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 4 한국의 농협운동

모듈 4 한국의 농협운동
한국의 농협운동을 살펴볼 때, 농협의 조직과 운영을 특징 짓는 주요 사건을
전후하여 그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시대와 일제 하의 민간 자율적
인 협동조합의 움직임과 관 주도의 협동조합운동을 각각 나누어 먼저 살펴본 후,
1961 년의 농업은행과 (구)농협의 통합하여 종합농협체제로 재편한 농협법 제정,
1988 년의 농업협동조합의 민주화를 내용으로 한 농협법 제정, 1999 년 농·축·
인삼협 중앙회의 통합을 내용으로 한 농협법 제정 등을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하
여 살펴본다.
10 차시 근대적 협동조합 운동
1. 개관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협동조합의 시초는 대한제국 시절 정부에 의해 1907 년
3 월에 설립된 지방금융조합이라 할 수 있다. 금융조합 설립 이전에도 두레, 계,
향약과 같은 전통적인 협동조직과 농사조합, 토지조합, 농업조합 등 각종 지방농
사단체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협동조합과는 성격이 다른 조직이었다.
우선 두레, 계, 향약 등의 전통적인 협동조직은 상부상조의 원칙 하에 결합된
인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나 그 조직의 목적이 단
순히 상부상조에 머물고, 경제적인 공동이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상호친목 또
는 부락사회의 공동발전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근대적인 협동조합
과는 구분된다. 이로 인해 두레, 계, 향약 등은 자본주의로의 진행과정에서 근대
적인 협동조합운동으로 진화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군산농업조합(1905 년), 강경토지조합(1905 년), 부산농업조합(1905
년), 대구농회(1906 년) 등의 지방농사단체는 일본인 이주민들이 조직한 단체였
다. 이들 농사단체는 농사에 관한 강습 및 품평회 개최, 신규자에 대한 제반편의

제공, 농경지의 구입 및 대여, 농업용 자재의 구입 및 농산물의 공동판매 등을 실
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목적은 일본인 동업자간의 연락기관 또는 관청의 대
행기관으로서 토지대장의 관리 및 열람이나 농사에 관한 조사연구 및 관청에 대
한 자문과 건의 등을 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협동조합과는 거리가 먼
단체였다.
한일합방 이후 1910 년 7 월에‘조선물산동업조합령( 朝 鮮 物 産 同 業 組 合 令 )냎이
제정되고 면작( 綿 作 )조합, 양잠조합, 축산조합, 지주회( 地 主 會 ) 등 각종 산업단체
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들 산업단체도 일본인들이 결성한 조직으로 근대적 의
미의 협동조합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금융조합은 비록 일본인 재정고문의 건의에 따라 한국정부에 의해서 하향식으
로 설립된 것이기는 하나 그 조직이나 운영은 대체로 독일의 라이파이젠 협동조
합의 원리에 따른 신용조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금융조합은 농업인의 금융
사정 완화를 목적으로 하였고, 구역내의 농업인으로 조직되었으며, 농사자금의 대
부, 생산자재의 구입, 농산물의 위탁판매 등을 실시하였다. 설립 초기에는 조합원
의 출자의무와 의결권 등은 없었으나 1914 년부터는 종래의 가입금제도가 폐지되
고 출자금제도가 채택되었으며, 조합원에 대하여 총회의 구성권 및 의결권이 부
여되어 협동조합원리가 가미되었다.
금융조합은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사업량이 크게 증대되었을 뿐만 아니
라 1918 년에는 도시금융조합과 도연합회가 설치되었고, 1933 년에는 전국조직인
조선금융조합연합회가 조직되었다. 이와 같은 조직의 확대와 사업량의 급증으로
금융조합이 가장 큰 농촌조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금융조합은 관권에 의한
통제가 강하여 협동조합적 성격이 제약받았다. 조합업무를 총괄하는 이사가 관선
제로 되었고 화폐정리사업, 납세독려, 농사지도 등의 관청업무까지 대행하였으며,
제 2 차 대전 발발이후에는 전비조달을 위한 국채인수기관의 역할까지 하였다.
