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근 - 한국브레히트학회

8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오래된 미학적 요소들의 재수용과 지속적 영향을 포함한다. 드라마와
텍스트 차원으로부터 결별한 드라마적 이념까지도 받아들인다. 예술은 지난날 형식들과의
연관성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6)
레만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등장을 연극으로부터 시작된 혁명적 개혁의 결과라
기보다는 지속적인 변화의 누진적 결과물로 추정한다. 그는 1970년대 이후 연극의
장면들과 공연 방식을 탐구하고 그들의 특징과 핵심 요소들을 요약하면서, 이들을 고
대 드라마와 20세기 초에 역사적 아방가르드와 관련하여 발전된 새로운 현상들과 연
관짓는다. 당시의 새로운 연극적 현상들은 다른 예술 장르들과 연결되고 그들의 조건
을 규정하는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특히 다다와 미래주의 예술운동 등 조형예술과
무용 영역에서 창조적인 작업들이 나왔으며, 수행성 개념이 도입되면서 진정한 연극
공연에서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수행성 개념의 강조를 통하여 드라마 텍스
트와 같은 작품 개념에서 공연 개념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이루어지고, 관객의 적극
적인 참여와 인터랙션이 강조되는 공연 형식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레
만은 연극의 아방가르드적 요소들과 함께 총체성이라는 드라마적 연극의 규범으로부
터 결별하고 전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전통적인 연극
에서 작품의 텍스트는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1880년 경부터 ‘드라마의
위기’가 온 것으로 설명한다. 연극에서 텍스트의 퇴장을 요구했던 연극사학자이며 연
출자인 크레이그 (Edward Gordon Graig, 1872~1966)의 관점에 의존하며, 1920년대
스타니스라프스키 (Stanislawski)와 1920년대에 아르또 (Artaud)의 그로테스크하고 실
험적인 연극이 등장하고, 1960년대 플럭서스, 해프닝과 부조리극 운동이 격렬해지기
시작하면서 연극 텍스트의 전통 형식들이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레만
은 전통적인 텍스트 지배 형식의 약화 또는 와해 현상에서 새로운 연극의 단서를 발
견한 듯하다.
언어를 넘어 연극의 수단들이 텍스트와 동등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에 드라마적이며
서술적인 텍스트 논리의 틀이 깨어지고 텍스트 없이 체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7)
6) Lehmann,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