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7.2013 Views

심미적 기억과 연극 김영목 (연세대) - 한국뷔히너학회

심미적 기억과 연극 김영목 (연세대) - 한국뷔히너학회

심미적 기억과 연극 김영목 (연세대) - 한국뷔히너학회

SHOW MORE
SHOW LESS

You also want an ePaper? Increase the reach of your titles

YUMPU automatically turns print PDFs into web optimized ePapers that Google loves.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br />

- 드라마 기능 연구<br />

I. 들어가는 글<br />

<strong>김영목</strong> (<strong>연세대</strong>)<br />

서구<strong>연극</strong>은 오래전부터 오락과 긴장해소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strong>연극</strong>은 무대<br />

를 통해 다양한 사회계층을 담아내는 공적 재현의 장(場)이었으며 지금도 그렇<br />

다고 할 수 있다. ‘계몽주의’ 이래 서구<strong>연극</strong>은 시민계층을 도덕적으로 함양시키<br />

고 교양을 형성하는 ‘기관’으로 간주된다. 1) 이때 <strong>연극</strong>은 사회의 거울로 인식되<br />

어, 사회 문제들이 <strong>연극</strong>을 통해 객관화되고 성찰되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br />

의 다양화 및 자유화의 추세에 부응해서 <strong>연극</strong>에 대한 또 다른 이해의 가능성이<br />

부각되고 있는데, 이 가능성은 그 동안 <strong>연극</strong>의 다양한 기능들에 포함되었던 심<br />

미적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술의 자율성으로도 읽혀지는 이 <strong>심미적</strong> 기능은<br />

서구 드라마 및 <strong>연극</strong> 형식에서 점점 세분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 역할, 사회<br />

적 상호작용 및 플롯의 축소 내지 해체가 최근 <strong>연극</strong> 경향이다. 이와 관련해 예술<br />

형식으로서의 <strong>연극</strong>에서 구체적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일상경험을 기준<br />

으로 한 시공간 연속성의 축소 및 해체, 공연 리듬감의 강조, 배우 신체를 자료<br />

로 드러내기 그리고 다른 예술의 수용을 통한 <strong>연극</strong> 장르의 경계 해체 등이다.<br />

고전 드라마 텍스트의 구조가 ‘닫힌 형식’과 내용의 일치로 이루어져 있어 관<br />

객이 삶의 방향성을 어렵지 않게 설정할 수 있었다면, 현대 드라마 텍스트의 표<br />

층 구조는 단절, 불연속성 및 불일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 불일치라는<br />

이질적 부분, 즉 동질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의 이질성, 내지는 일상경험의 잣<br />

* 이 논문은 2004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KRF-2004-03-A00255).<br />

1) Vgl. Gabriele Schwab: Becketts Endspiel mit der Subjektivität: Entwurf einer Psychoästhetik<br />

des modernen Theaters, Stuttgart 1981, S. 45.<br />

6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대로 보았을 때 제외되고 배제된 이질성 때문에 재현의 한계가 드러난다. 그러<br />

나 <strong>연극</strong>이란 재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게 만드는 형식을 창출해야 한다. 따라<br />

서 <strong>연극</strong>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질서가 나타나는데, 하나는 표상세계를 지시해주<br />

는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가시성과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인지(認知) 질서를<br />

지시해주는 배우의 몸이다. 2) 이 두 질서는 <strong>연극</strong>의 서로의 역할에서 점점 일치하<br />

지 않는다. 이러한 불일치를 통해 언어와 신체 간에 일종의 ‘사이 공간’이 드러<br />

난다. 바로 이 ‘사이 공간’을 통해 배제되고 제외된 경험, 즉 이질성을 의식할 수<br />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기서 신체는 다른 질서로 전이되는데, 이 다른 질서<br />

가 재현이라는 상징적 질서에서 바로 재현의 다른 면을 ‘기억’시키고자 한다.<br />

‘기억’이라는 말은 여기서 의식적으로 선택된 <strong>연극</strong>의 메타포로 이해할 수 있다.<br />

왜냐하면 불일치를 통한 이질성은 직접 재현되거나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br />

오로지 관객공간과 무대의 분리를 통해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텍스<br />

트에서 드러날 수 있는 잠재적 의미는 <strong>연극</strong> 작용의 잠재적 영향으로 효력이 상<br />

실된다. 이 <strong>연극</strong>의 잠재적 작용은 <strong>연극</strong> 텍스트의 ‘기호자료’를 통해 수용자의 주<br />

체성을 종래와 다른 방식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은 배우의 신체에 의해 야<br />

기될 수 있는 주관적 기억을 통해 진행된다. 그로써 현대극이 기억될 수 없는 것<br />

을 기억시키려는 ‘기억 텍스트’가 된다면, 이 모순적 기억의 기능에서 <strong>심미적</strong> 기<br />

능도 찾아낼 수 있는 추론도 가능하지 않은가? 본고에서는 <strong>심미적</strong> 독자성이 가<br />

능하다는 전제 아래 <strong>기억과</strong> 심미성을 결부시키고자 한다. 이때 <strong>심미적</strong> 독자성이<br />

란 이것이 사회적 콘텍스트에서 도출될지라도 이 콘텍스트로 환원될 수 없는 일<br />

종의 <strong>심미적</strong> ‘잉여’이다. 이 <strong>심미적</strong> 독자성은, 이제 살펴보겠지만, 수용주체와 관<br />

련해서 사회적 콘텍스트의 특별한 적용방식에서 존재한다. 여기서 이 특수한 실<br />

행방식은 ‘기억’의 개념, 그것도 상상력의 개념과 접근해있는 기억의 개념으로<br />

표현될 것이다.<br />

주로 현대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가 주제로 삼는 것은 예술작품을 수용하는 모든 형<br />

2) 신체와 언어의 질서로서의 드라마 및 <strong>연극</strong>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Helga Finter:<br />

Der subjektive Raum Bd. 1: Die Theaterutopien Stéphane Mallarmés, Alfred Jarrys und<br />

Raymond Roussels: Sprachräume des Imaginären, Tübingen 1990; Helmut Schanze: Goethes<br />

Dramatik. Theater der Erinnerung, Tübingen 1992.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65<br />

식에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텍스트의 명시적 내용 이면에 내재<br />

되어 있어야 했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늘<br />

날 변화된 매체상황과 전자매체에 대한 <strong>연극</strong>의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본고의<br />

테제인 심미성은 특히 기억의 기본형식들인 반복과 배가의 방식에서 정당화될<br />

수 있다. 따라서 기억은 여기서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에 대한 재현을 문제시하<br />

는 상상과 허구의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생산적 상상력으로서<br />

의 기억이 수용과정에서 부각된다. 본고는 ‘재현’으로서의 기존 <strong>연극</strong> 3)을 완전히<br />

부정하기보다는 이 ‘재현 <strong>연극</strong>’을 문제화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심미화하려는<br />

이론적 시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학적, 기호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기존<br />

<strong>연극</strong>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이어 <strong>연극</strong> 생산 및 수용의 측면에서 <strong>기억과</strong> 연<br />

극이라는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상관성을 고찰함으로써 <strong>연극</strong>의 <strong>심미적</strong> 기능에 대한<br />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여기서는 <strong>연극</strong>의 필수 구성요소인 배<br />

우의 신체와 관련해서 기억 개념을 <strong>심미적</strong> 카테고리로서 조명할 것이다.<br />

II. <strong>연극</strong>의 이론: <strong>연극</strong>사회학과 <strong>연극</strong>기호학을 중심으로<br />

<strong>연극</strong>사회학적 관점에서는 특히 <strong>연극</strong>과 사회의 상호작용 관계가 강조된다. 이<br />

때 <strong>연극</strong>은 “이 자체가 인간 상호작용에 대한 모사”이기 때문에 “인간의 일상세<br />

계의 메타포” 4)로 나타난다. <strong>연극</strong>과 사회의 이러한 유사성은 사회적, <strong>연극</strong>적 행<br />

위를 구조화하는 ‘역할’에 대한 공동의 표상에, 그리고 사회상황에 대한 <strong>연극</strong>적<br />

요소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strong>연극</strong>은 관객에게 사회적 과정을 보여주며 이 과정<br />

을 반복한다. 그래서 <strong>연극</strong>은 사회적 예술형식으로 정의된다. 5) 여기서 <strong>연극</strong>의 관<br />

3) 기존 재현<strong>연극</strong> Repräsentationstheater의 기능은 슈바브에 따르면 “교양, 긴장해소 및 향<br />

유”(G. Schwab: a. a. O., S. 45)에 있다. 물론 이러한 개념들로는 현대 예술작품이 설명될<br />

수 없다. 현대 <strong>연극</strong>예술은 텍스트의 표현 내지 재현 영역보다는 그 구조적 작용 영역에서<br />

파악된다. 이 재현극에서는 미적 텍스트의 잠재적 의미가 독자적 현상으로 부각되는 대<br />

신,-일상의 방향성과의 유사성으로서-관객이 긴장을 해소하도록 무대에 일련의 동일화 자<br />

극(예컨대 ‘두려움’과 ‘연민’)이 제공된다.<br />

4) Uri Rapp: Handeln und Zuschauer: Untersuchungen über den theatersoziologischen Aspekt in<br />

der menschlichen Interaktion, Dramstadt 1973, S. 31.<br />

66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심사는 소통관계로서의 인간 상호작용이며, 이것이 <strong>연극</strong>의 의미를 규정한다. 관<br />

