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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107<br />
미주트레킹 : 산티아고 순례길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7<br />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1)<br />
피니스테레. 세상의 끝. 세속의 지명은 피스<br />
테라입니다. 어느 길을 택하든 한 달 넘<br />
게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면서도 여전히 순례<br />
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이들은 또 다시 배낭을<br />
걸쳐 메고 120km의 거리를 더 걸어 대서양의 끝<br />
피니스테레로 향합니다.<br />
산티아고를 방문한 순례자들의 의미있는 종착지<br />
로 피스테라로 가는 이유는 헤로데 왕에게 죽임<br />
을 당한 성 야고보의 시신을 돌로 만든 배에 실<br />
어 바다에 띄웠는데 그 유해가 흘러와 발견되어<br />
산티아고로 옮겨서 안치 시켰다고 전해지기 때문<br />
입니다.<br />
카미노 피스테라로 불리는 이 길은 천동설을 신<br />
봉해왔던 중세 시대에는 그저 바다로 막혀버리는<br />
이곳이 끝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온 ‘세상의 끝으로<br />
가는 길’이었습니다.<br />
태양이 서녘 바다로 떨어지는 풍경이 기필코 또<br />
다른 감동이 가슴에 물결칠 것이고 산과 들과 마<br />
을을 보며 걸어왔던 길이 마지막 해안선에 다다르<br />
면 진정한 끝의 의미가 전해 올 것이라고 여기고<br />
우리도 그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br />
산티아고 대 성당에 다시 들러 오늘 도착하는 순<br />
례자들의 격한 감동에 한 번 더 동참하고 광장 한<br />
편에 개축된 파라도르(국영 호텔) 야외 식당에서<br />
점심을 시켜 먹습니다.<br />
유리로 지어진 야외 테이블에 앉아 푸른 하늘과<br />
오래된 성곽 모퉁이를 배경으로 속속 도착하는<br />
이들의 독특한 세레모니를 흥미롭게 보면서 식사<br />
를 즐깁니다. 메뉴 델 디아(Menu Del Dia). 스페<br />
인의 독특한 식당문화로 오늘의 요리 라고 할 그<br />
날 선정된 특별 식단을 코스 요리로 나오며 요금<br />
은 일반 주문보다 매우 싼 형태입니다. 얄팍한 음<br />
식 지식으로 자칫 후회스런 주문을 하느니 편하<br />
게 이 한마디 외치면 알아서 쭉 나오는 순서대로<br />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br />
와인에 맥주에 낮술을 즐기다 보니 버스를 타고<br />
가려고 터미널로 갔는데 아차 차는 떠나버리고<br />
하루에 단 세 번 있는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br />
무려 6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br />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달려갑니다. 대신 두 세 시<br />
간 걸리는 버스길을 한 시간 만에 도착했으니 어<br />
촌 마을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죠.<br />
산마루 이어지는 곳에 지어진 숙소에다 여장을<br />
풀고 발아래 가득 채워지는 어촌의 풍경을 감상<br />
하며 간단한 요기를 합니다. 남향으로 난 넓은 유<br />
리창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푸짐하게 드는 명당<br />
자리입니다.<br />
깊이 휘어져 들어온 만에는 좌측으로 마을이 끝<br />
나는 지점에 소담스런 백사장이 이어지고 마을의<br />
중심부에는 부족하지 않은 어부의 삶을 이어오게<br />
해준 선박들이 가득 정박되어진 포구가 있어 아<br />
름다운 풍경을 더해줍니다.<br />
그리 깊지 않은 바다는 바닥에 깔린 바위들도<br />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합니다. 청정한 어<br />
촌 피스테라. 정감이 전해오는 예쁜 마을입니다.<br />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