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 한국브레히트학회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개념과 영향미학 139
는 행위자와 나란히 시 · 공간적 맥락과, 무엇보다도 사건을 구성하는 관객의 역할이
필요하다. 퍼포먼스는 예술적 행동이 관객과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57) 이
는 관극이라는 수행적 과정에서 처음으로 의미가 산출되고, 퍼포먼스와의 만남을 통
해 개인적으로 어떤 가능성의 공간이 극장공간 속에서 반복해서 새롭게 체험되고 창
출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연극을 연기하는 것은 수행성 그 이상
이라고 할 수 있다. 58)
하지만 레만이 철학적 에세이에서 강조한 바에 따르면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리오
타르가 말하는 ‘에너지가 충만한 현전’의 토대 위에서 “힘” 내지 “밀도”로 새로운 연
극을 창조하며, 59) 소위 ‘현전의 연극’을 위하여 의미와 재현과 작별을 고한다. 즉, 포
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 물질적 현전이 의미의 지평을 대체하고, “감각성이 의미를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60) 그러나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이와 같이 물리적인 것을 강
조하면서 의미를 내던지는 연극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그리스 연극부터 19세기말
까지의 유럽 연극을 통틀어 텍스트의 사실주의적 모방과 재현의 연극으로 구분할 때
와 마찬가지로, 20세기 후반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바탕을 둔 네오방가르드 연극의 폭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나치게 단순 논리화하는 오류를 또 다시 범하는 것이다.
57) Vgl. Christoph Wulf/ Michael Göhlich/ Jörg Zirfas, “Sprache, Macht und Handeln - Aspekte des
Performativen”, in: dies.(Hrsg.), Grundlagen des Performativen. Eine Einführung indie
Zusammenhänge von Sprache, Macht und Handeln, Weinheim u. München: Juventa, 2001, S. 9-24,
bes.: S. 11.
58) Vgl. Kristin Westphal, “Lernen als Ereignis: Schultheater als performative Praxis. Zur
Aufführungspraxis von Theater”, in: Wulf, Christoph/Zirfas, Jörg (Hrsg.), Pädagogik des
Performativen. Theorien, Methoden, Perspektiven, Weinheim u. Basel: Beltz, 2007, S. 49-58, bes. S.
51.
59) Vgl. Lehmann, a. a. O., S. 56.
60) Ebd., S. 365. 같은 책에서 레만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 호흡과, 리듬, 그리고 몸의 육체적
현전이 갖는 지금시간이 이성 Logos에 앞서 나타난다”(Lehmann, 262)고 말한다. 레만은 이러한
특성이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포함한 “예술형식으로서의 연극에 고유한 특수한 무인공성(無人工
性)”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연극은 의미들을 항시 시간을 펼쳐놓으면서
표현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동인들이 비로소 시작을 알려올 때 어떤 것들은 벌써 가라앉는다. 연
극은 테두리를 하고 미학적으로 묶는 등의, 의미를 심는 힘을 언제나 반복해서 해체하고, 구성된
것을 유희를 통해 영구적으로 파괴한다. 모든 것이, 가장 심오한 의미조차도, 의미부여를 중지시
키고 이것을 불가해한 물질의 소란과 혼합하는 이러한 연기(延期)의 유희 속에서 효력을 잃는
다”(Lehmann, 365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