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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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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문학


1. 들어가며<br />

정신의 국소성 *<br />

-틸만 슈펭글러의 소설 레닌의 뇌를 중심으로<br />

<strong>서요성</strong>(대구대)<br />

소설 레닌의 뇌(1991)에서는 실존했던 한 뇌과학자의 학문적 욕망과 몰락이 반<br />

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 오스카 포크트 박사는 사망한 혁명가 레닌의 천재성<br />

을 입증하기 위해서 그의 뇌를 30,000개 이상의 조각으로 잘라내는 연구를 감행한다.<br />

그러면서 포크트는 인생의 절정기를 경험하지만, 그 대가로 나치의 박해를 받으며,<br />

스스로도 뇌 해부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진다. 작가 틸만 슈펭글러는 주<br />

인공의 과학적 도전을 일련의 지성적인 논쟁 속에서 전개시키지 않고 주로 당시의<br />

정치적, 역사적 사건과 각종 계략 및 조작에 얽히게 한다.<br />

그럼에도 본 연구자는 이 소설의 도발적인 측면이 포크트가 정신을 물질적인 뇌에<br />

서 증명하려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뇌는 영혼이나<br />

신체 담론에서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다. 그래서 뇌가 신체의 중추기관이라는 점에서<br />

대략적인 의견의 일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정신과의 관계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br />

그런데 주인공 포크트는 뇌를 판명한 정신활동의 근원이며, 뇌의 개선은 이 세상을<br />

바꾸는 작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것으로 확신한다. 실제로 그는 뇌와 천재성의<br />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신체와 정신의 유관함을 재정립한 공로로 당시 노벨상 수상<br />

자 1)로서 거론되었으며, 그의 연구방점은 현대 뇌과학의 중요한 계기로 전승되고 있<br />

다.<br />

본 논문은 먼저 마인호프 및 레닌 관련 에피소드를 통해 유독 뇌에 대한 인간의<br />

* 이 논문은 2010학년도 대구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한 논문임.<br />

1) Vgl. I. Klatzo: Cécile and Oskar Vogt. The Visionaries of Modern Neuroscience, Wien/New York<br />

2002, S. 27.


20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지속적이고 부조리한 관심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작품에서 천재성과 뇌의 상<br />

관성을 맹신한 주인공이 레닌의 뇌를 해부하면서 조작하는 위선과 기만을 비판적으<br />

로 고찰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뇌과학의 갖가지 억측을 비판할 수 있는, 다시 말하<br />

면 뇌과학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정신의 순수성과 초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br />

2. 죽은 천재의 뇌절편<br />

우리에게 울리케 마인호프 Ulrike Meinhof는 1960년대 후반에 안드레아스 바더와<br />

더불어 적군파(RAF: Rote Arme Fraktion)에서 활동한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br />

들은 살인 및 살인 미수로 수배 당하였고, 1972년 반(反)국가적 선동죄로 체포된다.<br />

이에 작가 뵐 H. Böll은 슈피겔 Der Spiegel지의 기고문을 통해 구체적인 증거 없<br />

이 그들에게 죄를 전가한 우익 언론의 조처를 비인권적, 폭력적 침해로 신랄하게 비<br />

판한다. 이 상황은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4)에서 고스란히 묘사<br />

된다.<br />

그럼 수인으로서의 마인호프의 여생은 어땠을까? 돌연 그녀는 1976년에 감방에서<br />

숨진 채 발견된다. 1차 부검에서 두 명의 법의학자는 그녀가 감방의 창문에 수건으로<br />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정리한다. 그럼에도 사망원인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고 판<br />

단되었기 때문에 부검이라는 법적 조처가 내려진다. 이에 따라 어느 신경병리학자가<br />

마인호프의 뇌 일부를 채취하였지만 여전히 종전의 소견을 바꾸지는 못했다. 2차 부<br />

검에서도 법의학자의 의견은 요지부동이었고, 마인호프의 죽음은 자살로 최종 마무<br />

리되었다. 그 뒤 그녀의 주검은 베를린에 안장되었다.<br />

그러던 2002년, 고인의 딸이자 언론인으로 장성한 베티나 뢸 Bettina Röhl은 장례<br />

식 당일 마인호프의 뇌는 땅에 매장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럼으로써 언론이나 경<br />

찰이 공공성을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지를 숙고하게 했던 당시 마<br />

인호프 체포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실제로 마인호프의 뇌는 포르말린 용<br />

액에 담겨 보관되어 오다가 마그데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교수들의 실험대상이 되었<br />

다. 그 결과 그녀의 뇌에서 편도체 Amygdala 손상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br />

마인호프가 생전에 받은 뇌 종양수술의 실패와 관련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자 윤리


정신의 국소성 201<br />

위원회는 그녀의 뇌가 계속 연구되거나 혹은 그 결과물이 공개되는 일 모두를 금지<br />

하였다. 더불어 검찰은 그녀의 뇌를 화장해서 유족에게 돌려주고, 같은 해에 매장하<br />

도록 명령을 내렸다.<br />

마인호프 일화에 틸만 슈펭글러 Tilman Spengler (1947- )는 관심을 갖는다. 일찍<br />

이 그는 레닌의 뇌 Lenins Hirn(1991)에서 레닌의 뇌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을 장<br />

편소설로 옮김으로써 세인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레<br />

닌은 수탈과 핍박에 고통을 받던 피억압 계급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러시아 10월혁<br />

명을 성공으로 이끈 지도자로서 명성을 누렸다. 그는 농민에게 토지를, 노동자에게<br />

공장을, 병사에게 평화를 약속했던 것이다.<br />

1920년대 초반에 소비에트 정부는 차리즘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되는 시기에<br />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나섰다. 이때 소비에트 의식을 형성하<br />

기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로 레닌이 거론되었다. 그래서 레닌의 병이 급속히 악화되<br />

자마자, 정치국원들인 스탈린, 트로츠키, 카메네프, 치노비에프 등은 서둘러 그의 시<br />

신 처리 문제와 장례식 규모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2) 1924년에 사망한 레닌은<br />

볼셰비즘 의식 형성의 중요한 원천이 된 것이다. 심지어 레닌의 초상화를 거실 벽에<br />

매다는 일은 인민들에게 하나의 강제사항이 되었다. 3) 뿐만 아니라 그의 시신은 붉은<br />

광장에 있는 레닌 영묘 Mausoleum안의 4각형 유리관에 안치된다. 그러면서 레닌은<br />

마치 잠시 잠들어 있다가 난세에 다시 깨어날 영웅으로 신성시된다. 그는 살아있을<br />

때만큼이나 죽어서도 소비에트 민중의 구원자로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다.<br />

모든 인민의 결집된 의지와 더불어, 실제로 레닌을 생전 모습 그대로 완벽하게 보<br />

관하게 만든 힘은 당시 최고를 자랑하던 소련의 외과의술 실력 덕분이다. 레닌의 송<br />

장은 부패를 막기 위해서 방부 처리되었고, 18개월마다 세척되고 난 뒤 다시 안치되<br />

었는데, 이 장면을 지켜본 어떤 사람은 레닌을 “잠자는 미녀” 4)로 비유했다.<br />

더불어 소련 정부는 독일의 신경학자인 포크트에게 뇌연구소 설립을 의뢰한다. 본<br />

래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는 레닌이 죽었을 때, 포크트를 새롭게 생길 모스크바 뇌연<br />

구소의 적임자로 추천한다. 궁극적으로 뇌연구소는 레닌의 뇌를 적출해서 그것을 표<br />

2) 김상현: 민속자료의 진위문제와 레닌 숭배 현상, 실린곳: 노어노문학, 2008/20권, 2호, 380면.<br />

3) 앞의 글, 364면 참조.<br />

4) 앞의 글, 378면.


