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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민담 속 자연모상과 융의 에로스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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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그림민담</strong> <strong>속</strong> <strong>자연모상과</strong> <strong>융의</strong> <strong>에로스</strong> <strong>원리</strong> 277<br />

원지대, 산악지대, 우물 <strong>속</strong>, 꿈 <strong>속</strong> 등에서 나타나며, 동물 또는 식물의 형태로 변신<br />

하기도 하는 초자연적 모습을 띤다. 나무로는 사과나무, 노간주나무, 오리나무, 개<br />

암나무 등이 모성 또는 여성성을 띠며 자연모의 상징을 드러내며, 동물로는 염소,<br />

산양, 오리, 비둘기(하얀 비둘기), 또는 두꺼비 등이 그 기호적 의미를 띠면서 그림<br />

민담 <strong>속</strong> 의미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자연모의 다양한 모습을 그 유형별로 가름하<br />

기 힘드나, 대충 세 가지 유형, 첫째, 나쁜 <strong>자연모상과</strong>, 둘째, 착한 자연모이나 악과<br />

공생 중인 경우, 셋째,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전형적인 자연모상으로 나누어<br />

볼 수 있다.<br />

Ⅱ.1. 마녀상<br />

첫째 번의 나쁜 자연모상은 이른바 마녀들이다. 이러한 마녀상은 악한 인물상<br />

을 드러내는데, 물질적 요소가 지배적이며,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4의 숫자와<br />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민담의 무수한 주인공들이 마녀들의 마술에 걸려든<br />

다. 마녀의 마술에 의해 인간들은 궁지에 빠지게 되고, 악이나 죽음에 직면하게<br />

된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바 <strong>그림민담</strong>, 헨젤과 그레텔 Hänsel und Gretel 15<br />

에 나오는 숲 <strong>속</strong> 마녀가 그러한 경우일 것이다. 이외에도, 독일민담에는 악한 자<br />

연모가 많이 등장하는데 용광로 Der Eisenofen 127의 늙은 마녀가 그 예다. 숲<br />

<strong>속</strong> 할머니 Die Alte im Wald 123나 수수께끼 Das Rätsel 22에 나오는 나쁜 마<br />

녀는 주인공에게 마술을 걸어 나무로 만들거나, 주인공 왕자에게 독이 든 음료수<br />

를 마실 것을 권한다. 그러나 마녀의 마술은 주인공이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로<br />

나타나며, 이러한 과제를 풀어야 할 때도 마녀는 오히려 방관적 태도를 보이거나,<br />

또는 암시적 미끼를 던지기까지 한다. 수수께끼 에서 독이 든 음료는 단순한 소<br />

재적 의미를 띠지 않고, 아름답지만 거만하기 이를 떼 없는 공주가 풀어야 할 수<br />

수께끼의 열쇠가 된다. 민담 <strong>속</strong> 선과 악의 도덕적 구분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 이<br />

민담에서와 같이 오히려 악이 악의 연쇄적 고리를 끊어내고, 공주의 대립적 기질<br />

인 거만함을 잠재워 왕자의 행복한 결혼을 실현시키는, 보다 궁극적 힘으로 나타<br />

난다. 인간은 이 민담에 나오는 12명의 살인범처럼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br />

일 수 있으며, 이러할 때 악은 인간이 욕망의 포로임을 깨닫고 경험케 하는 보다


<strong>그림민담</strong> <strong>속</strong> <strong>자연모상과</strong> <strong>융의</strong> <strong>에로스</strong> <strong>원리</strong> 281<br />

으며, 그것이 모성적, 여성적 <strong>원리</strong>로 묘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br />

맛있는 죽 에서는 숲과 여성성이 연계되어 함축적 상징성을 드러낸다. 이 민<br />

담에 나오는 세 여성은 모두 각기 다른 존재적 의미를 띠고 있다. 너무 배가 고<br />

파 그 허기를 달래고 싶어 하는 소녀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숲<br />

으로 들어간다. 숲 <strong>속</strong>에 사는 할머니는 작은 냄비를 주며, 배고픔을 해결해주는,<br />

<strong>융의</strong> 이른 바 자기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숲은 융이 밝힌 바, 무의식의 육체적<br />

정신적 관점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숲 <strong>속</strong> 나무들은 육체를 상징하는 흙과 직접<br />

연관된 생명체들이다. 흙에서 양분을 취하며 숲은 성장한다. 숲은 모든 것을 성<br />

장시키는 공간이며, 인간의 지배체계를 벗어난, 인간의 질서나 계획과는 무관한<br />

세계다. 여기서 숲은 외눈박이... 와 암송아지 에 나타나는 사과나무가 살아 숨<br />

쉬며 성장하는, 뭇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발화하고 살아 숨쉬는 거소다. 숲 <strong>속</strong> 할<br />

머니가 주는 작은 냄비는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 어머니 자연의 베풂인<br />

것이다. 이 민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자연의 선물인 냄비를 다루는 어머니와 딸의<br />

차이점이다. 딸이 냄비를 다룰만한 능력을 지녔다고 본다면, 어머니는 <strong>융의</strong> 의미<br />

에서 볼 때, 딸의 그림자다. 자연모의 선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를 지나<br />

쳐 무절제하게 사용된다면, 위대한 자연모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 된다. 어느 의<br />

