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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최종인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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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추모ㅣ 백명원 권사를 그리며

우리가

다시 만날 소망에

감사합니다.

글_ 민유자 권사

백명원 권사님은 제가 처음 만난 이후 삼십 년을 한결같

이 매력적인 외모를 특징으로 기억할 만큼 아름다운 분이

셨습니다.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키도

크고 인물도 좋으신데다 근년에는 머리 염색을 중단하고

겸연쩍어 하셨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백발이 매우 잘 어

울리셨어요.몇 달 전, 어지럼증이 생겨서 의사의 강권으로

지팡이를 들고 오셔서는 소녀 같은 미소로 웃으면서 부끄

러워하셨지만 저는 그 지팡이마저도 멋의 일부로 보여서

은퇴한 서양 여배우를 떠올릴 만큼 세련된 아름다움을 간

직한 분이셨습니다.

미모도 미모려니와 백 권사님의 온화한 미소는 참 일품

이었지요. 늘 만나는 저에게도 따뜻함과 푸근함으로 한결

같이 사랑하고 감싸주셨지만 곁에서 뵙건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격의 없이 다가가서 그 일품의 미소로 친화력

을 발휘하는 사랑이 많고 품격이 높은 성품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백 권사님의 열성적인 신앙생활은 늘 저에게

본이 되었습니다. 백윤조 장로님과 함께 새벽기도를 그토

록 중히 여기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거르지 않았던 신실한

분이셨습니다. 일상에서는 곱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무서

움도 많으셨지만 믿음만은 강해서 이런 약점을 뛰어넘었

습니다.

특별히 십여 년 전에 받았던 심장수술의 시한이 다 되어가

면서도 본인의 타고난 연약한 성품을 이기고 하나님 곁에

더욱 가까이 계신 듯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그런 확

신에 찬 믿음의 강고함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저에게는

이제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물론 슬하에 남기신 자손들에

게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백 권사님이 찬양하실 때의 부드러운

알토 음성을 좋아했습니다. 백발의

단정한 모양새로 앞쪽에 앉아

예배드리시던 백 권사님

의 뒷모습이 선명히 떠

오릅니다. 찬송을 즐

기셔서 손뼉을 치시

면 즐겁게 음률을

타셨어요. 그 뒷모습

을 바라만 봐도 은혜

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

였습니다. “이제는 목소리

가 정말 안 나와!”라고 하시던

권사님! 이제는 목소리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기쁨으로 마음껏

속 시원히 찬송하실 수 있겠네요! 힘써 달겨갈 길 다 가고

이 세상 숙제를 모두 아름답게 끝마치신 권사님! 할렐루야!

가까이서 뵙건데 백윤조 장로님과 백명원 권사님은 연

리지의 부부애가 이런 것이라는 듯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주셨어요. 이제 권사님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으신 장로님

에게는 생살이 찢기는 아픔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 가운데

서도 장로님의 남은 날들 또한 축복임을 분명히 우리가 알

고 있습니다. 권사님을 다시 만날 소망 가운데 감사로 이

어지는 나날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WINTER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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