객은 <strong>연극</strong>상황의 인위성을 수용하면서 공동체험을 통해 자신의 경험영역을 확<br />

장시키는 “환영 속에” 6) 있으며 동시에 거리를 갖고 자기 경험을 체험한다. <strong>연극</strong><br />

적 소통의 핵심요소인 이 ‘환영’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행위와 역할이다. 이 행<br />

위와 역할은 사회적 행위의 모방과 사회적 역할의 연기라는 미메시스 측면에 고<br />

정되어 있다. 여기서 역할은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유형화 Typisierung’ 7)로 파악<br />

되어, 상호작용 관계에서 미리 방향성을 유도한다. 이렇게 <strong>연극</strong>은 <strong>연극</strong>사회학적<br />

관점에서 역할 상호작용을 상징화한다. 게다가 무대와 관객공간의 상호작용을<br />

통해 무대의 상호작용이 배가되면서 배우의 관점도 자기 역할 그리고-배우에<br />

대한 관객의 관점을 통해-다른 배우의 역할들로 이중화된다. <strong>연극</strong>사회학에서는<br />

이 미메시스 측면이 <strong>연극</strong>의 메타소통적 요소 8)로서 <strong>연극</strong>의 예술성을 규정하고<br />

있다. 여기서 미메시스는 탈실용성이 부각되는 <strong>심미적</strong> 예술의 본질적 행위로서<br />

간주된다. 그래서 일상현상은 모방의 반복을 통해 거부되고 직접적인 지시의 중<br />

지를 통해 <strong>심미적</strong> 관계로 변화된다. 그런데 이러한 <strong>연극</strong>의 정의로는 <strong>심미적</strong> 현<br />

상으로의 <strong>연극</strong>이 (영화, 문학 등) 다른 예술들과 구분될 수 없다. 게다가 <strong>연극</strong>사<br />

회학적 관점에서는 <strong>연극</strong>의 특수성은 이것이 ‘역할’의 사회적 범주로 소급될 때<br />

만 규정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로서의 <strong>연극</strong>의 독자적 심미<br />

성이나 잠재적 작용이 간과된다.<br />

우리는 이미 러시아 형식주의나 구조주의 이론을 통해 예술이란 우리의 이해를<br />

‘낯설게’ 하고 탈자동화하는 ‘방식’, 즉 기본 원칙이 반복에 있는 과정 내지 진행<br />

의 구조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반복은 텍스트의 결합소 Syntagma를 구조화함<br />

으로써 (다의적인) 기호들의 실용적 콘텍스트를 부정한다. 9) 그러나 역할을 강조<br />

하는 <strong>연극</strong>론에서는 예술의 부정성 Negativität, 즉 수용과정에서 콘텍스트의 부정<br />

5) Vgl. ebd., S. 31 u. 39.<br />

6) Ebd., S. 75.<br />

7) Vgl. ebd., S. 92.<br />

8) Vgl. ebd., S. 115.<br />

9) Vgl. Viktor Sklovskij: Kunst als Verfahren. In: Jurij Striedter(Hg.): Russischer Formalismus,<br />

München 1981, S. 3~35. 다양한 미적 이론들에서 나타난 ‘과정적 실행’으로서의 심미성의<br />

기본정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Christoph Menke: Die Souveränität der Kunst:<br />

Ästhetische Erfahrung nach Adorno und Derrida, Frankfurt/M. 1991.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67<br />

과 결부되어 있으며 또-명백한 해석을 넘어-작용을 유발시키는 부정성이 배제된<br />

다. <strong>심미적</strong> 구성물로서의 <strong>연극</strong>은 <strong>심미적</strong> 과정을 통해 <strong>연극</strong>기호들을 미리 설정된<br />

사회학적 카테고리들로 규정짓는 것을 문제시하며, 또 그로써 선험적 카테고리들<br />

에 의한 의미 형성도 수용되지 않는다. 10) 특히 모더니즘 <strong>연극</strong>형식에서는 기존 역<br />

할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단절이 자주 표출되기 때문에, 이것을 상호작용의<br />

이면을 경험할 수 있는 독자적인 미적 방식에서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br />

상징적 상호작용의 범주인 ‘역할’에 대한 비판은 또한 사회학적 시각 내에서<br />

도 나타난다. 루만은 점점 복잡한 기능사회에서 더 이상 상호작용으로 중재될<br />

수 없는 “서로 다른 독자적 역할들”의 이질성을 강조하면서, ‘반영’이라는 전통<br />

적 의미의 “<strong>연극</strong>”으로 이 복잡한 사회 체계들을 파악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br />

있다. 11) <strong>연극</strong> 자체가 변화되었기보다는 사회가 아주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그래<br />

서 사회와 <strong>연극</strong>의 불일치가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strong>연극</strong>이 독자적․비판적<br />

기능을 견지하려면, <strong>연극</strong>에서 개인이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방식’, <strong>연극</strong>이<br />

<strong>연극</strong>의 공동공간에서 각 수용주체를 포함시킬 수 있는 ‘방식’이 요청된다. 총체<br />

적 파악이 불가능한 이 복잡한 사회에서 사회학적 개념을 통해서는 더 이상 드<br />

러나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독자적 현상으로서의 <strong>연극</strong>이 부각되고 있다. <strong>연극</strong>이<br />

사회적으로 통속화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예술적․<strong>심미적</strong>으로 파악되어야 한다.<br />

다른 한편, <strong>연극</strong>을 기호관계로서 파악하는 기호학은 <strong>연극</strong> 기호를 기호에 대한<br />

기호로 규정하면서 <strong>연극</strong>의 심미성에 접근한다. 12) 여기서 <strong>연극</strong>의 특수성은 첫째,<br />

<strong>연극</strong>에서 만들어진 상황, 즉 공연에서 기호 생산은 기호 담당자인 배우에 의해<br />

분리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예컨대 소설은 활자가 바뀌어도 의미가 동일하나, 공<br />

연은 배우가 바뀌면 달라진다. 그래서 <strong>연극</strong>은 전래될 수 없는 절대적 현재성을<br />

10) 또한 사회와 <strong>연극</strong>의 ‘차이’를 기준으로 텍스트를 설명해내는 모델(vgl. Manfred Pfister: Das<br />

Drama. Theorie und Analyse, München 1984)에서도 <strong>연극</strong>을 통한 사회의 재현이라는 우선권<br />

이 침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존재하며, 그로써 <strong>심미적</strong> 기능은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한다.<br />

11) Niklas Luhmann: Soziale Systeme, Frankfurt/M. 1987, S. 552 u 572. 사회적, <strong>연극</strong>적 행위의<br />

핵심개념인 역할은 루만에게 더 이상 <strong>연극</strong>과 사회의 동일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우연적 포<br />

지션이며, 더 이상 구속적 소통을 보증할 수 없기에 대표적 사회적 상호작용을 상징화할<br />

수 없다.<br />

12) Vgl. Erika Fischer-Lichte: Semiotik des Theaters Band 1: Das System der theatralischen<br />

Zeichen, Tübingen 1983, S. 19.<br />

6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중요시한다. 이는 둘째, 공연 생산과 수용이 시간상 일치함을 의미한다. <strong>연극</strong>기<br />

호의 생산은 무대 수용과 동시에 진행된다. 셋째, 기호를 구체화하는 관객이 없<br />

다면 <strong>연극</strong>은 존재하지 않는다. 13) 게다가 <strong>연극</strong>에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br />

시청각 기호들도 사용된다. 14) 수많은 이질적 기호체계들을 통해 기호의 선택 및<br />

조합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것은 결국 <strong>심미적</strong> 의미의 강화로 귀착된다. 또한<br />

이로써 <strong>연극</strong>기호는 점점 ‘유동성’ 및 ‘복합기능성’을 지향한다. 말하자면 기호의<br />

동일한 부가의미 Konnotation는-이 기저의미 Denotation가 달라지지 않아도-다양<br />

한 기호체계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trong>연극</strong>에서 사용된 기<br />

호는 다른 기호에 대한 기호로 기능한다. 그러면 이 기호는 자료성자체가 변화<br />

되지 않고도 다른 의미들을 생산할 수 있다. 15)<br />

<strong>연극</strong>기호학에서 <strong>연극</strong>기호는 처음부터 사회적․문화적으로 다시 환원되는 ‘의<br />

미’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strong>연극</strong>기호학은 기호의 의미측면을 지시한다. 이때<br />

의미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체를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객<br />

스스로 기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을 내포하는<br />

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의미는 구성을 통해 제기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해석<br />

들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들로서 기능한다. 16) 모든 문화적 체계가 이러한 구조성<br />

을 통해 기표와 기의의 일치에서 도출되는 의미를 생산해내지만, 기호학에서는<br />

왜 기표와 기의의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는 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는<br />

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예컨대 ‘바람’이라는 기저의미가 어째서 창문<br />

이나 소리를 통해 생산되는지는 기호학에서 중요치 않다. 의미는 동일하게 남아<br />

13) 그래서-피셔 리히테 E. Fischer-Lichte의 <strong>연극</strong>의 정의에 따르면-“S가 보고 있는 동안” 연<br />

