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31
때문에 숨을 멈추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경험한
이러한 변형 transformation들은 쉽게 지각할 수 있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처
럼 관객들에게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정체성이 교란되거나 증발하며, 목소리가 잠기고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는 양상들이야말로 네오아방가르드 시대의 새로운 퍼포
먼스 예술이 추구하는 미적 경험이다. 42) 관객들의 ‘변형’은 그녀의 고통과 이 퍼포먼
스를 종료시켰다. 아브라모비치의 실행이 불러일으킨 이 ‘변형’이 마침내 이 퍼포먼
스에 참여한 관객들을 행위자로 변화시킨 것이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제의
와 스펙터클의 특질들 사이에서 영원히 진동운동을 한다. 즉 제의처럼 예술가와 개별
관객의 변형이 일어나도록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스펙터클처럼 관객들에게 놀라움
과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또 이들을 관음증으로 유혹한 것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전래하는 미학이론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아브라모비치가 실
행한 퍼포먼스는 예술작품의 ‘이해’를 목표로 하는 해석학적 미학의 요구에 집요하게
저항한다. 그 까닭은 이 퍼포먼스에서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
이라기보다 그녀가 행하고 또 관객에게 불러일으킨 ‘경험’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퍼
포먼스에 참여한 사람들, 즉 행위자와 관객의 ‘변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43)
3. ‘수행적인 것’의 미학적 토대 - 혹은 퍼포먼스 개념
지난 30-40년을 되돌아 볼 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특별한 업적이 있다면, 그것은
퍼포먼스[공연] Aufführung, performance의 개념을 정의하는 자질들에 대해 성찰하고,
그 자질들을 도발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며 또 처음으로 의식하게 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퍼포먼스의 개념을 규정하는 자질들에는 행위자와 관객의 신체적 현전, 물
질성의 수행적 생산, 의미의 돌발성 및 사건성 등이 있다.
예술과 관련된 학문에서는 지금까지 작품 Werk, opus의 개념이 언제나 중심에 서
왔다. 그러나 예술 창작에 작품뿐만이 아니라, 공연, 즉 사건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
42) Vgl. Fischer-Lichte 1998, a. a. O., S. 28.
43) Vgl. Fischer-Lichte 2004, a. a. O., S. 17; vgl. dazu auch Günter Berghaus, Avant-garde
Performance. Live Events and Electronic Technologies, New York: Pelgrave, 2005, S. 1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