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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mmins Magazine - 2014 Spring Vol 78

Cummins

Cummins Lounge 세상 발견하다 글.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일러스트. 레모 우리는 일상의 중요함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세상에 위대한 발견과 발명의 대부분은 사실 우리 일상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자신이 들어가자 욕조에 채워진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비중의 원리를 알아내어 유레카를 외친 것이나,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은 뉴턴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일상이자 생활 속 단서였다는 거다.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와의 만남 일상의 단서가 세상을 바꾼다 나이키를 성공으로 이끈 배경 중 하나가 와플 솔(waffle sole)이라는 신발 밑창이다. 육상코치이자 나이키의 창업자인 빌 바우어만이 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고민하다 아내가 만든 와플을 보고 신발 밑창을 와플처럼 만들었던 거다. 선수의 기록이 향상되었고 나이키 신발을 초기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고데’라고 불리는 머리의 컬을 말아서 예쁘게 꾸미는 데 쓰는 도구의 시작은 다리미였다. 다림질하는 아내를 보고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에디슨이 처음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일상의 발견이자 가정의 기쁨인 셈이다. 빌 바우어만도 에디슨도 아내를 지켜보는 것에서 흥미로운 답을 찾은 것이다. 결국 일상의 단서에선 사랑이란 감정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버터 대신 쓰는 값싼 마가린은 나폴레옹 3세 때문에 만들어졌다. 당시 450g짜리 버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10kg의 우유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군인과 가난한 사람들에겐 너무 비쌌다. 나폴레옹 3세는 무리에라는 과학자에게 인조버터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고, 이렇게 탄생한게 마가린이다.

26+ 27 발명 아닌 발견은 일상을 잘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훌라후프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린이들이 대나무로 큰 고리를 만들어 허리에 감아 놀던 것을 보고 1958년 고안됐다. 리차드 크네르와 아더 멜린이 오스트레일리아에 갔다가 현지인의 일상에서 본 걸 놓치지 않고 나무 대신 플라스틱으로만 바꿔서 상품화시켰고, 결국 세상을 휩쓴 히트상품이 되었다. 원반던지기 놀이인 프리스비는 예일대 학생들이 피자 판을 날리며 노는 걸 본 예일대 건물감독관인 프레드 모리슨이 만들어 낸 것이다. 요요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돌에 실 같은 나무껍질을 꿰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놀이를 보고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아주 작은 단서지만 누군가는 그걸 꽉 움켜잡았고, 결국 세상을 놀랍게 만들었다. 일상을 다른 각도로 보면 새로운 답이 나온다 1900년대 초 미국 시카고의 한 도축장에서 다리를 묶고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꾸로 공중에 매달려 컨베이어 벨트로 움직이는 소와 돼지를 유심히 지켜본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가 바로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를 설립한 자동차의 왕이라 불리는 헨리 포드이고, 이것이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모든 공장 자동화 현장에서 지금도 기본으로 여기는 조립 라인 방식의 양산체제인 포드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노동자는 제자리에 있고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조립할 물건이 이동하는 것이다. 쉼 없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당시로선 산업의 혁신이었는데 놀랍게도 도축장이란 일상에서 나온 단서로 시작된 것이다. 1907년 하버드대 학생이던 휴그 무어는 자판기 사업을 하는 친구의 고민을 들었다. 당시 자판기는 유리컵으로 음료를 팔았었다. 깨지는 것도 문제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위생도 문제였다. 그가 찾은 답은 가벼운 종이로 만든 컵이다. 물에 젖지 않는 종이를 찾기로 한 그는 왁스나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물에 잘 젖지 않는 태블릿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컵 특허를 등록하고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사실 그런 종이를 그가 발명한게 아니라 세상이 이미 있던 걸 잘 찾아내서 컵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종이컵은 100년도 넘게 인류에게 없어선 안 될 물건이 되어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지우개의 발명도 일상의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1790년 영국의 화학자 조셉 프리스틀리가 책상에서 연필로 글을 쓰다가 깊은 생각에 빠졌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작은 고무덩어리를 잡고 문질렀던 거다. 지우개의 영어 이름이 rubber인데 rub은 문지르다라는 뜻이다. 문지르다 보니 지워진 걸 알았으니 그 자체로 이름이 된 셈이다. 잠시 딴 생각을 하면서도 세상을 바꾼 발명을 한 걸 보면 천운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고무 지우개는 더울 때는 끈적거리고 추운 날엔 굳어버린다는 단점을 가졌다. 이걸 해결한 것도 일상의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1839년 찰스 굿이어가 생고무에 유황을 섞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우연히 유황을 섞은 고무조각을 난로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다. 이 놀라운 실수에서 가열 후 식히면 더위와 추위에도 문제없는 지우개가 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 고무공업의 개척자이자 발명가인 찰스 굿이어의 이름을 딴 타이어 회사는 지금도 타이어 업계에서 글로벌 빅3로 건재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요즘 우리나라 집집마다 하나쯤은 있는 스팀청소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주부의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주부가 직접 만들어낸 제품들이다. 일상의 불편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이자 생활의 발견인 셈이다. 가만 보면 이런 일상의 단서는 일상에 좀 더 가까이, 그리고 생활에서 여러 문제를 자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발견의 기회가 있는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