극은 “X를 구현하는 인물 A를 필요로 한다.” (ebd., S. 15f.)<br />

14) <strong>연극</strong>의 기호들만 열거해도, 효과음, 음악, 언어학적, 준(準)언어학적 기호, 표정 및 제스처<br />

기호, 분장, 헤어스타일, 의상, 무대장치, 소품, 조명 등 수없이 많다. 피셔 리히테는 여기에<br />

공간개념과 관련된 14개 기호체계들을 추가하고 있다(E. Fischer-Lichte: a. a. O., S. 27).<br />

15) 그래서 예컨대 ‘의자’는 ‘섬’이나 ‘무기’가 되기도 하는데, 이는 수많은 기호체계를 통해 부<br />

가의미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자가 무대에서 새로운 기호로 띨 수 있는 새로운<br />

의미들은 ‘의자’라는 대상의 함축적 부가의미와 결합되어야 한다.<br />

16)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의미보다 의미구조에 대한 재인식이다. 리히테의 모델에서<br />

는 미적 텍스트의 구조에서 기호 속의 틈, 의미의 중지가 배제됨으로써 기호를 읽어내고<br />

텍스트를 구성하는 주체가 합리적․지적 주체로 나타난다. <strong>연극</strong>에서 배우와 관련해서 수<br />

용주체의 정서적 관여나 감정적 문제는 여기서 닫혀있다.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69<br />

있다. 하지만 작용과 그로써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는 기호의 다양한 자료성을 통해 달<br />

라질 것이다.<br />

숨어있을 뿐 체계 안에 있을 수 있는 의미의 작용이란 측면에서 의미의 생산<br />

이 거론될 수 있다면, 기표 자료를 통해 의미 체계의 틈을 지시하는 의미의 중지<br />

라는 측면도 동시에 거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작용이 이 틈<br />

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이 틈에서 ‘생산’은 아직 의미가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br />

것의 ‘생산’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잠재적 작용은 텍스<br />

트로 인해 유발되나 그 속에서 표현될 수 없는 수용자의 주체성과 그의 삶의 역<br />

사를 포함시킨다. 의미 체계의 이 틈은 뒤에 기억의 개념을 통해 설명될 것이다.<br />

문화적 체계와 달리 <strong>심미적</strong> 체계는 환원될 수 없는 특정한 방식에서 의미를<br />

실행시킨다. 이 <strong>심미적</strong> 체계에서는 의미의 조건과 ‘우연성’에 대한 인식을 얻기<br />

위해 의미의 생산의 (시간적) 과정이 강조된다. 따라서 미적 기호에서 고려될 부<br />

분은 기호의 비(非)의미, 즉 수용의 경험과정에서 의미의 중지이다. 의미가 순간<br />

적으로 중지하는 데서 기호의 기표가 부각된다. 예술작품의 기호는 하나의 기의<br />

와 의미로 향해있지만 동시에 자료로서, 기호작용 Semiose 과정을 끊임없이 무<br />

력화시키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호생산의 과정에 내재된, <strong>연극</strong>텍스<br />

트의 작용에도 중요한 변증법이 여기서 작동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br />

식이 <strong>연극</strong>상황의 특수성이자 동시에 <strong>기억과</strong>도 결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br />

무엇보다도 ‘부정의 미학’에서 이러한 기호 형성의 지체 내지 유예가 텍스트<br />

고유성으로 파악된다. 여기서는 이 지체를 선험적으로 주어진 의미에 소급시키<br />

는 것을 문제시함으로써, 기의가 되는 것을 유예시키는 기표가 중요시된다. 환<br />

원될 수 없는 텍스트의 비의미론적 공백이 바로 심미성을 낳는다. 반면에 기호<br />

학은 기호자료의 고유한 가치를 다루는 대신 이 공백을 기호로 소급시킨다. 기<br />

호학에서도 <strong>연극</strong>기호의 자료성은 <strong>연극</strong>의 필수조건이지만, <strong>심미적</strong> 특성으로 부각<br />

되지는 않는다. 본고에서는 기억의 개념이 부정의 미학의 카테고리로 규정될 것<br />

이다. 이때 기억은 텍스트를 ‘하나의’ 선행된 의미에서 추론해내는 것을 막기 위<br />

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문시하는 카테고리로서 나타난다. 특히 <strong>연극</strong>이 이질적<br />

기호자료들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기억의 문제가 여기서 미리 테제로 제기될 수<br />

있다. 즉 진행적인 <strong>심미적</strong>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기의와 기표 자료 사이의 공백<br />

70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에서 상징적 질서의 기억이 이 질서 안에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한 기억으로<br />

표출된다. 이 공백지대는 동시에 수용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착상의 통로가<br />

되며, 여기서 수용자는 자신의 콘텍스트를 설정해서 거기에 자료의 작용에 의해<br />

유발되는 자신의 기억을 구성한다. 미적 텍스트에서 기호는 선험적으로 이미 의<br />

미가 결정된 기호가 아니라 기호작용의 과정을 거쳐야 그런 기호가 되는 것이<br />

다. 그러나 이런 기호의 작용 구조가 기호학에서는 은폐된다. 결국 <strong>심미적</strong> 핵심<br />

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의 유예에 있으며 이 틈에서 예술작품을 환원시킬 수 없<br />

는 ‘잉여’가 생성된다.<br />

특히 다양성과 단편화로 각인된 아방가르드를 통해 추론해낼 수 있는 것은<br />

현대극이라는 미적 대상의 작용이 수용자의 주관적 요소들을 통해 발생된다는<br />

것이다. 물론 ‘사회적 콘텍스트’ 17) 같은 개념이 <strong>연극</strong>과정에서 그때그때 관객의<br />

역사적․사회적 지평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심미성의 중요한 요소, 말하자면<br />

이 ‘사회적 맥락’에 내재된 주체의 상상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방가르드의 특<br />

징은 기표자료(예컨대 의자, 걷고 있는 사람)와 이 의미 사이의 벌어진 틈에 있<br />

다. 기호는 의미부여로 강제되지만 동시에 항상 그 뒤에 남게 된다. 왜냐하면 기<br />

표자료로서의 기호는 의미부여에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기호<br />

는 기호로서의 자신을 지시하면서 자료와 의미, 비지시성과 지시성으로 갈라진<br />

다. 이때 자료는 항상 의미를 무력화시킨다. 텍스트의 구조로 야기되었지만 이<br />

텍스트에 표현될 수 없는 주체적 계기가 이 기호의 틈을 통해 텍스트에 끼어들<br />

어 올수 있다. 그리고 이 주체적 계기는 텍스트를 통해서 기억되어야 한다.<br />

주체의 상상과 함께 ‘사회적 맥락’의 배가로서의 기억 현상이 여기서 나타난<br />

다. 일종의 ‘부재하는 실재’라는 콘텍스트(실제 이것은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 ‘없기’<br />

에) 전제가 되고 생산되어야 한다. 기억은, 이 ‘부재하는 실재’의 이중성으로서,<br />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텍스트 안에 옮겨 놓는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의<br />

17) <strong>연극</strong>기호학자 빠뜨리스 파비스 Patrice Pavis는 기호의 미적 기능을 규정하면서 ‘사회적 콘텍<br />

스트 Contexte Social’ 개념을 차용한다. 즉 무대에서 기호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br />

라 사회적 맥락을 통해 진행되는 ‘구체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이다.<br />

하지만 이 개념은 비예술적, 일상적 기호의 사용에서도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규정되기 때문<br />

에 본고에서 만족할만한 개념은 아니다. Vgl. dazu Patrice Pavis: Die Inszenierung zwischen<br />

Text und Aufführung. In: Zeitschrift für Semiotik, Band 11, Heft 1(1989), S. 13~27.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1<br />

방향성은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구성에 있어서 주관적 요소에 쏠려 있다. 기표와 기<br />

의의 틈은 명시적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텍스트의 기억이다.<br />

이로써 이 틈은 텍스트에서 역사적으로 청산될 수 없는 것을 기억해내는 통로로<br />

기능한다. 동시에 기표자료의 독자성은 스스로를 생산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콘<br />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용자의 <strong>기억과</strong> 판타지를 통해 침묵하고 있는 자료<br />

에 대한 접근을 열어놓는다. 현대 예술텍스트에서 언어나 기호는 이것이 의미하<br />

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 ‘잉여’를 텍스트의 표층구조에서<br />

표출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수용자는 이제 더 이상 상호주관적인 소통의 파<br />

트너가 아니라, 자신의 고유의 주관성을 통해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다.<br />

모더니즘 이래 <strong>연극</strong>예술은 카타르시스나 긴장해소의 기능을 포기하였다. 18)<br />

오히려 현대<strong>연극</strong>은 수용자의 의식과 무의식에 동시에 호소함으로써, 수용은 투<br />

영과 ‘전이(轉移)’의 방식에서 복잡성을 띠게 된다. 현대 <strong>연극</strong>예술은 이전과 마<br />

찬가지로 구조를 통해 내용을 경험하게 만들지만 이 내용의 습득을 수용자에게<br />

전적으로 전가시킨다. 그래서 현대 텍스트에서는 무의식적인 전이 및 투영의 현<br />

상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현대<strong>연극</strong>은 심리성과 결부되는데, 이때 중요한 역<br />