20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본으로 영구 보존하기 위해서 건립된 곳이다. 포크트는 레닌의 뇌를 약 31,000개의<br />

절편으로 절단하였는데, 그 각각은 단지 20 마이크론 micron (1 마이크론 = 0,0001<br />

mm) 두께다. 5) 당시 정치국은 한편으로는 매독과 같이 인민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의<br />

학적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천재성을 증거하는 뇌세포<br />

의 특징들이 발견되기를 초조하게 고대하고 있었다.<br />

포크트의 딜레마는 주로 후자와 관련한다. 레닌이 역사 속에서 뛰어난 행적을 남<br />

겼지만, 그를 걸출한 인물로 만든 뇌세포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br />

그는 실제로 레닌의 뇌를 해부하면서, 몇몇 광범위하게 세포 조직들이 파괴되어 있음<br />

을 발견했다. 그러나 포크트는 소련과 독일 정부 사이의 친선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br />

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론을 견지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은 레닌의 뇌는 기<br />

존의 다른 뇌에서는 볼 수 없었던 “3층으로 된 대뇌피질에 비범할 정도로 많은 큰<br />

피라미드 세포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바로 이 층이 바로 레닌의 출중한 상상력,<br />

뛰어난 판단력, 민첩한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연상 뉴런들” 6)이라고 보고한다. 이처<br />

럼 러시아혁명의 지도자 레닌은 사후에 박제와 뇌절편 작업을 거쳐서 소비에트 정부<br />

및 민중들에게 불멸의 존재로 변용된다.<br />

그러나 1937년 히틀러 정부는 포크트가 공산주의자들과 내통한 전력을 이유 삼아<br />

베를린 뇌연구소를 폐쇄해버린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적국이었던<br />

나치는 레닌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치는 볼셰비즘이 단지 “매독<br />

에 걸린 기관의 소산” 7)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레닌의 뇌를 손에 넣으려고 스파이를<br />

모스크바에 급파하는 소동을 벌이지만, 끝내 레닌의 뇌는 찾을 수 없었다.<br />

이처럼 레닌 숭배의 전통은 민중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기보다는 1당 독<br />

재가 절대시되는 권력형성기에 탄생한다. 스탈린은 레닌주의의 문제(1925)에서 10<br />

월혁명을 세계혁명의 시작으로 해석하면서 레닌의 영구혁명론을 화석화하기 시작한<br />

다. 8) 레닌이 생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1902)에서 영속적인 혁명을 통해 미래의 프<br />

5) Vgl. Lena Tumolskaia: Was nun - mit Lenins Gehirn?, in: Die Zeit, 1994. 08.12.<br />

6) I. Klatzo: a.a.O., S. 32f.<br />

7) Tilman Spengler: Hirnerschütterung, in: Tagesspiegel, 2002.11.12: die Ausgeburt eines syphilistischen<br />

Organs.<br />

8) 이완종: 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 현대적 평가, 실린곳: 전국서양사연합학술발표회, 2007, 43면 그리<br />

고 54면.


정신의 국소성 203<br />

롤레타리아 계급 독재의 실현을 주장한 반면, 그의 뇌와 주검에서는 오로지 자기완결<br />

적 근엄함만이 읽혀지는 것이다. 그런 정치적 음모에 동원된 기관이 바로 뇌만신전과<br />

뇌연구소였고 여기에 레닌의 뇌와 주검이 전시됨으로써, 군림과 절대의 아우라만이<br />

남는다. 더 나아가 스탈린은 공포재판을 통해 당원들을 숙청하고 그 사체들을 뇌연구<br />

소의 실험대상이 되도록 하였다.<br />

슈펭글러가 볼 때 과거에 신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위인이나 요절한 천재들은 적<br />

지 않았지만, 이를 연구하는 사람이나 그들의 뇌수를 보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br />

데 현대에 오면서 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뇌가 주목을 받을 때는<br />

정치적, 역사적인 격변기이던가, 비범한 것의 원인을 파헤치려는 과학이 중흥기를 누<br />

리며 “천재적인” 9) 과학자들이 연루되던 시기다. 이 맥락에서 “천재적인”이라는 말은<br />

학문적인 자질에서 뛰어나기 보다는 주변인들에게 고통을 야기하고 죄를 숨기는데<br />

있어서 발군의 능력을 보유하며, 항상 윤리적인 문제를 등한시 한다.<br />

아무튼 마인호프나 레닌의 뇌는 온전한 모습을 한 채 조용히 자연으로 되돌아갈<br />

수 없었다. 여기에는 특출한 위업을 남긴 영웅들의 뇌를 영구히 옆에 두고 싶은 의사<br />

종교적인 바램도 작용하고 있고, 특히 그들의 뇌를 보존, 재생하려는 뇌과학자들의<br />

맹목적인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br />

3. 정신을 물질로 환원하는 뇌과학<br />

3.1. 오스카 포크트<br />

이 작품은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포크트 박사가 레닌<br />

의 뇌를 해부해서 표본으로 남긴 일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포크트는 연구소 개소식에<br />

서 레닌을 “연상의 대가”로 칭송하였으며, 이 장면은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다.<br />

당시 한 독일의 특파원은 13개의 뇌가 13개의 유리 상자에 보관되어서 벽을 따라 길<br />

게 전시되었고, 각각의 궤 표면에는 뇌 소유자의 이력, 그리고 몇몇 개에는 사진, 또<br />

9) Tilman Spengler, a.a.O..: genialisch.


20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뇌 횡단면 사진이 붙어 있다고 보도한다. 그리고 포크트는 연설을 통해 그 13명 각각<br />

을 호명하였는데, 그 중에는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를 포함하고 있었다. 10)<br />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포크트의 부인이자 마찬가지로 신경의인 세실 포크트<br />

Cécile Vogt와 크룹 Krupp 가문의 부부, 수많은 뇌연구자들은 실력이 쟁쟁했던 실제<br />

의 인물이다. 포크트 박사의 스승이자 뇌와 영혼을 저술한 플렉시히 P. Flechsig,<br />

소련의 뇌 해부학과 최면요법의 거장인 베히테레프 W. Bechterew, 비스마르크, 크룹,<br />

코지마 바그너의 주치의였던 슈베닝어 E. Schweninger, 스위스의 뇌 전문의인 포렐<br />

A. Forel 박사 등이 그렇다. 또한 포크트의 주요 협력자인 코르비니안 브로드만<br />

Korbinian Brodmann도 언급된다. 브로드만은 처음에는 포크트의 조수로서, 그의 연<br />

구와 잡지 편집에 합류하였다. 그들은 공동으로 대뇌피질의 해부학적 분할 가능성과<br />

세포구축학 지도 cytoarchitectonic mapping 작성을 시도했으며, 특히 브로드만은 훗<br />

날 대뇌피질을 52개 기능영역으로 구분한 유명한 ‘브로드만 영역’의 창시자로 이름<br />

을 날린다. 11)<br />

그렇다면 주인공 오스카 포크트 Oskar Vogt (1870-1959)는 누구인가? 그는 빌헬름<br />

시대의 신경해부학자로서, 연구 분야는 “뇌의 세포구축학 및 골수구축학, 기저핵의<br />

기능적 해부” 12)다. 그는 후줌에서 태어나 심리학, 의학을 공부했으며, 1894년에 박사<br />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그는 세계의 비밀 Die Welträthsel로 명성이 자자했던 헤켈<br />

E. Haeckel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헤켈은 다윈주의를 추종하는 동물학자로서 생물 발<br />

생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었다.<br />

특히 포크트는 해부학에 관심이 많아 취리히 정신병원에서 포렐의 가르침을 받고<br />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라이프치히의 정신병원에서는 플렉시히, 파리에서는 데제린-<br />

클룸케 Dejerine-Klumpke의 지도를 받았다. 포크트는 최면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br />

냈기 때문에, 선배 의사인 포렐로부터 최면술 학술지 Zeitschrift für Hypnotismus의<br />

편집 권한을 넘겨받았다. 포크트는 이 전문잡지를 1902년부터 심리학 및 신경학 저<br />

10) Vgl. Michael Hagner: Das Pantheon der Gehirne, in: Der Spiegel, 2010.11.14.<br />

11) Vgl. Gerhard Roth: Das Gehirn und seine Wirklichkeit, Frankfurt a.M. 1997, S. 62.<br />

12) S. v. Stuckrad-Barre u.a.: Oskar Vogt (1870-1959). Hypnotiseur und Hirnforscher, Ehemann von<br />

Cécile Vogt (1875-1962), in: Nervenarzt, 2004/Nr.10, S. 1039: Zytoarchitektonik und<br />

Myeloarchitektonik des Gehirns und der funktionellen Anatomie der Basalganglien.


