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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협동조합의 이론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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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제</strong> 2 <strong>장</strong> <strong>협동조합의</strong> <strong>이론과</strong> <strong>현실</strong><br />

06 차시 한국농협의 정체성<br />

1. 농협과 조합원<br />

4 절의 목적은 앞절의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한국농협의 정체성을 해명하는 일<br />

이다. 이는 협동조합 <strong>이론과</strong> 서구농협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농협이 갖는 보편성<br />

과 특수성을 규명하는 작업이다.<br />

먼저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세 가지 원칙, 즉 이용자가 소유하고, 통<strong>제</strong>하며, 수익을 갖는<br />

원칙은 한국 농업협동조합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한국<br />

농협은 주식회사와 명확하게 구별되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 그 구<br />

체적 규정 내용을 보면, 개방형 조합원<strong>제</strong>도, 조합원 1 인 1 표<strong>제</strong>, 출자증권의 시<strong>장</strong><br />

거래 금지 등 전형적인 전통모형 <strong>협동조합의</strong>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전통모형<br />

은 생산 지향적 시<strong>장</strong>구조와 조합원의 동질성이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합리성을 갖<br />

는다. 실<strong>제</strong>로 1960 년대와 1970 년대, 농지개혁에 따른 자작농 구조와 식량증산<br />

이 추구되는 미작 중심의 영농구조 하에서는 전통모형 형태의 한국 농협이 당시<br />

의 우리 <strong>현실</strong>에 적합한 협동조합 조직구조라고 할 수 있다.<br />

한국농협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농업구조의 변화와 연계하여 동태적으로 분석되<br />

어야 한다. 이는 조합원이 처한 경<strong>제</strong>적 조건의 변화는 농협의 역할과 평가 기준<br />

의 기본 토대가 변화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은 1980 년대 이후 과거의<br />

전통적 자급농업에서 근대적 상업농업으로 구조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축산과<br />

원예 분야의 성<strong>장</strong>은 국민소득의 증가와 농업생산성의 향상에 따라 급속하게 진행<br />

되었다. 또한 WTO 농업협정에 따른 농산물 시<strong>장</strong>개방은 농업분야의 경쟁을 촉진<br />

하고 농업내부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구조의 변화가 협동조합<br />

분야에 미친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br />

첫째, 농협의 각종 사업은 시<strong>장</strong> 지향적인 방향을 추구하게 된다. 이는 시<strong>장</strong>경쟁<br />

의 심화와 정부의 농업보호정책 감축에 따라 협동조합이 과거 생산 지향적 사업<br />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둘째, 조합원 구성의 이질성이


심화되고, 그 결과 협동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br />

에서 조합원 구성의 이질화는 상업적 농업으로의 구조 전환에 따른 결과에서 비<br />

롯된 것이다.<br />

이상과 같은 농산물 시<strong>장</strong>과 조합원 구조의 변화는 서구 농협의 경험에서 보듯<br />

이 전통모형 협동조합에 있어서 여러 가지 구조적 문<strong>제</strong>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br />

구조적 문<strong>제</strong>가 <strong>제</strong>대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불만과 참여부족<br />

문<strong>제</strong>를 낳게 되고, 이는 다시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경영과 사업이 조합원에게 실익을 <strong>제</strong>공<br />

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하에서는 협동조합에 있어서 참여부족 문<strong>제</strong><br />

와 봉사부족 문<strong>제</strong>에 대한 논쟁을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구조문<strong>제</strong>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자<br />

한다.<br />

조합원의 협동조합 참여부족 문<strong>제</strong>는 투자자로서 출자 기피와 이용자로서 사업<br />

이용 저조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통모형 협동조합에서 조합<br />

원이 출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strong>제</strong> 3 <strong>장</strong>에서 논의할 기간문<strong>제</strong>(horizon problem), 포<br />

트폴리오문<strong>제</strong>(portfolio problem)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의<br />

이익보다 이용자 이익을 중시하는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은 출자를 매력적인 자산<br />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조합사업의 이용기간이 곧 끝나게 되는 노령조합원<br />

의 경우 새로운 출자에 소극적이며, 출자배당 확대 요구 등 투자자 이익에 치중<br />

하는 경향을 갖게 마련이다. 조합원의 출자금에 대한 위험회피 성향을 의미하는<br />

포트폴리오문<strong>제</strong>는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연구개발과 직원교육 등을 포함한 <strong>장</strong>기 고정투자를<br />

선호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br />

조합원의 사업이용 저조는 무임승차문<strong>제</strong>(free-rider problem)와 영향력비용문<br />

<strong>제</strong>(influence cost problem)로 설명이 가능하다. 판매사업의 경우 조합과의 전속<br />

거래에 관한 출하의무계약이 강<strong>제</strong>되지 않는 경우 조합원은 시<strong>장</strong>거래와 조합거래<br />

의 선택방안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br />

특히 조합 가입이 자유로운 개방형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경우 시<strong>장</strong>경쟁의 촉진을 통한 협<br />

동조합의 이익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도 용이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문<br />

<strong>제</strong>가 존재한다. 다양한 사업을 하는 종합농협의 특성과 조합원의 이질화는 영향<br />

력 비용을 증대시키며, 이 경우 1 인 1 표<strong>제</strong>의 통<strong>제</strong>방식은 농협이 다수를 차지하<br />

는 조합원의 농<strong>장</strong>경영과 관련되는 사업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도록 만든다.<br />

예컨대 미작 중심지역의 농협은 쌀 농가를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게 되고, 이는<br />

다른 품목에 관심을 갖는 조합원의 사업참여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br />

한편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한 봉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역시 <strong>협동조합의</strong>


보편적 문<strong>제</strong>로서 설명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이 시<strong>장</strong>경쟁에 대응하여 조합원의 농<br />

