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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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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29<br />

을 거부하고, 예술가 자신의 고유한 몸(몸성)을 재료로 택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유<br />

고슬라비아 출신의 행위예술가인 아브라모비치 역시 여기에 속한다.<br />

그녀는 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에서 옷을 완전히 벗은 다음, 갤러리의<br />

뒷벽으로 가서 별의 뾰족한 다섯 꼭지가 있는 테로 둘려진 자신의 사진을 핀으로 꽂아놓았<br />

다. 그녀는 뒷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여진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하얀 식탁보, 적포도<br />

주 한 병, 꿀 한 잔, 크리스탈 유리잔 하나, 은수저 하나와 채찍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녀<br />

는 식탁 앞의 의자에 앉더니 꿀이 든 잔과 은수저를 집었다. 천천히 잔을 비우며 1킬로그램<br />

의 꿀을 다 마셨다. 그리고 적포도주를 크리스탈 유리잔에 부어 느린 호흡으로 마셨다. 이<br />

행동을 반복하여 병과 유리잔을 다 비웠다. 그 다음에 오른 손으로 유리잔을 깨뜨리자 손<br />

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일어서서 사진이 붙어 있는 벽으로 갔다. 벽을<br />

등지고 관객을 정면으로 향한 채 그녀는 면도날로 자신의 배에 다섯 모서리의 별을 새겨<br />

넣었다. 피가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채찍을 쥐더니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br />

사진 아래서 무릎을 꿇은 채 격렬하게 등에 채찍을 휘둘렀다. 줄모양의 피맺힌 자국이 나<br />

타났다. 이어서 얼음 덩어리로 된 십자가에 눕고는 두 팔을 활짝 폈다. 천정에 매달린 순간<br />

발열기가 그녀의 배를 비추자 그 열기로 인하여 배에 새겨진 별에서 다시금 피가 나왔다.<br />

아브라모비치는 얼음 위에 꼼짝 않고 누워 있었고, 순간발열기가 얼음을 다 녹일 때까지<br />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지속시킬 의향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가 그 고문을 중단시킬 기색<br />

없이 30분 동안 얼음으로 된 십자가 위에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자, 관객들이 제각각 자신<br />

들의 고통을 더 오래 참을 수 없었다. 이들은 얼음덩어리로 달려가서 그 여성예술가를 잡<br />

더니 십자가에서 끌어내 실어 날랐다. 이로써 관객들이 그 퍼포먼스를 종료시켰다. 37)<br />

이 퍼포먼스가 택한 미학적 소통방식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br />

‘사건’과 ‘돌발성’이다. 이 퍼포먼스는 기존 예술의 어떤 전통이나 기준에 의해서도<br />

예견되거나 또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을 돌발적 사건이다. 두 시간이 흐르는 동안<br />

행위자와 관객들은 기존의 생산자와 수용자의 관계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동으로 하<br />

나의 ‘사건’을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이란 “일회적이고 반복할 수 없으며, 대<br />

부분 갑자기 등장하고, 어떤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38)을 일컫는<br />

37) Vgl. Fischer-Lichte 2004, a. a. O., S. 9-30.<br />

38) Erika Fischer-Lichte, Diskurse des Theatralen, in: Diskurse des Theatralen, hrsg. v. Erika<br />

Fischer-Lichte, Christian Horn, Sandra Umathum und Matthias Warstat, Tübingen u. Basel: Franc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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