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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 한국뷔히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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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 *<br />

- 우울증의 문학치료적 중재<br />

Ⅰ. 문학치료적 중재<br />

변학수 (경북대) / 채연숙 (경북대) / 김춘경 (경북대)<br />

문학치료(Poesie- und Bibliotherapie) 1)란 심리역동적 측면을 고려한 예술치료<br />

의 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철학적 인간학, 사회이론, 윤리학, 인식론 같은 메타<br />

이론에 기초하고, 인성이론, 발달이론, 보편․특수 치료이론 같은 실제적인 이론<br />

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문학치료는 당연히 특수한 방법과 기술을 필요로<br />

하는데, 우선 상황을 구조화하는 문학적 도구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면 문학<br />

치료의 매체는 일체의 문학적 텍스트를 의미한다. 물론 치료사가 이 방법을 실<br />

행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지식, 정신분석과 상담기법, 문학을 다룰 줄 아는<br />

숙련성을 필요로 한다.<br />

다른 일체의 것을 차치하고 우리가 우울(증)을 문학치료로 중재하기 위해서는<br />

우선 방법적으로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치료란 심리적, 정신-<br />

신체적 질병이나 삶의 위기상황으로서의 우울(증)을 제어하기 위한 심리치료의<br />

한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인격을 함양하고 삶의 질을 향상<br />

시키기 위한 일체의 자기체험 내지는 치료적 개입을 의미하는데, 이는 문학적<br />

독서와 글쓰기를 공동으로 체험하고 보조수단으로 그림이나 동작 또는 음성의<br />

도움을 받으면서 가능하다. 이런 매체들은 치료적 담론의 대상으로서 개인치료<br />

* 이 논문은 2004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협동연구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KRF-2004-<br />

042-A00090).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59<br />

치료에 비해서 문학치료는 최소한 텍스트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br />

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텍스트란 꼭 주어진 문학 텍스트를 의미할 뿐만 아니<br />

라 자신의 삶의 이야기까지 포함한다.<br />

통합적 문학치료란 개인적, 집단적 삶의 양상들을 하나의 텍스트로 본다. 왜<br />

냐하면 이 삶은 언어 속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하여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br />

언어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언어가 세계의 구조와 인간의 삶의 구조를<br />

반영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적, 역동적 문학치료는 개인사<br />

또는 집단적 역사의 네러티브를 하나의 삶의 텍스트로 간주하고 그것을 회상하<br />

여 현실로 가져와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우울(증)이란 이런 삶의 과<br />

정에서 벗어난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이 특수한 개인적 삶의 해석<br />

이 유아독존으로 빠질 경우 그것이 곧 우울이라는 증상을 만드는 것이다. 우울<br />

이 문학과 결부되는 것은 언어가 어떤 집단의 공유물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br />

언어가 언어를 창출한 사람의 독특한 언어일 경우에도 그렇다. 우울은 언어적<br />

관점에서 볼 때 독백인데, 독백은 사실 대화에 근거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화가<br />

독백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5)<br />

통합적 문학치료는 ‘매체 텍스트’나 ‘매체 책’을 인성발달의 과정에 사용함으<br />

로써 우울과 같은 참여자들의 상처를 해소한다. 그렇다고 하여 통합적 문학치료<br />

가 하나의 학제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방법들과 유사<br />

한 하나의 방법으로 치료사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br />

말하면 문학치료라 하여 문학적 텍스트만 사용하고 그림이나 음악, 동작은 제외<br />

시킨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통합치료의 과정이 다른 예술치료의 방<br />

법들, 기술들, 매체들을 보완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가령 시를 색채로 표현<br />

해보게 한다든가, 음악으로 바꾸어 보게 한다든가, 주어진 멜로디에 말을 붙여<br />

보고 어떤 이미지에 대해 글을 써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문학적 매체가 주도적이<br />

고 다른 매체들은 부수적으로(mode accompagnati) 6)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전적<br />

4) 게슈탈트 심리치료란 내담자/참여자가 스스로 인식을 획득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을<br />

말한다. 다시 말해 게슈탈트치료에서는 개인이 전체로서 작용하지 못하고 여러 부분으로<br />

분리된 상태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통합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상세한 내용은 김<br />

경희,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61<br />

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참여자에게 신뢰를 형성시<br />

켜 줌으로써 그 기억이 발생하던 시기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br />

다. 이것을 우리는 재사회화, 재어머니화(Remothering), 재부모화(Reparenting)라<br />

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참여자는 우선 체험을 활성화하여 이런 경우가 아니라<br />

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인격을 체험하게 된다.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br />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문학치료가 우선적<br />

으로 집단적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br />

3. 문학의 치유력<br />

텍스트는 그 텍스트의 저자인 참여자 자신의, 자신에 대한, 자신을 위한 메시<br />

지이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텍스트는 일종의 매개체로<br />

서 자신을 파악하고 더불어 의미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심층에 놓<br />

여있는 무의식적 자아를 이해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계, 세계속의 자신의<br />

삶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읽기, 말하기, 쓰기 등의 언어적 수단으<br />

로 잠재력을 창의적으로 계발하는 것이 곧 치유의 힘을 얻는 것이다. 문학치료<br />

는 이런 언어의 치유력에 의존하여 우울에 힘겨워하는 일반 환자(심리적 환자가<br />

아니라는 뜻), 심리 사회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의 재활, 학교에서의 적응, 창의력<br />

발달, 개인의 성장 등에 적용될 수 있다.<br />

이제 참여자를 ‘독자’라고 하자. 그의 인지와 정서를 우리는 체험이라고 하기<br />

도 하고 독서행위(Leseakt)라고도 한다. 독자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br />

는 나의 이야기를 쓸 때와는 달리 그 이야기에서 어떤 정황을 파악하려 든다. 그<br />

리고 게슈탈트 치료에서 주장하듯이 작품 속의 정황은 전경(前景)과 배경(背景)<br />

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사람은<br />

작가의 글쓰기를 자신의 삶의 ‘전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필연성<br />

에 의한 ‘전형적인 것’을 보는 것이다. 7) 여기서 독자의 내적 필연성이란 바로 자<br />

기 과거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누구나 과거의 자기와 만날 수는 있지만 모든 사<br />

7) Vgl. Hilde Domin, Das Gedicht als Begegnung, s. Petzold, a.a.O., S. 11.<br />

26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람이 다 만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것이 불가능하고, 또 써놓은<br />

글을 읽지 않는다면 그것을 불러올 힘이 없다. 여기에 문학치료의 첫 번째 가능<br />

성이 보인다. 그러면 문학치료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글을 쓰고 읽을<br />

때 느끼는 고립에서의 탈출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일을 밖에서 볼<br />

때, 즉 객관화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심리적)<br />

현실을 변화시킨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 라는 시를 읽어본다.<br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br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br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br />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이가 떠난다면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프고도 슬픈<br />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 시가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데 익숙해 있지만 그것이<br />

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절대로 현실에서는 아름다울 수 없는<br />

일이다. 만약 어떤 이가 원초적 경험에서 분리불안을 겪고 있다면 ‘가는 이’는<br />

엄마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결핍에 대한 하나의 기호(야콥슨에 의<br />