<strong>장</strong>경영에 이익을 주기 위해서는 유통분야에의 고정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br />

기자본의 부족(기간문<strong>제</strong>)과 조합원의 위험회피 성향은 농협이 부가가치 창출에<br />

필요한 투자를 <strong>제</strong>약하는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은 자기자본 확보를 위<br />

해 배당을 <strong>제</strong>한하고 사업이익의 내부유보를 확대하게 되며, 이는 결국 조합원의<br />

불만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자본<strong>제</strong>약은 결국 소수의 조합원을<br />

위한 특정 분야의 고정투자를 어렵게 하며, 이는 소수 조합원의 불만으로도 이어<br />

지게 된다.<br />

통<strong>제</strong>문<strong>제</strong>(control problem)는 협동조합 경영자와 직원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br />

지표가 없어 조합원의 불만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문<strong>제</strong>를 설명해준<br />

다. 즉 협동조합에는 주식회사의 주식가치와 같이 경영자가 경영성과를 조합원에<br />

게 객관적으로 <strong>제</strong>시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 그 결과 경영자는 비조합원 고객을<br />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그 수익을 환원사업 형태로 조합원에게 배분<br />

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즉 이 경우 협동조합은 독립적 수익센터<br />

(independent profit center)9)로서의 역할에 치중한다. '독립적 수익센터'란 협동<br />

조합이 조합원의 사업과 관련이 적은 사업을 통해 독립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br />

그 수익을 조합원에게 일반적인 환원사업 형식으로 분배하는 경우를 가리킨다.<br />

특히 조합원 구성이 다양한 협동조합에서 특정 조합원 그룹만을 대상으로 한 사<br />

업을 추진하기가 곤란한 경우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br />

이러한 경향은 비조합원의 사업이용이 많은 경우에 더욱 심화되며, 이는 때때로<br />

조합원의 사업 참여 저조라는 문<strong>제</strong>를 초래할 수 있다.<br />

이처럼 조합원의 참여부족 문<strong>제</strong>와 <strong>협동조합의</strong> 봉사부족 문<strong>제</strong>는 한국농협의 고<br />

유한 문<strong>제</strong>가 아니라 전통모형 <strong>협동조합의</strong> 보편적 문<strong>제</strong>로 이해되어야 한다. 실<strong>제</strong><br />

로 한국농협의 문<strong>제</strong>는 많은 부분이 서구 농협과 공통되는 것이며, 이는 전통모형<br />

협동조합이 시<strong>장</strong>환경 변화과정에서 겪는 구조적 문<strong>제</strong>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br />

조합원과 임직원에 대한 협동조합 교육 확대로 이 문<strong>제</strong>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br />

있으며, 협동조합 원칙을 <strong>현실</strong>적 요구에 맞게 수정하여 적용하는 <strong>제</strong>도적 개선 노<br />

력이 중요하다. 특히 동등성 원칙과 비례성 원칙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과<strong>제</strong><br />

가 중요하며, 다양한 조합원의 참여 확대를 위해 조합원에게 투자자 이익과 이용<br />

자 이익을 균형 있게 보<strong>장</strong>하는 방안도 필요하다.<br />

전통모형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구조문<strong>제</strong>를 개선하는 방안은 서구 농협에서 구체적인 시<br />

사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자기자본 확보를 위해 외부출자를 확대하고 투자자


이익을 보<strong>장</strong>하는 방안, 시<strong>장</strong>세분화 전략에 대응하여 조합원을 유형별로 세분하여<br />

그에 맞는 다양한 사업방식과 이익배분방식을 추구하는 시<strong>장</strong> 지향적 사업전략과<br />

아울러,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분야에의 참여를 위해 출자액에 비례한 사업이용권<br />

부여와 출자증권의 시<strong>장</strong>거래를 도입한 신세대<strong>협동조합의</strong> 경영방식 등을 참고할<br />

수 있다.<br />

2. 농협과 시<strong>장</strong><br />

협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해 추구하는 목적은 광범위하지만, 시<strong>장</strong>에서의 사업을<br />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협동조합 시<strong>장</strong>사업의 역할은 크게 세<br />

가지로 구분되며, 여기에는 경쟁척도(competitive yardstick) 역할, 시<strong>장</strong>선도자<br />

(pacemaker) 역할과 시<strong>장</strong>지배력(market power) 역할이 포함된다. 이를 한국<br />

농협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br />

한국농업에서 농협은 시<strong>장</strong>경<strong>제</strong>가 낙후되어 있었던 시기에 영농자재시<strong>장</strong>, 농산<br />

물유통시<strong>장</strong>과 농촌금융시<strong>장</strong>의 경쟁을 촉진하여 독과점 구조의 폐해를 해소하는<br />

경쟁척도(competitive yardstick) 역할을 수행하여 조합원 이익 증대와 농업생산<br />

성 <strong>제</strong>고에 기여하였다. 구체적으로 농협의 각종 사업은 원가주의(business-at -<br />

cost) 원칙에 입각하여 운영되기 때문에 시<strong>장</strong>에서 민간업자가 사업비용과 정상이<br />

윤을 초과하여 폭리를 취하는 행동을 견<strong>제</strong>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농산물<br />

의 표준화 규격화사업과 공판<strong>장</strong> 사업도 공정한 시<strong>장</strong>질서의 확립을 통해 시<strong>장</strong>경쟁<br />

을 촉진시키는 역할에 해당된다. 이 결과 시<strong>장</strong>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어 민간기<br />

업의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견<strong>제</strong>하여 조합원은 물론 소비자에<br />

게 이익을 <strong>제</strong>공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br />

그런데 농협의 경쟁척도 역할은 사업의 초기단계에는 조합원이 실감할 수 있는<br />

이익을 <strong>제</strong>공한다. 예컨대 상호금융사업의 도입은 농촌사채시<strong>장</strong>의 폐해를 해소하<br />

