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예 vol.1198_09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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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주간연예</strong><br />
e-mail: enews4989@gmail.com<br />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br />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br />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살<br />
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자<br />
김병수(설경구)의 이야기다. 17년 전 마지막 살인을 저<br />
지른 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이 연쇄살인자는 딸<br />
은희(김설현)와 함께 수의사로 일하며 살고 있다. 어느<br />
날 딸이 남자친구 민태주(김남길)를 데려오면서 병수<br />
는 이 청년이 자신과 같은 부류의 연쇄살인마임을 직<br />
감으로 알아챈다.<br />
소설과 비교해 영화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br />
이 있다. 우선, 병수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다. 소설<br />
에서 병수는 오이디푸스처럼 원죄를 저지르고 고뇌<br />
하는 남자다. 니체와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선과 악에<br />
관한 독백을 늘어놓는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데는 살<br />
인 과정에 대한 탐닉 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 소설에<br />
서 병수는 이렇게 말한다. "뱀을 애완용으로 키우는<br />
이들이 햄스터를 사들이듯이, 내 안의 괴물도 늘 먹이<br />
를 필요로 했다."<br />
반면 영화는 병수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를 명확히<br />
한다. 어릴적 가정폭력에 학대당했던 기억이 트라우마<br />
로 남아 있는 그는 악한 사람을 보면 살인 충동에 휩<br />
싸인다. 소설 속 병수는 과거 자신이 왜 살인을 저질렀<br />
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고뇌하는 데 반해 영화 속<br />
병수는 늙어버린 자신의 녹슨 살인기술(?)을 젊은 세<br />
대와 비교하며 자책한다.<br />
또 소설이 철저하게 병수의 1인칭 시점을 고수하며<br />
태주(소설에선 박주태)를 타자화하는 데 반해 영화는<br />
병수와 태주를 나란히 놓고 대결구도를 만든다. 그래<br />
서 두 사람이 서로 누가 진짜 살인자인지를 놓고 진실<br />
게임을 벌이는 장면은 소설에는 없는 영화의 클라이<br />
막스가 된다.<br />
영화에서 병수는 태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이유<br />
가 있었지만, 넌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였어." 그<br />
러자 태주의 반격은 이렇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은 거<br />
아냐?" 이 대사를 비롯해 후반부 두 사람이 몸싸움하<br />
는 과정은 세대 간 갈등을 연상시킨다.<br />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논리와 이치를 설파하지<br />
만 결국 원초적인 신체 능력 때문에 좌절한다. 젊은<br />
세대는 기성세대가 세운 질서를 무시하다가 결국 자<br />
기부정에 빠진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쇠한 연쇄<br />
살인마가 질서의 수호자라는 아이러니는 세대 갈등<br />
을 기묘한 모순으로 만든다. 소설에선 세대 갈등이 부<br />
각되지 않지만 영화는 시각적으로 노인으로 분장한<br />
설경구의 몸과 김남길의 몸이 대비돼 갈등이 더욱 도<br />
드라진다.<br />
소설과 영화의 문법은 다르다. '소설의 영화화'의 저<br />
자 조지 블루스턴은 "소설이 관념적인 형태라면, 영화<br />
는 지각적이며 재현적 형태의 예술"이라고 썼다. 소설<br />
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할<br />
수 있지만, 시간이 정해진 영화는 감정뿐만 아니라 플<br />
롯을 필요로 한다. 소설의 관념성을 영화의 시각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