한편 금융조합이 어느 정도 발전하기 시작한 1926 년 1 월에‘조선농회령’이
제정되고 기존의 각종 산업단체를 정리 흡수하여 계통농회가 조직되었다. 계통농
회는 부·군·도( 府 郡 島 )농회, 도( 道 )농회, 조선농회의 3 단계로 조직되었으며 구
역 내에 거주하는 농업인으로 구성되었는데 농업에 관한 지도, 장려 및 여론조사,
논의의 조정과 중재, 행정관청에의 건의 등이 주요 사업이었다. 그러나 농회는 경
제적 업무를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 동업자단체에 불과하고 협동조합적 성격은 미
약하였다. 더구나 회장 및 부회장은 조선총독이나 도지사가 임명하였고, 의사결정
기관도 각각 행정기관의 장이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농회는

농업정책의 하청기관 성격을 띠고, 후기에는 점차 경제사업 업무에 치중하게 되
면서 산업조합과의 경합이 나타나게 되었다.
산업조합은 1926 년 1 월에 제정된‘조선산업조합령냎에 의하여 조직되었다.
금융조합이 신용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파이젠식 협동조합이었는 데 반해 산
업조합은 신용사업을 제외한 판매, 구매, 이용사업 등 세 가지 겸영의 기능만을
가졌다.‘조선산업조합령’은‘일본산업조합령’을 모방한 것으로서 정부의 통제
가 심하였으나 순수한 협동조합의 조직원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 조직에 있어서
조합원의 유한책임제를 채택하는 한편, 의결기관으로서 총회를 두며, 조합장과 이
사 및 감사는 총회에서 선출하고 도지사의 인가를 받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
합원의 가입 탈퇴는 임의로 되어 있었고, 1 인 1 표의 원칙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
되었다. 산업조합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공동판매, 농업용 자재의 공동구입,
농업용 설비의 공동이용 등이 주요 업무였다.
산업조합은 무엇보다도 한국인만으로 구성되었다는 데 가장 큰 특징이 있었으
며, 그 후 조합원수나 사업량이 크게 증대되었다. 그러나 산업조합의 업무 확대에
따라 금융조합과의 마찰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경영부진에 따른 손실이
늘어났으며, 중일전쟁으로 전시통제가 강화되자 존립근거가 약화되어 1940 년 산
업조합의 해산이 결정되어 결국 1942 년에 산업조합은 완전 해체되었다.
2. 민간 주도의 협동조합운동
일제 하 우리나라 협동조합운동은 크게 두 갈래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금융조
합이나 산업조합 및 농회와 같은 관제조직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본 유학생과 천
도교 및 기독교계가 중심이 되어 전개하였던 자생적 민간협동조합운동이었다. 민
간협동조합운동은 관제 조합에 대항하면서 농업인이 자주적으로 전개한 전형적인
근대 협동조합 운동의 출발이었다. 또한 일제의 제국주의 아래에서 경제적 약자
들이 스스로 최소한의 경제적 자조를 이루고자 하였던 경제운동의 하나였다.
민간협동조합운동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동경유학생 중심의 협동조합운동사, 천
도교 중심의 조선농민사, 그리고 기독교청년회(YMCA) 중심의 농촌협동조합 등
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협동조합은 자생적 협동조합이 조직되는 것을 두려
워한 총독부의 탄압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가. 협동조합운동사( 協 同 組 合 運 動 史 )
일본에 유학하던 학생들은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협동조합운동에 의해
이를 구제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운동기반을 확보하고자 1926 년 6 월에 협동조합
운동사( 協 同 組 合 運 動 社 )를 결성하고 기관지‘조선경제냎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에 간부 여러 사람이 귀국하여 경상북도에서 협동조합에 관한 순회
강연을 가졌으며, 그 다음해인 1927 년 1 월에 경북 상주군 함창면에 함창협동조
합을 처음으로 설립하였고, 이어 상주, 김천, 군위, 안동 지방으로 협동조합운동이
확산되었다. 1928 년에는 동경에 있던 협동조합운동사의 본부를 서울로 옮기고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 결과 충남, 경남 지역에도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1930 년
대에는 조합수가 100 여 개에 이르렀다.
