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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mmins Magazine - 2014 Autumn Vol 80

Cummins

Cummins Lounge 여행 즐기다 글. 사진 최갑수 골목을 따라 추억 속을 걷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골목 다섯 곳 가을이다. 소매를 파고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날씨다. 스니커즈를 신고 배낭을 메고 골목길을 걸어보자. 조금은 낡았고, 조금은 소박하고, 조금은 빛바랜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여행. 벽화가 있는 골목은 어떨까. 우리가 잊고 있었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황산마을 흙담길은 2006년 ‘전국의 아름다운 돌담길 10선’ 중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1~2km 길이의 토담이 600여 년 전에 이뤄진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정이 흐르는 옛 담장길을 걷다 거창 황산마을 덕유산의 절경인 수승대를 끼고 자리 잡은 황산마을. 100~200년 전에 지어진 한옥 50여 채가 운치 있게 들어선 곳이다.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조선 연산군 시절, 신( 愼 )씨 일가가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마을 주민 대부분은 신씨다. 황산마을의 자랑은 흙담길이다. 담장 위에 얹어놓은 여러 겹의 기와가 독특하고 이채롭다. 이끼가 돋은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것만 같다. 황산마을 흙담길은 2006년 ‘전국의 아름다운 돌담길 10선’ 중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는데 1~2km 길이의 토담에 600여 년 전에 이뤄진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됐다고 한다. 이 골목, 저 골목 낮은 담장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담장은 그다지 높지 않다. 까치발을 하면 담장 너머로 집과 마당이 훤히 바라보인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고택이 궁금하면 들어가 구경해 봐도 좋다. 야박한 도시와 달리 낮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네 전통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비움과 열림의 미학, 넉넉한 인심의 향기가 배어나온다. 그리고 푸근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황산마을의 멋스런 담장길만큼 이쁜 곳이 또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황산2구마을. 이 마을 담장에는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거창의 특산물인 사과와 명승지인 수승대의 수려한 경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발길 가는 대로 벽화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 보면 벽에 붙어 있는 나비와 잠자리, 주인 대신 집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 담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온 황소, 고구려 고분 벽화에 있는 사신도를 만날 수 있다.

26+ 27 3.1운동길이다. 1919년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나가 독립만세를 외쳤다. 근대의 시간을 걷다 대구 진골목 대구 반월당네거리에서 한일극장 쪽으로 걷다 중앙시네마 옆 조그만 골목으로 들어서면 20년 정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붉은 벽돌을 쌓은 담장이 이어지고 약간 촌스런 서체의 아크릴 식당간판이 어지럽다. 이 골목의 이름은 진골목. ‘진골목’이라는 이름은 ‘긴 골목’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한때 대구 최고의 부자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던 곳이다. 당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정소아과’ 건물이다. 1937년 화교건축가가 건립한 주택인데 히말라야시더가 심어진 넓은 정원, 별채, 벽돌조 2층 양옥이 잘 어울린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부유층의 생활 모습과 그 시절 근대 건축의 진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진골목을 빠져나오면 약전골목이다. 조선 효종 때부터 봄과 가을로 나눠 약령시가 열렸던 곳이다. 지금도 100곳 가까운 약업사가 몰려 있다. 약전골목을 나와 대로를 따라 걸으면 계산성당이다. 프랑스 선교사 로베르가 설계한 것으로 서울, 평양에 이은 세 번째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 맞은 편으로 우뚝 솟은 첨탑의 대구제일교회가 보이는데, 교회 뒤편이 청라언덕이다. ‘청라언덕과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라는 노래 ‘동무 생각’의 무대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3.1운동길이다. 1919년 1000여명의 학생들이 이 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나가 독립만세를 외쳤다. 청라언덕에 오르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예쁜 집이 세 채 서 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이다. 미국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지어졌는데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수령 70년이 넘는 사과나무,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이 어울려 이국적인 풍광을 빚어낸다. 성당 바로 옆 뽕나무 골목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서상돈 고택들도 자리잡고 있어 함께 돌아보면 좋다. 철길이 흐르는 빈티지 골목길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의 골목은 판잣집을 지나는 철길이 있고 그 철길은 밤이면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빛난다. 시멘트벽을 따라서는 담쟁이덩굴이 기어오르고 빨간 벽에는 자전거가 기대어 있다. 군산 이마트 건너편에 자리한 마을 경암동. 흔히 철길마을이라고 불린다. 판잣집이 이열종대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를 기찻길이 지난다. 오직 군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 참 묘한 풍경이다. 원래 경암동 일대는 바다였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매립해 방직공장을 지으면서 육지가 됐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가면서 황무지가 됐고 갈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철길마을에 모여 있는 집은 오십 여 채 정도. 살고 있는 가구는 서른 가구 남짓에 불과하다. 철길이 놓인 때는 1944년 4월 4일. 군산시 조촌동에 소재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사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