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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mmins Magazine 2015 Summer Vol 82

Cummins

Cummins Lounge Culture 고객의 오감을 터치하라! 마 케 팅 자동차 회사가 향수를 만들고, 커피 전문점이 음악 앨범을 만들고, 전자회사가 오감을 연구한다. 기업들이 고유 사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 한눈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선택이다. 이른바 오감 마케팅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건, 요즘 소비자가 필요가 아닌 욕망에 따른 소비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성보다 감성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업은 미세한 감성의 차이를 통해 고유의 브랜딩이자 특별함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글.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하고고 五 感 왜 자동차 회사가 향수를 만들었을까? 기아자동차가 향수를 만들었다. ‘기아 향(KIA Fragrance)’라고 명명되는데, 고객들이 기아차의 쇼룸이나 서비스센터, 드라이빙센터 등에서 기아차의 향기를 통해 후각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사실 기아차는 2013년부터 오감 브랜딩 활동에 돌입했는데, 이미 미각의 일환으로 미슐랭 쓰리스타를 받은 유명 셰프 장 조지(Jean-Georges)와 협업해 기아 브랜드의 컬러를 맛으로 표현해낸 기아만의 레시피를 개발해서 선보인 바 있다. 그 후 청각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에릭 세라(Eric Serra)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애드벤트 오브 더 기안즈(Advent of the Kians)’라는 기아차 브랜드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가 오감을 공략하는 건 기아차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TV CF에서 자동차는 나오지도 않은 채 단풍이 떨어지는 가을 풍경과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차 안에서 선루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라며,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에선 모두 자동차 소리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 듣기 좋은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BMW에는 차 문을 닫을 때 나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20여 명의 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좀 더 듣기 좋고 BMW 브랜드에 맞는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려 하는 것이다. 심지어 BMW는 자동차 안에서 나는 가죽 냄새를 연구하거나, 엔진의 소리를 더 좋게 만들어내는 수십 명의 기술진도 있다. BMW의 i-Drive 다이얼은 촉감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데, 그냥 둥그런 다이얼처럼 생겼지만 일반 다이얼과는 촉감과 작동되는 느낌 자체가 미세하게 다르다. 작은 차이가 특유의 감성이 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복합 힐링을

26 + 27 콘셉트로 색, 향, 소리 분야 전문가들이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어컨 바람이 불 때 레몬향과 라벤터향 등 천연 아로마 향이 나오는 기능이 적용되고, LED 조명을 통해 숲, 정원, 언덕 등 자연의 빛을 표현하기도 하고, 조명 색상도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연보라색이나 활기를 주는 녹색 등 색상 심리조사를 통해 선정된 색을 구현했다. 이제 에어컨이 찬 바람만 잘 나오면 되는 게 아닌 거다. 오감을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가 중요해졌다. LG전자는 김치냉장고에서도 김치가 맛있게 익을 때 유산균 소리가 난다는 실험을 재현해, 이 소리를 TV CF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가전제품에서 이른바 오감마케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건, 과거 기술 경쟁에서 시작했다가 이후 디자인 경쟁을 넘어, 이제 감성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의 그 향기, 우연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자기 브랜드의 특정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후각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싱가포르 항공사는 기내에 ‘스테판 플로리디안 워터스(Stefan Floridian Waters)’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향기가 난다. 싱가포르 항공사가 유명 향수업체와 함께 자신들만의 향수를 만든 건데, 기내에 은은히 퍼져있기도 하고 따뜻한 물수건에도 향기가 묻어있다. 향기가 곧 서비스인 셈이다. 지퍼팩에 포장되어 있는 잡지가 있다. ‘SCENT’라는 계간지인데, ‘진짜, 냄새 나는 잡지’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매호마다 하나의 냄새를 담고 있는데, 가령 비누를 주제로 했을 때는 잡지 가득 비누 냄새가 난다. 그동안 나무 냄새, 살 냄새, 심지어 담배 냄새 등을 각기 다뤘다. 잡지에서 냄새가 어떻게 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서 읽어가는 내내 그 냄새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경험도 궁금한 이들에겐 꽤 유혹적인 잡지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주는데, 각 매장에서 임의로 트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 계열의 히어뮤직이 선곡을 해서, 매달 한 번씩 100여 곡이 담긴 CD 2~3장을 전 세계 모든 매장에 배포한다. 심지어 음악에 유효기간까지 정해져 있다. 아무 때나 트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기간에만 틀어야 한다. 매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면서 스타벅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청각적으로도 느끼게 해주는데,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감각 경험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일관된 감성이 곧 브랜드가 되고, 스타벅스의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전 세계 어딜 가더라도 일관된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커피빈도 그렇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이런 접근을 보편적으로 한다. 그만큼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에서 주는 청각, 시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오감, 이제 기업이 노리고 있다. 아니 우리의 일상에서 누릴 즐거운 경험이자 오감의 풍요를 팔고 사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린 지금 우리의 오감을 매력적으로 자극시켜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