였고, 미곡종합처리<strong>장</strong>의 운영은 농촌미곡시<strong>장</strong>을 경쟁적 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여<br />

하였다. 다만 이 경우 농협과 경쟁하는 민간기업의 불만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br />

쟁촉진의 이익을 비조합원도 공유하게 되어 농협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인식<br />

이 일반화되는 점에서 다른 문<strong>제</strong>를 야기할 수 있다.<br />

농협의 사업을 통해 시<strong>장</strong>구조가 경쟁적으로 되어 시<strong>장</strong>실패가 소멸된 이후에도<br />

농협은 여전히 이러한 시<strong>장</strong>사업을 유지하여 민간업체의 잠재적 폭리행동에 대한<br />

시<strong>장</strong>견<strong>제</strong>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조합원들이 그 효과를 <strong>제</strong><br />

대로 실감하기 어렵다는 데 문<strong>제</strong>가 있다. 예컨대 상호금융사업의 확대로 농촌사


채시<strong>장</strong>이 위축되고 사채금리도 크게 낮아졌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합원들은 이러<br />

한 이익을 실감하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을 우리 나라의 예를 통해 좀 더 상세<br />

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1960 년대 우리 농업인들을 가<strong>장</strong> 괴롭힌 것은 악<br />

덕 고리채 문<strong>제</strong>였다. 농협의 상호금융은 고리채 문<strong>제</strong>를 해결하고 농업인이 <strong>제</strong>도<br />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농협이 1969 년 처음<br />

으로 상호금융사업에 진출한 이후 1971 년 69.0%에 달하던 농촌지역의 사채의<br />

존도가 1979 년에는 37.2%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사채금리도 같은 기간 54.0%<br />

에서 46.8%로 하락하였다. 즉 협동조합은 농촌 사채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견<strong>제</strong><br />

하는 경쟁척도(competitive yardstick) 기능을 통해 농업인의 이익에 기여하였다.<br />

이와 같이 협동조합이 독점시<strong>장</strong>에 진출하면 독점기업의 독점적 행위가 교정된다.<br />

즉 농협이 상호금융사업에 진출한 이상 농촌의 사채업자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br />

은 고금리로는 고객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고자 한다. 이 경우<br />

농협의 상호금융 금리는 농촌 금융시<strong>장</strong>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척도(yardstick) 기<br />

능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농협의 경쟁기업들도 농협 수준으로 금<br />

리를 인하하고자 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농협과 경쟁업자 사이에 가격 차<br />

이가 줄어들거나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은 농협과 타 금융기<br />

관과의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협동조합이 조합<br />

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strong>제</strong>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이<br />

러한 문<strong>제</strong>는 과거 고리채의 폐해를 경험해보지 않은 후계농업인들 사이에서 더<br />

크게 나타나게 된다. 즉 협동조합에 의해 시<strong>장</strong>이 효율적으로 진화하였지만, 시간<br />

이 흐르면서 타 경쟁업체와의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은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이익<br />

을 실감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은 영농자재시<strong>장</strong>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br />

고 있다. 예를 들어 산지 자재유통업체들은 일부 품목에 한정된 할인판매를 통해<br />

농협에 대항하는 시<strong>장</strong>점유율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농협<br />

사업의 시<strong>장</strong>견<strong>제</strong> 역할 때문에 자재가격이 인하되어 왔다는 이익을 <strong>제</strong>대로 인식하<br />

지 못하고 농협이 특정 품목을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불만으로<br />

이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따라 이 단계에서 조합원의 기대는 협동조합이<br />

민간업체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여 시<strong>장</strong>가격 자체를 유리하게 하는 데<br />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모든 품목에서 항상 민간업체보다 유리한 가격을 <strong>제</strong>시<br />

할 수는 없다. 특히 협동조합이 민간업체에 비해 사업규모와 경영 효율성 측면에<br />

서 열세인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조합원의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br />

가 있다.


농협이 조합원에게 민간업체보다 더 유리한 가격을 <strong>제</strong>공하는 역할은 농협이 보<br />

다 낮은 비용으로 사업을 수행할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는 시<strong>장</strong>선도자 10)<br />

(pacemaker) 역할에 해당된다. '시<strong>장</strong>선도자 역할'이란 농협이 민간업체보다 더<br />

유리한 가격과 서비스 조건을 <strong>제</strong>시하여 시<strong>장</strong>을 효율적인 구조로 선도해 나가는<br />

기능을 말한다.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시<strong>장</strong>선도자 역할은 일반적으로 민간업체보다 효율적<br />

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또는 규모의 경<strong>제</strong>를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실현 가능하다.<br />

한국 농협은 경쟁척도 역할 수행으로 시<strong>장</strong>이 경쟁구조로 전환된 이후 새로운 기<br />

술의 도입과 사업 효율성 <strong>제</strong>고를 통해 시<strong>장</strong>선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br />

사례가 미곡종합처리<strong>장</strong>과 산지유통센터의 운영이다. 농협의 미곡종합처리<strong>장</strong> 운영<br />

은 품질개선과 비용절감 등 쌀 유통의 혁명을 가져 왔고, 전통적인 산지도정공<strong>장</strong><br />

에 비해 기술적 효율성의 우위를 실현하여 조합원에게 이익을 <strong>제</strong>공하였다. 산지<br />

유통센터는 청과물 유통에 있어서 품질규격화와 가공처리를 위한 신기술 도입과<br />

대형투자를 통해 산지수집상을 압도하는 효율성 <strong>제</strong>고를 실현한 시<strong>장</strong>선도의 사례<br />