널 Journal für Psychologie und Neurologie로 개칭하여 발간한다.<br />

정신의 국소성 205<br />

그러나 포크트가 의욕적으로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의지와 의지규정 13)을 발표하<br />

고, 동료 연구원들도 ‘육체를 통한 영혼의 인식’이라는 제하의 강연을 하였을 때, 그<br />

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야유와 욕설이었다. 포크트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할 과<br />

제는 뇌의 실체보다는 학계의 군림하는 태도였다.<br />

이런 포크트를 신경학계의 혜성으로 떠오르게 한 계기는 부유층, 권력층과의 교감<br />

에서 비롯된다. 그는 1896년에 독일 피히텔 산맥의 한 요양원에서 크룹사 회장 부인<br />

의 요양소 의사직을 맡고, 곧 베를린에 개인의원이자 신경생물학 연구소를 개업한다.<br />

그 뒤 그가 크룹사의 회장인 알프레드 프리드리히 크룹 A. F. Krupp의 주치의를 맡<br />

고 뇌연구소 창립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학문적 야심을 펼쳐나간다. 드디어 1920<br />

년대 빌헬름 황제 뇌연구소 Kaiser-Wilhelm-Institut für Hirnforschung 14)가 건립된다.<br />

이 연구소는 신경해부학, 신경조직학, 신경생리학, 신경화학, 실험유전학 분과 등을<br />

총망라하고 있다.<br />

그 뒤 포크트는 소련 정부의 위탁을 받아 1927년에 모스크바에 뇌연구소 건립을<br />

주도한다. 그러나 곧 그의 이력은 나치의 미움을 산다. 그래서 포크트는 슈바르츠발<br />

트의 노이슈타트 Neustadt로 이사를 가서 개인 뇌연구소를 설립하여 뇌연구를 계속<br />

이어간다.<br />

3.2. 인간과 동물의 근친성: 뇌에 대한 진화론적, 조건반사적, 심리학적<br />

접근<br />

보통 뇌와 정신의 상관성 논의에서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결론은 늘 서로 상반<br />

되어 왔다. 철학자인 플라톤이나 헤겔에게서 뇌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기관 정도로 여<br />

겨졌고, 심지어 칸트는 자신의 순수이성 담론에서 뇌의 위상을 존중하지 않는다. 다<br />

13) Tilman Spengler: Lenins Hirn, Berlin 2003, S. 85: Willenskraft und Willensbestimmung aus<br />

neurologischer Sicht.<br />

14) 독일제국과 크룹 사의 지원을 받은 자연과학 종합연구소다. 그러나 제3제국 당시에는 나치의 인종<br />

위생학과 우생학적 실험이 자행된 곳이기도 하다. (김옥주, 황상익: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br />

리의 발전, 실린곳: 진보평론, 2006/26호, 39면 이하)


20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만 데카르트는 정신이 신체와 다르지만, 정신은 “뇌의 아주 작은 부분, 즉 공통 감각<br />

이 들어있는 뇌 부분으로부터만 영향” 15)을 받는다고 짧게 언급할 뿐이다. 아무튼 그<br />

들 모두에게는 비물질적인 정신이 물질적인 뇌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다.<br />

그러나 본업이 의사였던 고대 그리스의 갈레노스나 근대 프랑스의 라메트리는 정<br />

신을 뇌로 환원시킨다. 그리고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특히 노이로<br />

제나 히스테리 같은 심리적 사실은 뇌와 관련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br />

포크트가 추진한 뇌연구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었고, 그가 택한 방법은 해부였다. 그<br />

래서 “뇌의 새로운 지도”를 작성을 목표로 기존의 뇌이론과 차별화하고 있었다. 만약<br />

포크트의 지도가 완성되었다면, 우리는 뇌에서 “감각 지각의 중추, 충동에너지 중추,<br />

예술적 감각의 중추 등” 16)의 소재지를 알아볼 수 있다.<br />

포크트가 그런 정신의 국소성(局所性) 이론을 강변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에는<br />

태동하는 진화론과 심리학이라는 두 원군이 있었다. 진화론에서 인간은 동물의 분파<br />

로서 이해된다. 인간 신체의 구조와 생리학을 동물과 비교해보면, 인간만의 독창성을<br />

주장하기란 난망하다. 인간의 몸은 포유류, 아니 영장류 질서에 소속된 것으로 증명<br />

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5백만 년 전부터 분리되어 발전되어 왔지만, 그들<br />

사이의 체형이나 태도는 유별날 정도로 일치한다. 이는 몇몇 동물에게도 지능이 있다<br />

는 주장으로 연결되었다. 17)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br />

는 유일무이한 존재이자 만물의 지배자라는 전통적인 기독교 창조론은 진화론의 주<br />

장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br />

슈펭글러가 소설에서 인용한 미국의 뇌연구자 헌터 S. Hunter는 두개골 안의 공간<br />

이 시대의 흐름과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연구하였다. 나일강 문명이 끝난 이래로 이집<br />

트인의 두개골 안의 공간은 확실히 좁아졌다. 반면 프랑스 혁명 이래로 프랑스 인의<br />

두개골 안의 공간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터는 뇌와 체중 사이의 밀접한 상<br />

관성을 밝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따라가지 않는다. 말하자면 인간의 뇌는 몸무<br />

게와 비례하지 않는다. 18) 이는 몇 가지 동물의 예를 들어보면 금방 이해될 수 있다.<br />

15) 르네 데카르트: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이현복 옮김, 서울/문예출판사 2011, 118면.<br />

16) Tilman Spengler, a.a.O., S. 109: eine neue Landkarte des Hirns, Zentren für die Sinneswahrnehmung,<br />

für Antriebsenergien, für Kunstempfinden und vieles andere mehr.<br />

17) Vgl. Gerhard Roth, a.a.O., S. 33.


정신의 국소성 207<br />

포유류에서 코끼리의 뇌는 5000g, 고래의 뇌는 8500g인 반면, 인간의 뇌는 고작<br />

1450g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 사이에서 가장 큰 뇌를 가졌다는 명제는 옳<br />

지 않다.<br />

다만 인간은 몸무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뇌를 소유한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에<br />

서 대략 2%를 차지하는데 비해 침팬지의 뇌는 대략 420g의 무게이기 때문에 대략<br />

0.9%다. 따라서 인간의 특수성은 그의 신체 크기에 부합해 볼 때 본질적으로 보다<br />

큰 뇌를 가졌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진화하면서 원숭이들과는 달리 뇌<br />

에 추가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다른 신체기관보다 훨씬 빨리 증가<br />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19)<br />

그럼에도 뇌는 그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신체기관이<br />

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뇌, 특히 뇌 활동과 정신활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권위 있는<br />

개론서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슈펭글러도 뇌를 공장으로, 정신활동을 제품으로 비유<br />

하고 있다.<br />

지금껏 뇌는 제대로 그 핵심이 이해되지 못했다. 이를 과장해서 말해본다면 마치 공장에서<br />

생산되는 제품만을 알고, 기껏해야 그 공장에 굴뚝이 몇 개 있던가 혹은 한 두 개의 발전소<br />

가 있는 것만 아는 거와 같다. 20)<br />

뇌 자체에 대한 과학적으로 세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뇌가<br />

정신활동의 근원지로 주장된 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엄밀하지 않다. 물론 포크트 생<br />

