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란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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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개작 - 렌츠의 가정교사 혹은 사교육의 장점과 브레히트의 개작 가정교사 비교 17<br />
개작에서 패투스는 연인 레하르가 자신을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갖게 된<br />
사실을 알고 그녀의 낙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다. 친구의 연인인 레하르의 낙<br />
태비용을 위해 프리츠는 자신의 휴가비용을 희생한다. 브레히트는 프리츠의 이러한<br />
행동은 자신의 연인을 욕정에 사로잡힌 가정교사의 희생양이 되게 하는 일종의 정신<br />
적 거세라고 보았다. 이는 다른 나라의 혁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삶조차도<br />
정신적으로만 경험하는 독일 시민계층의 지식인들의 자기거세의 또 다른 형태로 보<br />
았다.<br />
원작에서 패투스는 복권당첨으로 빚을 갚고 아버지와 화해하며 아버지의 허락으<br />
로 연인 레하르와 결혼한다. 브레히트의 개작에서 패투스는 사랑하는 레하르를 버리<br />
고 교수의 딸 카롤리네와 결혼함으로써 물질적 기반을 확고히 한다. 교사직을 얻기<br />
위해 칸트에게 등을 돌리는 패투스를 통해 브레히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신을<br />
일삼는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의 표본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태도는 착취계<br />
급이든 피착취계급이든 차이가 없다. 14)<br />
3) 추밀고문관<br />
렌츠의 드라마에서 추밀고문관은 모든 중요한 장면에 등장하여 인물들에게 올바<br />
른 행동을 제시하는 계몽주의 시대의 아버지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의 이념과 자유주<br />
의적 이상을 대변하는 그는 여러 장면에서 공교육과 자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br />
력한다. 특히 로이퍼 목사와 만나는 2막 1장에서 고문관은 가정교사라는 존재는 돈<br />
몇 푼에 자유를 파는 노예에 불과하며 자유를 포기한 인간은 자신의 피의 가장 고귀<br />
한 정신을 독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고문관의 자유주의적 태도에 대해 로<br />
이퍼 목사는 세상은 어쩔 수 없다며 맞선다. 목사는 자신과 그의 아들에게는 상황을<br />
변화시킬 어떤 가능성도 없으며 충성스럽게 신의 부름을 기다리며 사는 길 밖에 없<br />
다고 주장한다.<br />
원작에서 고문관의 이념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장면인 이 장면은 개작에서는 크게<br />
축소되고 변형된다. 고문관의 주장은 파편화되고 공허한 말장난이 되어 버린다. 2막<br />
14) 로이퍼는 자기거세로 자신의 성적 요소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위험요소가 사라졌다며 소령이<br />
인정하는 증명서 발급으로 교사 자리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