협동조합운동사는 지도이념으로 중간이윤의 철폐, 고리대의 추방, 경제적 단결,
자주적 훈련 등을 표방한 일종의 소비조합으로서 민중생활의 궁핍을 타개하고 농
촌을 진흥시키려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그러나 협동조합운동사의 중심 인물이
대부분 민족주의자이고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일제의 많은 탄압을 받았
고 일부 조합은 강제 해산되었으며, 나머지 조합들도 자금부족과 운영미숙 등으
로 인해 1933 년에는 거의가 소멸되고 말았다.
나. 조선농민사( 朝 鮮 農 民 社 )
조선농민사( 朝 鮮 農 民 社 )는 1925 년 10 월 천도교계가 중심이 되어 농업인의 지
위향상과 복리증진을 표방하고 설립되었다. 조선농민사는‘조선농민냎이라는 월
간지를 발간하여 농업인계몽에 힘쓰는 한편, 농업인생활에 필요한 생활물자의 구
매알선과 생산물의 판매알선 등 농업인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농업인의 신뢰와 호응을 얻어 많은 발전을 보게 되었다.
1928 년 3 월 조선농민사는 조직체계를 중앙에 조선농민사, 군에 군농민사, 면
에 면농민사, 이·동( 里 洞 )에는 이·동농민사를 두도록 정비하고, 각급 농민사에
사원대회 또는 대표대회를 의결기관으로 그리고 이사회를 집행기관으로 두었다.
이 조직은 계속 발전하여 1931 년에는 종래의 생활물자 구매와 농산물판매 알선
사업을 별도의 조직인 농민공생조합으로 조직화하여 구판사업의 합리적 체계를
확립하였다.
농민공생조합은 중앙에 농민공생조합중앙회를 두고 지방에는 농민공생조합을
설치·운용하였는데 1932 년 6 월에는 전국 181 개 조합, 3 만 8 천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농민공생조합은 함남과 평북지방에서 특히 활발하게 활동하였
고 평양과 함흥에 농민공생조합중앙회의 지부를 두었다. 그리고 평양에 설치한
농민고무공장은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하여 공영농장과 함께 협동조합이 생산활동
에 참여하는 모델을 제시해 주었다.
조선농민사는 경제사업과 더불어 농업인계몽사업도 추진하였는데 월간지‘조선
농민냎과 신문인‘농민세상냎의 발행, 농업인교육교재‘농민독본냎 발간, 야간학
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조선농민사의 이러한 운동은 일제
의 억압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다. 기독교계의 농촌협동조합
기독교계 협동조합운동은 서울 YMCA 가 1923 년부터 시작한 농촌사업의 일환
으로 전개되었다. 이 사업은 기본강령을 농업인들의 경제적 향상, 사회적 단결,
정신적 소생의 도모에 두었다. 1926 년에 YMCA 는 농촌운동을 전담할 농촌부를
설치하고 서울 부근에 8 개의 농촌협동조합을 조직하였다. 이에 호응하여 지방
YMCA 도 농촌에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등 부락단위의 협동조합 운동이 전국에
보급되어 전성기에는 조합수가 720 개에 달하였다.
그러나 1930 년대 초에 총독부는 한국농촌의 불황을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농촌
진흥운동을 전개하면서 부락 단위로 부락진흥회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민간
협동조합은 강제로 해산되거나 부락진흥회에 통합되었다. 이로써 기독교계가 운
영하던 협동조합 역시 총독부의 폐쇄명령에 의해 소멸되었다.
3. 관 주도의 협동조합 운동
가. 금융조합
금융조합은 1906 년에 이미 설립되었던 농공은행( 農 工 銀 行 )이 농촌개발 등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1907 년 5 월 30 일 '지방금융조합규칙'이 공포
되고, 그해 6 월 28 일 전남 광주지방금융조합이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 지방금
융조합은 외형적으로는 라이파이젠의 농촌신용조합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는 일제식민정책의 수행을 위해 설립된 관제조합으로 그 운영에 있어서도 총독부
의 철저한 감독을 받았다.