하면 하나의 선택)로서 작용한다. 그러므로 독자/참여자는 이 시에서 “가는 이”<br />

로 구체화 된 어떤 전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독자가 표상할 수 있는<br />

‘전형적인 것’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감정이입 또는 투사라<br />

고 한다. 독자의 마음 또는 참여자가 가진 증상은 이 시를 통해 드러나고 동시에<br />

독자/참여자는 자신의 과거와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 이것이<br />

개략적인 문학의 치유 과정이다. 특히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으로<br />

고양되는 것을 치유라 한다.<br />

대개 우리가 갖고 있는 상처란 결핍(deficit), 외상(trauma), 장애(disorder), 갈등<br />

(conflict) 등을 말한다. 8) 그러나 이런 상처가 우울이라는 말로 표현된다고 하여<br />

곧장 언어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유아기에는 예를 들어 피<br />

부 접촉이나 시선으로, 아동기에는 예를 들어 행동으로, 학령기에는 인지로, 각<br />

기 더 주도적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적 양태가 충동을 다<br />

8) 이에 대한 구체적 도식은 Petzold, a.a.O., S. 66을 참조하라.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63<br />

루거나, 말라깽이 이성을 다루거나, 아픈 정서를 다루는 것처럼 우리 또한 과거<br />

와 서로 다른 수단을 통해서 만난다. 그 과거는 살아서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br />

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매트릭스나 패턴을 만들어서 우리의 행동과 정서를 주<br />

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뮤엘 베케트의 “과거로부터 우리는 도피<br />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가 우리를 왜곡했거나 우리가 과거를 왜곡했기 때문<br />

이다” 9)란 탁월한 표현을 신뢰할 수 있다.<br />

독자가 이런 과정을 통해 무엇을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과거를 추체험하는 동<br />

시에 순수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유는 그가 자신의 과거 감정이<br />

자신으로부터 유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br />

때문이다. 이 경우 카타르시스는 독백인 동시에 독백의 지양(止揚: Aufheben)이<br />

라는 동형이체가 된다. 10)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둘로 분리하여 대화를 나누고<br />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할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br />

서술할 때 우리는 경험의 객체에서 그리고 경험적 대상에서 경험의 주체로 변한<br />

다. 이 객체와 주체가 동일시되는 과정을 우리는 통합(integration) 또는 넓은 의<br />

미에서 치유 또는 치료라 한다. 그 과정을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성취할 때 그것<br />

을 문학치료라고 한다. 11)<br />

4. 문학치료의 과정<br />

문학치료는 집단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12) 그래야 자신의 감정을 여러 사람<br />

앞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또 치료집단이라는 사회에서의 역할을 인<br />

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개인치료나 상담도 많다. 문학이<br />

(다시 말하면 시나 네러티브가) 유발하는 힘으로 독자/참여자들은 첫 기억<br />

(Frühkindliche Erinnerung)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글쓰기(시, 이야기의<br />

9) 사무엘 베케트, 프루스트론, 알라이다 아스만,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65<br />

1. 정서 되돌려주기(피드백, Feedback): 글을 읽을 때 다른 참여자들이(“ 나는 당신<br />

이 ……한 것처럼 느껴져요”) 아니면 (“나는 네가 ……한 것처럼 느껴져”)라는 긍정<br />

적인 정서를 되돌려준다. 그러면 참여자는 자신의 텍스트(즉 내면)에 대해 어떤 느<br />

낌을 갖는다.<br />

2. 공감하기(셰어링, Sharing): 이 단계는 좀더 적극적이다. (“ ……씨가 쓴 시를 읽으<br />

니까 나의 ……생각이 나네요”) 아니면 (“네가 쓴 시를 들으니까 나의 ……생각이<br />

난다”)라는 말을 한다. 이 나누기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내적 반향(innere<br />

Resonanz)을 듣게 된다. 즉, 자신의 소리가(이 순간 작가가 됨)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br />

을 미쳤는지를 듣게 된다.<br />

피드백과 셰어링의 시간은 집단의 크기에 따라 다르고 집단의 성격에 따라<br />

다르다. 참여자들은 피드백과 공감하기를 통해 큰 역동적 분위기에 휩싸인다.<br />

그렇지만 치료사는 이런 분위기에 휩싸여서도, 또 그렇다고 이런 감정에 냉담해<br />

서도 안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치료사는 참여자들이 감정을 마음대로 내놓지<br />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감동을 받되 눈물을 흘리거나 격정적이 되어서도 안 되<br />

며, 특정한 참여자를 지목해서 글을 잘 썼다, 또는 못 썼다고 평가해서도 안 된<br />

다. 또한 어떤 감정은 표출하는 것이 ‘좋다’, 또는 ‘좋지 않다’라고 판단해서도<br />

안 된다. 그보다는 스스로 이해하고 통찰하도록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스<br />

스로 미적 거리감을 유지해 감정을 추스르는 훈련을 하게 한다. 그러면 치료사<br />

는 이 일을 중지시키고 각자가 한 일에 대해 ‘한 마디 한 문장’으로 느낌을 말하<br />

게 한다. 전체 그룹이 함께 하게 하고 이때는 의자를 라운드로 하면 좋다. 상대<br />

방에게서 피드백 되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인격적 통합을 얻는다. 이를 우리는<br />

통합단계라고 한다.<br />

이런 통합단계가 끝나 가면 동반자, 동행인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자신을 객관<br />

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다. 참여자는 어릴 때 인정받지 못한 것, 억울한 것<br />

들을 드러내면서 정서적 소산을 하게 되고 그 감정이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br />

인정하게 된다. 15) 이렇게 함으로써 마지막 단계인 새 방향설정단계(IV)로 진입하<br />

게 된다. 어떤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분출되고 긍정적인 감정을 얻게 되며,<br />

15) 개인치료의 경우에서는 내적 반향을 더 듣거나 텍스트 작업을 더 할 수 있다.<br />

266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또한 행동 장애가 새로운 이해를 통해 다른 건설적인 행동으로 옮겨가게 된다.<br />

이때 적절한 상담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체 과정을 정리해보면 I. 도입단계<br />

II. 작업단계 III. 통합단계 IV. 새 방향설정 단계의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이것<br />

을 정신분석에서는 회상(Erinnern), 반복(Wiederholen), 작업(Durcharbeiten), 해결<br />

(Ablösung)의 네 단계로 나눈다. 16)<br />

5. 문학치료의 유형<br />

그러면 문학치료의 형식, 즉 유형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알아보겠다.<br />

1. 형식중심의 유형: 문학형식, 언어형식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는 유형을<br />

말한다. 이 작업은 독서나 시 쓰기,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에게 좋다.<br />

시를 읽고 편지를 쓰거나 경구를 쓰고 시를 쓰는 것이 이 진행과정의 전제조건<br />

이다. 글쓰기 유희, 텍스트 바꾸기,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clustering) 등은<br />

특히 미술이나 음악과 결부시키거나 그림이 있는 글을 쓰거나 몸동작과 연결하<br />

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메타포 만들기, 체베나 쓰기, 즉흥시, 시조, 하이쿠,<br />