존 당시에도 뇌가 셀 수 없는 뉴런(신경세포)와 신경으로 이루어진 것이 밝혀졌지만,<br />

그 이상의 연구결과는 없었다. 뇌의 어느 부분이 어느 기능을 담당하고, 어떤 뉴런이<br />

어떻게 조합되고 연결되어서 정신활동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대<br />

로 시작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이를 지원할 과학기술의 발달이 따라오지 못했<br />

18) Vgl. Tilman Spengler, a.a.O., S. 32.<br />

19) Vgl. Gerhard Roth, a.a.O., S. 66ff.<br />

20) Tilman Spengler, a.a.O., S. 48: Bislang war das Gehirn ja praktisch noch so unverstanden wie eine<br />

Fabrik, von der man nur ihre Produkte kannte, allenfalls ein paar Schornsteine, vielleicht auch das<br />

eine oder andere Kraftwerk, jetzt einmal ganz übertrieben formuliert, um den Kern der Sache<br />

herauszustellen.


20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고, 전통적인 윤리적, 종교적 담론은 뇌연구 활성화에 여전히 미온적이었다.<br />

다만 주로 동물 실험을 통한 신경계통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그 결과가 인간<br />

에게 적용되고 있었다. 슈펭글러는 러시아에서 상당한 신경과학의 진척이 있었음을<br />

짧게 기술한다. 이는 동물의 뇌로부터 몇 가닥의 신경을 분리해서, 뇌와 행동 사이의<br />

관련성을 입증한 생리학자 파블로프 I. Pavlov를 연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br />

[신경이 잘린] 개들은 꼬리를 치거나 더 이상 치지 않고, 토끼들은 성교를 원하다가 꺼리기<br />

도 하며, 닭들은 공격성을 상실하고, 침팬지는 공격적으로 된다. 좋다. 이 모든 연구결과는<br />

아직 매우 거칠고, 인간의 섬세한 심성을 규정하기에도 아주 동떨어져 있지만, 그 쪽으로<br />

가는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21)<br />

파블로프는 1903년에 직접 자극은 물론이고 간접 자극들에도 반응하는 개의 조건<br />

반사 이론을 내놓아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조건반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유<br />

기체의 생존에 필요한 자극과 동시에 어떤 다른 자극을 반복해서 주어야 한다. 우리<br />

는 음식은 물론이고 (무조건 반사) 그를 동반하는 종소리에도 침을 흘리는 개에 대한<br />

실험을 알고 있다.<br />

그 뒤에 파블로프는 조건반사를 주관하는 신체의 부위를 찾아 나선다. 이미 대뇌<br />

반구를 제거한 동물에게서 행동장애가 있음은 밝혀진 상태다. 구체적으로 그는 대뇌<br />

의 특정 부위를 제거하면 특정 조건반사가 사라짐을 알아낸다. 따라서 조건반사는 고<br />

등 중추신경계인 대뇌피질에서 형성되고 있음이 다시 증명된 것이다.<br />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뇌로 들어오면 대뇌의 해당 신경들이 흥분한다. 그러나 조건<br />

반사는 무조건 반사의 본능적인 행위와는 달리 훈련하고 학습될 수 있는 신경활동을<br />

전제로 한다. 특히 한번이라도 조건반사가 형성된 동물은 이후에 무조건 반사가 없어<br />

도 미리 학습한 것에 기초해서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동물은 생<br />

존과 관련하지 않은 자극에도 행위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신경들은 흥분되다가<br />

다시 억제되기도 하며 다시 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22)<br />

21) Ebda., S. 48: Hunde wedelten oder wedelten nicht mit dem Schwanz, Kaninchen zeigten sich<br />

kopulationswillig oder begattungsstörrisch, Hähne verloren ihre Aggressvität, Schimpansen gewannen<br />

sie. Gut, das war alles noch sehr roh, noch meilenweit entfernt von der Feinabstimmung auf das<br />

menschliche Gemüt, doch war hier ein Weg gewiesen.


정신의 국소성 209<br />

개의 침샘 실험을 통한 조건반사 결과물은 점차 정신병 환자 연구에 활용된다. 파<br />

블로프는 정신질환이 신경의 흥분과 억제 사이의 균형이 파괴될 경우에 온다고 주장<br />

한다. 그에게 건강한 사람이란 억제와 흥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를 기준으<br />

로 그리스 시대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기질을 분류한 것처럼, 파블로프도 개의 신경<br />

유형에 따라 인간의 유형을 분류한다. 23)<br />

히포크라테스 분류 담즙성 흑담즙성 다혈성 점액성<br />

파블로프 분류 흥분성 억제성<br />

가벼운 경우 신경쇠약 히스테리<br />

심한 경우 순환성 정신병 정신분열증<br />

중도성<br />

활동적 성격 정적인 성격<br />

개의 뇌와 행동 간의 관계를 근거로 해서 인간의 정신 활동을 규명하려고 한 파블<br />

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은 곧바로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반이 되었다.<br />

반면 뇌를 주목하되, 정신의 자율성을 주장한 사람은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br />

스 William James 교수다. 그는 심리학의 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1890)<br />

에서 심리학이란 “감정, 욕구, 인지, 추리, 결심”으로 등장하는 “정신생활을 다루는<br />

과학” 24)이다. 그는 전통적인 유심론을 비판하였지만, 그렇다고 당시에 유행한 자극과<br />

반응 사이의 관계를 기계적으로 묘사한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정신 현상들의 나열을<br />

조립하는 연합주의 심리학을 따르지 않는다. 이상 세 가지 이론에서 정신은 너무 단<br />

순히 이해되는 것으로 제임스는 파악한다.<br />

그에게 정신이란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며 주변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br />

이런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이다. 25) 예를 들면 정신 현상 중의 하나인 기억<br />

능력은 항상 같지 않다. 어떤 기억은 틀리고 어떤 기억은 옳을 수 있으며, 최근의 기<br />

억이 옛날의 기억보다 뚜렷하며, 실시간의 신체적 상황이 기억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br />

도 한다. 또 의약품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추상명사가 고유명사보다 먼저<br />

22) 김옥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의 형성과정, 실린곳: 의사학, 제1권 1호, 1992, 25면 참조.<br />

23) 앞의 글, 28면 참조.<br />

24)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1, 정양은 옮김, 서울/아카넷 2006, 15면.<br />

25) 앞의 글, 19면 참조.


21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망각된다.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능력은 체험과 관련되면 될수록 좋아진다. 이는 뇌<br />

가 정신활동과 신체활동 사이의 매개 기관임을 증명하는 것이다.<br />

뇌 이외의 다른 신체 부분으로부터 뇌로 가는 신경 교신이 단절되면, 잘려나간 신체 부분<br />

이 겪는 경험은 정신 속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눈은 멀고, 귀는 들리지 않으며, 손은 감각<br />

이 없어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뇌가 손상되면, 모든 신체 기관이 정상적인 역할을<br />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의식이 소멸되거나 변질된다. 26)<br />

정신은 뇌의 소산이며, 신체적 자극은 뇌와 관련함으로써 감각이 되고 경험으로<br />

변화한다. 그래서 뇌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혹은 이상(異常) 물질이 돌아다니고 뇌관<br />

련 질환이 오게 되면, 정상적인 정신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체 활동과 정<br />

신 활동 사이에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둘은 상호작용 관계에 있<br />

다. 신체 활동은 정신 활동의 출발점이지만, 다시 정신 활동은 신체에 변화를 가져온<br />

다. 신체는 들어온 자극에 반응하지만, 그 반응에는 뇌를 통한 정신의 작용이 포함되<br />

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목적 지향적인 정신이 개입하고 있음을 증명한다.<br />