지방금융조합은 정부의 지원과 구역의 세분에 따라 그 조직이 급격히 확대되어
1913 년에는 조합수가 209 개, 조합원수가 8 만 1,000 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조
직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금융조합이 당초에는 농공은행의 보조기관으로
설치되었으나, 그후 정부의 지원과 감독이 농공은행과는 관계없이 좀 더 직접적
이고 긴밀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금융조합은 화폐정리사업,
납세에 관한 선전, 농사의 지도·장려 등 정부사업까지도 대행함으로써 빠른 속
도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일반 농업인들에게는 정부기관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총독부는 한일합방 이후 식민지 한국의 정세가 점차 안정을 보임에 따라 지방
금융조합에 대한 감독을 일부 완화하여 민간운영체제로 바꾸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1914 년 새로이 지방금융조합령을 제정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가입금제의 폐
지와 출자금제의 도입, 조합원의 의결권 등 제 권리 인정, 조합원의 예금취급 허
용 등이다. 그러나 이 법령에서는 실제 금융조합의 일상업무를 집행하는 이사의
임명권을 총독에게 줌으로써 관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제 1 차 세계대전은 식민지 조선경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의 금융산
업은 1910 년부터 1918 년까지 불과 9 년 동안에 예금이 4 배, 대출금이 6 배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이러한 성장과 더불어 조직·운영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자 총독부는 농공은행을 해체하여 조선식산은행을 설립함과 동시
에 지방금융조합에 대해서도 개편을 단행하였다. 당시 지방금융조합은 조합원이
농업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점차 늘어나는 도시 중소상공업자의 금융수요를 충족
하지 못하고 발전에도 많은 지장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총독부
는 1918 년 6 월 지방금융조합령을 금융조합령으로 개정하였고, 이에 따라 금융
조합은 농촌신용 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과 서민의 신용업무까지 겸영하는 전국
규모의 금융조직으로 확대되었다.
우선 지방금융조합이라는 명칭을 금융조합으로 변경하고 도시지역에도 금융조
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조합원의 자격을 농업을 경영하는 자 외
에 지역 내에 주소를 가진 자로 확대하였고, 대출금을 종래의 농업상 필요한 자
금에서 경제상 필요한 자금으로 확대하였다. 이와 함께 도( 道 )금융조합연합회도
신설하였다.
금융조합령의 개정으로 금융조합은 그나마 남아있던 협동조합적 기능이 더욱
축소되고 그 대신 전국 규모의 금융기관으로 변모하였다. 예를 들면 1926 년에는
구·판매사업을 겸영하는 금융조합은 거의 없어졌으나, 도시조합은 1918 년의

12 개에서 1939 년에는 64 개로 크게 늘어났다.
금융조합의 급속한 사업확대와 재무구조의 안정화 추세에 따라 금융조합측은
조선식산은행을 모계은행으로 하여 거래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 그리고 조선식산
은행과 금융조합이 자금거래 면에서 거의 실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자체의 전국
단위 연합조직 설치를 계속 요구하여 왔다.
이에 따라 1933 년 8 월 조선총독부는 조선금융조합연합회령을 공포하고 기존
의 재단법인 금융조합협회(1928. 1. 설립) 및 도연합회를 해산, 이를 모체로 조
선금융조합연합회를 설립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금융조합연합회는 723 개의 금융
조합, 63 개의 산업조합을 회원으로 하여 7,800 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거대한
조직체로 탄생하게 되었다.
일제시대에 가장 중심적인 농민단체였던 금융조합은 해방이후 예금인출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고, 1946 년에 이후에는 각종 정부대행사업을 담당하였다. 1946
년 4 월에 미군정청의 요청에 의해 생활필수품의 구매·보관·배급 등의 업무를
대행하였고, 1949 년 7 월에는 종래 대한농회에서 취급하던 비료조작업무를 대행
하였다. 이어 1949 년 10 월에는 대한식량공사에서 담당하던 정부양곡조작업무를
이관받았다.
