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33
까지 계획하거나 조종하거나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 퍼포먼스는 개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에서 벗어나 있다.
퍼포먼스는 그 과정에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공동주체 Ko-Subjekte” 46)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주체는 독립적인 것도, 또 전적으로 남에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완전하게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
에 대해서는 함께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여기서 퍼포먼스란 - 예술적 퍼포먼스의
경우에도 - 언제나 사회적 과정으로서만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든 참여자
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퍼포먼스의 진행과정을 함께 결정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 중의 어느 누구도 퍼포먼스에 있어서 수동적이라
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참여자 모두는 퍼포먼스의 진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진다.
두 번째, 퍼포먼스의 물질적인 측면 Materialität, 즉 공간성, 몸성, 소리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 비로소 수행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퍼포먼스의 역설적인 면이 발
생한다. 퍼포먼스는 일시적이며 붙잡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퍼포먼스는 현재성
에만, 즉 행위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계속되는 생성과 소멸 안에만 국한된다 하더라
도, 공연하는 중에는 물질적인 대상을 사용한다. 공연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일
차적으로 서로 다른 주체의 의도나 생각 그리고 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떠한
퍼포먼스들이 이 물질적 대상과 함께 이루어져서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고 언제 사라지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연출 Inszenierung’에 의존해 있다. 이
런 점에서 연출의 개념과 퍼포먼스(공연)의 개념은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연출’이
임의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의도되고 계획된 물질성의 수행적 산출 과정이라고 한다
면, 행위자와 관객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되는 ‘퍼포먼스’는 의도되었던 물질성뿐만 아
니라 관객의 반응도 포함한다. 47) 또한 특정한 종류의 퍼포먼스들이 그것을 위해 마
련된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퍼포먼스의 공간성은 언제나 붙잡을 수
없고 일시적이다. 이 때문에 퍼포먼스의 공간성은 실제 공연이 일어나는 건축적인 공
간과 동일시할 수 없다. 퍼포먼스는 오히려 수행적 공간 안에서 또 그 공간을 통해서
만 발생한다. 그러므로 퍼포먼스의 공간성은 존속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
46) Fischer-Lichte 2004, a. a. O., S. 47.
47) Vgl. ebd., S. 325-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