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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주간연예</strong><br />
e-mail: enews4989@gmail.com<br />
가족 해체 시대에 꼭 필요한 울림…<br />
영화 채비<br />
새로운 것,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 빵빵 터지<br />
더 는 반전이 필수인 요즘의 충무로다. 하지만 과<br />
도한 변주 보단 우직한 정주행이 더 빠르게 관객들의<br />
가슴에 도달할 때도 있다.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나<br />
그럴듯한 포장, 과장이나 축소가 없이도, 그 자체만으<br />
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것, 바로 ‘모성’과 같은 것에<br />
대해 다룰 때다.<br />
조영준 감독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br />
에서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50대 아들만을 걱정하<br />
는 노모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아 영화 ‘채비’를 완성했<br />
단다.<br />
영화 속 주인공인 ‘애순’(고두심)과 지적 장애를 지<br />
닌 ‘인규’(김성균) 모자를 보고 있으니, 감독이 당시에<br />
받았을 강렬한 슬픔과 감동, 먹먹함이 고스란히 느껴<br />
진다.<br />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소재의 영화가 주를 이루고<br />
있는 요즘,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br />
어내 일찌감치 입소문을 탄 작품은 30년 내공의 프로<br />
사고뭉치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br />
마 애순 씨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br />
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br />
휴먼 드라마다.<br />
감독은 무조건 적인 신파도, 부자연스러운 과장도 없<br />
이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움’에 치중한다. 이 세상 누구<br />
나 겪을 부모와 자식 간의 이별이라는 보편적 감성<br />
을 단지 안타까움이 아닌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br />
어낸다.<br />
‘국민 엄마’ 고두심은 역시나 ‘모성’에 담긴 다채로운<br />
감정과 죽음을 앞둔 뒤섞인 회한과 슬픔, 기쁨을 한<br />
치의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연기해낸다.<br />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채<br />
워나가는 과정에서는 진정한 ‘채비’가 무엇인지를 보<br />
여주고, 마치 일상을 보여주듯 담아낸 모자의 모습들<br />
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감성들을 이끌어낸다.<br />
어떤 모성이든 위대하지 않은 것은 없고, 어떤 사랑<br />
이든 아름답지 않은 건 없다.<br />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비극일지라도 어떻게 삶을 마<br />
주하고,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채비’하느냐에 따라 미<br />
래는 달라진다. 슬퍼도 인정하고 반드시 해야 할 것들,<br />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한들 어쩔 수 없이 무너질 수<br />
밖에 없는 감정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감독의 따뜻한<br />
시선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우직하게 만나<br />
관객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감동으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