 감성적인 배려로 그냥 조금<br />

손해를 보더라도 아주머니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br />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수성이 더 많은 나는 매번<br />

손해 보는 일을 자주 하지만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려고<br />

한다. 왜냐면 그게 가장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것<br />

같아서다.<br />

이성은 늘<br />

손해보지 말라고<br />

한다. 더 많은<br />

이익을 위해<br />

생각은 늘 복잡하고<br />

머리는 분주하지만<br />

감성은 조금<br />

손해봐도 괜찮다고<br />

말해 준다.<br />

216<br />

217


campaIGN<br />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것들이<br />

그리워집니다. 이런 날에는 거실에서<br />

창밖을 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br />

묵혀 두었던 옛날 책을 꺼내 보는 것도 좋을<br />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추위를<br />

이겨 내는 힘은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지<br />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br />

실천하려는 굳은 의지를 만난다면 세상을<br />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도 조금<br />

수월해지지 않을까요.<br />

굳은 의지, 따뜻한 마음으로<br />

에서는<br />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독자 여러분과<br />

작은 실천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br />

크고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br />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실행에<br />

옮길 수 있는 것들을 매호 네 가지 정도<br />

여러분께 제안하려고 합니다.<br />

추운 겨울에도 의<br />

캠페인은 계속됩니다. 주변에서<br />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br />

꼼꼼히 챙겨 보시고 저희가<br />

말씀 드리는 것 이외에도<br />

여러분의 따뜻한<br />

마음과 굳은 의지를<br />

발휘해 주십시오.<br />

글. 편집실<br />

일러스트레이션. 이철민<br />

218<br />

219


溫<br />

/<br />

車<br />

/<br />

겨울 멋쟁이의 필수 품목,<br />

스웨터<br />

겨울 자동차에게<br />

따뜻한 심장을<br />

온도계가 있다면 지금 계신 곳의 실내<br />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 엔진도 예열이<br />

온도가 몇 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반팔을<br />

필요합니다. 적절한 공회전을 통한 예열은<br />

입어야 할 정도로 높지는 않은가요.<br />

엔진의 효율을 높여주니까요. 하지만<br />

난방 설정온도를 1℃ 낮추면, 약 10%의<br />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이 엔진<br />

에너지가 절감된다고 합니다. 추운 것은<br />

예열도 너무 오래하면 연료는 연료대로<br />

질색이시라고요? 스웨터 한 장을 덧입으면,<br />

소모되고(2000cc 기준, 분당 20~25cc)<br />

체감온도가 2℃ 상승한다고 하니 내복(6℃<br />

상승)이 부담스런 분들은 옷장 속 스웨터를<br />

꺼내 손질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br />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br />

18~20°C<br />

환경에도 안 좋습니다. 예열은 2~3분이면<br />

적당하고 3분 이상 시동을 걸어 두어야 할<br />

때는 시동을 끄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br />

겨울철 자동차 적정 예열시간<br />

2~3분<br />

手<br />

/<br />

飮<br />

/<br />

핸드 드라이어의 건조한<br />

바람과 이별하기<br />

착한 커피는 어쩐지<br />

향도 더 좋을 듯<br />

화장실에서 손 씻고 핸드 드라이어로 손을<br />

겨울엔 추운 날씨 탓에 커피 소비량이<br />

말려 본 적 있으시죠? 이 핸드 드라이어를<br />

늘어난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에서<br />

백만 명이 하루에 1분씩 쓰면 한 달에<br />

공정무역커피를 파는 것을 보신 적 있나요?<br />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360.4톤.<br />

대형 커피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아 커피<br />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12만 9600그루의<br />

농가에 적정 이윤이 돌아가는 이 커피는 좋은<br />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군요. 손수건을 가지고<br />

다니시면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고<br />

식당에서는 종이냅킨 사용까지 줄일 수<br />

있으니 일석이조겠네요.<br />

백만 명의 핸드 드라이어 사용을 위해<br />

심어야 하는 나무<br />

129,600그루<br />

취지에도 불구하고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br />

같습니다. 요즘엔 할인마트나 편의점에서도<br />

구입하실 수 있다고 하니 로하스 캠페인의<br />

범위를 세계로 넓혀 보시는 건 어떨까요?<br />

한 해 커피 전체 수입량 : 공정무역커피 수입량<br />

85,000:100톤<br />

220<br />

220<br />

221<br />

221


독자의<br />

소리<br />

알립니다<br />

‘ 자연을 닮은 집, 한옥에서의<br />

우편발송 신청 안내<br />

친환경 에코백을 드립니다<br />

하룻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br />

를 여러분 가정으로<br />

독자엽서를 보내 주신 분 중 추첨을 통해<br />

저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마침<br />

보내 드립니다. 삼성 임직원은 물론 가족과<br />

50분께 ‘친환경 에코백’을 보내 드립니다.<br />

국어 교과서에 한옥에 관한<br />

고객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br />

에 대한 많은 의견<br />

내용이 나오거든요.어른들보다<br />

콘텐츠로 구성된 를<br />

부탁 드립니다.<br />

더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br />

신청하세요. 유익하고 따뜻한 이야기가<br />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br />

