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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mmins Magazine - 2014 Spring Vol 78

Cummins

Cummins Lounge 여행 만나다 글. 이혜진 사진. 김권석 봄빛 물든 부산의 골목을 걷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다. 두텁고 무거운 회색의 외투를 벗고 살랑살랑 하늘하늘 초록과 분홍의 옷을 갈아입는다. 마음은 이미 계절을 앞서고 하여 먼저 봄이 와 닿았을 부산으로 간다. 바람은 훈풍이고 사람들의 모습은 생기 넘친다. 아, 봄이로구나. 길을 걷자!

30+31 삶의 온도 샘솟는 시장골목 부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자갈치역에 내리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남포동 영화의 거리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부산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다. 처음 목적지는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은 1945년 광복이 되고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전시 물자를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지금의 국제시장 자리를 장터로 삼으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러다 6・25전쟁 이후 수입 물품 유통이 이루어지면서 급성장했다. 그때부터 없는 게 없었다던 국제시장은 신발골목, 가방골목, 안경골목, 귀금속골목, 조명골목, 먹자골목… 등 판매하는 물건에 따라 각종 골목이 형성되었다. 시장골목을 따라 물건 구경,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먹자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름이면 팥빙수골목이 북적이고 요즘 같은 때에는 비빔당면과 충무김밥, 어묵 파는 골목이 붐빈다. 씨앗호떡은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 비빔당면을 주문하자, 미리 불려놓은 당면을 따뜻한 육수에 담갔다가 시금치, 당근, 어묵 고명에 매콤달콤한 자갈치시장 하늘정원에 오르면 남포동 앞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양념장을 한 숟가락 떠 넣어준다. 고소한 냄새가 벌써 후각을 자극하고 살살 비벼 후루룩하고 한 젓가락 넘기니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소박한 음식에 절로 웃음이 난다. 중국 관광객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구경 삼매경. 구제숍골목에 들어서자 살랑살랑 봄바람 따라 옷들도 화사하게 내걸렸다. 여행 온 외국인들도 사갈 정도라고 하니 구제라고 하지만 트렌드와 관리 면에서는 단연 최고다. 자갈치시장으로 향한다. “오이소, 보이소” 부산 아지매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자 구경 오는 사람들은 많아도 정작 생선 사가는 사람은 적어 별 재미없다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푸념도 잠시, 오랫동안 자갈치시장을 지키며 살아온 그들은 찾아오는 사람 모두가 내 집 찾은 손님인양 반갑다고 했다. 해방 이후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부산으로 몰리면서 좌판을 내고 생선을 팔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되었고 6・25전쟁 당시 너도나도 좌판을 벌이면서 자갈치시장은 한층 더 번창했다. 자갈치시장 먹거리로는 곰장어 구이가 유명한데, 곰장어는 원래 가죽만 쓰고 고기는 버렸던 생선. 그래서 가격도 쌌다. 장사할 밑천이 없는 자갈치 아지매들이 이걸 받아다 구워 팔았고, 역시나 돈 없는 자갈치 남정네들이 이를 안주삼아 술잔을 나누면서부터 부산 자갈치시장의 곰장어가 유명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자갈치시장은 지난 2007년 현대식 건물을 새로이 지었는데,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자갈치시장 전경은 물론, 남포동 앞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