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3.2015 Views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 369호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3월4일~3월10일)입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학부모 브런치 행사의 정리가 읽어 볼 만하다. 수능 국어는 국어시험이 아닙니다.문의 손진락차장(naeilads@gmail.com) kakaotalk id : naeilads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3월4일~3월10일)입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학부모 브런치 행사의 정리가 읽어 볼 만하다. 수능 국어는 국어시험이 아닙니다.문의 손진락차장(naeilads@gmail.com) kakaotalk id : naeilads

SHOW MORE
SHOW LESS

You also want an ePaper? Increase the reach of your titles

YUMPU automatically turns print PDFs into web optimized ePapers that Google loves.

4 <strong>송파강동광진</strong><strong>내일신문</strong>|2015. 3. 10|<strong>369호</strong><br />

지역소식<br />

무술감독 정두홍<br />

최고의 B급이<br />

내 싸움의 방식<br />

‘액션배우’의 삶은 전쟁터의 병사와 다르지 않다. 이름도 얼굴도 알아주지 않지만,<br />

순간의 완성을 위해 그들은 생명을 걸고 몸을 던진다. 그들의 몸짓은 그들만의 전투.<br />

정두홍 감독은 그들의 사령관이다. 수많은 한국 영화의 화려한 액션을 만들어온<br />

정두홍 무술 감독을 파주 헤이리의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났다.<br />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ver.com 사진 오병돈<br />

나무 바닥에 철골로 만든 천장이 높은 액<br />

션스쿨은 입김이 보일 정도로 추웠다. 운동<br />

기구, 매트리스, 철골에 매달린 끈들, 한쪽<br />

벽의 정면에 걸린 커다란 글자 ‘ 武 ’가 액션스<br />

쿨의 전부. 하지만 단원들의 기합 소리와 몸<br />

짓, 합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연<br />

습이 더해지면서 난방 기구 하나 없는 휑한<br />

공간이 열기로 차오르기 시작했다.<br />

레디! 액션<br />

“우리가 하는 일은 부자가 되는 것도 유명<br />

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선배들은 너희에<br />

게 노하우를 줄 수 있어도 돈과 명예를 줄 수<br />

없다. 어떤 이는 우리를 엑스트라라 부르고<br />

어떤 이는 우리를 스턴트라 부르지만, 누가<br />

뭐래도 우리는 액션배우다. 그 유일한 자부<br />

심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br />

드라마에 나온 대사 속에 정두홍(49) 무술<br />

감독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br />

‘그 자부심’ 하나로 최고가 되기 위해 달려<br />

왔고, 달리기 위해 그는 지금도 현장을 지킨<br />

다.<br />

#43 축대 위<br />

악당에게 쫓기던 주인공이 다다른 곳은 아<br />

찔하게 높은 축대. 하지만 피할 곳이 없다.<br />

잠시 망설이다 몸을 날린 주인공. 두어 바퀴<br />

몸을 굴린 뒤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잡고 어<br />

느새 쫓아온 악당에게 주짓수 기술을 걸어<br />

제압한다.(가상의 시나리오) 관객은 주인공<br />

이 날아오를 때 심장이 뛰고, 처음 보는 기술<br />

에 환호한다.<br />

“관객이나 시청자도 난도가 높은 부분에<br />

서는 대역 배우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요.”<br />

배우가 먼저 밝히지 않는 한 대역이 있음을<br />

말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라는 정 감독은<br />

“액션에도 판타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관객<br />

의 판타지는 지켜줘야죠”라고 운을 뗀다.<br />

하지만 아무리 멋진 액션을 선보여도 자신<br />

을 드러낼 수 없는 일이 서운하지는 않을까?<br />

“처음엔 사람들이 배우의 액션을 칭찬하<br />

면 ‘그거 내가 한 건데…’ 하는 서운함도 있었<br />

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의 칭찬<br />

과 환호를 나눠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기더군<br />

요. ”<br />

새로운 액션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br />

다는 만족감을 안 뒤 공들여 만든 액션 장면<br />

을 보고 사람들이 감탄하고 즐거워할 때 가<br />

장 행복하다.<br />

살아만 있어라 - 사명감 그리고 사랑<br />

정 감독은 액션배우와 무술 감독으로 살아<br />

오면서 “동료나 후배를 잃을 때 가장 힘들었<br />

다”고 말한다.<br />

촬영 현장으로 나서는 단원들에게 꼭 건네<br />

는 말이 있다.<br />

“다치지 마라. 다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br />

만 있어라.”<br />

비록 불구가 되더라도 살아 있어야 뭐라도<br />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서다.<br />