여러분을 찾아갑니다.<br />

느림과 여유에 대해서도 생각해<br />

보게끔 했지요.<br />

이렇게 신청하세요.<br />

서울 영등포구 김분영 님<br />

1. 삼성 임직원: 마이싱글 우측 상단 본인 이름<br />

클릭 후 신청 주소 입력<br />

무엇보다 활자 크기와 판형이<br />

2. 외부 독자:<br />

젊은층은 물론 노년층 독자<br />

1 동봉 엽서를 활용한 신청<br />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고<br />

2 삼성 홈페이지(www.samsung. co.kr)를<br />

생각합니다. 주제와 연계한<br />

통한 신청<br />

다양한 소재가 조화롭게<br />

구성되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br />

편집 디자인 또한 혁신적이며<br />

주제인 Fast vs. Slow를<br />

책 옆면에 넣어 펼칠 때마다<br />

기억하게 만든 점도 좋았습니다.<br />

부산 수영구 배홍태 님<br />

독자엽서를<br />

보내 주신 분들께<br />

고마움을 전합니다.<br />

보내 주신 의견은<br />

가슴에 잘 담겠습니다.<br />

강연아 서울 영등포구<br />

강호우 인천 남동구<br />

권오훈 대구 수성구<br />

김경욱 경기 부천시<br />

김기웅 전남 고흥군<br />

김미경 광주 서구<br />

배홍태 부산 수영구<br />

백지아 부산 금정구<br />

서명신 전남 여수시<br />

송주한 경기 양평군<br />

신화경 경기 안양시<br />

오경수 서울 서초구<br />

이진달래 서울 노원구<br />

장하숙 대구 달서구<br />

장희숙 서울 용산구<br />

전 권 전북 정읍시<br />

전용숙 경기 부천시<br />

전종권 전남 순천시<br />

서울 서초구 정숙자 님<br />

수십 년 살던 서울을 떠나던 날<br />

가 저를<br />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하던<br />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 전념하는<br />

‘ 세계의 가을 명절 속으로’를<br />

재미있게 봤습니다. 각국의<br />

다양한 전통과 종교, 인간들의<br />

에코백을 받으실 50분은<br />

오른쪽과 같습니다.<br />

축하드립니다.<br />

김미정 서울 서초구<br />

김분영 서울 영등포구<br />

김소영 경기 안양시<br />

김영희 경기 용인시<br />

위예지 경기 화성시<br />

윤근식 경기 수원시<br />

이서종 경북 상주시<br />

이순녀 강원 원주시<br />

정숙자 서울 서초구<br />

정준규 경남 창원시<br />

정혁진 인천 계양구<br />

조동수 경기 수원시<br />

찾아 주었네요. 이삿짐을<br />

다 풀지도 못한 채 반가움과<br />

궁금증에 를<br />

뜨거운 커피 한잔과 벗하여<br />

읽어 보았습니다.<br />

충남 천안시 이인 님<br />

저에겐 가<br />

휴식이고 정보 제공처입니다.<br />

더불어 남편과 남편의 회사를<br />

이해하게 되어 아주 좋습니다.<br />

경기 수원시 박란희 님<br />

따뜻한 삶을 느끼게 해<br />

주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br />

9월에 새해를 시작하는<br />

이스라엘의 독특한 문화를<br />

체험해 보고 싶습니다.<br />

대구 수성구 권오훈 님<br />

김유정 대구 수성구<br />

김평숙 경기 고양시<br />

김혜영 서울 노원구<br />

노선희 경북 구미시<br />

박남숙 충남 당진군<br />

박란희 경기 수원시<br />

박 현 경기 용인시<br />

이영숙 충북 음성군<br />

이은자 서울 성동구<br />

이 인 충남 천안시<br />

이재경 충남 아산시<br />

이제철 경기 고양시<br />

이주연 서울 용산구<br />

이지우 충남 천안시<br />

조진희 경기 성남시<br />

최눈꽃 경북 울진군<br />

최성희 강원 춘천시<br />

최영애 대구 수성구<br />

허 숙 전남 여수시<br />

홍달래 인천 부평구<br />

222<br />

223


이곳에 풀칠해 주세요 .<br />

end point<br />

독자 여러분께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br />

싶습니다 . 이성과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 편의상 좌뇌형<br />

봉함엽서<br />

우뇌형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사람의 정신 작용은 상당히<br />

복잡해서 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br />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도 있고 감성적이고<br />