그러나 금융조합의 중심업무를 이루던 정부대행사업의 취급이 불과 수년만에
정부로 이관되거나 폐지되어 금융조합의 업무는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그 결과
경영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결국 금융조합과 금융조합연합회의 재산과 업무는
1956 년 주식회사 농업은행이 설립되면서 그대로 인수되었다. 주식회사 농업은행
장이 금융조합연합회장과 업무 및 재산 인수도 기본협정서 및 각서를 작성하고
각 금융조합의 조합장 및 전무와 사무인계인수에 관한 기본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농업은행이 금융조합을 인수한 것이다.‘금융조합령냎과‘조선금융조합연합회령
냎은 1957 년 2 월‘농업은행법냎과‘농업협동조합법냎의 제정과 더불어 폐지되
었다.
나. 산업조합
산업조합은 금융조합보다 20 여년 뒤늦은 1926 년에 설립되었다. 산업조합의
발안은 1912 년에 되었으나 금융조합과의 업무경합으로 인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
다. 1915 년부터 총독부 식산국에서 농업인의 교환경제 합리화를 위해 신용, 판매,
구매, 이용 등 4 가지 사업을 겸영하는 산업조합을 만들고 금융조합은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재무국과 금융조합 측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는데, 이후 1925 년에 재무국이 금융조합을 순수한 금융기관으로 바꾸기 위
한 의도를 관철하고자 산업조합의 설립을 묵인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26 년 1
월 신용사업을 제외한 판매, 구매, 이용사업만을 담당하도록 하는‘조선산업조합
령’이 공포되었다. 조선산업조합령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조합의 구역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조합원의 책임은 유한책임제로 하였다.
2 업무의 범위는 조합원의 생산물의 가공 및 판매, 조합원에게 필요한 물자의
가공 및 구매, 필요한 설비의 이용 등으로 하였다.
3 조합원의 출자좌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출자 1 좌당 금액은 50 圓 이내
로 하였다.
4 조합장, 이사, 감사 등의 임원은 총회에서 선임하되 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결의기관으로서 총회 외에 평의원회를 두며, 총회의 의결에 서는
1 인 1 표제를 채택하였다.
5 조합원의 가입은 평의원회의 의결에 의하고 탈퇴는 임의로 하였다.
6 산업조합의 설립과 해산, 예산과 규정의 제정 등은 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했다.
7 전국연합조직은 인정하지 않았고, 도연합회의 설치만을 허용하였다.
산업조합은 금융조합과는 달리 정부의 간섭이 적었고 조합원에 의한 조합관리
원칙이 비교적 많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산업조합의 설립을 허용한 배경에는 당
시 민간에 왕성하였던 협동조합운동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서 민간
협동조합운동은 이를 계기로 둔화되었다.
산업조합은 초기 특산품(한지, 직물 등) 생산 장려에 중점을 두어 특산품조합
으로 설립되어 대부분이 설립 초기부터 적자를 기록하였고, 계속적인 경영악화로
적자조합의 정리문제가 야기되었다. 산업조합의 경영부진은 정부에 의해 임명된
관선이사(주로 일본인)들의 경영미숙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금융조합연합회에의 가입이 거부되어 자금융통이 어려웠다는 점도 그 원인이 되
었다.
초기 특산품 위주의 산업조합이 부진하자 일반농산품을 취급하는 산업조합으로
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져 1933 년 이후 산업조합의 설립은 다시 활발해졌으며, 기
존 특산품취급 산업조합도 대부분 일반농산품 취급 산업조합으로 전환하였다. 이
로 인해 산업조합의 설립이 크게 늘어나고 사업량도 신장되었지만 판매선도금,
구매미수금 등의 업무가 사실상 금융조합의 신용사업과 경합하게 되었다. 산업조

합의 경영부진은 계속되었는데, 그 원인에는 국가보조금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조합과의 마찰로 금융조합연합회가 산업조합에 대한 융자를 기피하여 산업
조합은 동양척식회사나 식산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935 년 3 월‘식산계령냎이 공포되고 식산계가 설립되자 식산계가 금
융조합의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식산계는 부락 내에 거주하는 자로 구성된 일종
의 소조합( 小 組 合 )으로‘식산계령냎이 공포되면서 금융조합은 1 개 금융조합 당
평균 4∼5 개 부락을 선정하여 식산계를 설치하였다. 이후 식산계의 수와 그에
가입한 조합원수가 계속 늘어나 1944 년에는 각각 484 개소 281 만명이 되었다.
