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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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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심각했다. 함선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선원 셋이 스스로 목숨을<br />

끊었다.<br />

제이크는 운이 나빴던 사람 중 하나였다. 살아남은 것이다. 갈가리 찢긴<br />

채 치유받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부상자 중 하나였다. 정서적으로 붕괴된 그는,<br />

주위 사람들의 정신 잡음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또렷한 소리는 아니었고,<br />

주위 사람들의 반쪽짜리 감정의 단편이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며<br />

달가닥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공포, 비애, 분노, 슬픔, 증오는 물론, 욕정과<br />

욕망, 묘하고 어두운 감정도 빈번히 섞여 있었다. 잡음은 느린 파도와도 같이<br />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했으며, 사람들이 잠을 자고 꿈을 꿀 때 가장<br />

심해지기도 했지만, 결코 견딜 만할 정도로 낮아지지는 않았다.<br />

제이크가 탈영을 택한 것은 그때였다. 다시금 고요를 즐길 수 있는 곳,<br />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br />

하지만 지금, 이곳의 이 비명 소리는... 인간의 소리는 아니었다.<br />

제이크는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뭔가의 소리였다. 동물일 수도,<br />

곤충일 수도 있었고, 분별없는 존재일 수도, 신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었다. 그<br />

무엇의 소리든지, 너무나 강렬했다.<br />

다음 날 아침, 주황색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도 전에 제이크는<br />

잠에서 깨어 준비를 마쳤다. 가벼운 전투복을 입고, 개조한 AGR-14 를 들고,<br />

헬멧을 대충 손봐서 전면의 보호창에 데이터가 표시되도록 해 두었다.<br />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린 그 오랜 시간을, 그는 불만스러운 장비를 모조리<br />

개조하고 변경하면서 보냈던 것이다. 거의 모든 장비가 그에 속했다. 그는<br />

시체매에 올라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중얼거렸다. “좋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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