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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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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21<br />

이것은 연속적인 서사가 아닌 단절의 미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에 의하면<br />

브레히트는 이야기 fable를 중시함에 따라 드라마텍스트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수동<br />

적 대리인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21) 레만은 줄거리가 아니라, 신체적<br />

상태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강조한다.<br />

고통과 쾌락의 상태에서 그 자체로 이미 “탈의미화 하는” 몸의 현실이 [...] 자기지시적으로<br />

연극의 테마로 선택될 때, 무엇이 생기겠는가? 바로 이런 것이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br />

발생한다.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몸 자체, 그리고 몸을 관찰하는 행위와 과정을 연극미학적<br />

대상으로 삼는다. 22)<br />

담론과 진실을 해체하는 것에서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데리다, 푸코, 리오타르와<br />

더불어 산업사회의 완고하고 경직된 각질상태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다. 포스트드라<br />

마 연극의 특징은 진실을 유예하고, 위계구조를 해체하며, 진실을 비담론적 신체유희<br />

로 대체하는 것이다. 포스드라마 연극은 그러므로 담론적 진술을 표현대상의 밀도로<br />

대체한다.<br />

레만은 이러한 새로운 연극에 대해 ‘포스트모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부<br />

터 확연히 거리를 취한다. ‘포스트모던’이라는 용어 하에서 그가 이해하는 것은 “시<br />

기적인 범주”이다. 이 범주는 과정의 성격과 다원성의 강조, 또 해체, 데포르마시옹,<br />

단편화 등의 의도에서와 같은 서로 다른 예술방식과 컨셉트 면에서 무엇보다도 모더<br />

21) 포스트드라마 연극이 관객과 소통하고 중계하는 방식은 이성적 차원을 경유해서가 아닌, 일종의<br />

호흡, 리듬, 몸의 에너지전이를 통해서다(Vgl. Lehmann, a. a. O., S. 262.) 라고 주장하면서 레만<br />

이 브레히트를 혁신자가 아닌 희곡적 전통의 보수적 대리인으로 폄하하는 이러한 시각은 공정하<br />

다고 볼 수만은 없다. 주지하듯이 브레히트는 이야기를 연극의 핵심으로 파악하고, 변증법적으로<br />

잘 짜여진 이야기를 통하여 관객의 의식과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정치적이고 이성적 연극을 추구<br />

하였다. 물론 이 같은 이념적 도그마화의 경향이라든가 합리성의 강조가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br />

는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관객에게 있어서 늘 감정과 이성의 공동작용을 목표로<br />

하였다. 그는 몽타주 기법을 도입하여 비약적 종결을 강조하고 열린 형식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함<br />

으로써 관객이 무대사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브레히트의 서사적-변<br />

증법적 연극과 특히 그것의 극단적 형태인 학습극 연극 Lehrstücktheater, learning play은 궁극적<br />

으로 구체적인 정치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행동’(learning by doing)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br />

감안한다면, 브레히트의 연극을 평가하는 레만의 관점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편협하다.<br />

22) Lehmann, a. a. O., S.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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