미에서 숲 <strong>속</strong> 할머니의 무궁무진한 베풂은 인간이 자연의 선물을 제대로 수용할<br />

줄 알 때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br />

Ⅱ.4. 자연모상의 상징적 기호체계<br />

위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자연모상은 독일 민담에서 상징적 기호화 단계를 보<br />

여준다. 예를 들어 외눈박이... 의 염소와 그의 내장과 사과나무, 암송아지 의<br />

꼬리와 뿔과 발굽과 사과나무, 맛있는 죽 에서의 숲 등은 숲<strong>속</strong> 집 Das<br />

Waldhaus 169에서 숲과 암소와 뿔, 황금새 Der goldene Vogel 57에서 보름달<br />

과 황금새와 여우의 꼬리와 황금, 강철한스 Der Eisenhans 136에서는 우물과 황<br />

금 손, 황금 머리, 황금 사과, 우물가 거위치기 Die Gänsehirtin am Brunnen 179<br />

에서는 숲, 거위, 우물, 사과나무, 보름달 등과 연계되면서 의미폭을 확대시키고<br />

있다. 이러한 의미폭은 홀레부인 에서는 우물과 실패, 연못 <strong>속</strong>의 물의 요정 에<br />

서는 연못과 황금 빗, 황금 피리, 황금 북과 보름달 등과 연관성을 띠면서, 단어


Ⅴ. 마무리 글<br />

<strong>그림민담</strong> <strong>속</strong> <strong>자연모상과</strong> <strong>융의</strong> <strong>에로스</strong> <strong>원리</strong> 291<br />

이리가레이의 다양하고 초월적인 모성 개념과 생태 페미니즘에서 다루고 있는<br />

자연모에 대한 연구는 융에 의해 연구된 바 유럽의 일방적인 부권질서에 의해<br />

배제된 여성과 자연에 대한 단초들과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민담 <strong>속</strong>에는 자연<br />

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과 그 문제성이 풍부하게 표현, 전승되고 있다. 융이 밝혀<br />

낸 바 민담 <strong>속</strong> 자연 또는 자연모에는 기독교적 의식에 의해 타자화된 세계에 대<br />

한 기록과 함께, 자비롭고 치유적이고 창조적인 존재로서, 자연과 육체를 결합하<br />

는 정신성의 발생지 Geburtsstätte가 확인된다. 말하자면 이는 융이 무의식에 대<br />

한 연구과정에서 확인한 바 무의식의 경향, 즉 여성적 <strong>원리</strong>를 통해 로고스적 일<br />

방성을 온전케 하는 창조적인 재생의 지점을 뜻한다. 민담 <strong>속</strong> 자연모는 대립을<br />

분리시키는 로고스라기보다 대립을 묶는 <strong>에로스</strong>로서 인격화되어 있으며, 육체적<br />

세계가 정신을 실현시키는 과정이 제시됨으로써, 자연의 탈신화화를 <strong>에로스</strong>적 원<br />

리, 즉 여성성으로 재구성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대지나 자연의 특징을 담고<br />

있는 신화 <strong>속</strong> 여신이나 민담 <strong>속</strong> 자연모상은 그러한 의미에서 여성과 자연, 즉 육<br />

체의 유추를 통해 여성적 가치를 확인하게 한다. 자연모는 정신과의 관계를 매개<br />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합일을 향한 대립을 야기시키기도 하나, 철저히<br />

육체나 자연과 합일 상태에서 정신을 포괄하는 여성성 <strong>원리</strong>를 드러낸다. 이러한<br />

여성적 <strong>원리</strong>는 이리가레이의 초월적 모성 개념과 생태적 여신숭배와 연관되어<br />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리가레이가 말하는 바 남근중심사회나 이성중심주의,<br />

또는 생태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바 자본주의체제나 가부장제 지배질서는 융이<br />

말한 바 일방적 로고스 <strong>원리</strong>와 같은 맥락에서 확인되는 바이며, 그 대안적 의미<br />

또한 여성과 자연 개념에서 찾고 있다. 물론 이 여성과 자연의 공식 <strong>속</strong>에서 무수<br />

한 페미니즘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리가레이가 말하는 바 치<br />

유의 언어, 즉 모성의 언어나, 여신숭배의 영성 연구는 민담 <strong>속</strong> 자연모가 드러내<br />

는 창조적 <strong>원리</strong>에 대한 확인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지며, 바로 이러한 점이 앞으로<br />

자연과 여성의 논의과정에서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할 과제라 보여진다.


292 독일문학 제87집<br />

참고문헌<br />

1차 문헌<br />

Grimm, Brüder: Kinder- und Hausmärchen. Stuttgart 1984.<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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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hl, Janet: Der soziale Ökofeminismus und andere Aufsätze. Übersetzt. v. Friedericke<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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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uen-Fragen in der deutschsprachigen Literatur seit 1945. Amsterdam 1989.<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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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ing, M. Esther, Woman's Mysteries: Ancient and Modern, New York 1976(1935).<br />

Franz, Marie-Louise von, The process of individuation, in: Jung, C. G., Man and his<br />

symbols, New York 1964.<br />

Irigaray, Luce, Marine Lover, New York 1991<br />

Irigaray, Elemental Passions, New York 1992.<br />

Rowland, Susan, Jung, A Feminist Revision, Malde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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