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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4989@gmail.com <strong>주간연예</strong> 101<br />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가버<br />
다 렸을까? 아무도 찾아주는 이<br />
없는 빈방에 홀로 누워 숨을 몰아쉬<br />
는 노인의 야윈 손엔 힘이 없었다. 약<br />
품 냄새 진동하는 병원 한쪽 방에 누<br />
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에<br />
잠겨있을까? 말을 할 수 없어 글로 자<br />
신의 마음을 전하는 노인, 노인을 위<br />
임해 줄 사람 하나 없어 그는 누군가<br />
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나를<br />
기억해 낸 것이다.<br />
노인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정녕 나<br />
하나였을까? 선뜻 노인을 위임해 주겠<br />
다고 약속하며 몇 장의 위임장에 서명<br />
하는 내 손마저 떨리는 것은 노인의<br />
외로움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br />
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당신 손에 맡<br />
깁니다.”라고 말하는 수 간호사의 말<br />
이 끝났을 때 어딘가부터 전해지는 허<br />
전한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노<br />
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눈을 껌벅이<br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br />
예진회 대표 • 박춘선<br />
하늘이시여!<br />
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br />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잘 될 겁<br />
니다.”라고 말하자 그가 내 손을 꼭 잡<br />
는다. 아무도 없이 먼 길을 홀로 살아<br />
온 지나온 세월은 그에게 고독이었고<br />
외로움이었다. 이제 그나마 그렇게 홀<br />
로 살다 그렇게 가기를 원했건만, 암이<br />
라는 무서운 병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br />
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병으<br />
로 받는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br />
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br />
다는 것이다.<br />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병실에 홀로<br />
누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노인,<br />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소연이라도<br />
해 보련만, 그럴 수 없는 지금의 그의<br />
처지가 안타깝게 마음을 짓누른다.<br />
병원에서 “이 분이 잠잘 때 어떻게 자<br />
나요? 편하게 자나요? 아니면 코를 골<br />
던가요? 아니면 기침을 하던가요?”라<br />
고 묻는다. “모르는데요. 저는 이분의<br />
아내가 아니라서 같이 잠을 잔 적이<br />
없는데요.”라고 하자 그녀가 “아! 미안<br />
해요.”라며 깔깔 웃는다. 아내라도 있<br />
다면 저렇게 홀로 고독하게 병실에서<br />
밤을 보내지는 않을 테지.<br />
생각해 보면 삶이란 그다지 별스러운<br />
것도 아니건만, 길어야 백 년이나 살려<br />
나, 그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살았으며<br />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어느 날 손<br />
놓고 저 먼 세상으로 떠나는 그 순간<br />
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br />
뿐이다. 가끔 병으로 고통받으며 병실<br />
에 누워있는 그들을 볼 때 인생의 허<br />
무함을 느낀다. 우리도 어차피 그렇게<br />
갈 인생이건만, 세상에 부귀영화를 누<br />
리려고 애쓰며 사는 우리를 본다. 좋<br />
은 집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명품들<br />
이 과연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br />
일까?<br />
노인이 내뱉는 가래가 가슴으로 흘<br />
러내린다. 기침할 때마다 손을 부여잡<br />
는 노인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다.<br />
고통으로 일그러진 노인의 얼굴에 희<br />
망이 사라진다. “고통이 사라지면 행<br />
복이 오는 것 같이 지금은 힘들겠지만,<br />
조금만 참으세요. 수술하면 금방 나아<br />
집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br />
요.”라고 위로해 보지만, 그는 그 말 한<br />
마디조차 듣기 힘들어한다. 그저 고개<br />
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br />
길거리엔 노란 개나리가 하늘거리는<br />
데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온 천지를<br />
가려버린다. 저 눈도 노인의 아픔을 그<br />
렇게 가려주면 얼마나 좋으리. 그래서<br />
눈이 녹듯이 그의 아픔과 고통도 모두<br />
다 녹아 없어져 버린다면 더 바랄 것<br />
이 없으련만, 눈은 녹아 사라져 버렸는<br />
데 노인의 아픔은 그저 남아 있구나, “<br />
아픔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무<br />
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없었다. 그러<br />
나 그에게 희망을 품어주고 싶었다. “<br />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가 있잖<br />
아요. 우리가 함께 할게요.”라고 말하<br />
는 나의 손을 잡는 그의 아픔이 아파<br />
내가 아팠고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br />
되어 슬펐다.<br />
하늘이시여! 더 큰 고통 속에 있는 이<br />
들을 먼저 살려주시고 남아있는 작은<br />
사랑 한 조각 노인에게 나누어 주소<br />
서, 그리하여 노인의 아픔을 멈추게<br />
하소서.<br />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br />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