이처럼 자극에 대하여 인간의 수의(隨意)적 반<br />

응이 있기 위한 전제 조건은 신경계통과 대뇌의<br />

존재 여부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제임스는 개구<br />

리 뇌를 해부한다. 27) 첫째, 척수만 남겨두고 나머<br />

지를 모두 제거하면, 개구리는 살아 있지만 숨을<br />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도 쉽게 삼키지 못한다.<br />

그러나 앞, 뒷다리를 펴 놓으면 다시 접은 상태로<br />

몸통에 붙인다. 또 가슴에 약품이 묻으면, 그것을<br />

문지른다. 따라서 척수는 기계적인 동작을 주도<br />

하는 중추로 가정할 수 있다.<br />

둘째, 척수, 소뇌, 연수를 놔두고 다른 뇌 부위<br />

개구리 뇌<br />

26) 앞의 글, 21면.<br />

27) Vgl. Gerhard Roth, a.a.O., S. 34f: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과 양서류의 뇌 구조는 5가지, 이를테면<br />

대뇌, 간뇌, 중뇌, 소뇌, 연수로 구성된다. 그리고 뇌와 척수는 함께 중추신경시스템을 형성한다.


정신의 국소성 211<br />

를 제거하면 숨쉬고, 삼키는 행동이 가능해지고, 거기에 뛰고 헤엄치는 동작이 추가<br />

된다. 그러나 개구리를 널빤지 위에 놓고 기울이면 미끄러져 땅에 떨어진다.<br />

셋째, 척수, 소뇌, 연수, 시엽을 놔둘 경우에는, 개구리의 운동은 정상적으로 돌아<br />

오지만, 여전히 널빤지를 기울이면 개구리는 떨어지고 만다.<br />

넷째, 대뇌반구만을 떼어 놓을 경우, 개구리의 모든 동작에는 이상이 없고, 장애물<br />

에도 적극 대처하며, 성적인 반응도 보인다. 그러나 자발성이 없다. 개구리는 보이는<br />

대상이나 자극에만 반응하며, 그 외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연못에서 헤엄치는<br />

이유는 물과 만났기 때문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개구리는 배고파하지도 않<br />

고, 공포심도 없다. 대뇌피질이 없는 개구리는 자기 보존에만 충실한 “기계” 28)와 다<br />

를 바 없는 것이다.<br />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뇌를 가진 개구리는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생<br />

각하는 생명체처럼 행동한다. 그의 방어 동작은 즉각적이지 않으며, 위험 상황에서<br />

벗어나는 행동을 취하기도 하다가, 반대로 수동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br />

이런 개구리의 행동은 예측될 수 없다.<br />

이처럼 (대)뇌반구와 척수는 기능이 다르다. 척수가 실시간 자극에만 작용하는 하<br />

위 중추신경이라면, (대)뇌반구는 지각 이후의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이자, “기<br />

억” 29)을 담당하는 장소다. 따라서 뇌반구가 없는 동물은 즉각적인 반응만 보여줄 뿐,<br />

행동을 중지하거나 연기시킬 수 없다. 거칠게 말하면 양서류와 조류의 행위는 주로<br />

하위 중추신경과 관련한다면, 포유류를 비롯한 고등동물은 그것과 별로 관계하지 않<br />

는다.<br />

그래서 하등 동물은 먹이나 위기에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욕구<br />

나 충동을 제어하는 행동을 한다. 만일 어떤 자극이 감각기관을 통해서 뇌로 연결될<br />

경우에, 하위 중추에서는 반사 행동이 일어나지만 뇌반구의 기억 영역에서는 관념이<br />

발생한다. 이 관념은 반사 행동을 멈추게 할 수도, 지연시킬 수도, 아니면 다른 것으<br />

로 대치시킬 수도 있다. 30) 대뇌를 가진 생명체는 자극에 따른 반사에 충실한 행위를<br />

하지 않고, 예기치 않았던 행위를 하게 된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행위이다.<br />

28) 윌리엄 제임스, 위의 글, 44면.<br />

29) 앞의 글, 49면.<br />

30) 앞의 글, 55면.


21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3.3. 뇌 적출<br />

파블로프나 제임스가 동물의 뇌와 신경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동시대<br />

인인 포크트는 뇌 속의 천재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를 필요로<br />

한다. 그리고 그 뇌는 천재적이거나 범죄적인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br />

본 소설은 어느 두개골로부터 꺼내진 뇌가 신경해부학과 연구원의 실험대상이 되<br />

면서 시작된다.<br />

교수의 뇌막은 적갈색으로 희미하게 빛났다. 조수는 자신이 배운대로, [교수의 뇌막의] 신<br />

경과 혈관을 절단했다. 그리고 양 손으로 뇌를 꺼내서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유리용기<br />

안에 놓았다. 그 뒤 그는 스승의 두개골 덮개를 다시 얹히고, 두피를 제자리로 한 뒤 민첩<br />

하게 봉합했다. 31)<br />

포크트 시신의 뇌는 신체로부터 단계적으로 분리된다. 시신의 머리덮개를 완전히<br />

벗기고, 머리 덮개뼈를 톱, 끌, 망치로 잘라 떼어낸다. 그리고나서 망치로 두개골에<br />

구멍을 낸다. 그 구멍은 끌에 의해 넓혀지며, 뼈는 톱으로 잘리면서, 뇌의 자태가 드<br />

러난다. 뇌에 연결된 수많은 신경과 동맥, 정맥이 잘리고, 마지막으로 척수의 척추동<br />

맥을 끊으면, 더 이상 뇌와 연결된 신체 부위는 없다. 뇌는 무색투명한 방부제가 담<br />

긴 유리병 안으로 옮겨진다.<br />

이처럼 사람의 뇌가 적출되어 용액에 담겨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시<br />

신의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뇌과학의 권위자였던 포크트 자신이고, 그를 해<br />

부한 사람은 그의 조수였다. 그리고 포크트의 뇌가 최종적으로 쓰일 곳은 의과대학<br />

학생들의 해부학 실험실이다.<br />

포크트 생존 당시에 뇌연구는 활발하였다. 불면증, 뇌전증, 강박증, 우울증 등은<br />

뇌 관련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해부용, 실험용 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br />

포유류나 양서류의 뇌를 톱, 끌, 칼, 핀으로 해부하는 일이 추천되곤 하였다. 그럼에<br />

31) Tilman Spengler, a.a.O., S. 6: Die Hirnhaut des Professors schimmerte rötlichbraun. Wie er es<br />

gelernt hatte, durchschnitt der Assistent Nerven und Gefäße, griff mit beiden Händen nach dem Hirn,<br />

hob es heraus und legte es in den Glasbehälter mit der Formaldehydlösung. Dann setzte er seinem<br />

Lehrer die Schädeldecke wieder auf, zog die Kopfhaut zurück und nähte sie flink zusammen.