각운, 민요, 트로트 리듬에 맞추어 글을 쓰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br />

는 시적 형식 자체가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스스로의 기억을 환기할 수 있<br />

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운율(모음의 수에 따름), 리듬, 박자 등은 억<br />

압된 것을 불러올 수 있는 내적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시인이나 예<br />

술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과 자발성을 드러내게 하려<br />

함이다. 형식 하나하나가 영혼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임으로 형식은 곧 영혼의<br />

게슈탈트(형상, Gestalt)라고 할 수 있다. 발라드의 드라마적 요소, 하이쿠나 각운<br />

의 낯설음, 창이나 아리랑의 반복은 모두 내면세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이<br />

다. 그 이외에도 산문과 소설을 꼽을 수 있다. 17)<br />

2. 체험중심의 유형: 체험중심의 유형이란 체험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br />

16) Vgl. Petzold, a.a.O., S. 83.<br />

17) 여기서 제시된 문학치료의 유형분류는 프리츠 페를스 연구소(Fritz-Perls-Institut)에서 시행<br />

하는 치료방법에 따른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Hilarion Petzold, Ilse Orth, 같은 책, 78쪽 이<br />

하를 참조하라.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67<br />

새로운 가능성의 삶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체험 이야기하기, 창의적 글쓰<br />

기, 동화 꾸미기, 동화 연기하기, 이야기 꾸미기 등으로 써보면 생동감과 자발성<br />

이 생기고 어떤 체험을 떠올리게 되어 기쁨을 얻는데, 이것이 곧 치유의 힘이다.<br />

이런 체험들에서 우리는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지만 해석하거나 설명<br />

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이 창의적 작업에서 영혼을 거<br />

두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보다는 그들의 기쁨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br />

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것도 아닌 참여자 자신이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표<br />

현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 것이 치료인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검열과 통제를<br />

받는다면 그것은 치료를 망치는 것이다.<br />

다른 참여자들에게 웃음꽃을 피게 하는 운율을 만든다든가 즉흥적인 느낌을<br />

감각적으로 말한다든가 패러디화 하는 것은 참여자들을 엄마 아빠 앞에서 재롱<br />

을 부리고 있는 어린 아이로 돌아가게 한다. 18) 또한 참여자들의 내적인 참여가<br />

중요하기 때문이 치료사는 너무 엄격한 분위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치료사는<br />

기쁨으로 가득 찬 아이가 놀 때 그것을 돌보아 주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br />

치료는 웃는 아이에게 거울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투사의 대상물들이(글, 일기,<br />

편지 등) 재현되면서 내적 상징들이 생겨나는데 이들이 마음속에 오래 묵어 있<br />

는 욕구불만, 상처받은 영혼들을 몰아내거나 완화하거나 중립화한다. 메타포, 알<br />

레고리, 유비추리, 상징들이 자주 쓰인다. 이 과정에서 누구든 해석을 하지 말아<br />

야 한다. 꼭 해석이 필요하면 스스로 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도 자신이 이룬 작<br />

품 내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br />

3. 갈등 중심의 유형: 주로 갈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매체인 편지, 이력서,<br />

르포, 일기, 팜플렛, 촌평 등(문학적 에세이 형식)을 소재로 일어난다. 자기 삶의<br />

힘든 상황에 대해 촌평을 남겨보면 직접적인 치료효과가 있다. ([예] 우울이 있<br />

다는 것은 내게 우울이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갈등과 상처가 많았던 시<br />

기의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지나 교사의 나쁜 점에<br />

대한 지적(악마의 사전) 등은 갈등을 표출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그 다음으로<br />

중요한 장르에는 이력서가 있다. 일반적 이력서 이외에도 삶을 부정의 텍스트로<br />

18) Donald Woods Winnicott, Vom Spiel zur Kreativität, Stuttgart 1973.<br />

26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간주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불러오는 투사와 감<br />

정이입의 효과를 볼 수 있다.<br />

마지막으로 삶의 텍스트를 드라마로 변형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갈등의 텍스<br />

트를 꿈처럼 만들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숨겨진 갈등,<br />

트라우마, 결핍 등이 드러나게 된다. 그 이유는 텍스트는 항상 저자가 의도한 것<br />

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참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br />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가능하다. 삶의 텍스트는 자신에 의한, 자신에<br />

관한, 자신을 위한 것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보내짐으로써 자신은 피드백<br />

과 셰어링을 경험하고 동시에 안정감을 얻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br />

행위와 감정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경청함<br />

으로써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참여자는 자신의 삶을 텍스트로 만들게<br />

되고 개인적인 해석의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br />

Ⅱ. 본론: 문학치료와 독서행위의 관계<br />

문학치료는 문학을 읽거나 문학을 창작함으로써 문학과 참여자가 만나도록<br />

중재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문학치료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참여자, 즉 독자가<br />

문학 텍스트, 즉 책과 만나는 일에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글을 쓸 때는<br />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문학치료적 중재의 한 형태인 집단<br />

치료에서 참여자는 자신의 텍스트를 다른 사람에게 공표하기 때문에 결국은 참<br />

여자가 저자로서 이런 과정을 독자로서의 다른 참여자들과 나눌 수 있다. 이 과<br />

정을 우리는 피드백과 셰어링에서 체험할 수 있다.<br />

필자는 이런 과정을 독일의 문예학자 볼프강 이저가 주창한 독서행위(Der Akt<br />

des Lesens) 이론에서 차용하여 실제적으로 문학치료의 임상과정에서 어떻게 이<br />

용될 수 있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이저는 그의 이론을 현상학과 로만<br />

잉가르덴의 미정성 개념에서 시작하고 있다. 19) 현상학이란 세계를 의식 밖의 시<br />

19) 볼프강 이저(이유선 역):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69<br />

공 속에 놓여있는 사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각자의 의식 속에 드러날 수 있는<br />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대상은 독자적으로 지각자에게 현상되는 것이 아니라 지<br />

각자가 그 대상을 현상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후설의 현상학이나 메를로 퐁<br />

티의 현상학은 이런 관점에서 문학치료의 토대가 된다. 왜냐하면 내면적 상처로<br />

인하여 특정한 대상을 특정한 관점으로서만 보게 되는 참여자가 현상학적인 관<br />

점에서 그 대상을 자기의 주관적 해석의 지배 하에 두기 때문이다. 현상학에서<br />

지향성(Intentionalität)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참여자의 시<br />

각과 같은 것이 된다. 현상학은 우리의 모든 의식은 어떤 것에 대한 의식이라고<br />

보고 의식에 의해서 의도된 사물로서의 존재로 본다. 그러므로 지향성이란 작가<br />

가 말하거나 구조화된 세계를 보거나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br />

어떤 구조에 의해 그 대상을 상상하거나 구체화하거나 의식하여 대상을 존재하<br />

게 하는 행동의 구조를 의미한다.<br />

융의 심층심리학이나 페를스의 게슈탈트 또한 엄격한 의미에서 현상이라고<br />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참여자가 진술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세계란 그의<br />

지향성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치료가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언어<br />