이다. 소비지에서의 하나로마트 사업은 대형할인점 시<strong>장</strong>의 확대에 대응하여 민간<br />

대형유통업체의 산지에 대한 독과점 행동을 견<strong>제</strong>하는 경쟁척도 역할과 아울러 24<br />

시간 운영, 리콜<strong>제</strong>도 도입 등 새로운 유통기법을 통해 시<strong>장</strong> 선도자 역할도 수행<br />

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농협은 자본부족으로 인해 정부지원에 의존하기 때문에<br />

협동조합 사업이라기보다는 정책사업의 성격이 높다는 데 한계가 있다. 상호금융<br />

사업의 경우 경쟁척도 역할을 달성하였지만 이<strong>제</strong>는 은행금융보다 대출금리가 높<br />

다는 점에서 조합원은 사업 효율화를 통한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결<br />

국 농협의 시<strong>장</strong>선도자 역할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br />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시<strong>장</strong> 지배력(market power) 역할은 농협이 농산물 품목별로 시<strong>장</strong><br />

지배력을 확보하여 시<strong>장</strong> 수요와 공급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조합원에게 유리한 가<br />

격을 <strong>제</strong>공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strong>현실</strong>적으로 협동조합이 전국적인 수급조절을 통<br />

해 시<strong>장</strong>가격을 통<strong>제</strong>하기 위해서는 조합원과 참여 조합의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유<br />

지하는 데 엄청난 거래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strong>현실</strong>적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br />

농산물 수입 개방이 진전되고 있어 그 효과가 <strong>제</strong>한적이다. 다만 지역적 또는 계<br />

절적 독점성을 갖는 일부 품목의 경우에 한정하여 농협의 시<strong>장</strong>지배력 역할이 일<br />

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반적 농산물의 경우 수급 조절 문<strong>제</strong><br />

와 유통개선 문<strong>제</strong>의 구분이 필요하며, 농협의 기본역할은 유통문<strong>제</strong>의 개선에 있<br />

으며,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 문<strong>제</strong>의 해결은 협동조합 사업만으로는 거의 불가능<br />

한 과<strong>제</strong>이다.


서구 농협의 경험을 보면 1920 년대 미국에서 사피로가 주창한 품목협동조합<br />

중심의 시<strong>장</strong>지배력 이론은 실<strong>제</strong>로 대부분의 협동조합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아브<br />

라함슨(Abrahamsen, 1980)은 미국농협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면서 협동조합은<br />

조합원 농<strong>장</strong>의 생산에 관한 의사결정을 통<strong>제</strong>할 수 없으며, <strong>장</strong>기적으로는 정부의<br />

농업정책에 의해서만 생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사피로의 접근방식이 실<br />

효성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이후 미국의 경우 정부의 유통명령<strong>제</strong> 도입 이후 생산<br />

자와 유통업자에 대한 법률적 강<strong>제</strong>력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이 수급조절사업에 참<br />

여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 채소가격안정<strong>제</strong>도의 보조금 지원을 전<strong>제</strong>로<br />

협동조합 중심의 수급조절사업이 실시되고 있다.<br />

한국 농협의 채소수급안정사업은 정부 프로그램의 지원 하에서 최근 그 성과를<br />

거두고 있으며 과실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사업은 산지 민간유통업자에 대<br />

한 견<strong>제</strong>역할로 시<strong>장</strong>경쟁을 촉진하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얻고 있지만, 협<br />

동조합의 시<strong>장</strong>지배력 확보를 통한 가격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품목<br />

별 수급조절 사업에 있어서 생산자와 유통업자의 무임승차 문<strong>제</strong>와 아울러 시<strong>장</strong>개<br />

방에 따라 수입농산물 가격이 시<strong>장</strong>의 상한가격으로 되는 문<strong>제</strong>에 기인한다.<br />

시<strong>장</strong>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미국과 유럽의 농협은 자기자본 확대, 조합원에 대<br />

한 엄격한 출하 조건과 계약이행 의무 강화, 민간기업과의 <strong>제</strong>휴협력 등 시<strong>장</strong> 지<br />

향적 사업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협동조합 원칙의 <strong>현실</strong>적 수정을<br />

전<strong>제</strong>로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 농협이 시<strong>장</strong>에서의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br />

을 수립하는 데에 <strong>현실</strong>적 시사점을 <strong>제</strong>공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에게 새로운 부가<br />

가치를 <strong>제</strong>공하는 일부 선진 농협들의 사례는 서구 농협과 유사한 시<strong>장</strong>지향적 사<br />

업전략이 한국 농협에도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br />

한국농협이 서구 농협과 다른 특성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종합농협이라는<br />

점이다. 실<strong>제</strong>로 서구 농협의 잣대에서 본다면, 한국농협의 경우에는 판매농협은<br />

물론 구매농협, 신용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보험협동조합, 서비스협동조합 등<br />

을 모두 겸영하고 있는 셈이다. 종합농협은 한국적 소농구조에 적합한 형태로서<br />

합리성을 가지며, 한국농업의 성<strong>장</strong>과정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러나 개별 사<br />

업별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사업전략의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br />

는 과<strong>제</strong>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소비재와 자재구매사업은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br />

<strong>제</strong>공 목적이 강하며, 이에 따라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와 동등성 원칙이 강조된다.<br />

이에 반해 판매사업과 신용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시<strong>장</strong> 지향적 목<br />

적에 가까운 편이며, 이에 따라 사업효율성의 강조와 비례성 원칙의 적용이 중요


하다. 이와 같이 구매농협과 판매농협간에는 서로 다른 사업전략 논리가 적용된<br />

다. 이러한 사업분야별 차이는 시<strong>장</strong>경쟁의 격화에 따라 더욱 뚜렷하게 되며, 이것<br />

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한국 농협이 직면한 앞으로의 과<strong>제</strong>이<br />

다.<br />

3. 농협과 정부<br />

일반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농업분야의 협동조합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br />

하는 경우가 많으며, 선진국보다는 개도국의 협동조합이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br />

