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란 - 한국브레히트학회

원작과 개작 - 렌츠의 가정교사 혹은 사교육의 장점과 브레히트의 개작 가정교사 비교 21
브레히트의 드라마에서 사생아와 관련된 모티프는 약하게 다루어진다. 브
레히트의 개작에서 로이퍼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지 못한다. 구스트헨
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되지 않는다. 원작에서 거세는 5
막 3장에서 이루어지며 리체와 로이퍼 사이의 첫 번째 만남은 10장에서 이루어진다.
로이퍼는 거세를 한 후 리체를 만난다.
그에 반해 브레히트의 개작에서 로이퍼의 거세는 4막에서 일어난다. 로이퍼는 마
을 처녀 리체에 대한 성적 욕망에 대항하여 고통스러워한다. 로이퍼는 결국 참지 못
하고 리체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하다가 교사 벤체스라우스에게 들킨다. 또 다시 자신
의 성적 욕망의 억제할 수 없는 표현으로 쫓겨나게 될 처지에 이른 로이퍼는 위험에
처한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스스로 거세한다.
로이퍼는 거세하고 난 후 소령에게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위험요소를 제거했으니
교사 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편지를 쓴다.
렌츠의 가정교사에서 로이퍼는 자신이 한 행동(성적 욕망의 노예가 됨)에 대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반성과 후회로 거세한다. 가정교사라는 로이퍼의 상황은 로이
퍼의 행동을 동기화시키는 요소이다. 극단적으로 유약하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
는 로이퍼의 처지는 자기거세로 극대화된다. 자신의 굴욕적인 처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이러한 처지는 자신의 의지마
저 완전히 차단시키는 거세로 극명하게 표현된다.
원작에서의 거세와 관련된 인과관계를 브레히트는 시민 이데올로기로 파악한다.
원작에서 강조하는 시민적 미덕인 자기반성과 화해는 허약함으로 드러난다. 개작에
서 거세는 보다 계산된 사회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로이퍼의 거세는 자기반성에 의한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내적 변화innere Wanderung에서 동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적 기반인 교사직을 상실하게 될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브레히트는
거세모티프의 변형을 통해 조화와 화해, 용서에 바탕을 둔 이상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그의 회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브레히트는 인물의 잘못된 행동을 보여주는 부정적인 인물의 예인 로이퍼 플롯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관계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함으로써 새롭게 쓰게 될 동독
의 역사에 민중적인 요소를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