(Sprache für Ungesagtes)’라고 말한다면 20) 이런 참여자가 시각을 바꾸고 말하지<br />

못한 지향성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 곧 치유의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가령<br />

우울증을 가진 참여자가 모든 대상(세계)을 우울함의 언어(은유 등)로 파악하고<br />

있는 것을 인지적 통찰을 통해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br />

다면 그것이 곧 치유의 과정이다.<br />

1. 독서행위<br />

볼프강 이저는 현상학적 독자반응이론을 펼치고 있는데 독자에게 하나의 텍<br />

스트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의미는 텍<br />

스트와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정의되어야할 어떤 것이 아니라 경험<br />

되어야 될 어떤 것이다. 21) 이 부분이 문학이론 중에서 가장 문학치료와 어울리<br />

20) Hilde Domin, Das Gedicht als Begegnung, Petzold a.a.O., S. 11.<br />

21) 볼프강 이저, 같은 책, 263쪽 이하를 참조하라.<br />

270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문학치료는 문학에 대한 해석이나 정의가 아니라 문학적<br />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가 독자(이 경우 문학치료에서는 참여자가 된다)에게 많<br />

은 권한을 준 것이 영향미학의 큰 장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의미가 완성되<br />

는가. 로만 잉가르덴의 현상학적 문학예술작품 개념의 영향을 받은 이저는 문학<br />

작품이 이상적 존재도 아니요, 실제적 존재도 아닌 독자에 의한 구체화나 실현<br />

화의 행위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잉가르덴의 말을 따른다. 잉가르덴은 문학작<br />

품이 다중의 미정적 층으로 결정됨으로 결국 다양한 특성을 지닌 독자 측에서<br />

볼 때 특정한 구체화는 없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독자에 따른 다양한 구체화만<br />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작품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그<br />

중간 형태인 독자반응이론을 만들게 된다.<br />

이저에 따르면 작품이 텍스트와 같지 않고 그것의 구체화와도 같지 않으며<br />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라고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문<br />

학작품은 기호와 의미가 있는데 전자는 바로 텍스트가 결정하는 것이고 후자는<br />

독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22)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여자들이 쏟아내는 경험의 레<br />

퍼토리들이 다른 참여자들의 의사나 정서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듣거나 느<br />

끼는 참여자들이 텍스트를 공표하는 참여자의 생각이나 느낌 같은 경험을 그대<br />

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문학치료에 대한 연구는 바로 이러한 상<br />

호작용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일반 문예학적인 관점이 아니<br />

라 정신분석이나 문학치료적 관점에서 연구될 필요가 있다.<br />

2. 상호작용<br />

존스 Edward E. Jones와 제럴드 Harold B. Gerald가 사회심리학의 기초<br />

(Foundation of Social Psychology)에서 상호작용이론을 펼치고 있는데, 그는 우연<br />

성의 정도에 따라서 네 가지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의사우연성, 비대<br />

칭 우연성, 반응적 우연성, 상호적 우연성이다.<br />

22) 이저는 메를로 퐁티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언어가 사상(事象) 자체를 표현하기를 포기할<br />

때, 언어는 그 사상을 확고부동하게 표현한다. 사고를 복사하는 대신 사고에 의해 해체되<br />

고 또 다시 제조될 때, 언어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같은 책, 272쪽.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71<br />

1) 의사 우연성: 두 명의 파트너가 상대방의 행동계획을 매우 소상하게 알고<br />

있어서 개별적인 대답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미리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를<br />

말한다. 이것을 독서의 상황으로 옮기면 이 책을 읽었을 때 독자는 너무나도 공<br />

감하고 독자는 바로 이런 책을 읽고 싶어 한다. 그런 문학이 있을까? 있다. 아동<br />

문학이 아동들에게 그럴 수 있다. 치료에서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있다.<br />

그것은 바로 동류요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령 우울한 사람들에게<br />

우울한 텍스트는 말만 우연한 만남이지 사실은 상호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br />

지 상대방이 정확하게 알고 있다.<br />

2) 비대칭 우연성: 자기 자신의 행동계획의 실현을 포기한 상태에서 한 파트<br />

너가 다른 파트너의 행동계획을 저항 없이 따를 때 비대칭적 우연성이 지배적이<br />

다. 여기서 한 파트너는 순응하게 되고 다른 파트너는 행동전략에 수용되어버린<br />

다. 이런 경우가 있는가? 있다. 문학작품이 워낙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라면 적<br />

어도 독자는 그 작품에 압도되어버린다. 치료사가 그것을 이용하여 우울증자가<br />

자기 행동계획을 포기하게 한다. 집단치료에서 한 참여자가 자기의 행동계획을<br />

텍스트로 보여주었으나 피드백을 하는 다른 참여자가 굉장한 영향을 미쳤을 경<br />

우에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파트너가 일시적으로 행동계획을 포기한 것인지<br />

아니면 영구히 포기한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통합적 문학치료에서는<br />

자기 스스로에게 이런 포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치료<br />

사가 크게 개입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br />

3) 반응적 우연성: 이것은 방금 진술된 것이나 체험된 것에 대한 순간적인 반<br />

응이 그때마다의 파트너의 행동계획을 완전히 압도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br />

우연성이 우세하게 되고 이 우연성이 파트너의 행동계획을 좌절시켜버린다. 문<br />

학치료에서는 바로 이런 상황을 지향한다. 지금 우울한 사람이 어떤 텍스트를<br />

읽고(듣고) 자신의 행동계획-그것이 동기적으로 지속적인 것이든 일시적인 것이<br />

든-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과정이기 때문이다.<br />

4) 상호적 우연성: 그때마다의 파트너의 반응을 자기 자신의 행동계획 뿐만<br />

아니라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상대의 반응도 고려하면서 자신의 반응을 정하는<br />

노력이 지배적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결론이 나온다. 상호작용은 각기 상대방<br />

으로 인해 풍부해지는 창조성의 승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로움이라<br />

27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고는 전혀 없는 상호적대감만 키울 수 있다.<br />

이런 상호작용의 토대 위에서 이저가 본 독서행위란 독자가 마음대로 읽는<br />

것도 텍스트의 고유한 영역도 아니다. 독자가 텍스트에 쓰이지 않은 미정성을<br />

스스로의 경험이나 상상으로 채운다는 그의 이론은 문학치료에서 시사하는 바<br />

가 크다. 왜냐하면 문학치료는 참여자로 하여금 퇴행(Regression)을 하도록 하여<br />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불러오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는<br />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작용,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문학치<br />

료에서는 경험적 독자를 지향한다. 물론 텍스트 없이도 경험적 독자는 나올 수<br />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경우를 Bibliotherapie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br />

Poesietherapie라고 한다) 전적으로 이 두 가지가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br />

피드백과 셰어링을 통해서 다각적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저가<br />

말한 내포독자(der implizite Leser)는 선험적인 성격을 지닌 약점이 있음에도 불<br />

구하고 문학치료와 상응하는 개념이다.<br />

내포독자는 전략과 내용목록을 가진다. 전략의 목표는 낯설게 하기/미적 거리<br />

감이며 그것을 위해 전경과 배경, 주제와 지평, 시점이 만들어진다. 참여자 역시<br />

이런 구조적 전략에 따라 어떤 문제에 먼저 반응을 하고 특정한 시점을 가지며<br />

특정한 기대를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읽는 동안-치료과정에서는 다<br />