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농협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에서 정부와의 관계는 중<br />

요한 요소가 된다. 실<strong>제</strong>로 한국농협은 설립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협동조합 입법<br />

과 농업정책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br />

한국 농협의 정체성 규정에 있어서 농업협동조합법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br />

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61 년의 농협법 <strong>제</strong>정은 종합농협의 설립 근거가 되었고,<br />

1980 년, 1988 년과 1999 년의 농협법 개정은 농협의 조직과 사업 전반에 걸쳐<br />

광범위하고 결정적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1988 년의 농협법 개정은 조합원의<br />

협동조합에 대한 민주적 통<strong>제</strong>를 강화한 점에서 한국농협의 발전과정에서 매우 중<br />

요한 위치를 갖는다. 조합원이 직접선거로 조합<strong>장</strong>을 선출하고, 조합<strong>장</strong>이 직선<strong>제</strong>로<br />

중앙회<strong>장</strong>을 선출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민주적 지배구조로 전환하<br />

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한국농협은 정부 입법에 의해 조직구조가 결정된다는 점<br />

에서 개도국 농협의 일반적 성격을 갖는다.<br />

한국 농협이 갖는 특징의 하나는 정부정책사업을 대행하는 역할이 상대적으로<br />

중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양곡수매사업과 수급조절사업, 정책금융사업과 농업<br />

보험사업 등이 포함된다. 시<strong>장</strong>사업과 정책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특징은<br />

또 다른 <strong>현실</strong>적 문<strong>제</strong>점을 낳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에 있어서 효율성과 공익성의<br />

상충문<strong>제</strong>가 될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이 정부의 역할과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역할을 혼<br />

동하는 문<strong>제</strong>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협동조합은 시<strong>장</strong>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효율<br />

성을 강화해야 하는 <strong>현실</strong>적인 목표와, 공익을 대변해야 하는 이념적인 당위성 사<br />

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된다. 또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정부의<br />

역할까지 기대하는 경우 이러한 혼란은 더욱 심화된다.<br />

농협의 정책사업 대행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농업정책 수행에 따른 거래비용 절<br />

감이 가능한 경우 농협을 통한 정책사업 대행 방식을 선호한 데 따른 것으로 이


해되며, 이는 많은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다. 농협의 정책사업에서<br />

가<strong>장</strong> 대표적인 것은 주요 농산물의 수매사업과 주요 영농자재의 공급사업이다.<br />

농업정책금융은 초기에는 농가경<strong>제</strong>의 안정과 농업투자의 확대에 기여하였고, 최<br />

근에는 보다 시<strong>장</strong>지향적인 방식의 종합자금<strong>제</strong>도의 도입으로 농업자원의 효율적<br />

배분에 기여하고 있다.<br />

한편, 농협은 정책사업 대행으로 여타 시<strong>장</strong>사업의 수행에도 간접적 편익을 얻<br />

어 왔다. 먼저 농협의 공신력 <strong>제</strong>고효과로서 신용사업은 시<strong>장</strong>의 신인도를 높게 평<br />

가받아 왔으며, 특히 공공 금고의 유치에 경쟁금융기관에 비해 유리한 평가를 받<br />

아 왔다. 또한 정책사업의 대행은 농협사업의 규모확대에 따른 평균비용의 절감<br />

에도 기여하였다.<br />

일반적으로 정부는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정책의 실시에 있어서 협동조합과<br />

긴밀한 협조관계를 갖고 있다. 서구 농협의 경우 유통명령<strong>제</strong> 등 정부의 <strong>제</strong>도적<br />

<strong>장</strong>치를 토대로 협동조합이 수급조절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농협은 정부의<br />

자금지원을 토대로 자율적 수급안정사업을 수행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br />

농산물 수급안정과 관련하여 한국농협에서는 품목별 전국연합회의 중요성이 강조<br />

되고 있으나, 서구의 경우 품목연합회 방식의 시<strong>장</strong>지배력 접근은 이미 쇠퇴하고<br />

있는 실정이다.<br />

WTO 의 농업협정 등에 따른 농산물시<strong>장</strong>에서의 경쟁격화는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유통분<br />

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서구 농협은 자기자본<br />

부족문<strong>제</strong>의 해결을 위해 대규모 합병, 자회사 설립, 주식회사 전환 등의 방식으로<br />

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반면 한국농협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미곡종합처리<br />

<strong>장</strong>, 산지와 소비지의 대형유통센터 설립 등 유통투자의 확대를 통해 시<strong>장</strong> 지향적<br />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br />

4. 농협과 중앙회<br />

한국농협이 갖는 특수성의 하나는 농협중앙회의 역할이다. 농협중앙회의 연합<br />

회 역할은 다른 나라의 농협에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보편적 성격이며, 여기에<br />

는 지도, 감사, 조사, 농정에 관한 활동들이 포함된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서구 농<br />

협과 다른 독특한 측면을 많이 갖고 있으며, 이에 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br />

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은행금융사업은 조합원과 직접적 관련이 적은 사업으로


지적되고 있고, 소비지유통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또한 중앙회<br />

는 연합회적 역할만 수행하고 시<strong>장</strong>에서 직접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strong>장</strong>도 있<br />

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협동조합 이론에 입각하여 중앙회 사업의 성격을 설명하<br />

기 위해 수직적 통합 가설과 독립적 수익센터 가설을 <strong>제</strong>시할 수 있다.<br />

첫 번째 가설은 중앙회의 금융사업과 유통사업을 개별 농협 경영의 수직적 통<br />

합으로 볼 수 있다는 이론을 <strong>제</strong>시할 수 있다. 즉 중앙회는 회원조합을 조합원으<br />

로 하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먼저 농협<br />

의 상호금융사업은 시<strong>장</strong>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앙회의 은행금융사업을 수직적 통<br />