도 동물 실험만으로는 인간의 뇌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었다.<br />

정신의 국소성 213<br />

본 작품에서는 뇌전증 환자의 대뇌피질 수술을 위해 그 실험대상을 찾는 장면이<br />

묘사된다. 그런데 수술대에 올라야 할 환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대체 환자를<br />

찾아야 했다. 당시 인체실험 대상자로는 - 특히 미국에서 - 수감자들을 선택하는 것<br />

이 관례였다고 한다. 특히 사형수들인 경우는 그 대가로 극형을 면할 수 있었다. 물<br />

론 그들에게도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자발적 동의”를 끌어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br />

무엇보다도 피험자들의 존엄을 위한 구속력 있는 의료윤리 강령이 부재했다는 점이<br />

별다른 정당한 기준 없이도 범죄인에 대한 실험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br />

될 수 있겠다. 32)<br />

소설에서도 뇌질환을 앓고 있는 중범(重犯)이 체포된다. 의사들은 그의 형량을 감<br />

해주는 대가로 그의 뇌를 수술 대상으로 삼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뇌수술 과정은 의<br />

사들이 의도하던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br />

저는 그 범죄인이 가쁜 호흡을 하기도 전에 이미 졸도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 혈액 순환<br />

이 쇼크를 견디지 못한 것이고, 혈압은 떨어졌습니다. 33)<br />

피험자는 뇌 해부 도중에 그만 의학적인 충격으로 사망하면서, 뇌수술은 실패로<br />

끝난다. 그리고 사망원인이 불확실할 경우에 그 시신은 먼저 법원에 귀속된다. 그러<br />

자 포크트는 당시 수술을 참관한 의사들에게 그의 뇌를 연구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br />

을 피력한다.<br />

정신병리학적인 관점에서 뇌를 관찰해보면 어떤 정해진 상황에서는 범죄 방향으로 발전과<br />

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다른 상황이 오면 천재 방향으로 유사한 역동적인 과정을 가능하게<br />

하는 여러 물질들이 있습니다. 두 형태는 정서 생활에 부합하는 물질을 분석하는 데에 상<br />

당히 흥미로운 것들입니다. 34)<br />

32) 참조, 김옥주, 황상익: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의 발전, 실린곳: 진보평론, 2006/26호, 34면,<br />

42면.<br />

33) Tilman Spengler, a.a.O., S. 17: Ich habe den Zusammenbruch schon gesehen, bevor die<br />

Schnappatmung einsetzte [...] Der Kreislauf hat den Schock nicht ausgehalten, der Blutdruck sackte<br />

ab.


21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고대 이후로 철학 및 의학계의 난제인 정신과 물질의 관련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br />

떠오르게 된다. 포크트가 활동하던 당시 사회학자 퇴니스 F. Tönnies는 범죄와 사이<br />

코 행위는 뇌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35) 포크트도 물질<br />

로서의 뇌가 정신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천재성과 범죄성의 차<br />

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색다른 가정을 내놓기에<br />

이른다.<br />

4. 혁명가의 병약한 뇌이랑<br />

포크트는 빌헬름 황제 뇌연구소 소장으로서 소련의 신경학자 총회에 초대를 받는<br />

다. 그 곳에는 포크트와 친분이 있는 유명 신경학자인 베히테레프가 활동하고 있었<br />

다. 그는 포크트보다 먼저 유명한 화학자인 멘델레프 D. Mendelejew의 뇌를 해부하<br />

면서 “화려하게 장식된 뇌이랑” 36)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처럼 엘리트 연구가 뇌과학<br />

과 관련을 맺은 것은 이미 10월혁명 이전부터 가능했다.<br />

또한 베히테레프는 저서 객관적인 심리학의 조명에서 본 범죄성 37)에서 범죄적<br />

소질은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질서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장<br />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차르 시절에 자본주의는 서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러시아의 귀<br />

족, 교회, 군부에게 이해되었고, 그러기에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br />

들로부터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br />

34) Ebda., S. 18: Psychopathologisch betrachtet befinden sich bekanntlich im Hirn Ausbildungen, die<br />

unter gewissen Umständen einen Entwicklungsprozeß in Richtung Kriminalität, unter anderen<br />

Umständen einen ähnlich dynamischen Prozeß in Richtung Genialität ermöglichen. Für eine Analyse<br />

der materiellen Entsprechungen des Gemütslebens sind beide Formen hochinteressant.<br />

35) Vgl. I. Klatzo, a.a.O., S. 2.<br />

36) Michael Hagner, a.a.O.,: Luxusausstattung der Hirnwindungen: 베히테레프의 운명은 기구했다. 그는<br />

1927년에 돌연사 하게 되는데, 그 직전 그는 스탈린을 진찰하기 위해 크레믈린 궁전에 머물렀다고<br />

한다. 그는 스탈린의 병을 편집증이라고 진단하여 그의 주치의에게 발설했는데, 그 뒤 1주일 뒤 불<br />

귀의 객이 되었다. 그가 먹은 음식물에서는 독극물이 발견되었으며, 아마도 스탈린이 그의 경박한<br />

진술에 복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베히테레프의 뇌도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모스크바 뇌연구<br />

소로 향한다.<br />

37) Tilman Spengler, a.a.O., S. 209.


정신의 국소성 215<br />

사실 베히테레프는 자연이 뇌에 준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고 다방면으로 연구<br />

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자 포크트는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것은<br />

바로 뇌 때문에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두 가지의 임시 연구 결과를 말한다.<br />

먼저 엘리트는 “뇌세포의 명백한 조합”에 의해서 특징 지워진다. 두 번째로 엘리트란<br />

한 특정한 영역의 전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의 뇌는 골고루 발달한 것이 아니라<br />

특정한 재능에 맞게 집중적으로 어느 부위가 매우 “농축” 38)되었다. 그렇게 엘리트의<br />

의식을 결정하는 물질은 밀도가 높은 뇌다.<br />

베히테레프는 그런 포크트의 뇌 이론에 공감하면서, 엘리트의 전형적인 표본이 될<br />

수 있는 예가 레닌이라고 말한다. 당시 소련인들에게 레닌은 천재이자 실천의 상징이<br />

다. 이런 정황에서 베히테레프는 뇌가 전시될 거대한 공간이라는 특이한 착상을 기획<br />

한다. 이는 “국민 계몽” 39)을 위한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아직 미완성인 전시관 설계<br />

도를 보여주는 것이다.<br />

사실 뇌를 위한 건축물입니다. 세마슈코와 나는 건축가 타틀린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br />

서 뇌 팡테옹 건축을 계획하고 있어요. [...] 이것은 한 거대한 박물관으로서 과학에게는 학<br />

문적인 성격을, 관람객에게는 전시의 성격을 띨 겁니다. 이 박물관은 [...] 매우 다양하게 처<br />

리된 최소한 500개의 뇌를 마치 값비싼 그림이나 조각처럼 전시합니다. 당신은 그런 효과<br />

있는 전시로부터 어떤 굉장한 교육적 효과가 나올지 상상하실 수 있나요? 40)<br />

1929년에 건립된 그 만신전 Pantheon은 파리의 팡테옹보다 규모면에서 능가해야<br />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웃하고 있는 레닌의 영묘처럼 기억의 공간으로서, 다른<br />

한편으로는 소련이 선도하는 뇌과학을 선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시될 뇌로<br />

38) Ebda., S. 214: eine eindeutige Kombination der Zellen im Gehirn, Verdichtung<br />

39) Ebda., S. 217: Volksaufklärung<br />

40) Ebda., S. 218f: Es geht tatsächlich um eine Architektur für das Hirn. Semaschko und ich planen -<br />

mit der tatkräftigen Unterstützung des Architekten Tatlin - die Errichtung eines Pantheons der<br />

Gehirne. [...] Ein gigantisches Museum mit einem Werkcharakter für die Wissenschaft und einem<br />

Demonstrationscharakter für die Besucher. Es soll [...] mindestens fünfhundert Gehirne in den<br />

unterschiedlichsten Formen der Bearbeitung wie kostbare Gemälde oder Plastiken präsentieren.<br />

Können Sie sich vorstellen, welch gewaltige pädagogische Wirkung von einer solchen machtvollen<br />

Schaustellung ausgehen wird?