본인이 액션배우로 현장에서 뛰던 때는<br />

‘더 좋은 그림’을 위해 단원들을 다그치기도<br />

하고, 현장에서 독하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br />

지켜보는 입장이 되면서부터는 단원들의 안<br />

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다른 감<br />

독들과 부딪치는 한이 있어도 단원들의 안전<br />

을 우선으로 여긴다. 단원들에 대한 남다른<br />

배려는 스승들에게서 받은 내리사랑이다.<br />

미래에 대한 꿈이 없던 열일곱 소년에게<br />

무술인의 꿈을 키워준 스승이 계셨고, 세상<br />

에는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가르침을<br />

준 어른도 계셨다.<br />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사<br />

명감, 책임감 같은 것이 있어요.”<br />

스승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그에게 미래를<br />

열어주었듯, 액션배우를 꿈꾸며 그를 찾는<br />

이들에게 꿈이 되고 길이 되어야 한다는 소<br />

명 의식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를 지탱<br />

하는 힘이다.<br />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br />

요즘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많은 액<br />

션 장면이 등장한다.<br />

정 감독이 무술 감독을 한 작품도 수없이 많<br />

다. 하지만 같은 액션은 거의 없다. 사용하는<br />

무술이 다르거나, 카 스턴트(자동차가 공중에<br />

서 도는 것)의 패턴도 다르다. 그의 전공은 태<br />

권도. 이렇게 다양한 무술을 다 익힌 걸까?<br />

대답은 단순했다.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br />

라고.<br />

“다양한 무술을 배우에게 맞는 캐릭터로<br />

재창조하는 일”이 무술 감독의 일이다. 예를<br />

들어 주짓수(브라질로 이주한 일본 유도가<br />

마에다 미츠요가 시작해서 그레이시 가문에<br />

서 본격적으로 변형·개발한 호신 무술)를<br />

영화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정 감독은<br />

그 동작을 연구하고 화면에서 그 무술의 ‘느<br />

낌’이 잘 살아나고, 배우의 캐릭터를 드러낼<br />

수 있도록 재구성한다.<br />

대본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대역을 하는<br />

순간에 배우의 감정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br />

에 액션배우들도 연기 공부를 해야 더 완벽<br />

한 장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br />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5분만 지나도<br />

잠이 온다”며 크게 웃는 정 감독은 지금도 글<br />

러브를 손에 끼거나 무술 영화 관련 책을 보<br />

면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br />

“좋아하니까 재미있고, 재미있으니 더<br />

관심이 가고, 관심이 있으니 사랑하게 되<br />

고….” 무술과 액션은 그에게 영원한 ‘연인’<br />

인 셈이다.<br />

한국 영화에서 ‘정두홍의 액션’은 누구나<br />

인정하는 명품.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금방<br />

잊힌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끊임없이 연<br />

구하고 공부한다.<br />

하루도 빠지지 않는 운동으로 20대 때와<br />

같은 몸을 유지하는 것도 자신의 몸에 체화<br />

된 액션이어야 제대로 배우에게 전달할 수<br />

있기 때문이다.<br />

비겁하지 않게, 남을 위해, 생각하는 삶<br />

1990년 을 시작으로 영화와<br />

인연을 맺었다.<br />

“영화에만 나가면 배우가 되는 줄 알았어<br />

요. 알고 보니 각목 1, 어깨 2가 내 몫이었<br />

죠.”<br />

그때만 해도 액션배우라는 개념이 없었<br />

고, ‘스턴트맨’과 일반 보조 연기자의 경계<br />

도 명확하지 않았다. 스턴트맨에 대한 시선<br />

은 차가웠고, 타성에 젖은 그들의 모습과 비<br />

참한 대우를 ‘바꿔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최<br />

고’가 되어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다는<br />

결심도 했다. 그 결기의 바탕에는 즐겨 읽던<br />

영웅전 속 영웅들의 삶이 있었다.<br />

“학교 공부는 안 했지만 소설책, 특히 영웅<br />

전을 많이 읽었다”는 그는 자신의 정신세계<br />

를 영웅들이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br />

“어떤 상황에서도 비겁하지 않은 것이 모<br />

든 영웅들의 공통점이에요. 자신보다 남을<br />

위하고, 그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br />

비겁하지 않게, 남을 위해, 생각하는 삶이<br />

좌우명이 되었다.<br />

그것이 힘들 때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br />

게 기도한다.<br />

“지혜와 용기와 힘을 달라”고.<br />

집착하라<br />

정 감독은 액션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없어<br />

서는 안 될 콘텐츠로 성장시키고 액션배우<br />

지망생을 위해 액션스쿨을 만들고, 오디션<br />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는 등 여러 가지<br />

시도를 했다.<br />

“운이 좋았고,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br />

받았다”는 말로 그동안 이룬 성과를 대신한<br />

다.<br />

배고픈 시절에는 밥만 먹으면 되지만, 배<br />

가 부르면 맛을 찾는 것처럼 ‘맛을 찾는 시기’<br />

에 영화와 인연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었<br />

다고. 자신은 ‘액션’이라는 맛을 더한 것뿐이<br />

라 말한다. 그동안 시도한 많은 일들이 다 성<br />

공한 것도 아니다. 실패한 일도, 중간에 좌절<br />

한 일도 많다. 하지만 그를 멈추지 않고 밀<br />

어낸 또 다른 힘은 ‘액션에 대한 집착’이란다.<br />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액션’이 꼭 필<br />

요해도 메인은 아니기 때문에 액션배우는<br />

액션 자체에 대한 집착이 있어야 할 수 있는<br />

일이라는 것. 그에게 집착은 ‘사랑’의 다른 표<br />

현이다.<br />

정 감독과 13년을 함께해온 노남석(36) 사<br />

무장은 “13년 전 액션배우에 대한 꿈으로 무<br />

작정 액션스쿨을 찾았을 때, 아무도 관심을<br />

주지 않았다”고 한다.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