른 사람의 이야기나 시를 듣는 과정이다-독서행위가 성취되는데 이때의 중요한<br />

정신작용은 기대와 회상이다. 문장은 특정한 기대지평을 열고 이 기대지평은 뒤<br />

의 문장에 의해 끝없이 수정된다. 기대는 앞으로 올 것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br />

지만 기대의 수정은 이미 읽은 것에 회상효과를 미친다. 이 미시적인 관점을 텍<br />

스트 전체로 옮기면 우리는 문학치료의 효과를 정당화할만한 하나의 구조를 찾<br />

을 수 있다. 즉, 텍스트는 기대를 하게 하지만 앞의 텍스트에 대한 회상을 가능<br />

하게 한다. 그것이 낯설게 하기(브레히트)에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실망(가다<br />

머)에서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회상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독서행<br />

위를 이저는 기대와 회상의 변증법이라고 한다. 우리가 읽은 것은 우리의 기억<br />

의 침전물이 되었다가 다시 환기/회상 되어서 다른 배경에서 읽히게 되는데 이<br />

때 이루어지는 새로운 관계가 바로 의미이다. 기대와 회상의 상호작용에 의해서<br />

독서는 쓰여진 것의 단순한 지각/수용을 넘어 창조적 과정을 만든다. 독서의 행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73<br />

위에서 텍스트에 미정되어 있고 잠재되어 있는,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잠<br />

재되어 있지만 표현되지 않는 것을 드러내게 된다.<br />

Ⅲ. 우울증의 문학치료적 중재<br />

이 논문의 의도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아니다. 더욱이 우울증에 대한 지식<br />

은 이미 많은 책으로 나와 있다. 그보다는 우울증의 테라피를 위한 방법을 특히<br />

문학이라는 매체로 수행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문학 속에서 우<br />

울이라는 심리적 결핍에 보상이 될 만한 표현의 객관적 근거가 있는가 라는 질<br />

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종교적 제의 같은 데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br />

가령 샤머니즘의 경우 프레이저가 말한 대로 “유사성에 의한 마법(magic by<br />

similarity)”이 핵심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23) 이것은 곧 동류요법이라고 정리할<br />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통용되어 온 방법이다.<br />

하지만 어떤 문학이 어떤 특정한 유사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물음은 항상 제<br />

기되어 왔다. 예를 들면 이오네스코가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75<br />

비된 세로토닌이 없어지지 않으면 시냅스 후의 신경세포가 계속 자극된다. 따<br />

라서 분비된 세로토닌이 없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은 바로 세로토닌을 분비한<br />

세포(시냅스 전 세포)에서 세로토닌을 다시 흡수함으로써 일어난다. 재흡수 된<br />

세로토닌은 다시 재활용된다.<br />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바로 세 번째 과정에 작용한다. 즉, 분비된 세로토<br />

닌이 다시 재흡수 되어 없어지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복용초기에 시냅스 내에<br />

서 세로토닌의 양은 증가하게 된다. 세로토닌을 주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없어<br />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항 우울 작용은 이<br />

런 기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이후에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시냅스<br />

후 세로토닌 수용체의 downregulation을 비롯한 이차적인 변화에 의한 것일 가능<br />

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문학작품이나 문학적 글쓰기로 억압<br />

을 소산하고 유쾌한 놀이를 통해 불안을 감소하고 긍정적인 인지구조를 갖게 하<br />

는 것이 약물치료에 반하는 우울증의 문학치료라 할 수 있다. 물론 증세가 심한<br />

환자들은 입원을 통해 약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br />

여성특유의<br />

사회화 과정<br />

불안정한 양친<br />

부모<br />

불안한 성격<br />

(유전)<br />

대처 능력의<br />

부족(여성)<br />

우울증의 구조 25)<br />

성인(사춘기)<br />

호르몬의 변화<br />

(옥시토신의 증가)<br />

성인(사춘기) 변화와<br />

관련된 누군가의 도움<br />

필요 욕구<br />

불안 증가<br />

성인(청소년)<br />

진입으로의 장애<br />

스트레스, 부정적 사건<br />

(특히 대인관계에서의<br />

부정적 경험)<br />

우울증적 소인<br />

Depression<br />

-강한 보살핌 요구<br />

-악화된 인간관계<br />

-강화된 불안<br />

-대처능력(수단)의<br />

부족<br />

25) 본 장에서 제시된 도표들은 필자가 문학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면서 자체적으로 개<br />

발한 프로그램의 일부와 Fritz-Perls-Institut에서 사용하는 처치법을 활용한 것이다.<br />

2. 우울증의 문학치료적 중재<br />

우울증의 치료는 인지적 행동치료가 주효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6) 하지만<br />

초기 단계는 정서적 감정이입이 주효하고, 그 이후에는 자기조절훈련, 쾌적한<br />

활동계획, 사회적 능력 훈련, 긴장완화훈련, 문제해결능력 등을 문학치료와 관련<br />

지어 세팅을 할 수 있다. 인지적, 정서적 구조 변화는 최종 치료목표이기도 한데<br />

이미 오랫동안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눈을 바꾸는 훈련을 말한다. 하지만 그<br />

부정적 자기 쾌감을 지우기 위해서는 문학적 유희가 필수적이다.<br />

1. 인지적 정서적<br />

구조변화<br />

우울증 치료의 목표와 기술<br />

치료목표 치료기술<br />

부적응 요인 변화 / 부적응 행동 요<br />

인 변화<br />

부정적 인식 체크 / 긍정적인 자기와의 대화<br />

/ 몸과 느낌의 이해 / 시 느끼기 / 자기 정서<br />

그리기 등<br />

2. 자기조절 훈련 자기 강화 / 자기 판단 강화 긍정적 자기 보상, 연습 중심의 치료과정(하<br />

이쿠 / 체베나 / 정형시 / 시조의 운율에 맞<br />

춰 넣기)<br />

3. 쾌적한 활동 계획 좋은 기분 / 은유 치환할 수 있는 활<br />

동 강화<br />

4. 사회적 능력 훈련 대인 관계 호전 / 충분한 상호관계<br />

증진<br />

5. 긴장 완화 훈련 우울을 야기하는 긴장과 불안을 완<br />

화시킴<br />

6. 문제 해결 능력 문제해결능력 강화로 자아 존중감<br />

형성 / 자기 통제력 강화<br />

체계적인 해소 계획(매일매일 기분 좋은 일<br />

말하기)<br />

멜랑콜리와 관련된 좋은 시 읽기 / 좋은 산<br />

문 읽기 등<br />

모델을 정하고 연습, 텍스트의 드라마화, 역할<br />

극, 드라마치료, 사이코드라마(빈 의자 기법)<br />

근육 이완 / 상상력 증진 / 명상 / 요가 / 시<br />

낭송(선시) / 시 쓰기(즉흥시) / 용서하기 / 넌<br />

센스 시 쓰기<br />

문제의 직시 / 방법을 생각 / 그 중에서 최선<br />

을 선택하여 연습하기, 상담<br />

26) Cecilia A. Essau, Depression bei Kindern und Jugendlichen, München 2002, S. 136ff. 여기<br />

서 저자는 벡의 인지적 행동이론(1976)을 토대로 한 다수의 연구들이 우울증을 가진 청소<br />

년들에게서 인지적 행동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미 검증한 바 있다고 보고하고<br />

있다.