할을 하는 것이 상상의 투영이다. 그럼 무엇이 상상의 투영에서 (재)완성되어야<br />

하는가? 모사인가 환상인가? 텍스트를 이미 알고 있는 수용자에게도 왜 이질성<br />

은 계속 생길까? 기표자료에서 출발하는 의미의 ‘잉여’는 잠재적 의미라기보다<br />

독자적 감각 자료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예술의 심미성에 심리적 요소가 부가된<br />

다면, 이런 결합에서 판타지의 허구성이 다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기억의 개념<br />

을 통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기억으로 불러낸 환영이<br />

허구인가?<br />

여기서 허구 내지 허구성은 현실의 부정이나 현혹으로 파악될 수 없다. 허구<br />

는 존재와 가상 사이의 지위를 통해 드러난다. 그러니까 허구는 ‘존재’인 동시에<br />

실질 가치를 갖는 ‘가상’으로 드러난다. 이런 속성을 허구는 주체를 통해 얻는다.<br />

이저 W. Iser에 따르면 허구성은 “사건적 무질서의 모습으로 문학텍스트에 되풀<br />

이되어 나타나는” 실제 자료가 반복해내는 배가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료<br />

18) G. Schwab: a. a. O., S. 43 u. 51.<br />

7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는 텍스트에서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상상 가능성의 유사물” 19)이 되며 이로써<br />

상상의 요소를 얻게 된다. 상상적인 것이란 따라서, 텍스트에 나타나지 않지만<br />

이 속에서 표현을 강제하며 허구의 방식에서 말해질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할<br />

수 있다. 상상은 이 자체가 구체성을 띠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만,<br />

즉 수용자가 상상을 구성해내는 행위와의 연관을 통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정신<br />

분석적 관점에서도 표현될 수 없는 상상은 무의식과 연관된다. 이미 프로이트에<br />

게도 무의식이란 일종의 자아의 기억, 즉 자체로서 수정텍스트 Umschrift에서만<br />

존재하는 기억이다. 자아가 흔적 내지 수정텍스트에서 구상해내는 <strong>기억과</strong> 심미<br />

적 ‘잉여’로서의 상상의 결합이 여기서 도출될 수 있다. 자아의 이러한 기억은 재<br />

완성된 표상으로서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 “허구성이 매개체로서 상상적인<br />

것에서 자신의 실체를 나타낸다면, 이 매개체에게 상상적인 것은 자신을 미리 생<br />

각할 수 없는 차이로서 등록한다. 따라서 이 차이가 바로 개념적으로 파악할 수<br />

있는 가능성을 거부하는 상상이다.” 20) 이제 ‘차이’라는 이러한 공백지대에 기억<br />

이, 그것도 기능적으로 수용자에게 정향된 기억이 입력될 수 있다. 특히 <strong>심미적</strong><br />

‘잉여’에 대한 접근은 무의식적 기억을 통해 가능해진다. 기억은 표현으로서는<br />

기억될 수 없는 것을, -이미 언급한 예술의 ‘부정성’에 의해-표현 너머에 있는<br />

것을 기억해낸다. 이런 방식으로 기억개념은 <strong>심미적</strong> <strong>연극</strong>론의 주도개념으로 나<br />

타난다. 하지만 이 개념이-전통적 심리분석에서처럼-억압된 내용으로 다시 소급<br />

되는 것과는 다른 방식에서 작용되어야 한다. 기억 개념이 <strong>심미적</strong> 카테고리로 기<br />

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문시해야하기 때문이다.<br />

정리하자면, <strong>심미적</strong> 기능은 결국 <strong>연극</strong>과 흡사하다. <strong>심미적</strong> 기능은 심리성에<br />

내재된 허구성을 의식하는 방식에서 기억이 된다. 자료와 의미, 기표와 기의 사<br />

이에 나타나는 <strong>심미적</strong> 경험의 ‘잉여’는 부정적으로는 의미의 부재나 기호작용의<br />

중지로서 규정될 수 있으며, 긍정적으로는 이 ‘잉여’가 의미의 지체로서, 끊임없<br />

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생산적 기억으로서 규정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기억<br />

19) Wolfgang Iser: Das Imaginäre: Kein isolierbares Phänomen. In: Dieter Henrich u. Wolfgang<br />

Iser(Hg.): Funktionen des Fiktiven, Poetik und Hermeneutik Band X, München 1983, S. 479~<br />

486, hier: S. 486.<br />

20) Ebd., S. 486.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3<br />

이 감각성과 의미의 변증법적 작용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br />

기억, 상상력, 심리적인 요소가 상호 유사성을 띤다. 기억은 특히 생산적인 상상<br />

력과 흡사한 관계에 있는데, 이는 기억이 기억해내는 것이 기억하기 전에는 존<br />

재하지 않았고 기억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억은 표<br />

현된 것은 오직 표현 순간에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하는 <strong>연극</strong>의 카테고리<br />

와 상응하게 된다. 그럼 이러한 비(非)선행적 기억의 모순을 어떻게 이론적으로<br />

규정할 수 있는 가? 여기서는 본고의 논거와 접점을 찾기 위해 해당 기억이론에<br />

대한 개괄적 설명이 선행될 것이다.<br />

III. 심미성과 기억의 이론<br />

기억은 이것이 기표와 기의의 틈에서 텍스트의 모방을 일종의 ‘자기준거성’에<br />

서 실재의 모방으로 변화시키는 ‘지시없는 지시대상’으로 드러남으로써 <strong>심미적</strong><br />

실행에 모순을 드러낸다. 그래서 기억은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재현이라는 문제와 결<br />

부된다.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는 이것이 표현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br />

없었던 것을 제시한다. 따라서 <strong>심미적</strong> 카테고리로서의 기억은 표현의 위기를 나<br />

타내는데, 이는 이것이 인간 상호작용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드러냄으로써<br />

재현의 한계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억은 일상적 의미와는 다르게 이해<br />

될 때, 즉 기억을 <strong>심미적</strong> 기억으로 간주해서 <strong>연극</strong>의 특수한 상황에 적용시킬 때,<br />

허구의 <strong>심미적</strong> ‘잉여’로 나타날 수 있다. 일상어의 의미에서 기억은 사회적 과정<br />

의 연속성이나 개인 삶의 정체성 또는 시민적 주체성의 정체성에 대한 보증으로<br />

기능한다. 반면에 기억이 <strong>심미적</strong> 원칙으로 된다면, 정체성과의 단순한 일대일<br />

대응을 해체한다. 즉 <strong>심미적</strong> 원칙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을 기억으로<br />

다시 현재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된 것을 옛 흔적들에서 ‘새롭게’ 창조해내는<br />

것이다.<br />

환원될 수 없는 상상을 유발하는 이 허구성의 계기가 고대 수사학에서 출발<br />

하는 기억이론에 들어 있다. 따라서 기억의 허구성은 기억이론 자체에서 도출될<br />

수 있다. 여기서 기억은 존재와 가상 사이의 환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br />

7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고 새로운 작용을 야기하는 환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어떻게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br />

서 자료와 의미의 틈이 기억현상으로 파악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strong>연극</strong>론들<br />

에는 의미 체계의 틈으로 간주될 수 있는 기억개념이 빠져있기에 심미성의 문제<br />

에 흡족한 답을 줄 수 없었다. 본고에서는 특히 <strong>심미적</strong> 방식과 성찰에 중요한 기<br />

억개념으로 미셀 푸코의 ‘대항기억 Gegen-Gedächtnis’ 개념이 차용된다. 21) 이 개<br />

념은 기억의 거대한 연속성에서 제외되고 배제된 것, 표현될 수 없는 것, 이탈된<br />

것을 드러내고자하는 일종의 기억 형태를 가리킨다. 푸코는 ‘대항기억’의 개념<br />

을 통해 진화론적이고 단선적인 단순 인과관계에서 규정된 역사과정의 시각에<br />

대항하는 다른 종류의 역사기술을 추구한다. 그로써 우연적 요인들로 취급된 미<br />

세한 일탈들이 만들어낸 단절과 불연속의 변두리 포지션에 주목한다. 여기서 역<br />

사적 사건들은 ‘기원’이라 불리는 거대한 역사적 연속성이나 직접적인 전형이<br />

없는, 미세한 일탈들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불연속적 단수들이다. 결국 역사적<br />

사건들은 의미가 사회적 실행에 대한 연관성을 발견할 때까지 오래 동안 중지되<br />

어 있는 빈 형식들이 된다. 이것이 바로 푸코가 ‘대항기억’으로 파악하려는 의미<br />

체계에서의 하나의 틈이다. 이러한 틈은 <strong>심미적</strong> 실행의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br />

그러면 이것이 기억의 문제에서 의미하는 바는, 기억된 것이 현재의, 지금의 형<br />

식을 넘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억은 여기서 아직 공식화되지<br />

않은 새로운 것의 형식이 되는데, 이 의미는 말해지지 않고 재현되지 않은 것에<br />

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기억을 기원이나 토대가 없는 기억<br />

으로 규정하고자 한다.<br />

1. 고대 기억술과 기억의 수사학<br />

옛날 옛적 고대 그리스의 한 궁정연회에서 쌍둥이형제 디오스크로가 궁의 주<br />

인에게 분노해서 궁을 매몰시킨 적이 있었다. 연회장이 무너졌고 만물 질서가<br />

파괴되었다. 그러나 이 파괴된 질서는 마침내 시인 시모니데스를 통해 복구될<br />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파괴되기 전에 연회장의 어느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br />

