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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234_05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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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4, 2018 <strong>주간연예</strong> e-mail: enews4989@gmail.com<br />

는 일편단심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였던 반면<br />

벤은 여자들을 갈아치운다.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br />

다고 말하는 벤은 해미를 소비하고 소멸시킨다.<br />

가난한 해미는 취미로 팬터마임을 하는데, 팬터마임<br />

을 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br />

한다. 종수는 이 때문에 해미가 말한 고양이와 우물<br />

이 과연 실재하는지 추적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반면<br />

부유한 벤은 있는 것을 없애려는 남자다. 그는 "비닐<br />

하우스들은 내가 태워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불<br />

붙이고 나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br />

럼 깨끗하게 사라진다"고 말한다. 영화는 이처럼 극<br />

단적인 대비를 통해 계속해서 모호함을 만들어내고<br />

그 모호함이 영화를 끌고 가는 추동력이 된다.<br />

지금까지 이 감독의 영화는 두 부류였다. 사회의 부<br />

적응자를 극의 중심에 놓고 시대의 부조리를 파헤치<br />

거나(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 혹은 평범한 일<br />

상 속에 감춰진 도덕적 타락을 폭로하거나(밀양•시).<br />

하지만 이번 영화 '버닝'은 두 부류 중 어느 쪽에도<br />

속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가난한 종수, 해미와 부유<br />

한 벤의 대비를 통해 공고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좌<br />

절한 청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더 들어가보면 제각<br />

각 다른 세 명의 청춘을 메타포로 사용해 존재와 본<br />

질, 실재와 허구의 경계, 삶의 의미, 도덕과 비도덕에<br />

대해 이야기한다.<br />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한 만큼 관객에 따라<br />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탁월하다. 노<br />

을 지는 하늘 아래 흔들리는 나뭇가지 속 빛의 떨림<br />

까지 잡아낸 홍경표 촬영감독의 시적인 영상, 국악의<br />

타악기를 활용해 심장박동 소리처럼 변주해낸 모그<br />

의 음악이 특히 돋보인다. 극을 이끌어가는 유아인의<br />

어리숙한 표정, 한국말이 다소 서툰 연상엽의 속을<br />

알 수 없는 표정 연기가 좋다. 영화의 히로인 전종서<br />

는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로 놀라운 신예임을<br />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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