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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최종인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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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한국학교의 어머니...

조명희 권사님, 보고싶습니다.

글_ 나승희 집사, 사진_ 허혁 집사

우리의 가슴속에는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생

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고, 선한 용기가 생기

는 고마운 사람, 저희에겐 한국학교 교장과 성가대에서 섬

기시던 조명희 권사님이 그런 분이십니다. 조명희 권사님

은 난로 같은 분이셨습니다. 썰렁한 교실에서 타닥타닥 홀

로 온기를 채우며 아이들의 언 손과 발을 녹여주는 난로처

럼, 조 권사님께 가까이 다가가면 좀처럼 떠나기가 싫었습

니다.

조 권사님은 저희에게 소통이 무엇인지 알게 하셨습니다.

필요한 자에게 겸손히 자신을 열어 주시고 가난하고 그늘

에 가려지고 뒤처진 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으셨습니

다. 또한 희생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셨습니다. 다른 사람에

게 짐을 지우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늘 자신의 시간과 물질

과 노동을 먼저 드려 본을 보이셨습니다. ‘솔선 수범’이라는

사자성어는 그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물

질에 대해 깨끗하셨고 베풂을 즐거워하셨습니다.

4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올 때 초등학교 교과서를 싸오

실 정도로 교육에 열정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32년의 세

월 동안 쉼 없이 한국학교를 무보수로 섬기셨습니다. 조 권

사님의 웃음은 아이들의 웃음처럼 맑았고, 아이들이 있는

곳엔 칭찬과 격려를 담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시던 그분

의 고운 음성이 있었습니다.

미루고 하나님의 집을 세우고 새로운 세대들의 한국어교

육과 신앙교육을 위해 즐겁게 짐을 지고 주 안에서 기뻐하

셨던 분이었습니다. 곳곳에 그 분의 향기가 그윽했고, 그래

서인지 권사님은 아름다우신 용모는 물론이고 그분의 향

기가 저희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제 주 예수 그리스도가 다스리시는 하늘나라로 주소는

옮기셨지만, 권사님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베어먼 할아버지처럼 마지막 잎새를 우리에게 남기고 가

셨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믿음의 유산, 모진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사랑과 헌신과 배려의 유산, 대한인의 기상으로 그

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차세대의 교육을

향한 열정의 유산입니다.

이제 우리 마음의 창문을 열면 그분이 남긴 마지막 잎새가

겨울을 이길 지혜를 줄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 어느 날 저

희들이 그 동네에 갈 때까지 그 고운 음성으로 늘 새 노래

를 불러주세요. 저희들도 왕 되신 예수님께 기도의 편지를

올려드릴게요.”

연세가 드시니 무거운 책이나 서류, 물건들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시는 것도 쉽지 않아 무릎이 아프고 기침이 오래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싱그러운 미소는 여전했고 자

원하시는 봉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내 일 뒤로

사진 설명: 한국 학교 수업을 지도하시는 조 권사님 모습(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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