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25
은 희곡이 대화, 갈등, 해결, 형식의 추상화 등의 변증법을 담보하는 한 그것을 포기
한다. 이들이 이 변증법을 거부하는 이유는 희곡을 세계의 모델로서 보는 것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사라진 까닭이다. 이들은 “희곡과 논리, 그리고 희곡과 변증법의 공범
관계”의 전통에서 이탈한다. 왜냐하면 세계모델로서의 희곡은 실재로부터 추상화되
고 멀어지면서 종료되었고 또 희곡의 이러한 특성이 미디어 역사 상 어차피 오래 전
에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작품에서는 진행되는 공연이 함유하고 있
는 세계, 즉 시간과 공간의 물질성과 그리고 행위자들의 몸성과 물질성이 강하게 부
각되는 것이다. 29)
요약해서 말하자면,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연극이 관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
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연극 기호와 요소들의 스펙트럼
을 확장하였다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네오아방가르드 연극은 관객에게 모든 임의의
기호현상을 무제한 실행하거나 혹은 의미의 지시를 포기하고, 제시된 형태들을 단
순히 그 구체적, 물질적, 현상적 존재 형태로 경험할 자유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
다. 30)
다만 연극학에서의 용어 사용에 있어서 네오아방가르드 개념은 상대적으로 종속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아방가르드 개념이 무엇보다도 분석적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예리함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수행적 전환’과
‘포스트드라마 연극’(탈희곡적 연극)이라는 두 범주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진행되어
온 미학적 입장과 강조점의 이동(기호성에서 수행성으로의)을 정의하고 기술(記述)하
는 과정에서 네오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개념으
로 입증되었을 뿐더러 작금에 연극학적 담론을 주도해온 것과 관련이 있다. 결국 2차
세계대전 후에 형성되기 시작한 네오아방가르드 연극으로서의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탈희곡적인 것’과 ‘수행적인 것’의 미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인 자극과 영향을 끼친 점에서 역사적 아방가르드 연극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동시
에 이를 극복하고 더욱 극단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9) Vgl. Andreas Kotte, Theaterwissenschaft, Köln · Weimar · Wien: Bählau, 2005, S. 111.
30) Vgl. Erika Fischer-Lichte, Die Entdeckung des Zuschauers. Paradigmenwechsel auf dem Theater des
20. Jahrhunderts, Tübingen u. Basel: Francke, 1997, S.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