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2.2022 Views

TCN 35호 2022년 12월 2일 B면

You also want an ePaper? Increase the reach of your titles

YUMPU automatically turns print PDFs into web optimized ePapers that Google loves.

29<br />

Living & News<br />

DEC 02 2022<br />

방역완화냐 강경대처냐…<br />

3연임 시진핑 ‘백지시위’ 첫 시험대<br />

톈안먼 시위 이후 33년만의 조직적 목소리…제로코로나 ‘중대기로’<br />

지난달 당 대회를 통해 강고한 장기집권<br />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였던 시진핑 중국<br />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하자마자 엄<br />

중한 시험대에 올랐다.<br />

시 주석이 받아든 시험지는 코로나19 관<br />

련 고강도 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이른바 ‘<br />

백지 시위’(항의 표시로 흰 종이를 펴드는<br />

것)에 어떻게 대응할지다.<br />

2020년 우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코<br />

로나19가 대규모 확산했을 때도 위기였<br />

지만 그때는 전적으로 바이러스와의 싸<br />

움이었다면 이번엔 분노한 ‘민심’과 마주<br />

했다.<br />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 우루무치<br />

에서 19명의 사상자를 낳은 아파트 화재<br />

가 발생한 뒤 진화 지연과 고강도 방역 조<br />

치가 관련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 베이<br />

징, 상하이, 우한, 청두, 난징, 광저우 등 대<br />

표적 대도시에서 수백∼수천 명 단위로 전<br />

개되고 있다.<br />

규모 면에서는 아직 1989년 톈안먼 민<br />

주화 시위 때의 상황과 비교할 수준은 아<br />

니지만, 톈안먼 사태 이후 33년간 정부 정<br />

책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이번처럼 전국<br />

여러 곳에서 조직화해서 나온 적이 없었<br />

기에 그 파장은 속단을 불허하는 형국이<br />

다.<br />

톈안먼 사태 이후 출생한 20대들 사이에<br />

서는 ‘우리가 역사의 증인이 될 것 같다’는<br />

말들까지 나온다고 한다.<br />

상하이 시위에서 ‘시진핑 퇴진’을 요구<br />

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28일 시점<br />

에서 시위는 전면적 반정부 또는 반체제<br />

운동이라기보다는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br />

표출 및 시정 요구에 가까워 보인다.<br />

장기 봉쇄가 대표하는 중국의 고강도 방<br />

역 정책이 만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친<br />

시민들의 절망과 분노에 우루무치 화재가<br />

도화선 역할을 한 상황이다.<br />

진화 지연과 방역 정책은 무관하다고<br />

정부는 누차 밝혔지만, 중국 전역에서<br />

발생한 시위는 중국인들이 그 말을 곧<br />

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br />

줬다.<br />

직접 경험한 봉쇄 상황에 비춰 자신이<br />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과 ‘연대<br />

의식’이 시위의 불을 댕긴 것으로 볼 수<br />

있다.<br />

어쨌든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처<br />

음 민심의 조직적 저항에 봉착했다.<br />

사태가 방역 관련 시위에 머물 것이냐, ‘<br />

민주화 시위’로 커질 것이냐의 갈림길에서<br />

시 주석 앞에는 크게 보면 강경 대응과 방<br />

역 정책 완화의 양쪽 선택지가 있는 것으<br />

로 볼 수 있다.<br />

방역 완화는 이미 지난 10일 최고 지도<br />

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거쳐<br />

11일 내놓은 20가지 이른바 ‘최적화 조치’<br />

를 통해 ‘일률적 봉쇄’를 하지 말라는 지침<br />

을 내림으로써 일부 시도했다.<br />

그러나 그 이후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br />

나자 다시 지역별로 고강도 방역으로 되<br />

돌아갔고, 그 와중에 이번 사태가 불거졌<br />

다.<br />

특히 대규모 중증환자 치료 시설 등이<br />

채 완비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방역 완화<br />

가 의료 붕괴 사태로 연결될 경우 혼란이<br />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시진핑 지도부에<br />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br />

강경 대응은 상하이 시위대 중 체포한<br />

이들에 대해 ‘본보기성’으로 강한 처벌을<br />

하는 동시에 앞으로 벌어지는 시위를 원천<br />

봉쇄하는 등의 방법이다.<br />

그러나 지난달 당 대회를 통해 ‘인민영<br />

수’의 칭호를 일선에 확산시킨 시 주석 입<br />

장에서 경제 상황까지 여의치 않은 터에<br />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택할 경우<br />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br />

온다.<br />

현재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이번 시<br />

위 사태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국영방송<br />

인 중앙TV(CCTV)는 28일 저녁 메인 뉴스<br />

프로그램인 신원롄보( 新 聞 聯 播 ) 첫 뉴스<br />

로 몽골 대통령 국빈 방문 및 시 주석과의<br />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고 바이두 등 포털<br />

사이트들은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유<br />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 펼치는 베이징 시민들<br />

中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모식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요구하는 '백지 시위'<br />

호주 거주 중국인들도 '백지 시위' 동참<br />

인 우주선 선저우 15호 발사 소식을 메인 시 주석 지도부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br />

뉴스로 소개했다.<br />

다.<br />

또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27∼28일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의 중국<br />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 대사관 근처에서는 현지 중국인들을 포함<br />

확산에 대한 질문에 “사실에 부합하지 않 한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고, 28일 호주 멜<br />

는다”고 답했고, 이번 시위를 촉발한 우 버른에서는 현지 중국인 커뮤니티가 주도<br />

루무치 화재에 대해 “소셜미디어상에 일 한 시위가 벌어졌다.<br />

부 다른 속셈이 있는 세력이 이번 화재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한 감염자 최소화<br />

현지의 방역 정책과 연결 지었다”고 주장 를 서구와의 체제 경쟁 소재로 부각해온<br />

했다.<br />

중국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의 ‘역풍’에 어<br />

한편 해외 발로 고강도 방역 중단을 요 떻게 대응할지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관<br />

구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심사가 됐다.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