21) Vgl. Michel Foucault: Nietzsche, die Genealogie, die Historie. In: M. Foucault: Von der<br />

Subversion des Wissens, München 1974, S. 83~109.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5<br />

를 기억해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토막이 난 시신들의 이름을 알아맞히고 이<br />

것들을 가족들에게 돌려주었던 것이다. 고대기억술과 관련된 이 일화에는 긴장<br />

의 장(場)이 깔려 있다. 한 쪽에는 죽음, 혼란, 파괴가, 다른 한 쪽에는 질서, 기<br />

억, 의미가 있다. 기억은 여기서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로써 사자(死者)숭배라는<br />

기억의 문화적 근원이-수사학서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7<br />

한다. 결국 이 메타포들은 보관되거나 이미 새겨진 이미지들(이것들은 전형으로<br />

서 이미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의 원칙에 따라 기능한다. 두 메타포들은 환원될<br />

수 없는 새로운 것으로서의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작용’을 설명하는 데<br />

적합하지 않다. 문자가 문서고의 책으로 간주되는 한, 기억의 저장기능에 독자<br />

적 심미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문자가 저장소로 남아 있는 한, 기억은 환원주의<br />

에 빠진다. 기억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것만 다시 불러낸다면, 그것은 의미창출이<br />

라는 질서의 심급(審級)으로만 남는다. 여기서는 이 질서의 심급이 바로 토막이<br />

난 죽음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이 부정된다. 게다가 저장으로서의 기억에는 기억<br />

의 생산성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차원인 시간 구조가 빠져 있다. 28)<br />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이 이미지의 배가 및 반복<br />

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기억은 표현 및 예술 영역과 관계하게 된다. 그래<br />

서 이어서는 이미 알려진 것에 대한 모사뿐만 아니라 표현을 <strong>심미적</strong>으로 만드는<br />

이 표현의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br />

2.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대항기억’<br />

사실 <strong>연극</strong>은 장소, 이미지, 시공간, 기호문자 등의 메타포란 측면에서 기억을<br />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화할 수 있는 최적의 예술형식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메타<br />

포들이나 기억수단들 자체가 <strong>연극</strong>의 본질적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타 예술장르<br />

와 달리 <strong>연극</strong>은 하나의 시공간에서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행해진다. 문화사회학<br />

적 관점에서는 전에 입력된 것을 다시 끌어낼 수 있는 ‘저장소’로서의 기억기능<br />

이 강조된다. 29) 그래서 <strong>연극</strong> 이미지의 재현기능이 부각되지만, 이러한 기능 이<br />

면에 있는 이미지의 ‘방식’은 사라진다. 여기서는 기억된 것을-전에 없던 것을<br />

갑자기 현재화하는-허구 형식으로 성찰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다. 공연이라<br />

28) 이 시간적 차원으로 알아이다 아스만은 공간 및 문자 메타포를 확장시킨다. 문자가 시간화<br />

되면서 책은 끝없이 다양한 해석에 맡겨진다. 문자는 양피지가 되고 흔적이 된다. 그로써<br />

전형과 모사의 확실한 연결성은 끊어진다. Vgl. dazu A. Assmann: Zur Metaphorik der<br />

Erinnerung. In: A. Assmann u. Dietrich Hart(Hg.): Mnemosyne: Formen und Funktionen der<br />

kulturellen Erinnerung, Frankfurt/M. 1991, S. 13~35.<br />

29) Vgl. H. Weinrich: Typen der Gedächtnismetaphorik, S. 26.<br />

7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는 상연 텍스트가 오래되었을 지라도, 현재의 배우들과 현재의 공간으로 이 텍<br />

스트는 <strong>심미적</strong> 구조물로서 완전히 새롭게 생성되며, 공연 후 다시 해체된다. 따<br />

라서 상연 텍스트는 전래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상연 텍스트가 과거에<br />

서도 역시 각기 다른 과거의 공연들에서만 현존하였다는 것을, 또 이 때문에 심<br />

미적 텍스트로서의 <strong>연극</strong>성을 통해 전래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의 저<br />

장기능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strong>연극</strong>의 <strong>심미적</strong> 방식과 결부지어 성찰할 수 있는<br />

가능성을 암시해주고 있다. <strong>연극</strong>의 철두철미한 현재성에서 재현되어야 하는 것<br />

은 재현의 순간에서 비로소 생긴다. 그렇다면 <strong>연극</strong>의 기억성이란 더 이상 먼저<br />

일어난 사실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고 아직 ‘없었던’ 것을 반복하는 데 있다고<br />

볼 수 있다. 이러한 흔적은 기억을 생산적인 상상력의 개념과 결부시켜 성찰할<br />

가능성을 부여한다.<br />

<strong>기억과</strong> 상상력의 결합은 갑자기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고대 신<br />

화학에서 므네모지네 Mnemosyne는 모든 새로운 뮤즈 Muse들의 어머니였으며,<br />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기억은 인지에서 표상 이미지를 형성하여, 이 이미지를<br />

통해 정신이 사고기능을 한다. 그래서 기억은 표상 이미지의 축적이고, 상상력<br />

처럼 인간의 감각적 부분에 속한다. 물론 기억의 이미지는 직접적인 인지상태에<br />

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징후 아래 있다. 30)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기억은<br />

느낌의 내용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내는 능동성을 지닌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br />

스의 기억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인지 대상이 없이 기억에서 대상을 재구성해야<br />

하고 그로써 대상의 우연성에 열려있다. 이러한 <strong>기억과</strong> 상상력의 연관성은 예컨<br />

대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의 경험주의적 인지론에서는 더 기계적으로 파악<br />

된다. 홉스는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9<br />

기억행위에서 이 인상이 변형되어 새 이미지가 창조될 가능성이 언급되어 있지<br />

않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이 전제로 하는 것은 느낌이 유동적이며 이 느낌을<br />

묶어놓은 원래 이미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이미지 속에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br />

다. 느낌이 ‘채움’의 의미에서 유동적이라면 느낌은 자체의 특성을 잃어버리지<br />

않은 채 자신의 전형을 망각할 수 있다. 창조적 원칙으로서의 망각에서 전형과<br />

이에 대한 모사의 결합이 해체되고 수사학적 기억 방식이 기억의 <strong>심미적</strong> 방식으<br />

로 변화된다.<br />

이러한 방식의 전환은 기호관계에서 더 뚜렷해진다. 문학텍스트에서 언어는<br />

기록성에 의해 수사학적 방식이나 비유를 사용하기에 수사학은 기억에서 쉽게<br />

사라질 수 없다. <strong>기억과</strong> 상상력은 연대기적 순서의 방식들이 아니라 이미 분리<br />

될 수 없게 서로 결부되어 있다. 전통적 심미성에서 수사학이 ‘망각’된 것은-심<br />

미적 텍스트와 관련해서-텍스트의 자료성이 ‘망각’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이<br />

자료성은 더 이상 이 자료에서 분리된 채 숨어있을 수 있는 의미 담당체로서 이<br />

해될 수 없다. 이 기표자료는, 역시 진행성을 띠며 결코 조화로운 의미형태로 나<br />

타날 수 없는 의미를 투입 및 이탈 과정에 끌어들일 수 있다. 하버캄프 A.<br />

Haverkamp는 이런 식으로 수사학이 심미성에 ‘전복적’으로 등록된 것을-데리다<br />

J. Derrida 에 의존해서-텍스트의 “정의”로 부르고 있다. 32) 이 ‘정의’는 인용, 반<br />

복, 아나그램 33) 등의 방식을 통해 “기억술이 통속화되고 문자가 표현의 모사 메<br />

커니즘으로 수평화” 34)되는 것에 저항한다. 예컨대 비문 Inschrift으로서의 문자는<br />

텍스트의 기표 자료성을 통해-외적인 이름의 내적인 것으로서-일종의 지하납골<br />

당을 만들어낸다. 이 납골당은 결코 초월적 내세에서 지양될 수 없는 역사의 희<br />

생자들과 관련해서 텍스트의 침묵을 기억해낸다. 이 대답 없는 침묵이 지속되면<br />

서 텍스트에 ‘정의’를 불러일으킨다. 아나그램이 지시하는 곳은 “일상경험으로<br />

의 편입에 종속되지 않는 곳”이며, 또 “‘진리문제’의 해석학적 ‘발굴’의 패러다임<br />

32) Vgl. A. Haverkamp: Die Gerechtigkeit der Texte. In: A. Haverkamp u. R. Lachmann(Hg.):<br />

Memoria, S. 17~27.<br />

33) 아나그램 Anagram이란 단어 철자의 순서를 재배치해서 다른 의미의 단어로 바꾸어놓은<br />

것을 일컫는다. 예컨대 time의 아나그램은 emit, mite 등이, USA의 아나그램은 (독어에서)<br />

SAU 등이 될 수 있다.<br />

34) A. Haverkamp: a. a. O., S. 19.<br />

80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으로서의 공공연한 예술경험이 이 문제의 맹목성을-방법론에 의한 진리의 맹목<br />

