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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람과 함께하는 - Hyundai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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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작가는 인형 대신, 철제 구조물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건축물의 여과 없는 속살 하나하나가, 선과 면과여백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사진처럼 남았다. 금속성에 끌린 것도, 비계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것도 실은 모두 기억에서 비롯된 일. 특히 ‘Afterimage’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단순한 선의 반복과 겹침의 조형미는 그 기억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저는 일상의 대부분을 공간과 이미지로 기억해요. 어쩌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작업은 그 기억을 복원하고 다시 재건축하는 일일 테고요. 어린 시절의 잔상, 뚜렷한 형상은 없지만 희미한 채로 아름다웠던 무엇. 그래서 작품명도‘Afterimage’라 명명한 거고요.”다시금 그녀의 작품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조용히 더듬어본다. 마치 단단한 그물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선은 작은사각형을 만들고, 이 큐브는 어느 틈에 제2, 제3의 공간을 빚어낸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선과 면은 그렇게 겹치면서유려한 곡선을 이루나 싶더니, 아뿔싸 무릎 높이의 티 테이블이 앉아있는 게 아닌가. 가까이에서 보면 선의 반복일 뿐인데, 열 발자국쯤 떨어져보면 비로소 형태가 보이는 이상한 나라의 가구들. 말 그대로 ‘예술가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실제로 해외 유력 디자인지인 은 박보미 작가의 ‘Afterimage’ 콜렉션에 대해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듯한 착시와 같이, 보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며, 기억의 과정을 표현한 것처럼 해석되기도 하고 시각 이미지와 내면의 관계를 상기시키기도 한다”고 평한 바 있다.Afterimage-Table1,200 x 1,120 x 370mm, <strong>Steel</strong>, 2013Afterimage-021,100 x 550 x 1,300mm, <strong>Steel</strong>, 2011Overlap Bench1,400 x 550 x 1,100mm, <strong>Steel</strong>, ash, 2011백합에도 뼈가 있다면“실물을 보지 못한 분들은 제 작품을 2D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100% 손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거든요. 영감이 떠오르면 스케치를 하고, 그것을 토대로 CAD 프로그램으로 각각의 프레임 길이를 산출해내죠. 그런 다음 각 프레임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용접을 진행해요. 들쑥날쑥한미세한 차이 하나에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에요.”박보미 작가는 최근작 ‘Afterimage’ 시리즈뿐 아니라, 전작인 ‘Overlap Bench(2011)’, ‘Essential Chair(2010)’ 등을통해 꾸준히 예술가구라는 장르를 개척해왔다. 표현하고자 하는 선과 면의 조형미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기억과 시간의 환기, 일상과의 소통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단순히 공간에 수동적으로 놓이는 오브제를 넘어, 공간 혹은 그 속의 사람과 소통하며 창의적이고 새로운 변화를이끌어낼 수 있는 예술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에는 모노톤이었던 ‘Afterimage’ 시리즈에 어떻게 하면 컬러감을입힐지, 좀 더 다른 형태의 가구나 오브제는 없을지 고민하는 중이고요. 기회가 닿으면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극을 주고받고 싶어요. 잠재력을 다시금 깨우고, 그로 인해 스스로 더 성장해야겠죠.”눈밭처럼 하얀 그녀의 손등에 발자국인 듯 화상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처럼 그것은 영광의 상처이고, 지금의 고민 또한 젊은 예술가이기에 가능한 즐거운 비명이리라. 단단한 금속으로 부드러운 곡선의 가구를 만들어내는 예술가구작가, 날카로운 쇠붙이로 마치 한 송이의 꽃과 같은 신기루를 빚어내는 금속공예가, 그리고 선과 면이라는 단순함으로 어제를, 잃어버린 각자의 모호한 기억을 호출하는 추억의 소환자. 아마 유려한 선의 백합에도 뼈가 있다면 그녀의 작품을 닮지 않았을까? 순식물성의 날카로운 금속뼈. 녹음기를 꺼둔 채 꽤 오랜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하지 못한 말을 여기 남긴다. 단언컨대 그대의 예술가구는 가장 완벽한 일상의 메탈입니다.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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