그러나 식산계는 원래 의도와는 달리 금융조합의 대행기관 역할밖에 하지 못했으
며 전쟁 시에는 양곡의 공출과 일용품의 배급사무를 매개하는 기능 정도를 담당
하는 데 그쳤다.
이렇듯 구판매사업 부문에서 산업조합과 금융조합의 업무경합 문제가 심각해져
농촌 3 단체(산업조합, 금융조합, 농회)의 기구개혁안이 1940 년 1 월에 발표되기
도 하였으나 전쟁 발발로 백지화되고 우선 경영부진조합의 정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41 년 산업조합의 손실금 전액(150 만 圓 )을 국고에서 보조해주
는 조건으로 산업조합을 해산하는 방침이 결정되어 1942 년 말까지 모든 산업조
합이 해산되었다.‘산업조합령냎은 1957 년 2 월‘농업협동조합법냎의 제정과 더
불어 폐지되었다.
다. 계통농회
농회는 농업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농민단체로서 조합원을 위한 구판사업 등을
취급하여 금융조합이나 산업조합과 유사한 점이 많았으나 협동조합적 성격은 없
었고 행정기관의 보조기관 역할을 하였다. 1900 년대 초 일본인 중심으로 설립된
농사조합, 축산조합, 양잠조합, 지주회 등의 각종 임의단체가 범람하여 단체 상호
간 업무상 마찰이 생기고, 한 농업인에 대하여 여러 단체로부터 단체비가 부과되
는 등 폐단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1920 년 훈시( 訓 示 )를 통해
각 지역에 농회를 임의단체로 설치하여 각종 산업단체를 통합·정리하였다. 그러
나 농회 역시 부과금 징수에만 몰두하고 자체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자, 정부는
1926 년 1 월‘조선농회령냎을 공포하고 행정기관의 보조기관으로 농회를 정비하
였다. 농회의 조직은 행정구역에 준하여 부·군·도( 府 郡 島 )농회, 도( 道 )농회, 조

선농회의 3 단계로 하고 회원은 구역내의 농업인 또는 농지 소유자로 하였다. 농
회의 사업은 농업의 지도장려, 농업인의 복리증진, 기타 농업 관련 사항의 행정기
관 건의 등으로 정하였다.
계통농회는 당초 공공단체로 출발하여 농사의 지도장려 업무에 주력하였으나
점차 행정기관의 하청기관이 되어 비료구매, 미곡판매, 양곡창고사업 등에 치중하
여 구·판매사업단체로 변모하였다. 이밖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치한 공장에 대
해 원료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역할도 하였는데 면화, 잠견, 대마 등의
생산독려와 수집·공출업무 등이 그것이었다.
중일( 中 日 )전쟁 이후 전시에는 농회가 행정기관을 등에 업고 미곡, 소, 놋그릇
등의 공출 독려기관으로 전락하여 농업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농업인의 수탈기
구가 되었다.
일제시대에 일본인 중심의 행정 하부기관으로 운영되어온 농회는 해방 후 미군
(해군 중령)이 농회 회장으로 임명되어 생활필수품 배급과 미국산 비료수입 등의
사업을 대행하여 사업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48 년 정부
수립 이후 농촌단체의 기구개편이 착수되자 금융조합과 농회는 서로 새로이 발족
할 농업협동조합의 모체가 되고자 노력하였으나 한미합동경제위원회의 결정에 따
라 농회의 의견이 묵살되고 1949 년에 비료·고공품·기타 일체의 업무를 금융조
합에 넘겨주었다. 이어 1951 년 농회는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해산되고 그 재산
및 업무 일체는 청산위원회가 인수하였으며, 1957 년에 발족한 농업협동조합(구
농협)에서 다시 인수하였다.‘조선농회령냎은 1957 년 2 월‘농업협동조합법냎의
제정과 더불어 폐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