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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26_04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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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br />

<strong>주간연예</strong><br />

e-mail: enews@usa.net<br />

고원에 떠 있는 바다 같은 호수 띠띠까까<br />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위<br />

치한 호수는 티벳의 락바 연<br />

못으로(Lhagba Pool) 해발 6,368m<br />

의 아찔한 고지에 있다. 안데스 만년<br />

설산의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위치<br />

한 작은 규모의 호수도 여럿 있다. 하<br />

지만 높은 곳에 있으면서 관광객을 태<br />

운 기선이 손님들을 모시느라 부산한<br />

대형 호수는 별로 많지 않다. 페루 남<br />

단 뿌노(Puno) 지역과 볼리비아 북부<br />

라빠스(La Paz) 지역에 위치한 띠띠까<br />

까(Lago TiTiCaCa) 호수는 구글 어스<br />

로 살펴보아도 규모와 위용에 있어서<br />

단연 최고다.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로<br />

해발 3,812m 고지에 있는 띠띠까까는<br />

육지 속의 바다 같은 호수다. 장승처럼<br />

둘러선 4,000-6,000m급 안데스 산맥<br />

에서 흐르는 다섯 개의 주요 강과 20<br />

여 개의 작은 개울들의 마지막 종착역<br />

이 띠띠까까다. 눈 녹은 물들이 호수로<br />

흘러 들어와 산천어를 먹이고, 가난하<br />

고 힘든 인디오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br />

잉카의 옛 수도 꾸스꼬(Cuzco)를 떠<br />

나 해발 3,800m에 위치한 뿌노(Puno)<br />

에 다다르면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을<br />

이룬 띠띠까까에 도착하게 된다. 본<br />

래 이 지역에 살던 께추아(Quechua)<br />

인디오 말로 띠띠(TiTi)는 ‘검은 퓨마’<br />

를 뜻하고, 까까(CaCa)는 ‘거대하다<br />

(great)’는 뜻이다.<br />

잉카 문명의 가장 중요한 신이 태어<br />

난 성스러운 호수로 숭상되는 띠띠까<br />

까는 최고 수심이 284m이다. 평균 수<br />

심은 107m로 깊지만 물이 맑아 유리<br />

알처럼 투영되어 보인다. 고도가 높고<br />

기온이 찬 이유로 물의 증발이 적어 더<br />

깨끗하고 맑게 보이는 호수에는 아만<br />

따니(Amantani) 섬, 따낄레(Taquile)<br />

섬, 해뜨는 섬(Isla de Sol), 달뜨는 섬<br />

(Isla de Luna)이 있다. 이외에도 41개<br />

의 움직이는 인공섬 우로스(Uros)가<br />

물결을 따라 떠다니는데 근친결혼 풍<br />

습으로 여태껏 순수한 혈통을 갖고 있<br />

는 인디오 혈족들이 살고 있다. 호수의<br />

물결을 따라 한세상을 두둥실 떠다<br />

니는 우로스 섬은 대여섯 가구의 인디<br />

오들이 훙꼬(Junco, 갈대)를 잘라 3m<br />

이상 쌓아서 만든 섬이다. 우로스 섬<br />

의 생성에는 낭만보다는 슬픈 역사의<br />

상흔이 더 많이 깃들어 있다. 금과 향<br />

료의 땅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남미에<br />

온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꼬 삐사로<br />

(Francisco Pizarro)는 잉카의 아타우<br />

알파 왕을 처형시키고 꾸스꼬를 짓밟<br />

아 찬란했던 잉카 문명을 허물고 만다.<br />

약탈자의 추격을 피해 검은 퓨마 호<br />

수까지 도망쳐온 잉카 인디오들은 살<br />

기 위해 호수에 떠다니는 갈대 섬 우<br />

로스를 만들고 파수대까지 설치해야<br />

했다. 소박한 집과 화장실, 헛간과 짐<br />

승 우리, 심지어 수중 정원과 알빠까<br />

(Alpaca, 동물) 형상으로 만든 자가용<br />

배까지 온통 자연친화적인 갈대로 만<br />

들었다.<br />

안데스 산자락에 뭉게구름이 높게<br />

드리우면 유영하는 갈대 섬 우로스에<br />

사람들이 오른다. 기상천외한 갈대 섬<br />

의 첫 느낌은 물컹하는 쿠션이다. 거<br />

대한 물침대 같은 우로스에서 햇볕에<br />

새까맣게 그을린 인디오 부부가 만들<br />

어 내미는 아르떼사니아(전통 민예품)<br />

는 생경스럽다. 코흘리개 어린이들이<br />

잡아온 수염 여섯 개짜리 미꾸라지<br />

(Maus)들이 바글거리고, 송어, 주둥이<br />

까지 온통 비늘로 뒤덮힌 산천어를 손<br />

짓으로 흥정하며 살갑게 내미는 정다<br />

운 현장이다. 에스삐리뚜 안디노(Espiritu<br />

Andino)들이 심금을 다해 연주<br />

하는 께냐와 싼뽀냐 소리는 오까리나<br />

(ocarina) 소리처럼 날카롭다. 안데스<br />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와 서럽도록 시<br />

린 호수, 덧없이 흐르는 세월과 그 속<br />

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인디오들의 숙<br />

명 같은 삶이 녹아 있는 띠띠까까에<br />

가고 싶다.<br />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br />

기증문의 : 703-622-2559<br />

/ 703-25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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