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17
성, 부가(附加), 몽타주 등을 통해서 “탈중심화된 주체성”의 모델을 가리키는 새로운
시간, 공간, 인물 등이 생성되었다.
그러나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관해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학문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이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나 한스-티스 레만 Hans-Thies Lehmann의 단행본 포
스트드라마 연극(1999)이 출간되면서부터이다. 여기서 저자는 게르다 포쉬만이 개발
한 ‘희곡 이후의 연극 nachdramatisches Theater’ 이론 9)에 따라서 포스트모던 시대에
출현한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현상을 그것의 생성에서부터 설명할 뿐만 아니라, ‘포스
트드라마’라는 용어가 커버할 수 있는 유효한 범위도 서술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연
극에 관한 이론서라기보다 철학서에 가까운 레만의 이 책은 오늘날 20세기 말엽의
연극을 말할 때 ‘포스트드라마 연극’이라는 개념 없이는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할 정
도로 중요한 학문적 담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2. 포스트모니즘, 역사적 아방가르드, 네오 아방가르드 연극과의 관계
이와 같은 형태의 새로운 공연예술의 출현은 전통적인 주체 개념이 해체되는 시점
과 맞물려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주체가 이성 및 의식적인 것에 기초하였다면, 20세
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욕망의 주체’, ‘몸의 주체’라는 새로운 주체 개념이 대두하기
시작한다. 10) 새로운 주체 개념의 진원지는 무엇보다 니체 철학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는 몸에서 종래의 주체 개념에 대한 대안을 찾는다. 몸과 정신에 대한 니체의 새로운
관계 정립은 서구 형이상학에 뿌리를 둔 이분법적 사고의 해체에서 비롯한다. 또한
니체가 내세우는 ‘생성 Werden’ 개념 역시 모더니즘 세계의 총체성을 거부하고 새로
이 부상하기 시작한 ‘해체’의 개념의 토대가 된다.
2차 대전 이후 포스트구조주의의 담론을 주도한 철학자에 속하는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역시 논리, 이성, 존재 중심적 사고로 대변되는 서구의 전통형이상학
9) 게르다 포쉬만은 다중관점에 입각한 연극텍스트 내에서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서사와 개인의 지
양(止揚), 몸의 탈의미화, 의미의 규명불가능 등이 ‘포스트드라마적인 것’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Vgl. Gerda Poschmann, Der nicht mehr dramatische Theatertext. Aktuelle Bühnenkunst und ihre
dramaturgische Analyse, Tübingen: Niemeyer, 1997. 특히 이 책의 296, 309, 292쪽 참조.
10) 에리카 피셔-리히테, 기호학적 차이, 연극에서의 몸과 언어 - 아방가르드에서 포스트모던으로, 심
재민 역, 37(2005 여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38-258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