3. CWD 또는 우울증 대처계획<br />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77<br />

자기 기분에 대한 평가는 치료시간과 관계없이 늘 성의 있게 집에서 실시하<br />

여야 한다. 그리고 아래 표3에서 보듯이 +로 표시된 과제는 자기 치유의 형식으<br />

로 수행되어야 한다. 치료적 중재에서는 각 회기나 회기군에 따라 다른 대처계<br />

획을 수행할 수 있다.<br />

우울증 대처 계획<br />

회기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br />

기분에 대한 평가 + + + + + + + + + + + + + + +<br />

대인 관계 + + + + +<br />

쾌적 활동 + + + + + + + +<br />

치<br />

료<br />

긴장 완화 + + + + + + + +<br />

건설적 생각 +<br />

+<br />

소통 + + + + 과<br />

행동문제해결<br />

개선된 것 유지<br />

+ 제<br />

4. 우울증의 문학치료 과정<br />

우울증은 ‘정신적 감기’라 할 만큼 매우 흔한 것이다. 하지만 병적인 단계에<br />

들어가면 회복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하여 평상시에 미리 대<br />

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 라포를 형성하고 내담자와 진정한 관계를 위<br />

한 예비 작업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좋은 시를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br />

은 방법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참여자가 직접 시를 선택하거나 자기가 쓴 시<br />

를 사용해도 좋다. 그리고 나면 도입단계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br />

집단치료를 할 경우 동작과 느낌, 호흡과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두려움이나 소<br />

망을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많은 감정을 담은 글들을 읽거나 이야기하면서 도입<br />

단계를 수행할 수 있다. 활동단계에서는 회상으로 자신의 기억을 불러와 감정<br />

의 해소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시를 읽고 생각나는 자유연상, 적극<br />

27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적 상상을 활용한 이야기 쓰기 등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수동적이고 수용적<br />

인 책읽기에서 글쓰기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통합단계는 활동단계에서 생길<br />

수도 있는 것으로서 숨겨둔 자기, 분노하는 자기, 부정적인 자기를 찾는 과정이<br />

다. 여기서 인지적 통찰과 정서적 이해가 생겨난다. 그리하여 새로운 출발을 할<br />

수 있게 도와준다.<br />

0. 사전준비 / 리포의<br />

형성<br />

1. 도입단계 / 긴장완화<br />

2. 활동단계 / 자발성의<br />

창조<br />

3. 통합단계 / 긍정적<br />

자기 묘사<br />

4. 새 방향 설정단계<br />

/ 새로운 삶<br />

우울증의 문학치료 과정<br />

계약서, 치료 계획 동의서,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안내, 문<br />

학의 선택, 병력, 감정상태(측정)-‘과정 진단’일 경우 제외<br />

스크린 만들기 / [빨간 나무]에 대한 느낌, 생각나는 사람-이 글을 읽고 당신<br />

이 생각나는 좋은 두 사람, 좋지 않은 두 사람 그리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기<br />

꺼이 가보고 싶은 장소 그리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그러나 기꺼이 갖고<br />

싶은 것 두 가지 말하기, 기꺼이 하고 싶은 활동하기 / 동반자 정하기 / 피드백<br />

-셰어링<br />

감정의 발생-해소, 박의상의 ‘일등육’, 정호승의 ‘그리운 부석사’, 곽재구의<br />

‘사평역에서’, ‘가시고기’, 인생파노라마 또는 위기파노라마 그리기, 헤벨의<br />

‘뜻밖의 재회’, 넌센스 시 쓰기, 모차르트 음악 듣고 시/줄글로 표현하기, 자기<br />

모습 그리고 이야기 쓰기(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방랑자 / 창가의 여인<br />

의 보이지 않는 얼굴 그리기) / 동반자에게 편지쓰기 / 피드백-셰어링<br />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긍정적 자기 묘사, 부정적 생각 인식을 긍정적으로<br />

대체, 죄의식의 해소, 적개심의 완화, 용서하기, 무엇이 좋은 감정을 일으키게<br />

하는지, 예를 들어 좋은 기억들, 좋은 사람들, 활동적인 시기 등을 기억하는<br />

훈련을 한다. / 피드백-셰어링<br />

동반자의 편지 받기 / 나는 좋다, 나는 긍정적이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용<br />

서한다, 나는 이런 좋은 점을 갖고 있다, 나는 세상을 밝게 한다, 나를 슬프게<br />

하는 것들은 이제 지나갔다.<br />

Ⅳ. 사례: 우울증 해소를 위한 집단문학치료 축어록<br />

문학치료는 집단치료가 주된 방식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개인 또는 3~4명<br />

이내의 소그룹도 가능하다. 여기서는 두 가지 경우를 소개하겠다. C라는 여대생<br />

이 있다. 크게 고통의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았지만-나중에 안 결과이기도 한데-<br />

강박과 불안장애가 있다.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고 난 후 우리는 치료실에서 같<br />

이 창밖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T: Therapist 치료사 C: Client 참여자)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79<br />

T: 눈에 무엇이 들어오는가요?<br />

C: 안개 낀 하늘이 보입니다.<br />

T: 안개 낀 하늘을 보면 무슨 일이 생각나는가요?<br />

C: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br />

T: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가요?<br />

C: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br />

T: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br />

C: 우울합니다. 왜 그런지 우울합니다.<br />

T: 우울할 때 생각나는 것은 없습니까?<br />

C: 없습니다.<br />

T: 그러면 정호승의 시 「 수선화에게」 를 들어보겠습니까?<br />

C: 그 시 압니다.<br />

T: 그래도 들어보지 않겠어요?<br />

C: 좋습니다.<br />

T: 울지 마라<br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br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br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br />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br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br />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br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br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br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br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br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br />

C: 시를 들으니까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br />

T: 말해보겠어요?<br />

C: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이 보입니다.<br />

T: 그 아이가 어떻게 가고 있어요? 글로 써보겠어요?<br />

C: 그러겠습니다.<br />

280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글의 내용<br />

나는 하늘을 헤쳐가고 싶다. 하늘은 안개. 나는 안개 같은 하늘을 헤쳐가고 싶다. 안<br />

개 낀 하늘을 보면 비 오던 골목길에 있는 내가 생각난다. 비가 많이 오고 안개가<br />

많아서 추웠다. 우산은 어깨에 무겁게 걸치고 언제나 네모난 가방은 뒤로 처져서 어<br />

깨를 잡아당겼다. 신발은 다 젖고 나는 키가 작고, 친구가 없다. 나는 언제나 길을<br />

혼자 걸었다. 땅만 바라보며<br />

T: 잘 하셨습니다. 이때의 하늘 때문에…… 라는 느낌을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br />

