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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28_0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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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105<br />

캐나다 로키의 설산 미봉에 매료되어 산속을 헤매<br />

고 다닌지 일주일. 이제 뻐근한 다리와 부족한<br />

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셔대던 소맥의 후유증으로<br />

몽롱해진 동공에 명경에도 마저 취해버려 이제는 아예<br />

야맹증 환자처럼 비몽사몽이렸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br />

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아버리는 산동무<br />

들. 오늘은 산행대신 물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트레킹<br />

초반부에는 로키의 이상기온으로 한여름의 열기를 뿜어<br />

내더니 이내 원래의 날씨로 돌아가 쾌적하게 산행을 즐<br />

길수 있었습니다만 오늘 다시 30도 이상의 최고 기온을<br />

찍는다 하니 마침 잘됐구나 하며 중간 정비를 하며 오후<br />

에는 레프팅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오랫만에 기상 시간<br />

이 정해지지 않아 아침 시간을 한없이 향유하는 느긋하<br />

고도 자유로운 느낌. 몸에 베인 기상시간 때문에 아무리<br />

느기작대도 7시 일어나 밥하고 찌개 끓이고 불고기 까지<br />

볶아놓고 기다려도 노인성 새벽 기상자만 한사람 기척<br />

을 보일뿐 산장이 고요합니다. 많이들 피곤하고 잠이 부<br />

족했었나 봅니다. 연일 이어지는 고되지만 그래도 행복<br />

한 등산. 아무도 낙오없이 흥겹게 걸었고 밤이면 이런저<br />

런 이벤트에 보통 취침시간이 1시에서 3,4시. 철인이 아<br />

닌 다음에야 어찌 견뎌낼수 있겠습니까.. 기다리다 못해<br />

11시 쯤해서야 스스로의 약속을 파기하며 기상을 외치<br />

고 말았습니다. 1시부터 레프팅 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입<br />

니다. 그래도 시간이 빠듯. 서둘러서 센터에 도착. 간단한<br />

안전 사항과 항해 요령 등을 교육받고 다른 곳과는 달리<br />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강인데 수온이 4도 이하라 모두<br />

스쿠바 다이빙용 파마존스 Wet Suit를 몸에 끼게 입고<br />

위에도 마찬가지로 방수용 자켙으로 중무장을 하였습니<br />

다. 물론 벙어<br />

들뫼바다 : 캐나디언 록키 트레킹 3<br />

언제나 가슴설레며 조우하는 캐나디언 록키<br />

Grey Water Rafting in Horse Kicking River<br />

리 장갑에 안전용 헬멧도 착용하고요. 이 여정에 죽어도<br />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이른바 Waiver Form을 작성하고<br />

농담삼아 머리카락 손톱 깍아 제출하라고 지시합니다.<br />

한두사람 제외하고는 레프팅의 경험이 없는지라 반은 모<br />

험심에 상기된 모습이지만 조금은 염려의 어두운 그늘이<br />

표정에 지워집니다. 제 2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참가자<br />

를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 경험담을 들려주며 적극적<br />

으로 즐기기를 권유합니다.<br />

내가 늘 무대위의 주인공이고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존<br />

재한다고 믿고 살아야 생이 즐거운 법입니다. 포말로 부<br />

서지는 물쌀을 가로지르며 항해하는 맛. 언제 보트에서<br />

떨어질지 모르는 긴장감. 희박하지만 아예 보트가 뒤집<br />

어져버리는 아찔한 맛. 이런 모든 가능성을 정면으로 맞<br />

설 준비를 하고 그 도전을 즐기리라는 다짐으로 모두 노<br />

를 하늘 높이 들어 홧팅을 외쳐봅니다. 현지 외국인이 무<br />

슨 뜻이냐 해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외치는 함성이랬더<br />

니 오늘 구호는 모두 홧팅으로 하자며 외국 친구들에게<br />

도 따라하기를 종용합니다. 원어명 Fighting이 한국 갔다<br />

가 다시 돌아와서 홧팅으로 바뀌어버린 언어의 변천사<br />

를 봅니다. 레프팅은 5등급 까지 난이도를 나눕니다. 5등<br />

급이 가장 위험하며 대개 댐을 방류시키거나 큰물이 져<br />

서 유속이 가장 빠를 때 실시하는 것으로 보트가 종종<br />

뒤집어지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3-4등급의 난이도가 포<br />

진된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그레이 워터 레프팅이라 이<br />

름 지은 이유는 석회질의 빙하 강물이 가까이서는 회색<br />

으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강물도 높은 지대에서<br />

내려본다면 아마 녹색으로 반사되 었을 것입니다<br />

만. 코스타리카 같은 밀림 정<br />

글에서의 레<br />

프팅은 그린 워터 레프팅이 되죠. 자. 항해는 시작되고 이<br />

제 모두 모험의 여정에 적극적이 되어갑니다. 점점 간댕이<br />

가 부어간다는 거죠.. ㅎ 부딪히고 공중 부양을 하고 파<br />

도에 온몸이 적셔오고 빙점에 가까운 차가운 물벼락을<br />

맞으며 섬뜩해하고 외침과 비명과 웃음이 마른 로키의<br />

하늘을 공명하며 흩어집니다. 잔잔해진 수면에서는 고의<br />

로 물싸움을 걸어봅니다. 노로 뿌려대는 물싸움 한바탕.<br />

여기에는 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동심속의 전쟁입니다. 뜨<br />

거워지던 한낮 로키의 태양볕이 말뒷발굽질 강물의 차가<br />

움에 한풀 꺽이고 마는 오후입니다. 이래저래 대여섯 시<br />

간여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의 표정들이 그대로 찍힌 사<br />

진과 동영상을 담은 USB를 사들고 산장으로 돌아왔습<br />

니다. 아웃도어의 진수를 맛본지라 그대로 이어져 오늘<br />

저녁은 캠프 화이어에 야외 식탁에서 한잔. 결혼 30주년<br />

을 기념하여 단 한쌍만이 커플로 참가한 부부를 위해 야<br />

생화로 헤드 밴드를 만들어 머리에 씌어주었습니다. 이어<br />

지는 축하주와 말씀의 세례. 그런데 축하사가 아닌 악담<br />

으로 흘러갑니다. 왜 도시락을 지참해왔느냐? 30년 지겹<br />

게도 살았네. 얼마나 매력들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그러<br />

고 사냐?... 모두 웃고자 하는 악의없는 농이겠지요. 파안<br />

대소 흥겨워지는 연회는 밤이 이슥할수록 익어가고 로<br />

키의 청정 밤하늘에는 유난히 커보이는 보름달이 내려다<br />

보며 빙긋이 웃고 있습니다. 무수한 별들이 내려 쏟아지<br />

더니 마른 장작으 로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 속에서 튀<br />

어오르며 다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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