합 방식으로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strong>제</strong> 2 금융권에 속해 있어 주식, 채권, 외환<br />

등 자본시<strong>장</strong>에서의 자금운용에 <strong>제</strong>한을 받는 농협들이 <strong>제</strong> 1 금융권에 속하는 중앙<br />

회를 통해 이 문<strong>제</strong>를 적은 거래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산시스템의 공유로<br />

전국적 온라인 서비스를 <strong>제</strong>공하고 은행금융의 시<strong>장</strong> 공신력을 토대로 하는 예금자<br />

보호<strong>제</strong>도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별 농협의 상호금융사업이 시<strong>장</strong>에서 얻는<br />

이익도 중앙회가 은행금융을 통해 수행하는 수직적 통합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설<br />

명할 수 있다.<br />

중앙회의 소비지유통사업은 수직적 통합의 또 다른 분야로 볼 수 있다. 중앙회<br />

의 소매유통사업 참여는 협동조합 본질에 어긋나며 산지유통개선에 역점을 두어<br />

야 한다는 주<strong>장</strong>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유통시<strong>장</strong>은 대형업체<br />

를 중심으로 산지유통과 소비지유통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고 도매시<strong>장</strong>과 소매<br />

시<strong>장</strong>의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를 보이는 등 유통경로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br />

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소비자 선호를 중시하고 이러한 정보를 산지에 효율적으<br />

로 전달하는 면에서 효율성의 증진을 의미한다. 한편 서구의 사례에서도 다국적<br />

기업형태의 대형유통업체가 산지유통은 물론 생산농<strong>장</strong>까지 지배하는 구조가 뚜렷<br />

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협동조합을 포함한 산지유통업체에 대한 기회주의적<br />

행동을 통해 시<strong>장</strong>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시<strong>장</strong>경쟁을 저해하는 비효율성이 문<strong>제</strong><br />

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strong>제</strong>의식에서 보면 중앙회의 소비지유통사업 참여는 소비<br />

자선호를 포함한 시<strong>장</strong>정보의 효율적 흐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소비지 대형업체<br />

와의 경쟁을 촉진하여 이들의 기회주의 행동으로부터 산지 농협의 산지유통사업<br />

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중앙회의 영농자재산<br />

업 참여 역시 자재생산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견<strong>제</strong>하여 산지 농협과 조합원의 이<br />

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좀 더 나아가 산지 농협의 구입물량을 전국적으<br />

로 통합하여 적극적으로 시<strong>장</strong>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료, 비료, 농약, 종자 <strong>제</strong>조업 분야에서 중앙회 또는 중앙회 자회<br />

사 형태의 사업이 포함된다.<br />

이상과 같이 중앙회를 개별 독립경영체인 농협들의 협동조합 방식의 수직적 통<br />

합으로 간주할 경우 회원조합과 중앙회 간에는 주인-대리인(principal- agent)<br />

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에 따라 조합들이 자신들의 독립적 경영의 성과를 극대화<br />

하는 방향으로 중앙회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이사회를 통해 중앙회<br />

사업을 통<strong>제</strong>하고자 한다. 이렇게 볼 경우 중앙회 사업은 회원 농협과 독립적인<br />

경영이 아니며, 그 성과는 자체적 사업 손익을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고 회원조합<br />

의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실<strong>제</strong>로“회원조합을 위한 중앙회” 또는“회<br />

원조합은 중앙회의 중요한 고객”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수직적 통합 관계를 나타<br />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br />

그러면 회원조합의 입<strong>장</strong>에서 중앙회 사업을 통한 수직적 통합의 이익은 무엇인<br />

가? 이는 거래비용의 절감에서 찾을 수 있다. 거래비용이란 타 업체와의 거래에<br />

따르는 <strong>제</strong>반비용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매번 적당한 거래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해<br />

야 하는 비용, 거래가 체결되도록 하는데 드는 로비 비용, 안정적인 거래관계를<br />

유지하는 비용, 안정적이고 확실한 대금지급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이 포함<br />

된다. 회원조합은 중앙회와의 전속거래를 통해 타 업체와 거래하는 것에 비해 이<br />

러한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개별 조합차원의 상호금융 자금<br />

운용은 자본시<strong>장</strong>에서 일반투자회사와의 거래보다는 중앙회 은행금융과의 전속거<br />

래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중앙회 은행금융과의 온라인 거래방식도 다른 방식<br />

에 비해 거래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유통시<strong>장</strong>에서도 소비지 대형업체와의 거래<br />

보다는 중앙회가 운영하는 소비지유통채널의 이용이 거래비용 면에서 유리하다.<br />

중앙회를 회원조합의 협동조합으로 간주할 경우 중앙회는 1 조합 1 표주의를 비<br />

롯한 동등성 원칙이 강조되는 등 전통모형 <strong>협동조합의</strong>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br />

시<strong>장</strong>경쟁의 격화와 중앙회 사업범위의 다양화, 회원조합 구성의 이질성 증가와<br />

비회원의 사업이용 확대 등에 따라 전통모형의 구조문<strong>제</strong>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br />

에는 투자자와 이용자간의 갈등, 동등성 원칙과 비례성 원칙간의 갈등, 대리인 문<br />

<strong>제</strong>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지역조합과 품목조합간의 문<strong>제</strong>, 선도 조합과 부실<br />

조합간의 문<strong>제</strong>, 도시 조합과 농촌 조합간의 문<strong>제</strong>, 조합 규모에 따른 중앙회 부가<br />

의결권 논의 등의 문<strong>제</strong>들이 이러한 협동조합 문<strong>제</strong>로 설명될 수 있다.<br />

중앙회가 갖는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구조적 문<strong>제</strong>는 시<strong>장</strong>경쟁의 격화로 더욱 심각하게 된<br />