보내는 사람<br />

이름.<br />

(남ㆍ여)<br />

요금 수취인 후납부담<br />

발송유효기간<br />

2009. 7.15 ~ 20<strong>11</strong>. 7.14<br />

직관적인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정말 한쪽 뇌가<br />

독자번호 (ID).<br />

서울용산우체국승인<br />

제 1581 호<br />

다른쪽 뇌보다 더 발달해서 그렇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br />

주소 .<br />

심리학에서 유형을 나누는 것은 ‘나는 이 유형이니까 이렇게<br />

행동해야 해’ 라는 고정관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br />

무엇인지 파악해서 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 소위 좌뇌형인<br />

분은 감성을 개발할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는 것이고 또 반대로<br />

우뇌형인 분은 이성을 배양할 기회가 무궁한 것입니다 . 작은<br />

받는 사람<br />

생각이긴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정신이 더 튼튼해지는 데 보탬이<br />

되었으면 합니다 .<br />

서울용산우체국 사서함 19 호<br />

편집실<br />

를 만드는 사람들<br />

1 4 0 6 0 0<br />

삼성전자<br />

삼성중공업<br />

삼성물산<br />

제일기획<br />

격월간 비매품<br />

박장호 과장<br />

원종문 사원<br />

윤희정 대리<br />

장숙현 사원<br />

제호<br />

삼성 SDI<br />

삼성토탈<br />

노상훈 사원<br />

삼성문화재단<br />

samsung & u<br />

손지숙 사원<br />

전지환 대리<br />

삼성엔지니어링<br />

이경옥 사원<br />

등록번호<br />

삼성전기<br />

삼성석유화학<br />

소연주 대리<br />

삼성사회봉사단<br />

용산 마 00021<br />

김미영 대리<br />

김한석 대리<br />

제일모직<br />

유희재 과장<br />

발행처 <br />

삼성테크윈<br />

삼성정밀화학<br />

이윤신 대리<br />

SBC<br />

서울특별시 용산구<br />

박지선 사원<br />

이혜원 주임<br />

삼성에버랜드<br />

강승훈 국장<br />

한남동 736-1 제일기획<br />

삼성코닝정밀유리<br />

삼성 BP 화학<br />

이규남 주임<br />

박왕희 PD<br />

발행인 및 편집인<br />

황미영 대리<br />

권태우 사원<br />

한보연 주임<br />

남효순 PD<br />

김낙회<br />

삼성 SDS<br />

삼성생명<br />

호텔신라<br />

제일기획<br />

발행일<br />

박정훈 선임<br />

권혜연 대리<br />

신상호 주임<br />

최정애 수석<br />

2009 년 <strong>11</strong> 월<br />

삼성네트웍스<br />

삼성화재<br />

에스원<br />

이정원 국장<br />

총괄 진행<br />

김혜진 대리<br />

정예진 대리<br />

이지영 사원<br />

이주미 국장<br />

제일기획<br />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br />

삼성카드<br />

삼성의료원<br />

조이원 사원<br />

기획·편집·디자인<br />

김아롱 사원<br />

박영신 대리<br />

백애진 주임<br />

삼성 커뮤니케이션팀<br />

I&I<br />

삼성디지털이미징<br />

삼성증권<br />

삼성경제연구소<br />

최홍섭 상무<br />

출력<br />

안지훈 과장<br />

김종택 과장<br />

이승현 연구원<br />

정광열 부장<br />

광성프로세스<br />

삼성 LED<br />

삼성투신운용<br />

현태일 과장<br />

인쇄<br />

박은미 사원<br />

김지원 전임<br />

삼화인쇄<br />

⁂ 이 책에 쓰인 글과 사진은 작가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br />

책에 쓰인 글과 사진을 재사용하려면 와 저작권자 양측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br />

⁂ 이 매체 내에 사용된 일부 작품은 SACK 를 통해 ARS 와 저작권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br />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2009 <strong>11</strong>/12<br />

를읽은후의느낌과생각을편집실로보내주세요 .<br />

독자여러분의의견은 를만드는데소중한자료가됩니다 .<br />

1 이번 호를 읽고 인상적이었던 글이나 느낀 점을 적어 주세요 .<br />

2 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나 소재 , 그외 편집실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 주세요 .<br />

<br />

<br />

3 주소가 변경되었거나 신규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내용을 기재해 주세요 .<br />

주소 변경 ( 독자번호 : )<br />

변경전주소 .<br />

변경후주소 .<br />

독자엽서를보내주신분중<br />

추첨을통해50분께<br />

‘ 친환경에코백’을<br />

보내드립니다.<br />

에대한<br />

많은의견부탁드립니다.<br />

<br />

<br />

<br />

신규 신청<br />

이름 .<br />

주소 .<br />

전화번호 .이메일 .


www.samsung.co.kr/samsungnu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