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27
50-60년대에 처음으로 퍼포먼스 문화의 발전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 중심이
동은 언어, 지각, 그리고 인식의 위기 내지 ‘재현의 위기’로 파악되는 20세기 전환기
의 문화위기에서 그 출발점을 갖는다. 1960년대 이후부터 ‘퍼포먼스’, ‘수행적인 것’
이 문화적 주도개념으로 상승하고 있다면, 20 세기전환기에는 ‘연극성’이라는 개념이
당시 문화를 주도하는 기능을 맡았다. 연극성이라는 개념을 1908년에 맨 처음 사용
한 사람은 러시아 연극인 니콜라이 에브레이노프 Nikolai Evreinov(1879-1953)로, 그
는 연극성을 “우리가 인지한 세상을 창조적으로 변형하는 행위의 일반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칙” 34)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이 법칙을 개개의 모든 예술적, 종교적 활동에
앞서는, “미적인 것 이전의 본능”으로 파악하면서 연극성을 삶의 모든 현상에 관련되
는 것으로 폭넓게 이해하였다.
“연극성”에 대한 에브레이노프의 이 같은 새로운 인류학적 개념규정은 연극개념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타 장르의 ‘문화적 퍼포먼스들’(cultural performance)의 연극
화도 동시에 초래하였다. 그 결과 역사적 아방가르드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기존
의 텍스트 중심의 재현 연극을 축제, 제의, 서커스 혹은 버라이어티 공연, 정치적 집
회나 해프닝 등과 같은 다양한 다른 종류의 ‘문화적 퍼포먼스들’로 변형시킬 것을 요
구하였다. 35) 이들의 공통된 관심은 연기자와 관객이 분리되지 않고 일치하는 것에,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관객에 대한 영향에 집중되었다. 그리하여 관객을 활성화하려
는 목표에 맞추어 연극의 지배적 특징이 지시적 기능으로부터 수행적 기능으로 옮겨
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수행적인 것에 대한 근본적인 새로운 발견 내지 가치평가는 이미 20 세기
전환기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 아방가르드운동에 의한 ‘수행적인 것’의
발견으로 이미 1910년대에 그 당시 유효하던 연극, 예술 그리고 문화의 개념이 의문
시 되고, 1952년의 에서 실행된 것과 같은 다른 개념의 연극과 예
술 그리고 문화 이해를 위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게 되었다.
34) Zit. n. Erika Fischer-Lichte, “Verwandlung als ästhetische Kategorie. Zur Entwicklung einer neuen
Ästhetik des Performativen”, a. a. O., S. 15.
35) 이를테면 페터 베렌스, 아피아, 자크-달크로즈, 막스 라인하르트 에브레이노프는 연극을 축제로,
게오르크 푹스, 아르토는 제의의 형태로, 마리네티, 아르바토프, 에이젠슈타인은 서커스 혹은 버
라이어티 공연으로, 또 메이어홀드, 피스카토어는 정치적 집회로, 다다이스트, 미래주의자, 초현실
주의자들은 해프닝의 형태로 바꾸어나갈 것을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