21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는 먼저 정치적, 학문적, 예술적으로 걸출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고려된다. 그래서<br />

레닌의 뇌가 먼저 예정되고, 그밖에 저명한 사람 500여개의 뇌들 41)이 표본으로 전시<br />

될 것이다. 그리고 레닌의 뇌를 해부할 국립 뇌연구소 Staatsinstitut für Hirnforschung<br />

의 책임자로 포크트가 추천된 것이다.<br />

곧 레닌은 영면하고, 그의 시신을 다루는 전문의들이 소환되었다. 레닌은 묘지로<br />

향하지 않고 그들에 의해 해부된다.<br />

그들은 한 영웅을, 아니 우리의 가장 위대한 영웅을 재보고 분석하며, 한 번은 힘을 냈던<br />

기계처럼 부품들로 조각냈어요. [...] 모든 것이, 말하자면 위장, 심장, 뇌와 같은 완전히 모<br />

든 것이 저울대에 놓여 졌어요. 42)<br />

레닌의 사체는 전체로서 다루어지지 않고 부분 부분의 장기로 조각난 채 측정되<br />

고, 각각의 무게가 달린다. 그리고나서 사체의 소유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합법<br />

적인 소유주는 가족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공산당인가 말이다. 이 논쟁 와중에 시신<br />

의 부패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신에 향유가 덧입혀졌다. 그리고 국<br />

립 뇌연구소의 인민위원인 세마슈코가 레닌의 뇌를 다른 장기와 분리해서 운송하도<br />

록 지시를 내리기 전에, 해부학자들 중 한 명이 4시간 반 동안이나 레닌의 뇌를 자세<br />

히 관찰하고 나서야 비로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였다.<br />

처음에 저는 뇌의 상태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여태껏 난 그렇게 극도로 수척한 뇌이랑을<br />

보지 못했어요. 이례적으로 양반구에는 파괴된 세포 중심층이 확장되어 있었어요. 또한 뇌<br />

의 빛깔도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본래 회색이거나 흰색으로 가물가물 빛나야 하는데, 모과<br />

열매처럼 노란 오렌지색이었어요. 43)<br />

41) Vgl. Michael Hagner, a.a.O.: 여러 전시된 뇌들의 소유자로는 마야콥스키 W. Majakowski, 고리키<br />

M. Gorki, 스타니슬랍스키 K. Stanisklawski, 에이젠스타인 S. Eisenstein, 파블로브 I. Pavlov, 스탈<br />

린, 망명한 핵화학자 사하로프 A. Sacharow 등이 있다.<br />

42) Tilman Spengler, a.a.O., S. 276: Sie haben einen Helden, unseren allergrößten Helden, vermessen,<br />

analysiert, in seine Bestandsteile wie eine Maschine, die einmalig ist in ihrer Kraftwirkung. [...]<br />

Alles, schlichtweg alles wurde auf die Waage gelegt, der Magen, das Herz, das Hirn.<br />

43) Ebda., S. 278: Bestürzt bin ich in erster Linie über den Zustand des Gehirns. Noch nie habe ich so<br />

stark eingefallene Windungen gesehen. Beide Kugelhälften zeigten ungewöhnlich ausgebreitete<br />

Zentren der Erweichung. Erschreckt hat mich auch die Farbe der Hirnsubstanz: Was eigentlich grau


뇌이랑 Windung은 기억이나 판단 등 정신<br />

활동의 핵심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표면의<br />

모습을 일컫는 개념으로, 보통 회색이나 백색<br />

을 띤다. 최근에 개발된 fMRI (기능 자기공명<br />

영상) 기법을 통해서 기억이나 판단활동에 관<br />

여하는 뇌이랑이 활성화되는 장면이 가시화될<br />

수 있었다.<br />

(다음 내용은 본 연구자가 작품 이해를 위<br />

해 추가한 것이다. 뇌만신전 내부를 촬영하는<br />

정신의 국소성 217<br />

정상인 뇌(왼쪽)와 병든 뇌<br />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는데, 다만 1990년 소련의 와해 이후 어느 영화팀이 뇌연<br />

구소, 그 중에서 19번 방을 가까스로 출입할 수 있었다. 이 방에는 레닌의 뇌 중에서<br />

온전한 반구의 석고상만이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나머지 “으깨진 반구” 44)는 보이지<br />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위의 뇌 이미지 45)는 레닌의 뇌 실물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br />

왼편으로는 정상인의 건강한 뇌이랑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수척한 뇌이랑<br />

eingefallene Hirnwindung”이 관찰된다. 바로 레닌의 뇌는 오른편의 알츠하이머 병에<br />

걸린 환자의 뇌 형태와 유사할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br />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레닌의 뇌는 다른 정상인의 뇌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손<br />

상되어 있었고, 양반구의 뇌세포도 심하게 파괴되었으며, 뇌의 빛깔도 변색되어 있었<br />

다. 레닌의 뇌를 임상학적으로 평가하면, 그것은 병든 것이다. 그러나 레닌의 생전 업<br />

적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뇌이랑이나 뇌 색깔에서 모범적인 뇌, 적어도 멘델레프의 뇌<br />

이랑 이상의 모습이 관찰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레닌의 뇌는 기대와는 정반대였<br />

는데, 그래도 해부에 참여했던 의사들은 레닌의 사유는 뇌의 크기에 비해 대단히 심<br />

오했다고 46) 서둘러 정리한 것이다.<br />

oder weißlich hätte schimmern sollen, schillerte in einem Gelborange wie eine Quitte<br />

44) Michael Hagner, a.a.O.: der zermatschte Teil des Gehirns<br />

45) www.netyzeitung.de: 2003년 3월 17일자, 기사제목 ‘Autopsie klärt Fehlschlag einer Alzheimer-<br />

Therapie auf’<br />

46) Tilman Spengler, a.a.O., S. 278: daß mit so wenig Masse noch so tief gedacht werden kann.


21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그리고 러시아의 해부학자들은 레닌의 뇌를 지금 상태로 전시관에 옮기는 것이 불<br />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그들은 그 뇌를 포크트 박사에게 맡겨서 잘게 조각냄<br />

으로써 뇌의 본래 병든 모습을 감추려고 한다. 47)<br />

그 뒤 포크트는 장장 3년에 걸쳐 레닌의 뇌를 3만개 이상의 절편으로 조각낸다.<br />

그 각각의 절단면은 파라핀 액에 보존되고 착색되고 사진으로 남겨진다. 그래서 궁극<br />

적으로 레닌의 뇌는 인민이 원하는 대로 신비하게 재구성되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br />

레닌은 뇌의 특출함으로 먼저 설명되어야만, 그의 위대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br />

는 것이다.<br />

생전에 레닌은 명민함과 실천력 때문에 존경을 받았다. 소련 사람들도 레닌이 “빠<br />

른 두뇌 회전” 48)을 가졌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따라서 3만개 이상으로 해부된 그<br />

의 대뇌피질에 있는 “비교할 바 없는 아름다운 피라미드 세포”가 그 사실을 명증하<br />

게 보여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잘게 조각낸 레닌의 뇌를 보는 관람객은 미적인, 기하<br />

학적인 아름다움을 연상해야 한다. 따라서 천재란 빠르게 생각하고, 신속하게 실천하<br />

는 능력, 말하자면 속도와 관계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 천재를 육성<br />

하려면 속셈이나 속기와 같은 과정이 추천할 만하다는 것이다.<br />

레닌의 뇌를 직접 뇌절편으로 절단하면서 그 수척한 뇌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한<br />

포크트는 뇌의 “역동적인 조화”를 천재의 자질로 언급한다. 그런데 여기서 조화란 평<br />

상적인 의미에서의 건강한 뇌가 보여주는 “최고의 수준에서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br />

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다른 능력을 희생함으로써” 49) 아직 희생되지 않은 능력을<br />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수척한 뇌”다. 이렇게 해서 레닌은 “뇌 육상선수 그리고 연<br />

상의 대가” 50)로 재탄생하는 것이다.<br />

47) Ebda., S. 279.<br />

48) Ebda., S. 282: Schnelligkeit der Gedankenauffassung, Hirnrinde, dieser unvergleichlich schönen<br />

Pyramidenzellen.<br />

49) Ebda., S. 285: vitale Harmonie, einen harmonischen Zustand auf allerhöchstem Niveau, mit der<br />

Einbuße einer anderen Fähigkeit.<br />

50) Ebda., S. 334: Hirnathlet und ein Assoziationsriese.