다. 협동조합은 출자지분의 시<strong>장</strong>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자본시<strong>장</strong>의 평가를 받


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strong>장</strong>경쟁의 심화는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성과가 간접적<br />

으로 시<strong>장</strong>에서 평가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사업을 보다 시<strong>장</strong> 지향적으<br />

로 추진하고, 사업성과를 회계상의 수익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초래한다. 반면 조<br />

합원(회원조합)은 투자자로서의 이익이 <strong>제</strong>한되기 때문에 시<strong>장</strong>의 평가에는 관심이<br />

적고 이용자로서의 이익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시<strong>장</strong>평가를 중시하는 중앙회 사업<br />

방향에 불만이 <strong>제</strong>기될 수 있다. 즉 시<strong>장</strong>의 엄격한 경쟁기준은 협동조합에 있어서<br />

이용자 중심의 사업 원칙과 대립되며, 이에 따른 문<strong>제</strong>는 점차 심각하게 된다.<br />

한편 중앙회 사업의 성격을 수직적 통합 가설만으로는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br />

는 측면이 많다. 이러한 점에서 독립적 수익센터 가설은 중앙회 역할을 설명하는<br />

또 다른 이론으로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br />

업을 실시하고 조합원 농<strong>장</strong>경영도 다양하게 분화되는 경우 그리고 특히 비조합원<br />

의 사업이용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협동조합은 개별 조합원의 경영과 상대적으로<br />

독립적인 사업을 실시하고 그 수익을 조합원에게 일반적 환원사업방식으로 배분<br />

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 농협중앙회의 경우 은행금융사업은 도시지역<br />

주민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원 또는 회원조합의 경영과 직접<br />

적 관련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은행금융의<br />

유지 발전에 요구되는 기반투자와 자본적립에도 쓰여지지만 일정 부분은 회원조<br />

합에 대한 출자배당과 아울러 지도사업비 형식으로 농협들에 대한 일반적 환원사<br />

업 형식으로 지출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중앙회 은행금융사업은 회원조<br />

합 상호금융사업의 수직적 통합 역할과 아울러 독립적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수<br />

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익센터에서 지원되는 자금은 회원조합의 경<br />

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br />

5. 협동조합 이론의 <strong>현실</strong>적 적용<br />

과거 협동조합 이론은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규범적 이론(normative theory)이<br />

주종을 차지하여 왔다. 이에 따라 이론이 <strong>협동조합의</strong> <strong>현실</strong>적 문<strong>제</strong>를 과학적으로<br />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 결과 <strong>협동조합의</strong> 발전방향 <strong>제</strong>시에도 한계가 뚜렷하<br />

였다. 특히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역사적 단계성과 국가적 특수성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없<br />

이 고전적 협동조합을 보편적 이상적 모형으로 간주하는 경향으로 인해 한국농협<br />

의 <strong>현실</strong>적 문<strong>제</strong>에 대한 논리적 해명과 합리적 방향 <strong>제</strong>시에 미흡하였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소비자<strong>협동조합의</strong> 이론적 근거가 된 국<strong>제</strong>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원<br />

칙을 21 세기 한국농협에 기계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strong>현실</strong>과의 괴리가 발생하였다.<br />

한국 농협의 발전방향 <strong>제</strong>시를 위해서는 과학적 보편성에 근거한 실증이론<br />

(positive theory)에 입각하여 한국농협의 문<strong>제</strong>를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작업이<br />

우선되어야 한다. 농업인 조합원을 합리적 경<strong>제</strong> 주체로 간주하여 협동조합 참여<br />

부족은 물론 기회주의적 행동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행동으<br />

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을 인간의 본성으로 간주하거나, 협동조합 운동<br />

참여를 교육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문<strong>제</strong>의 과학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br />

농업인이 협동조합에 대한 출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주어진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자본<br />

<strong>제</strong>도 하에서 그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즉 <strong>협동조합의</strong> <strong>제</strong>도적 특징에서 비<br />

롯된 기간문<strong>제</strong>와 포트폴리오문<strong>제</strong>, 무임승차자문<strong>제</strong> 등이 조합원의 출자 확대를 저<br />

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strong>제</strong>를 단순히 조합원의 의식이나 의지의 부족으로<br />

치부해서는 올바른 해답을 구할 수 없다. <strong>현실</strong>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식<br />

이 선행될 때 비로소 올바른 해법과 혁신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협동조합 임직<br />

원의 행동에 관련된 문<strong>제</strong>도 이와 같은 과학적 논리에 의해 설명하고 문<strong>제</strong>의 해법<br />

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br />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협동조합 이론은 온전히 완성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br />

전통모형은 <strong>현실</strong>과 많은 괴리가 있고 비례모형은 최신 전략이라는 인식은 모형의<br />

<strong>현실</strong>적용 과정에서 커다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모형의 협동조<br />

합 <strong>제</strong>도는 여전히 한국 농협의 상호금융사업이나 자재구매사업에 적합한 측면이<br />

크다. 이러한 사업들은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사업전략으로서 중요하므로<br />

로치데일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 인 1 표<strong>제</strong>와 낮은 가입비,<br />

동등성 원칙의 강조 등이 유효한 사업전략으로서 설득력을 갖는다. 만일 이러한<br />

사업에 조합원 가입을 <strong>제</strong>한하는 폐쇄형 조합원주의를 채택하는 신세대모형을 적<br />

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러나 한국 농협에서도 판매사업 분야에서는 비례주의<br />

모형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업연합과 공동사업법인 등의 등<strong>장</strong>이 주<br />

된 예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이 등<strong>장</strong>하는 이유는 판매사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br />

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과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일정 수준에<br />

도달한 농업인만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strong>현실</strong>적 필요성이 <strong>제</strong>기되고 있기 때문<br />

이다.