C: 야 니 땜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아나<br />

T: 그렇게 말고 안개 낀 하늘 때문에…… 라고 모든 것의 책임을 돌려보세요.<br />

C: 그러겠습니다. 안개 낀 하늘은 비 오던 골목길의 나를 생각나게 한다. 비가 많이<br />

오고 안개가 많아 춥다. 안개 낀 하늘 때문에 우산이 어깨에 무겁다. 안개 낀 하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81<br />

늘 너 때문에 네모난 가방은 뒤로 축 처졌다. 어깨를 잡아당기는 것도 안개 낀<br />

너 때문이고 신발이 젖고 내가 작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안개 낀 하늘 너 때문이다.<br />

혼자 길을 걸어간다. 너 때문에 땅만 바라보며.<br />

T: 시의 형식으로 마무리를 해볼까요?<br />

C: 해보겠습니다.<br />

글의 내용: 나는 하늘을 헤쳐가고 싶다. 안개 낀 하늘을. 나는 안개 낀 하늘을 헤쳐<br />

가고 싶다. 안개 낀 하늘은 비 오던 골목길의 나를 생각나게 한다. 비가 오고 안개가<br />

많아 춥다. 안개 낀 하늘 때문에 우산이 어깨에 무겁다. 안개 낀 하늘 너 때문에 네<br />

모난 가방은 뒤로 처진다. 어깨를 잡아당기는 것도 안개 낀 하늘 너 때문이고 신발<br />

이 젖고 내가 작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안개 낀 하늘 너 때문이다. 하늘에 안개가 끼<br />

면 나는 언제나 혼자 걸어간다. 안개 낀 하늘 너 때문에 땅만 바라보며.<br />

T: 감사합니다. 진실하게 솔직하게 말해주어서요.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주<br />

석을 써보겠습니까?<br />

C: 주석: 당신이 왜 혼자입니까. 당신은 돌아갈 집이 있고 비를 받쳐줄 우산이 있습<br />

니다. 가끔은 학교 앞에서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어머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br />

도 있습니다. 길을 가며 싸구려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반 친구를 길에서 만나 우<br />

스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쓴 뒤 훌쩍이며 곧장 눈물을 흘린다)<br />

이어서 릴케의 시를 읽어주었다.<br />

나는 사람들의 말이 매우 두렵습니다.<br />

그들은 모든 것을 아주 분명히 말합니다.<br />

이것은 개고 저것은 집이며,<br />

여기가 시작이고 저기가 끝이라고.<br />

그들의 생각, 그들의 말장난이 나를 두렵게 합니다.<br />

그들은 미래와 과거를 다 아는 것 같습니다.<br />

그들은 어떤 산을 보고도 감동하지 않는데<br />

이유는 그들의 정원과 땅이 곧 신의 나라에 가깝기 때문이지요.<br />

나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하고 저항하고 싶습니다.<br />

나는 사물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좋습니다.<br />

28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그들이 사물을 건드리면 사물들은 놀라 벙어리가 됩니다.<br />

그들이 나의 모든 사물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98.11.21)<br />

듣고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br />

나는 엄마의 말이 두렵다. 엄마는 너무나도 분명히 말한다.<br />

너는 말이 많다고……너는 울면 안 된다고……<br />

엄마의 말장난이 나를 두렵게 한다.<br />

언짢은 날엔 머리를 도끼로 찍어<br />

내 머리는 발밑에 떨어지고<br />

나는 온종일 너덜거리는 마음으로……너덜거리는 몸뚱아리로……<br />

집안을 기웃거린다.<br />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br />

나는 하나하나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엄마의 말에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며칠 전<br />

에도 지친 하루 끝에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그 포악한 쇳소리처럼 카랑카랑한 엄<br />

마의 소리 지름에 난 문 앞에서 얼어버렸어요. 언제나 당연하게 마음 깊은 곳까지<br />

증오를 퍼올려 나에게 화풀이하는 엄마 때문에 난 어릴 때부터 마음이 난도질당해<br />

서…… 그런 하루는 온통 몸도 마음도 너덜거렸어요. 어릴 때 엄마가 얼마나 무서웠<br />

다구요. 소름끼칠 만큼. 벼락이 치는 것 같이.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아버<br />

지도 섭섭해요. 나는 힘없는 어린 애가 아니에요. 나를 한 인간처럼 생각해주면 좋<br />

겠어요. 나는 아버지가 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아버지의 부속물이 아니고 온전한<br />

나이거든요. 아비지의 말에 어이없이 말문이 막히고 굳어버리는 때가 많아요. 내가<br />

언제부터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까요. 나는 그렇게 살도록 길러졌던 거예요. 나는<br />

누구를 믿지 못해요. 어릴 때부터 따뜻한 가정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얼마<br />

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어요. 어릴 때 너는 나약<br />

하지 않다는 말, 너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말을 해줬다면 아마 나는 다른 사람<br />

이 되어 있을 거예요.<br />

그 이후의 회기에서도 계속 글쓰기를 했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심한 상처를<br />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는 불안을 감소해나가고 가족을 용서하고 자신을<br />

용서하는 기회를 가졌다.


Ⅴ. 결론: 문학치료적 중재의 전망<br />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83<br />

우리는 위에서 문학이라는 매체가 우울(증)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br />

가하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임상과정의 사례에서 볼 수 있<br />

듯이 참여자는 도입단계에서 치료자가 “우울하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하는 질<br />

문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정호승 시인의 「 수선화」 를 듣고 서서히 감정이<br />

입의 정서를 갖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우울한 정서나 우울증을 가진 참여자<br />

들일수록 우울한 정서의 텍스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br />

참여자는 시를 듣고 난 자신의 느낌을 한 편의 시로 적는 에너지를 얻게 되고<br />

결국 그것은 참여자가 가진 우울의 동인을 환기하는 산문의 글로 발전된다. 이<br />

와 같은 활동과 통합단계를 거쳐 참여자는 자신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하는 억압<br />

의 기억을 소산하게 되고 재부모화의 환경에서 안정됨, 편안함, 인지적 변화를<br />

얻게 된다. 결국 그러한 글을 통해 참여자는 스스로와의 화해, 환경과의 화해를<br />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학치료란 단순한 책읽기나 글쓰기가 아니라<br />

치료자가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적절히 중재하고 개입함으로써 참여자의 내<br />

적인 심리역동을 얻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치료는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하<br />

여 자발성, 창의성, 역동성을 얻어내는 치유방법이라 할 수 있다.<br />

물론 문학치료적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학텍스트가 사용될 수 있는<br />

것은 아니다. 급성(akut) 우울(증)을 가진 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방법은 오히려<br />

역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학치료사는 참여자의 증상이나 상태를 고<br />

려하여 적절한 문학치료적 세팅, 즉 문학치료의 목표, 기능, 방법, 기술, 회기, 매<br />

체(은유, 상징) 등에 이르는 다양한 중재의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하여야 한다.<br />

그러나 이러한 문학치료적 중재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어느 치료든(약물<br />