5. 나오며<br />

정신의 국소성 219<br />

저자 슈펭글러는 한 독일 신경학자가 레닌의 뇌를 해부하는 사건을 아이러니하게<br />

묘사한다. 본래 뇌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 뇌를 해부하려 했던 주인공의 시도는 도전<br />

적이었다. 포크트 박사는 천재의 뇌라는 것이 병든 뇌와 다르지 않다는 자신의 뇌이<br />

론을 철석같이 믿고, 베를린과 모스크바에 뇌 전문연구소를 설립해서 인간을 직접 실<br />

험대상으로 삼는 파격적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레닌의 병약한 뇌를<br />

해부했지만, 그를 환자로 진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상의 대가로 반전시킨다. 그<br />

러나 주인공의 학문적 이론은 미완으로 남으며 스스로도 뇌 실험의 대상이 되는 기<br />

구한 운명에 놓이게 된다.<br />

뿐만 아니라 소련의 공산당은 생전에 이미 전설이던 레닌의 뇌를 매장하지 않고<br />

선전도구로 전시하면서 포크트가 맹신적인 궤변을 주장하는데 일조한다. 그렇게 레<br />

닌의 뇌는 절편으로 산산 조각이 나면서, 궁극적으로 만가(輓歌) 속에서 찬연히 기억<br />

되는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br />

본 작품은 뇌과학의 전개과정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뇌를 정신의 근원이 아닌 단<br />

순한 신체기관 중의 한 가지로 축소하고 있다. 그를 통해 뇌과학 이론이 인간의 생명<br />

을 보존시키는 중요한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자가당착에 빠<br />

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3만개 이상의 뇌절편으로 천재성을 밝히려했던 주인공이나<br />

소련정부의 의도는 뇌의 실체를 밝히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레닌의 뇌<br />

연구는 저자에게 일종의 스캔들이다.<br />

그런데 실제로 뇌과학은 1990년대 이래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독일의 월간지<br />

뇌와 정신 Gehirn & Geist의 2004년 6월호는 우리가 아직 뇌에 대하여 전부를 알<br />

지 못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많이 인식하고 있음은 분명하며, 특히 뇌에 대하여 무엇<br />

이 더 밝혀져야 하는지가 제시된 점은 현대 뇌과학의 놀라운 성취라고 진단한다. 이<br />

처럼 뇌과학에 대하여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모든 것이 물질로 환원되고 있는 과<br />

학시대에, 본 작품은 정신이 비물질적인 순수성이자 초월성으로 입증되어야 함을 역<br />

설하고 있다.


22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참고문헌<br />

1차 문헌<br />

틸만 슈펭글러: 레닌의 머리, 서울/동아출판사 1994.<br />

Spengler, Tilman: Lenins Hirn, Berlin 2003.<br />

2차 문헌<br />

김상현: 민속자료의 진위문제와 레닌 숭배 현상, 실린곳: 노어노문학, 2008/20권, 2<br />

호, 351-384면.<br />

김옥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의 형성과정, 실린곳: 의사학, 제1권 1호, 1992,<br />

19-30면.<br />

김옥주, 황상익: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의 발전, 실린곳: 진보평론, 2006/26<br />

호, 34-58면.<br />

데카르트, 르네: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이현복 옮김, 서울/문예출판사 2011.<br />

이완종: 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 현대적 평가, 실린곳: 전국서양사연합학술발표회,<br />

2007, 21-56면.<br />

제임스, 윌리엄: 심리학의 원리 1, 정양은 옮김, 서울/아카넷 2006.<br />

Hagner, Michael: Das Pantheon der Gehirne, in: Der Spiegel, 2010.11.14.<br />

Karasek, Hellmuth: 30000 Schnitte ins Geniale, in: Der Spiegel, 1991/Nr. 36, S.<br />

258-263.<br />

Klatzo, I: Cécile and Oskar Vogt. The Visionaries of Modern Neuroscience, Wien/New<br />

York 2002.<br />

Roth, Gerhard: Das Gehirn und seine Wirklichkeit, Frankfurt a.M. 1997.<br />

Spengler, Tilman: Hirnerschütterung, in: Tagesspiegel, 2002.11.12.<br />

Tumolskaia, Lena: Was nun - mit Lenins Gehirn?, in: Die Zeit, 1994.08.12.<br />

Von Stuckrad-Barre, S. u.a.: Oskar Vogt (1870-1959). Hypnotiseur und Hirnforscher,<br />

Ehemann von Cécile Vogt (1875-1962), in: Nervenarzt, 2004/Nr.10, S.<br />

1038-1041.


Zusammenfassung<br />

정신의 국소성 221<br />

Die Lokalität des Geistes. Über den Roman Lenins Hirn von Tilman Spengler<br />

Suh, Yo-Sung (Daegu Uni)<br />

Im Roman Lenins Hirn (1991) werden die wissenschaftliche Begierde und der Fall<br />

eines realen Neurowissenschaftlers ironisch dargestellt. Der Held Dr. Oskar Vogt wagt,<br />

das Hirn von Lenin in über 30,000 Schnitte zu schneiden, um das Geniale des<br />

Revolutionärs zu beweisen. Dabei erfährt er zwar den Lebenshöhepunkt, aber er wird<br />

von den Nazis verfolgt. Außerdem wird sein eigenes Hirn auch nach seinem Tod<br />

seziert. Der Autor Tilman Spengler entwickelt den wissenschaftlichen Versuch des<br />

Hauptdarstellers meistens nicht in intellektuellen Auseinandersetzungen, sondern in den<br />

Verwicklungen der damaligen politischen und historischen Ereignisse und vieler Listen<br />

und Manipulationen.<br />

Trotzdem meine ich, dass die herausfordernde Seite dieses Romans in den Teilen<br />

liegt, in denen der Geist aus der Materie verstanden wird. Von der Antike bis zur<br />

Gegenwart diskutiert man das Hirn kontinuierlich in den Diskursen über Seele und<br />

Leib. Daher sind wir beinahe einig darüber, dass das Hirn das Zentralnervensystem<br />

des Leibes bildet. Aber die Beziehung des Leibes zum Geist ist noch umstritten. Bei<br />

Vogt muss das Hirn die eindeutige Hauptquelle des Geistes. Durch Züchten des Hirns<br />

kann die Welt verbessert werden. In Wirklichkeit wurde Vogt für den Nobelpreisträger<br />

nominiert, weil er durch die Wechselbeziehung zwischen dem Hirn und dem Genialen<br />

die Beziehung des Geistes zum Leibes wiederherstellte. Dazu wird sein For-<br />

schungsschwerpunkt mit dem wichtigen Motiv der modernen Neurowissenschaft<br />

verbunden.<br />

Im ersten Teil meines vorliegenden Aufsatzes wird die absurde Tradition des


22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Interesses am Hirn durch die Episoden über Ulrike Meinhof und Lenin eingeführt.<br />

Dann betrachte ich im Werk kritisch den Betrug und die Heuchelei beim Sezieren des<br />

Helden, der an die verbindende Beziehung des Genialen zum Hirn sehr stark glaubt.<br />

Damit sollen die Reinheit und die Transzendenz des Geistes gegen die<br />

neurowissenschaftlichen übermäßigen Behauptungen hervorgehoben werden.<br />

Keyword<br />

(한글/독일어)<br />

뇌<br />

Hirn<br />

정신<br />

Geist<br />

∙ 필자 E-Mail: typus@daegu.ac.kr (<strong>서요성</strong>)<br />

레닌<br />

Lenin<br />

틸만 슈펭글러<br />

Tilman Spengler<br />

∙ 투고일: 2012년 6월 29일/ 심사일: 2012년 7월 14일/ 심사완료일: 2012년 7월 31일<br />

오스카 포크트<br />

Oskar Vo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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