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근 - 한국브레히트학회

9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세 번째로,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 드라마 규범의 침범이 전면에 들어서는 현상
이 지목된다. 무대 위에서의 시간은 해체되고, 관습화된 형상의 인지는 포기되며, 규
범화된 이미지 형상을 거부하는 것을 통하여 극단적인 것이나 기호의 급진적 증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규범을 공략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중요한 형식으
로 ‘소품 또는 소도구의 연극(Theater der Requisiten)’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는
카오스적 구조를 선호하며, 연극 무대를 유희장소로 기능하게 하는 형식을 흔히 사용
하며, 문자나 기호를 대상으로 잘못 인식하는 개그와 과잉 효과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다.
네 번째로,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 음악은 연극적으로 혹은 도구적으로 각각의 분
명한 역할을 떠맡게 되는데, 보통의 언어도 과도하게 음악적으로 강조하거나 리듬을
섞어 말하게 하여 청각적 기호학이 만들어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울림, 단어와
소리를 구별하여 기억하게 하기 위한 음악화가 이용된다. 음악적 특징에 초점을 맞춘
낯선 말과 발음이 도입되고, 미지의 음향 조합에 대한 체험을 지각하게 한다. 풍부한
배경음이 깔리고 이질적인 장르의 음악과 여러 가지 타입의 음악이 사용된다.
다섯 번째로, 레만은 시노그라피(Szenographie) 29)와 시각적 드라마투르기의 특성을
강조한다. 텍스트 드라마투르기 자리에 시각적인 것이 들어서며, 이 시각적인 것은
더 이상 텍스트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미지의 연극이 하나의 형식이 된다. 시퀀스와
조응, 지각의 매듭과 밀도의 지점은 시각적인 것에 의해 규정된다. 이미지로서의 신
체가 등장하고, 인간 신체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가시화된다.
작가 자신이나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자기 지시성, 비수식성, 추상성, 구
체성, 기표의 자의성, 연속성, 우연성 등의 개념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경향들이 포스트
드라마 연극에서 자주 드러난다. 레만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주 언급하
는 윌슨(Robert Wilson, 1941~ ) 또는 스보보다(Josef Svoboda, 1920~2002)의 연극
에서 시노그라피가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29) 시노그라피는 연극적이고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여 무대 세트, 의상, 텍스트를 포함해 연극을 만드
는 것이다. 시노그라퍼는 구조화되고, 변형되고, 채워진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그 역할이 드라마
투르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복합 이미지극이라고 이름하는 시노그라피는 텍스트나 장면의 시
같은 심오한 성찰의 시각을 보여주고, 인간의 신체는 은유이고, 춤이 아닌 글쓰기의 복합적이고
은유적인 감각의 글에 나타나는 움직임의 흐름이라고 한다. 김제민: 요셉 스보보다의 시노그라피
에서 확장된 현대공연예술의 영상표현 연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2011. 20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