치료를 포함한) 막론하고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문제이니만큼 완벽한 치료가 아<br />

니라 좀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큰 의미를 두<br />

는 것은 우울(증)의 재발이나 유병을 미연에 예방하고 심각해진 상황을 제어할<br />

힘을 얻게 하는 데 있다. 우울(증)을 포함한 현대인의 정신병리는 나날이 심각해<br />

지고 있는 현시점에 향후 문학치료의 중재나 개입은 다각적인 활로모색의 필요<br />

성을 갖는다 하겠다.<br />

28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참고 문헌<br />

김경희,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85<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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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hentbauer, Josef, Melancholie. Die traurige Leichtigkeit des Seins, Stuttgart 2001.<br />

286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Zusammenfassung<br />

Poesie- und Bibliotherapie für die psychosomatischen Erkrankungen<br />

der modernen Menschen<br />

- Interventionen der Depression<br />

Byun, Hak-Su (Kyungpook Nat. Uni)<br />

Chae, Yon-Suk (Kyungpook Nat. Uni)<br />

Kim, Choon-Kyung (Kyungpook Nat. Uni)<br />

Bisher blieb die Beschäftigung mit der Heilkraft der Sprache, d. h. mit der<br />

heilenden Wirkung von Literatur, den therapeutischen Möglichkeiten des Lesens und<br />

Schreibens eher in Randbereichen der Psychotherapeutischen Disziplinen. In neuerer<br />

Zeit entdeckte man, dass Literatur und dabei die gestaltete Sprache Menschen<br />

berührt, ihre Persönlichkeit verändert, ihnen Zugang zu sich selbst, zum Mitmenschen<br />

ermöglicht. Wir sehen die Möglichkeiten von Literatur in Form von Literaturszenen,<br />

den literarischen Werkstätten und nicht zuletzt von kreativitätstherapeutischen<br />

Verfahren, in der Therapie und als Therapie noch kaum erschlossen. Unsere<br />

Erfahrungen mit der Poesie- und Bibliotherapie geben uns den Impuls, in Therapie<br />

für die Depressionen einzusetzen.<br />

Die integrative Poesie- und Bibliotherapie ist ein Verfahren, das durch das<br />

Medium künstlerisch-gestaltender Sprache Prozesse seelischer Integration und<br />

persönlichen Wachstums in Gang setzt und unterstützt. In der Begegnung mit der<br />

Literatur oder dem selbst verfassten Text können Gefühle vertieft wahrgenommen<br />

und in neuer Weise berühren. Im poesietherapeutischen Schreiben kann zum<br />

Ausdruck kommen, was bisher nicht zur Sprache kommen konnte. „Wer schreibt,<br />

kann sich selber lesen", so hat Max Frisch es formuliert. Poesie- und Bibliotherapie<br />

wird in verschiedenen Bereichen angewandt: Bei den physischen und psychischen<br />

Erkrankungen, in der Sterbehilfe, in den Lebenskrisen, in der Erwachsenenbildung,


문학치료와 현대인의 정신병리․변학수/채연숙/김춘경 287<br />

zur Selbsterfahrung und Persönlichkeitsentwicklung.<br />

Im Unterschied zu dem rezeptiven Ansatz regen Poesietherapeuten an, selber Texte<br />

zu schreiben und dem Therapeuten oder in der Gruppe vorzutragen. Auch hier wird<br />

das Material zur Auslösung von Gefühlen und zur Vermittlung von Einsichten im<br />

Gruppengespräch verwandt. Spezielle Formen des Aufarbeitens finden sich bei dem<br />

integrativen Ansatz so, dass man die Teilnehmer in den verschiedenen Medien wie<br />

Malen, Musik hören etc. durch Feedback und Sharing voneinander erfahren und<br />

gegenseitig fördern kann. Darüberhinaus ist der integrative Ansatz aber auch in der<br />

Selbsterfahrung zur Entwicklung der Persönlichkeit und zur Verbesserung von<br />

Lebensqualität einzusetzen, durch das gemeinsame Erfahren von Literatur, im Lesen<br />

von Poesie und Prosa und im Gestalten eigener Texte als persönlichen Narrationen.<br />

Poesietherapie ist keine Literaturschreibwerkstatt und auch keine<br />

literaturwissenschaftliche Stunde der Interpretation von Gedichten. Literatur hat<br />

dagegen im Sinne der Therapie die Eigenschaft etwas zu strukturieren. Um etwas<br />

auszudrücken, muss ich erfassen, was es ist. Dann wird es greifbar und handelbar<br />

durch die Strukturiertheit der Sprache, und der Literatur, die mir (dem Klienten)<br />

Klarheit gewinnen lässt.<br />

Die Literatur bietet gute Möglichkeit, um selbst zu erkennen. Es ist eine<br />

Projektionsfläche für die Hörer/Leser, aber auch für Dichter. Beim Lesen und bei<br />

Sharing(Resonanz) ist immer wichtig, nicht das zu erfassen, was der Dichter damit<br />

sagen will, sondern das, was es in mir anspricht. Darüberhinaus geht es nicht darum,<br />

ob Gedicht gut oder schlecht, sondern spricht es uns an. Und die poetische Form<br />

sollte nie über Inhalt stehen, d. h. Gedicht muss sich nicht unbedingt reimen. Den<br />

tieferen Sinn eines Gedichts gibt es nicht. Man soll daher die Wertung enthalten, also<br />

die Wertungen vermeiden. Entscheidend ist was für mich darin steckt. Wertungen<br />

sind immer da, aber braucht man nicht ständig, so bewertet zu werden, wie die<br />

Psychoanalyse sagt. Die vergessenen Schmerzen werden nur im Prozesse der aktiven<br />

Imagination (C. G. Jung) des Schreibens und Erinnerns (S. Freud) prägnanter<br />

erscheint.<br />

28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Auf diese Weise werden Depressionen der Klienten interveniert. Grundsätzlich und<br />

häufig geht Depression mit Angst einher, sind Entspannugen meistens ein wichtiger<br />

Teil der Poesie- und Bibliotherapie mit depressiven Klienten. Anhand der Techniken<br />

der integrativen Poesie- und Bibliotherapie wird den Klienten vermittelt,<br />

verschiedene emotionale Spannungen loszulassen, mit den frühkindlichen<br />

Erinnerungen zu versöhnen, um schließlich einen entspannten Zustand zu erreichen.<br />

Gefühlte Imagination kann anhand des Lesens, Malens und nicht zuletzt Schreibens<br />

eingeführt werden. Dabei lernen die Klienten, sich angenehme Umwelten<br />

(Reparenting) vorzustellen, die bei ihnen positiven Gefühle hervorzurufen.<br />

주제어: 문학치료, 우울, 우울증, 독서행위, 불안, 문학의 치유력<br />

Schlüsselbegriffe: Poesie- und Bibliotherapie, Melancholie, Depression, Leseakt, Angst,<br />

Heilkraft der Literatur<br />

e-mail: hsbyun@mail.knu.ac.kr<br />

투고일: 2006. 03. 31 / 심사일: 2006. 04. 20 / 심사완료일: 2006.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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