성으로서-발굴해내는 자리이다.” 35) 텍스트의 기억은 침묵을 통해 스스로를 초<br />

월적인 파악 방식에서 차단한다. 진리의 ‘맹목성’이 이 텍스트의 기억을 통해<br />

‘발굴’되면서, 텍스트의 <strong>심미적</strong> ‘잉여’가 생성된다. 기억은 표현될 수 없는 것, 그<br />

래서 허구의 방식 외에 어디에도 드러날 수 없는 것, 말하자면 “전에 결코 존재<br />

하지 않았던 것” 36)을 기억해낸다. 기억은 창조적 상상력의 의미에서 <strong>심미적</strong> 생<br />

산 활동이다. 이 과정에 입력된 망각을 통해 기억은 망각된 것을 기억해내고 사<br />

회적 담론의 맹목성을 기억한다. 이때 기억은 자신의 자료를 고수하면서 이 담<br />

론에 대한 대답을 거절한다. 텍스트의 기호관계에서도 기표 담당체를 통한 의미<br />

의 자기전복에서, 즉 기표와 기의 사이의 구조적으로 지양될 수 없는 긴장을 통<br />

해 기억은 환원될 수 없는 <strong>심미적</strong> 작용으로서 생성된다.<br />

<strong>심미적</strong> 방식으로서의 기억이란 키케로의 기억술인 소위 ‘질서기술’과는 다르<br />

다. 오히려 기억은 키케로가 제외시키고 침묵한 경험, 즉 혼란, 토막화, 죽음 등<br />

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 경험은 이름을 부여하는 과정보다 더 이전에<br />

일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내재된 역동성과 생산 메커니즘도 드러낸<br />

다. 결국 <strong>심미적</strong> 기억은 사회적 연속성에 대한 기억의 ‘대항기억’으로 볼 수 있<br />

다. 니체를 모범으로 한 푸코의 ‘대항기억’ 개념은 단선적 역사기술에 대한 반대<br />

프로그램이며 동시에 <strong>심미적</strong> 양상을 담고 있다. “현실을 해체하는 패러디는 […]<br />

기억으로서의 역사에 저항한다. 정체성을 분해하는 해체는 연속성이나 전통으로<br />

서의 역사에 반대한다. 진리를 해체하는 희생자는 인식으로서의 역사에 반대한<br />

다. 이 모든 경우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를 끊임없이-형이상학적이며 동시에 인<br />

간학적인-기억 모델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역사에서부터 대항<br />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 역사 안에서 아주 다른 형식의 시간을 전개시키는 것이<br />

다.” 37) 패러디, 지속적인 희생자를 통한 초월적 의미의 거부 그리고 분산된 주관<br />

성은 역사를, 시각 변화를 통해 드러나고 읽혀지는 <strong>심미적</strong> ‘아나그램’으로 변화<br />

35) Ebd., S. 20.<br />

36) Vgl. ebd., S. 21.<br />

37) Michel Foucault: Nietzsche, die Genealogie, die Historie. In: M. Foucault.: Von der<br />

Subversion des Wissens, München 1974, S. 83~109, hier: S. 104.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81<br />

시킨다. 38) 동시에 이 대항기억은 기억이 생산적 상상력으로 파악될 때 <strong>심미적</strong><br />

실행 방식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예다.<br />

IV. 신체와 기억으로서의 <strong>연극</strong><br />

이미 앞에서 <strong>심미적</strong> 특수성은 기억으로 간주되었다. 이때 기억은 주체에게<br />

접근이 어렵지만 그 흔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기억의 기본<br />

형식은 반복의 현상은 원상(原象)을 이중성을 통해 바꾸어놓으며 그로써 기억<br />

자체를 <strong>심미적</strong> 원칙으로 만든다. 기억으로의 텍스트는 이것이 표현해낼 수 없<br />

는 것을 기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기서는 <strong>연극</strong>의 중요한 요소인 배우의-이<br />

중화된-신체를 살펴봄으로써 이 신체를 <strong>연극</strong>의 중요한 기억의 계기로 규정하<br />

고자 한다.<br />

배우의 신체를 기억의 요소로 파악하려면, 신체의 이중성, 즉 신체에서 의미<br />

를 떼어내 신체를 자료의 요소로 소급시키는 이중성의 계기가 확정되어야 한다.<br />

신체의 실재를 기억하는 계기는 신체가-이보다 선행된-이 몸과 동일시하고 있<br />

는 이미지로부터 분리되는 데에 있다. 신체 이미지는 신체를 이중화하고 왜곡시<br />

키며, 또 그로써 처음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무대에서 배우의 신체란 단순히 존<br />

재하는 대상이 아니다. 신체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신체의 실재는<br />

언어를 통한 표상 이미지 39) 그리고 신체가 다른 신체들이나 공간과의 관계에서<br />

만들어내는 인지 이미지, 바로 이 두 이미지들의 ‘사이’에서 비로소 기억된다.<br />

기억된다는 것은 여기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부터 의미(이미지<br />

의 구성)와 (이 이미지 안에 포함된 표현 불가능한 것의 작용으로서의) 기억의<br />

38) 역사적 ‘대항기억’의 <strong>심미적</strong> ‘아나그램’으로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하이너 뮐러 Heiner<br />

Müller의 역사극(예컨대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83<br />

가 가시화되기 위해 거울이 필요하다면, 라캉은 이마고의 이면, 그 “은폐된 얼<br />

굴”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가 “꿈”에서 자신을 “자기 신체의 이마고를 제시하는<br />

거울 모양의 배치에 맡길 경우”, 상상에서 “거울이미지는-이마고의 은폐된 얼굴<br />

이 […] 상징적 작용의 어스름 속에서 어떻게 윤곽을 얻는지 우리는 알 특권이<br />

있다-가시적 세계의 문턱인 것처럼 보인다.” 41)<br />

이미지의 실재는 이러한 상징적 질서의 “어스름”에서 깜박거린다. 여기에 자<br />

신의 기표 질서 안에 이미 입력되고 침묵하게 된 이미지의 비밀이 있다. 전체 이<br />

미지는 이 이미지가 주는 미(美)를 통해 주체에게 동일화를 작동시킨다. 라캉에<br />

게 미의 의미는 자아의 형성에 있다. 42) 이마고는 결국 자기 모습이 비추어지는<br />

매끄러운 표면 뒤로 전형을 ‘추방시킨’ 환상이다. 이마고의 재현에 대한 기억을<br />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의 아름다움 이면에 이미지의 실재, 즉 흩어지고 파편화<br />

된 이질적 실재를 기억하려는 요구가 제기된다. 이는 질서에서 깨진 틈을 찾고<br />

자하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정리하자면, 이러한 기억행<br />

위는 자체로는 기억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기억행위일 수 있다. 이미지의 기<br />

억으로 기억되는 것은 의미로서의 아름다운 가상과 ‘의미없는’ 자료 사이의 이<br />

마고의 틈으로만 경험될 수 있다. 여기서 판타지와 기억의 결합은 무대 작용으<br />

로 나타나는 신체 이미지에 다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아에 대한 자<br />

아의 판타지는 동일화를 통해 구상된 신체 이미지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이다.<br />

이제 여기서 <strong>심미적</strong> ‘잉여’와 기억의 결합이 거론될 수 있다. 정신분석적 측면<br />

에서 기표(신체 이미지의 자료성)와 기의(‘자아’)의 결합이 자의적이기는 하지만,<br />

이 결합은 여기서 수반되는 욕망을 통해 유발된다. 일상에서는 소통된 내용 때<br />

문에 욕망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예술작품에서는 그것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br />

<strong>심미적</strong> 잉여가 기표와 기의의 틈이라면, 현대예술의 특징인 이 ‘낯설게’ 된, 탈<br />

자동화된 결합에서 주체의 욕망도 나타난다. 정신분석에서는 이 욕망이 자아의<br />

<strong>기억과</strong> 동일시되는데, 이는 욕망이 충족에 필요한 최초의 대상의 전형에 정향되<br />

어 있기 때문이다. 전형은, 기억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연속 이미<br />

지들 뒤로 사라진다. 기호의 동기유발을 통한 자료와 의미의 틈은 주체의 기억<br />

41) Ebd., S. 65.<br />

42) Vgl. ebd.<br />

8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을 불러일으키고 지탱시킬 수 있다. 기호의 동기유발은 기억될 수 없고 표현될<br />

수 없는 것에 대한 기억을 심미성의 계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의미가 의미 담당<br />

체에서 분리된다면 주관적 기억이 야기된다. 이러한 기억이 <strong>연극</strong>에서 구상된 신<br />

체 이미지를 통해 작용된다면, 기억은 주체상태에 대한 기억으로 파악될 수 있<br />

다. 이러한 방식에서 수용자의 판타지는 <strong>연극</strong>의 과정을 규정한다.<br />

신체는 이것을 전체적인 것으로 모사하고 동시에 왜곡하는 이미지를 통해 배<br />

가된다. 신체의 배가를 통해 몸은 기이한 곳이 된다. 이곳의 경험과 자극에 의식<br />

적인 자아는 완전히 접근할 수 없다. 이 기이성은 신체의 존재방식을 규정한다.<br />

“우리를 우리 자신 밖에서 실존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신체인데, 이는 신체가<br />

“자아도 아니고 외부세계의 사물도 아니기” 43) 때문이다. “신체의 두 층위”란 메<br />

타포로도 비유되는 이중적 존재로의 신체의 틈은 신체의 의미를 이것이 자신의<br />

주위에서 접촉하는 사물들로 자리바꿈시킨다. 44) “느낄 수 있고 느끼고 있는” 45)<br />

몸으로서 신체는 수동적으로 다른 신체들에 의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물의 질<br />

