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월호 - 삼성그룹

한 달 전부터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늘 처참하다.
기회가 생겼다. 커피를 배워서 사람향기를 나누며 살고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주머니가 한 푼이라도 더 벌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어디서 배우면
수 있다면 오케이다. 하지만 물건을 살 때 내가 조금만
되는지 알고 싶어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운 좋게도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점장님께서 직접 알려주시겠다고 해서 ‘이왕 배우는 거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마음은 괜찮다고 하지만 머리는
제대로 해 보자’ 하는 마음에 일주일에 5일, 하루 다섯
나에게 왜 그 모양이냐고 질책한다.
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이성은 늘 손해보지 말라고 한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마흔다섯 살 먹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손님들의 주문을
생각은 늘 복잡하고 머리는 늘 분주하지만 감성은
받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느끼는 점은 내가 손님을
조금 손해봐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내가 조금 손해본
이성적으로 대하기보다 감성으로 대하고 있구나 하는
것 때문에 하루아침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것이다. 그리고 이성적인 어른보다는 감성적인 어른들이
오히려 작은 배려가 한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웃음으로 따뜻하게 인사해
그게 살아가는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마다
준다는 것이다.
감성과 이성을 적당하게 골고루 분배하여 가장 아름답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아주 이성적이지만 그
활용하면 이 사회는 더 살만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나머지 일상에서는 감성적이어서 남들이 보기에 아니
본다. 감성적으로 일을 해결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아주 어리바리해 보인다. 내게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면 좋은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며칠 전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해산물을 살 일이 있었다. 손님이 없는 아주머니한테서
사면 아주머니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겠다 싶어
그런 가게를 골라 들어갔는데 막상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 뭔가 개운치 않고 왠지 바가지를
쓴 기분이었다. 집에 와 보니 빈 가리비 껍데기가 너무
많았고 물 반 조개 반이었다. 저울 잴 때 비닐봉지 안의
물을 빼고 무게를 재 달라는 말을 못해 손해를 본 것이다.
최미애
우리나라 1세대 패션모델로
파리 무대를 최초로 밟았다.
지금은 백제예술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파리에서
한국까지 여행하고 쓴
이었다.
것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빈 조개 껍데기를 당장
빼라고 말하는 것보다 감성적인 배려로 그냥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아주머니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수성이 더 많은 나는 매번
손해 보는 일을 자주 하지만 그냥 지금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왜냐면 그게 가장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것
같아서다.
이성은 늘
손해보지 말라고
한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생각은 늘 복잡하고
머리는 분주하지만
감성은 조금
손해봐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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