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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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35<br />
어진다. 말하자면 서양문화에서 전통적으로 대립개념으로 여겨졌던 이분법적 개념쌍<br />
(독자적 주체 대(對)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주체, 미학적/사회적 대 정치적, 현전 대<br />
재현 등)은 이제 퍼포먼스 안에서 양자택일의 방식이 아니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br />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퍼포먼스는 모든 참여자들, 특히 관객들의 위치를 그 자<br />
리에 불러낸 규칙, 규범, 질서들의 ‘사이’로 옮겨다 놓는다. 이는 앞장에서 살펴본 아<br />
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관객들을 아주 극단적인 “사이에 있<br />
는 상태”에, 경계상황에 위치하게 한다는 것이다. 퍼포먼스가 불러일으키는 특별한<br />
경험방식은 경계 border, 즉 리미낼러티의 경험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는<br />
데, 예술적 공연의 경우에는 이를 ‘미적 경험 aesthetic experience’이라고 부를 수 있<br />
다. 이 ‘미적 경험’ 속에서 관계들이 타결되고 권력분쟁이 투쟁 끝에 해결되며, 공동<br />
체가 형성되고 다시 해체된다. 이런 의미에서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하나의 미학적<br />
이고 동시에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과정으로 경험된다.<br />
1960년대에 일어난 ‘수행적 전환’ 이후로 예술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br />
의의 왕성한 담론에 힘입어, 결국 완결되고 해석이 가능한 형태로 발언하지 않는다.<br />
예술의 형체는 의미나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은 이제 우리가 행동하고<br />
탐색하며 체험하고 또 - ‘지각 Aisthesis’이란 말뜻 그대로 - ‘받아들이고’ 답변해야만<br />
하는 과정들과 사건공간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미적 경험의 구조뿐 아니라 예술<br />
의 자기이해도 변화를 맞이한다. 다시 말해서 예술은 그것의 ‘수행성’ 혹은 ‘영향, 작<br />
용’이 결정적이 되는 실제 Praxis로 되는 것이다.<br />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공연에 참여한 모두에게 작용하는 효과들이고 감응(感應)이<br />
며, 이와 더불어 함축된 경험이지, 행위들이 각기 무슨 행위인가 가 아니다. 49) 포스트<br />
구조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리오타르가 퍼포먼스 연극으로서의 포스트드라마 연극<br />
을 가리켜 “현재의 연극”이라고 부르며 ‘수행적인 것’에 특별히 미적, 정치적 관점에<br />
서 “윤리주의 Ethismus” 50)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br />
49) Vgl. Mersch, a. a. O., S. 37.<br />
50) Vgl. ebd., S. 46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