따라서 향후 한국 농협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사업별 특성을 면밀히 분<br />

석하고 이에 적합한 사업전략과 조직구조를 갖추어 나가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br />

다. 협동조합 <strong>제</strong>도는 1844 년 로치데일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현재까<br />

지 수많은 교정과 개선이 이루어져 왔다. 유럽의 주식회사형 협동조합과 미국의<br />

신세대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밖에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조합<br />

원으로 가입시키는 형태와 투자자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모델도 나타나고 있<br />

다.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개혁이 나타나는 이유는 로치데일이 존재<br />

한 150 여년 전 상황과 현재의 여건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로치데일 모<br />

델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협동조합에 적합한 방식으로 태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br />

다. 따라서 사업별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한국형 협동조합 모<br />

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br />

또한 협동조합 <strong>제</strong>도가 갖고 있는 <strong>제</strong>도적 한계를 인식하는 방식에서도 과학적이<br />

고 합리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구조문<strong>제</strong>를 지적한 것은<br />

<strong>협동조합의</strong> <strong>제</strong>도적 특징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조합원 및 임직원들의 행동양식을<br />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협동조합 개혁을 추구할<br />

때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strong>제</strong>를 올바<br />

로 인식할 때만이 올바른 해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br />

그러나 <strong>협동조합의</strong> 구조문<strong>제</strong>를 지적하는 것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으로 비<br />

화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예로 지배구조 문<strong>제</strong>만을 놓고 볼 때도 협동조합과 주<br />

식회사 중 어느 <strong>제</strong>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선호 판단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앞<br />

에서는 <strong>협동조합의</strong> 민주적 통<strong>제</strong>에서 비롯된 문<strong>제</strong>점들을 살펴보았다. 주식회사의<br />

경우에는 이러한 문<strong>제</strong>점이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지배대주주의 독점적 지배권<br />

행사가 문<strong>제</strong>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1997 년 IMF 경<strong>제</strong>위기가 발생하게 된 주<br />

요 원인을 기업 지배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에서 찾는 의견이 지배적이다.<br />

당시 일부 대주주가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신규사업 진출 등과 같은<br />

전략적 의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이 기업부실의 원인으로<br />

작용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행태에 대한 견<strong>제</strong> 필요성으로<br />

부터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strong>제</strong>기되고 있다. 기업의 <strong>장</strong>기적인 발전<br />

을 위한 투자 확대보다는 과도한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소수 지배대주주의 이익만<br />

을 우선시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문<strong>제</strong>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결<br />

과 기업 지배구조의 문<strong>제</strong>점을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사회적으로 크게<br />

확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strong>협동조합의</strong> <strong>제</strong>도적 특징과 문<strong>제</strong>점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br />

우 중요하다. 이는 더 나은 협동조합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br />

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분석이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를 평면에 놓고 우열<br />

을 가리는 문<strong>제</strong>로 전이되어서는 위험하다. 상대의 <strong>장</strong>점을 벤치마킹 할 수 있지만,<br />

서로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br />

농업·농촌 상황, 경<strong>제</strong>여건에 맞는 한국형 협동조합 모델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br />

어야 할 것이다.<br />

협동조합 연구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 즉 협동<br />

조합과 조합원과의 관계, 협동조합과 시<strong>장</strong>경<strong>제</strong>와의 관계, 협동조합과 정부정책과<br />

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아래 과<br />

같다. 여기서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시<strong>장</strong>과의 관계, 조합원과 정부와의 관계에서<br />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해할 수 있다.<br />

즉 조합원은 협동조합을 통해 시<strong>장</strong>과 거래하고, 협동조합을 통해 정부와 연계된<br />

다. 예를 들어 조합원은 개인적으로 시<strong>장</strong>을 이용하여 농산물을 출하하고 농자재<br />

를 구입하는 대신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으로 이러한 업무를 해결한다. 또한 협동<br />

조합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높인 후 정부에 대한 농정활동을 전개한다. 따라서<br />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시<strong>장</strong>·정부를 연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br />

협동조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들은 대부분 조합원, 시<strong>장</strong>, 정부와의 관계에<br />

서 비롯된 것들이다. 따라서 협동조합과 이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협동조<br />

합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합리적인 혁신전략을 도출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 이<br />

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을 민주적으로 통<br />

<strong>제</strong>한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민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br />

합원은 협동조합이 출하농산물을 좀 더 비싼 값에 매입하여 주고, 영농자재와 대<br />

출자금은 좀 더 낮은 값에 공급하여 주기를 원한다. 이에 비해 시<strong>장</strong>에서는 협동<br />

조합이 좀 더 효율적이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특히 시<br />

<strong>장</strong>개방 확대와 경쟁기업의 대형화로 시<strong>장</strong>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러한 요구는<br />

더욱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과 시<strong>장</strong>의 관계에서는 효율성과 수익성이<br />

중시된다. 한편, 정부는 협동조합이 공익적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기를 요구하게<br />

된다. 쌀 값 하락 시 시<strong>장</strong>가격 안정을 위해 협동조합이 나서서 쌀을 매입하여주<br />

기를 바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협동조합과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공<br />

익성이 중시된다.<br />

<strong>현실</strong>에서는 이와 같은 민주성과 효율성, 공익성이 자주 충돌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민주적인 요구와 시<strong>장</strong>의 효율성 요구, 정부의 공익성 요구를 동시에 충<br />

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가 수익성과 효율성만을<br />

추구하고, 또한 그러한 기준만으로 평가를 받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오늘<br />

날 한국 농협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난<strong>제</strong>들도 대부분 이러한 협동조합으로서의<br />

근본적인 문<strong>제</strong>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농협의 올<br />

바른 모습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것들<br />

을 조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br />

<br />

<strong>협동조합의</strong> 연구 패러다임<br />

조 합 원<br />

협동조합<br />

정 부 시 <strong>장</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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