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mmins Magazine - 2014 Autumn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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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Cummins</strong> Lounge<br />
세상 발견하다<br />
글. 범상규(심리마케팅칼럼니스트, 건국대 교수)<br />
일러스트. 황영진<br />
공감의 힘<br />
자기중심적<br />
경쟁에서<br />
공감을 통한<br />
협업으로<br />
영장류 중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는 상대방을<br />
속이기도 하고, 더 강한 상대를 물리치기<br />
위해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며,<br />
특히 분노와 같은 감정까지도 느끼고 기억할<br />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의 행동 의도를<br />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br />
아직 없다. 오직 인간만이 공감 능력을 가지고<br />
있다. 여기서 공감( 共 感 )이란 개념은 19세기 말<br />
독일어 ein(안에)과 fuhelen(느끼다)이 결합된<br />
einfuhlung에서 출발하며 ‘안으로 들어가서<br />
느끼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어(empathy)의<br />
어원 역시 독일어(einfuhlung)가<br />
그리스어(empatheia) 번역으로 변형된 형태라<br />
한다. empatheia 역시 ‘안(in)’을 뜻하는 접두사<br />
em과 고통이나 감정의 느낌(feeling)을 나타내는<br />
pathos의 합성어로, 내 안에서 느끼는 고통이나<br />
감정을 의미한다. 결국 공감이란 상대방의<br />
감정이나 사고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정확하게<br />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br />
공감능력은<br />
어떻게 발현될까?<br />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은 어떻게<br />
발현될까? 뇌과학과 심리학 및 진화생물학<br />
등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타인과 감정적<br />
연대를 맺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나<br />
소시오패스 혹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br />
가진 사람은 전체 2%에 불과하며, 나머지<br />
98%는 천성적으로 공감능력을 타고난다고<br />
알려져 있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상대방의<br />
얼굴표정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br />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마치 태어난 지 얼마<br />
되지 않은 어린아이조차도 엄마가 혀를<br />
내밀면 이를 흉내 내는 모방행동을 할 수<br />
있다. 이런 모방행동은 엄마와의 소통을<br />
가능케 하는 일종의 생존본능이다. 그<br />
근거로 인간은 미성숙한 단계로 태어나<br />
수많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br />
성숙한 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br />
소시오패스는 자라온 가정이나<br />
사회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반면,<br />
사이코패스는 생물학적, 유전적인 원인으로<br />
만들어진다. 소시오패스는 잘못된 행동인<br />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는<br />
반면, 사이코패스는 윤리나 법적개념이<br />
없어서 옳고 그름에 대해 구별할 수 없다는<br />
차이점이 있다. 모두 상대방의 행동이나<br />
의도를 알아채지 못함으로써 타인과의<br />
소통이 단절된 극단적인 사례다.<br />
인간이 후천적으로 뇌를 성숙시키는 행위의<br />
일환으로 의식적인 판단 이전에 느낌으로<br />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내는 능력인<br />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 있다. 몇몇<br />
연구결과를 보면, 매우 짧은 0.03초 동안<br />
다양한 얼굴 사진(화난 얼굴, 웃는 얼굴,<br />
무표정한 얼굴 등)을 보여주자 자기가<br />
본 얼굴 표정을 만드는 근육과 같은 얼굴<br />
근육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론상의<br />
마음이론을 담당하는 우리 뇌 영역은<br />
최근에야 그 존재가 알려졌다. 1996년<br />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신경심리학자인<br />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br />
교수팀은 짧은꼬리원숭이를 대상으로<br />
뇌가 어떻게 운동행위를 조직하는지<br />
관찰하던 중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br />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며 그로 인해<br />
공감능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신경세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