서에 속하며, 또 이것이 능동적으로 세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주체의 질서에도<br />

속하게 된다. 신체는 사물과 주체의 접점, 즉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두 차원을 지<br />

닌 한 존재” 46)이다. 배가된 신체는 <strong>기억과</strong> 관련해서 비중을 얻게 된다. 신체가 기<br />

표자료와 의미가 정해진 이미지로 배가되고 분산되면서 유발된 판타지는 바로<br />

이질성의 재현의 토대가 되어 있는 것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판타지에 다름 아니<br />

다. 신체의 배가, 또 이와 더불어 기억은 무대에서 즉시 이중적으로 나타난다. 이<br />

것들은 한편으로는 역할과 개인 신체 사이의 긴장 영역에, 다른 한편으로는 연기<br />

자의 연기와 비(非)연기 사이의 긴장의 장(場)에 자리한다. 이 사이공간은 인지와<br />

판타지를 위한 기억공간으로 열어놓아야 한다. 얼마나 이 공간이 열리는 가는 연<br />

극의 작용에 중요한 무대와 관객공간의 상호포함의 방식과 정도에 달려있다.<br />

신체는 이것이 조형 기능을 지닐 때 관객에게 동일화에 대한 노력을 불러일<br />

으킨다. 그러나 관객의 이러한 ‘전이’는 배우의 개인성을 등장인물이라는 기호<br />

43) Paul Ricoeur: Die Interpretation: Ein Versuch über Freud, Frankfurt/M. 1993, S. 391.<br />

44) Maurice Merleau-Ponty: Das Sichtbare und das Unsichtbare, München 1986, S. 181.<br />

45) Ebd., S. 179.<br />

46) Ebd., S. 181.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85<br />

로 바꾸어놓는 완벽한 역할을 통해 암시적으로 남아 있다. 완벽하게 연기된 역<br />

할은 이미 의미가 부여된 채 관객 반응을 묶어놓는다. 하지만 역할인물이 포기<br />

되거나 연기자와 역할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신체는 자신의 침묵과 가능성의 요<br />

소로서 가시화된다. 이제 <strong>연극</strong> 내용의 습득은 더 이상 사건을 통해 관객에게 수<br />

용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에게 맡겨진다. 이로써 수용상황에서 관객의 독<br />

자적 작업이 부각된다. 자료성과 의미가 붙은 기호의 긴장의 장에서 신체는 관<br />

객에게 자신의 판타지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착상의 통로로 기능한다. 그로써<br />

신체는 일반화된 신체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특수한 몸으로 읽혀지고 해독할<br />

수 있게 된다. 신체는 이 신체를 통해 기억의 형상체로 작용되고 생성되는 새 기<br />

억 이미지들의 장소가 된다. 역할과 연기, 신체와 비(比)연기는 이것들의 작용으<br />

로 관객을 무대사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시킨다. 여기서 자아 상태에 대한<br />

라캉의 설명을 따른다면, 판타지에서 자아형성은 ‘갑옷’이나 ‘굳건한 진영’으로<br />

상징화되는 반면, 판타지의 다른 면은 신체의 파편화로 드러난다. 47) ‘역할’이 이<br />

것에서 확정되는 고정된 자아를 전제로 한다면, ‘신체’는 자신의 파편화를 이중<br />

성으로 드러낸다.<br />

무대가 가시성의 장(場)이라면, 여기서 조각난 파편화의 판타지는 말 그대로<br />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가시화된, 전체로서의 신체는 무대에서 끊임없이<br />

파편화된 비가시적 신체와의 관계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시성은 이<br />

것이 가시성에서 표현을 이탈시키면서 가시성을 이중화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br />

무대의 신체 이미지의 ‘조각화’를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무대 의상은 개개의<br />

신체 부분들을 공간 부분들처럼 숨기거나 강조할 수 있다. 또 등장하고 퇴장하<br />

는 방식이 관객의 시야로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신체의 부분들에 대한 단편화<br />

되고 파편화된 가시성이며, 이 단편적 가시성은 신체에서의 일종의 ‘공백’으로<br />

투영에 의해 관객의 상상력을 유발한다. 조각조각 단편화된 신체 이미지는 매끄<br />

러운 거울이미지 속에 하나의 얼룩을 기록하게 된다. 바로 이 얼룩이 그 이미지<br />

에서 ‘완결성’을 이탈시키면서 상상력에서 가시화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접근을<br />

가능케 한다. 표현이 불가능한 것에 대한 기억은 유발된 판타지를 통해서만 나<br />

47) Vgl. J. Lacan: a. a. O., S. 64f.<br />

86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타날 수 있다. 이때 이 판타지는 기표자료를 완전히 포함시킬 수가 없는데, 왜냐<br />

하면 신체의 기표자료는 특수한 것으로서 항상 지속되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br />

러한 관계에서 유발되는 긴장이 <strong>심미적</strong> 경험의 ‘잉여’를 규정한다.<br />

심미성과 연관된 신체에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반복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br />

즉 자료로서 형성된 신체의 기능을 통해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표현이 가능<br />

하게 되며, 그로써 기억만 될 수 있는 이중성, 즉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작용과 인식에<br />

중요한 이중성에 대한 표현이 열리게 된다. 48) 여기서 신체 영역은 <strong>연극</strong>의-수사학<br />

적-기억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strong>연극</strong> 자료’ 49)인 신체와 <strong>연극</strong>의 특<br />

수한 관계가 강조될 수 있다. 말하자면 <strong>연극</strong>은 신체의 수수께끼 같은 ‘아우라’를<br />

기억해내며, 이 신체의 상처 저편에서 공동체는 일종의 상흔처럼 전체로서 연결<br />

된다. 또는 캄퍼 D. Kamper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인 것의 중요한 실체”로서<br />

신체는 사회적 담론이 제외한 것을 기억한다. 50) 사실 동일성을 창출하는 의식이<br />

란 언제나 사자(死者)들의 무덤 저편에서 벌어진다. 여기서, 시모니데스가 폐허더<br />

미에서 ‘독특한’ 이름 맞추기로 죽은 자들을 산 자들에게 되돌려준 저 기억술의<br />

전설을 떠올려보자. 이 기억술을 <strong>심미적</strong>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여기서 질서와 의<br />

미라는 것은 결국 항상 희생자들의 침묵 및 이질성과 결부되어 있다.<br />

48) 신체에서 기호학 이론과의 차이도 분명해진다. <strong>연극</strong>기호학자 피셔 리히테는 <strong>심미적</strong> 텍스<br />

트의 구성과 관련해서 배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배우는 자신의 신체를, 이것이<br />

관객에게 […] 인지될 수 있는 한, 기의로 끌어올려야 하고 모든 비의미를 의미로 변화<br />

시켜야 한다. 배우의 개인적 신체성은 그런 식으로 하나의 상징적 질서로 바뀌어야 한<br />

다.”(E. Fischer-Lichte: Semiotik des Theaters Band 3: Die Aufführung als Text. Tübingen<br />

1983, S. 29)<br />

49) ‘<strong>연극</strong>자료’인 신체에 관해서는 다음의 문헌들도 참조하라. Antonin Artaud: Das Theater<br />

und sein Double, Frankfurt/M. 1979; Henri Bergson: Materie und Gedächtnis: Eine<br />

Abhandlung über die Beziehung zwischen Körper und Geist, Hamburg 1991; A. Assmann:<br />

Die Sprache der Dinge. Der lange Blick und die wilde Semiose. In: Hans Ulrich Gumbrecht<br />

u. K. Ludwig Pfeiffer(Hg.): Materialität der Kommunikation, Frankfurt/M. 1988, S. 237~<br />

251; Volker Bohn (Hg.): Bildlichkeit, Frankfurt/M. 1995; Dietmar Kamper: Das Phantasma<br />

vom ganzen und vom zerstückelten Körper. In: D. Kamper u. Christoph Wulf(Hg.): Die<br />

Wiederkehr des Körpers, Frankfurt/M. 1982, S. 125~136.<br />

50) D. Kamper: a. a. O., S. 134f. 캄퍼에 따르면 “전체적인 신체는 파편화된 신체와 함께 주어<br />

진 죽음과 성의 전율에 대한 힘겨운 작업의 결실이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이 가장 오래된<br />

지혜와 가장 새로운 지혜 사이의 가교가 놓아져야 한다-이것이 무력화된 미(美)를 대가로<br />

살아있는 것의 연속성에 도달하는 환영(幻影)의 형식을 통해 일어나든 말이다.”(ebd.)


