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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226_03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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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4989@gmail.com <strong>주간연예</strong> 101<br />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가버<br />

다 렸을까? 아무도 찾아주는 이<br />

없는 빈방에 홀로 누워 숨을 몰아쉬<br />

는 노인의 야윈 손엔 힘이 없었다. 약<br />

품 냄새 진동하는 병원 한쪽 방에 누<br />

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에<br />

잠겨있을까? 말을 할 수 없어 글로 자<br />

신의 마음을 전하는 노인, 노인을 위<br />

임해 줄 사람 하나 없어 그는 누군가<br />

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나를<br />

기억해 낸 것이다.<br />

노인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정녕 나<br />

하나였을까? 선뜻 노인을 위임해 주겠<br />

다고 약속하며 몇 장의 위임장에 서명<br />

하는 내 손마저 떨리는 것은 노인의<br />

외로움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br />

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당신 손에 맡<br />

깁니다.”라고 말하는 수 간호사의 말<br />

이 끝났을 때 어딘가부터 전해지는 허<br />

전한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노<br />

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눈을 껌벅이<br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br />

예진회 대표 • 박춘선<br />

하늘이시여!<br />

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br />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잘 될 겁<br />

니다.”라고 말하자 그가 내 손을 꼭 잡<br />

는다. 아무도 없이 먼 길을 홀로 살아<br />

온 지나온 세월은 그에게 고독이었고<br />

외로움이었다. 이제 그나마 그렇게 홀<br />

로 살다 그렇게 가기를 원했건만, 암이<br />

라는 무서운 병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br />

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병으<br />

로 받는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br />

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br />

다는 것이다.<br />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병실에 홀로<br />

누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노인,<br />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소연이라도<br />

해 보련만, 그럴 수 없는 지금의 그의<br />

처지가 안타깝게 마음을 짓누른다.<br />

병원에서 “이 분이 잠잘 때 어떻게 자<br />

나요? 편하게 자나요? 아니면 코를 골<br />

던가요? 아니면 기침을 하던가요?”라<br />

고 묻는다. “모르는데요. 저는 이분의<br />

아내가 아니라서 같이 잠을 잔 적이<br />

없는데요.”라고 하자 그녀가 “아! 미안<br />

해요.”라며 깔깔 웃는다. 아내라도 있<br />

다면 저렇게 홀로 고독하게 병실에서<br />

밤을 보내지는 않을 테지.<br />

생각해 보면 삶이란 그다지 별스러운<br />

것도 아니건만, 길어야 백 년이나 살려<br />

나, 그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살았으며<br />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어느 날 손<br />

놓고 저 먼 세상으로 떠나는 그 순간<br />

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br />

뿐이다. 가끔 병으로 고통받으며 병실<br />

에 누워있는 그들을 볼 때 인생의 허<br />

무함을 느낀다. 우리도 어차피 그렇게<br />

갈 인생이건만, 세상에 부귀영화를 누<br />

리려고 애쓰며 사는 우리를 본다. 좋<br />

은 집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명품들<br />

이 과연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br />

일까?<br />

노인이 내뱉는 가래가 가슴으로 흘<br />

러내린다. 기침할 때마다 손을 부여잡<br />

는 노인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다.<br />

고통으로 일그러진 노인의 얼굴에 희<br />

망이 사라진다. “고통이 사라지면 행<br />

복이 오는 것 같이 지금은 힘들겠지만,<br />

조금만 참으세요. 수술하면 금방 나아<br />

집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br />

요.”라고 위로해 보지만, 그는 그 말 한<br />

마디조차 듣기 힘들어한다. 그저 고개<br />

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br />

길거리엔 노란 개나리가 하늘거리는<br />

데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온 천지를<br />

가려버린다. 저 눈도 노인의 아픔을 그<br />

렇게 가려주면 얼마나 좋으리. 그래서<br />

눈이 녹듯이 그의 아픔과 고통도 모두<br />

다 녹아 없어져 버린다면 더 바랄 것<br />

이 없으련만, 눈은 녹아 사라져 버렸는<br />

데 노인의 아픔은 그저 남아 있구나, “<br />

아픔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무<br />

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없었다. 그러<br />

나 그에게 희망을 품어주고 싶었다. “<br />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가 있잖<br />

아요. 우리가 함께 할게요.”라고 말하<br />

는 나의 손을 잡는 그의 아픔이 아파<br />

내가 아팠고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br />

되어 슬펐다.<br />

하늘이시여! 더 큰 고통 속에 있는 이<br />

들을 먼저 살려주시고 남아있는 작은<br />

사랑 한 조각 노인에게 나누어 주소<br />

서, 그리하여 노인의 아픔을 멈추게<br />

하소서.<br />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br />

www.ykc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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