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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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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독일문학 제87집<br />

도덕성에 대한 칭송은 다름 아닌 하이네 자신의 자기변호로 들린다. “재능만 있<br />

고 인격은 없다”는 비난에 맞서 “내적인 일치 없이는 정신적 위대함이 가능하지<br />

않으며 원래 인격이라고 불려져야만 하는 것은 시인의 필수적인 속성에 속한<br />

다”(B4, 131)는 것을 세르반테스를 통해 증명하고자 시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br />

있을 것이다. 재능만 있는 변절자라는 주위의 비난에 맞서 재능과 인격을 조화시<br />

키고자 힘겹게 노력했던 하이네에게 <strong>세르반테스의</strong> 포로생활은 바로 시인으로서<br />

의 자기이해를 돕는 보증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br />

하이네는 <strong>세르반테스의</strong> 특징적인 외모의 형상화를 통해 아름다운 시인의 상을<br />

구상하기까지 한다.<br />

그는 멋지고 힘찬 남자, 돈 미구엘 세르반테스 데 사베드라였다. 그의 이마는 높<br />

고 그의 가슴은 넓었다. 그의 눈의 마력은 경이롭다. 땅 속을 바라보고 그 속에<br />

숨겨진 보물이나 시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위대한 시인의 눈은<br />

사람들의 가슴을 관통한다. 그는 그 속에 숨겨진 것을 명확히 본다. 그의 시선은<br />

선인에게는 그들의 내면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햇살이었다. 악인에게 그의 시선은<br />

그들의 감정을 잔혹하게 찢는 칼이었다. 그의 시선은 연구하듯이 인간들의 영혼<br />

속으로 꿰뚫고 들어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대답하고자 하지 않으면 고문을 한<br />

다. 그들의 육체의 껍데기는 교만하게 고상한 척 하는 동안 영혼은 피 흘리며 고<br />

문대위에 누워 있다.(B4, 155)<br />

이러한 이상화된 <strong>세르반테스의</strong> 묘사에서 특이하게 눈에 띄는 것은 세르반테스<br />

의 마력적인 눈빛이다. 교회당국이 기사<strong>소설</strong>을 아무리 금지해도 억누를 수 없었<br />

지만 세르반테스가 그의 <strong>소설</strong>을 통해 기사<strong>소설</strong>을 조롱거리로 삼고 이 문학적 장<br />

르를 소멸시켰다는 사실과 연관지어져 불의를 보아 넘기지 않고 벌주는 힘을 가<br />

진 눈빛이 세르반테스에게 부여되어진다. 즉 시인은 현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br />

않더라도 마력적인 눈빛을 가지고 시대 문제들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문학 속에<br />

형상화하는 동안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br />

하이네가 <strong>세르반테스의</strong> 상을 그리는 동안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행간<br />

뒤에서 시인으로서의 자기이해와 입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br />

있다. 그러므로 멘데가 “하이네가 여기서 자신의 존재의 핵심을 보았던 것만큼,<br />

그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만큼, 그렇게 아름답고 시적인 그림을 그렸다” 17라고


82 독일문학 제87집<br />

를 연상시킨다. 그 역시 격앙된 이상주의 이외에 천박한 민중의 경험에서 나온 지<br />

식을 짧은 격언으로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strong>돈키호테</strong>는 고귀한 기사를 대표하는<br />

높은 계층의 교양언어로 말한다. 때때로 그의 복문은 너무나 많이 펼쳐진다. 기사<br />

의 말은 길게 끌리는 부풀린 비단 옷을 입고 잘난 척하는 궁정부인과 흡사하다.<br />

시종으로 변장한 우미(優美)의 여신은 미소지은 채 긴 옷자락의 끝을 든다. 긴 복<br />

문은 가장 우아한 관용구로 끝난다.<br />

민중의 일상생활 그대로 표현된 산초의 화법과 <strong>돈키호테</strong>의 꼰셉띠스모를 혼합<br />

함으로서 두 주인공의 “패러디적인 의미”(B4, 167)는 언어의 층에까지 섬세하게<br />

구현된 것이다. 신분에 알맞은 화법을 사용함으로서 <strong>돈키호테</strong> 는 언어적, 문체<br />

적 폭이 확장됨과 아울러 현실적인 인물들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이네는<br />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네는 자신의 주관적 개입을 통해 <strong>돈키호테</strong> 를 읽고<br />

자신의 자아를 비춰보았지만 자신의 문제만을 텍스트 위에 부과한 게 아니었다.<br />

그는 역사적 배경 안에서 <strong>돈키호테</strong> 가 갖는 내적인 독특한 성격과 작가의 의도<br />

등을 객관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br />

V. 나오는 말<br />

지금까지 고찰을 통해 하이네가 당면한 시대현실의 매개 없이 세르반테스가<br />

어떻게 해석내리기를 기대하고 썼는가하는 객관적인 의미를 추구하거나 작품을<br />

초역사적인 권위로서 받아들이고 그 속에 담겨있는 하나의 특별한 의미를 찾고<br />

자 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체험을 출발점으로 하는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의 의<br />

미를 넓혀 나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strong>하이네의</strong> <strong>돈키호테</strong> <strong>읽기</strong>는 변화된 정치<br />

사회적 조건에 따른 자신의 경험이 적극 반영되어졌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달<br />

라진 해석학적 간극들이 존재한다. 하이네는 자신의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작품<br />

을 구체화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텍스트의 의미생산에 적극적으로 동<br />

참하여 자기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자기이해를 깊이 있게 했던 것이다. 그<br />

러므로 <strong>하이네의</strong> <strong>세르반테스의</strong> <strong>돈키호테</strong>를 위한 서문 은 텍스트와 독자간의 적<br />

극적인 문학적 소통의 본보기를 제시한다. 물론 하이네는 스스로 평가하고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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