V. 나가는 글<br />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87<br />

공연을 통해 드라마의 기능과 작용을 구체화하는 <strong>연극</strong>의 심미성은 무엇보다<br />

도 <strong>심미적</strong> 담론의 독자성과 비환원성에 있다. 그래서 <strong>연극</strong>과 사회의 결합도 심<br />

미적 방식이라는 우회적 차원에서 규정될 수 있다. 기억으로서의 <strong>연극</strong>에서는 더<br />

이상 무대가 사회의 거울이 아니다. 기억의 <strong>연극</strong>을 통해 오히려 무대를 재현에<br />

저항하는 경험의 다른 낯선 것의 장소로 간주할 수 있는 정당성이 확보된다. 기<br />

억이 기억해내는 것은 무대와 관객 공간 사이에서 표현의 순간에 생긴다. <strong>연극</strong><br />

은 자신의 이미지의 갑작스런 현재성을 통해 기억으로 기능한다. 이때 신체는<br />

명시적 의미의 이면에서 제외된 것을 드러내려는 감각적 작용으로 드러난다. 주<br />

관적 연상작용을 통한 재구성으로서의 ‘<strong>심미적</strong>’ 기억은 과거의 것을 현재화하지<br />

않고 지나간 것을 표현의 순간에 판타지로서 창출한다. 그래서 <strong>심미적</strong> 기억으로<br />

서의 <strong>연극</strong>이란 사회의 한 가운데 있지 않고 이 사회를 찰과상을 입히듯 ‘스치고’<br />

지나가는 ‘<strong>연극</strong>’이요 인간과 삶에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자하는 ‘<strong>연극</strong>’<br />

인 셈이다.<br />

참고 문헌<br />

Antonie, Jean-Philippe: Ars memoriae-Rhetorik der Figuren, Rücksicht auf Darstellbarkeit<br />

und die Grenzen des Textes. In: Anselm Haverkamp u. Renate Lachmann(Hg.):<br />

Gedächtniskunst: Raum-Bild-Schrift. Studien zur Mnemotechnik, Frankfurt/M.<br />

1991, S. 53~73.<br />

Artaud, Antonin: Das Theater und sein Double, Frankfurt/M. 1979.<br />

Assmann, Aleida: Die Wunde der Zeit-Wordsworth und die romantische Erinnerung. In:<br />

Anselm Haverkamp u. Renate Lachmann(Hg.): Memoria: Vergessen und<br />

Erinnern, Poetik und Hermeneutik Band XV, München 1993, S. 359~382.<br />

Assmann, Aleida: Die Sprache der Dinge: Der lange Blick und die wilde Semiose. In:<br />

Hans Ulrich Gumbrecht u. K. Ludwig Pfeiffer(Hg.): Materialität der<br />

Kommunikation, Frankfurt/M. 1988, S. 237~251.<br />

8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Assmann, Aleida: Zur Metaphorik der Erinnerung. In: A. Assmann u. Dietrich<br />

Hart(Hg.): Mnemosyne: Formen und Funktion der kulturellen Erinnerung.<br />

Frankfurt/M. 1991, S. 13~35.<br />

Bergson, Henri: Materie und Gedächtnis. Eine Abhandlung über die Beziehung zwischen<br />

Körper und Geist, Hamburg 1991.<br />

Bohn, Volker (Hg.): Bildlichkeit, Frankfurt/M. 1995.<br />

Finter, Helga: Der subjektive Raum Bd. 1: Die Theaterutopien Stéphane Mallarmés,<br />

Alfred Jarrys und Raymond Roussels: Sprachräume des Imaginären, Tübingen<br />

1990.<br />

Fischer-Lichte, Erika: Semiotik des Theaters Band 1: Das System der theatralischen<br />

Zeichen, Tübingen 1983.<br />

Fischer-Lichte, Erika: Semiotik des Theaters Band 3: Die Aufklärung als Text,<br />

Tübingen 1983.<br />

Foucault, Michel: Nietzsche, die Genealogie, die Historie. In: M. Foucault: Von der<br />

Subversion des Wissens, München 1974, S. 83~109.<br />

Goldmann, Stefan: Statt Totenkult Gedächtnis: Zur Erfindung der Mnemotechnik durch<br />

Simonides von Keos. In: Poetica 21(1989), S. 43~66.<br />

Haverkamp, Anselm: Auswendigkeit: Das Gedächtnis der Rhetorik. In: A. Haverkamp u.<br />

Renate Lachmann(Hg.): Gedächtniskunst: Raum-Bild-Schrift. Studien zur<br />

Mnemotechnik, Frankfurt/M. 1991, S. 25~52.<br />

Haverkamp, Anselm: Die Gerechtigkeit der Texte. In: A. Haverkamp u. R.<br />

Lachmann(Hg.): Memoria, S. 17~27.<br />

Hobbes, Thomas: Leviathan. In: John Hollander u. Frank Kermode(Hg.): The Oxford<br />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 The Literature of Renaissance England, New<br />

York 1973.<br />

Hutton, Patrick H.: The Art of Memory Reconceived: From Rhetoric to Psychoanalysis.<br />

In: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XLVIII(1987), S. 371~392.<br />

Iser, Wolfgang: Das Imaginäre: Kein isolierbares Phänomen. In: Dieter Henrich u.<br />

Wolfgang Iser(Hg.): Funktionen des Fiktiven, Poetik und Hermeneutik Band X,<br />

München 1983, S. 479~486.<br />

Kamper, Dietmar: Das Phantasma vom ganzen und vom zerstückelten Körper. In: D.<br />

Kamper u. Christoph Wulf(Hg.): Die Wiederkehr des Körpers, Frankfurt/M.<br />

1982, S. 125~136.<br />

Lacan, Jacques: Das Spiegelstadium als Bildner der Ichfunktion. In: J. Lacan: Schriften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89<br />

I, Weinheim u. Berlin 1986, S. 61~70.<br />

Lobsien, Eckhard: Bildlichkeit, Imagination, Wissen: Zur Phänomenologie der<br />

Vorstellungsbildung im literarischen Text. In: Volker Bohn(Hg.): Bildlichkeit,<br />

Frankfurt/M. 1990, S. 89~114.<br />

Luhmann, Niklas: Soziale Systeme, Frankfurt/M. 1981.<br />

Menke, Christoph: Die Souveränität der Kunst: Ästhetische Erfahrung nach Adorno und<br />

Derrida, Frankfurt/M. 1991.<br />

Merleau-Ponty, Maurice: Das Sichtbare und das Unsichtbare, München 1986.<br />

Pavice, Patrice: Die Inszenierung zwischen Text und Aufführung. In: Zeitschrift für<br />

Semiotik, Band 11, Heft 1(1989), S. 13~27.<br />

Pfister, Manfred: Das Drama. Theorie und Analyse, München 1984.<br />

Rapp, Uri: Handeln und Zuschauen. Untersuchungen über den theatersoziologischen<br />

Aspekt in der menschlichen Interaktion, Darmstadt 1973.<br />

Ricoeur, Paul: Die Interpretation: Ein Versuch über Freud, Frankfurt/M. 1993.<br />

Schanze, Helmut: Goethes Dramatik. Theater der Erinnerung, Tübingen 1992.<br />

Schwab, Gabriele: Becketts Endspiel mit der Subjektivität: Entwurf einer Psychoästhetik<br />

des modernen Theaters, Stuttgart 1981.<br />

Sklovskij, Viktor: Kunst als Verfahren. In: Jurij Striedter(Hg.): Russischer Formalismus,<br />

München 1981, S. 3~35.<br />

Weinrich, Harald: Typen der Gedächtnismetaphorik. In; Archiv für Begriffsgeschichte<br />

9(1964), S. 23~26.<br />

Yates, Frances A.: Gedächtnis und Erinnern. Mnemotechnik von Aristoteles bis<br />

Shakespeare, Weinheim 1991.<br />

김현진: 「기억의 허구성과 서사적 진실」, 실린 곳: 최문규 외: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91<br />

bleiben muss, aber Erinnerungsspuren auslöst. Der Text als Gedächtnis erinnert das,<br />

was er nicht darstelln kann. Das Gedächtnis verhält sich analog zur produktiven<br />

Einbildungskraft. Gerade in der Gegenwärtigkeit des Theaters entsteht das, was<br />

dargestellt werden soll, erst im Moment der Darstellung. Damit berührt das<br />

Gedächtnis eine wichtige Kategorie des Theaters. Dieses Gedächtnis ist als<br />

‘Gegen-Gedächtnis’ zu verstehen, mit dem M. Foucault die Lücke im<br />

Bedeutungssystem zu denken versucht. Das Gedächtnishafte des Theaters liegt dann<br />

nicht mehr in der Wiederholung von ihm vorgängigen Tatsachen, sondern in der<br />

Wiederholung von noch nicht Dagewesenem.<br />

Im dritten Teil geht es um den besonderen Gedächtnismoment am Theater. Es ist<br />

der Körper des Darstellers. Das erinnernde Moment an das Reale des Körpers liegt<br />

in der Spaltung des Körpers in ein ihm vorgängiges identifikatorisches Bild, das ihn<br />

verdoppelt und entstellt, dadurch auch erst herstellt. Das Reale des Körpers muss erst<br />

im Zwischenspiel von Vorstellungsbildern, die die Sprache entwirft, und<br />

Wahrnehmungsbildern, die der Körper im Verhältnis zum Raum und zu anderen<br />

Körpern erzeugt, erinnert werden. ‘Erinnert’ werden bedeutet hier also ‘konstruiert’<br />

werden. Daraus ergibt sich die Doppelung von der Aufbau der Bilder und Gedächtnis<br />

als Wirkung des im Bild eingeschlossenen Nichtdarstellbaren. Die dem Theater<br />

eigene Verbindung von sprachlichen Vorstellungsbildern und räumlichen<br />

Wahrnehmenungsbildern erzeugt Psychisches, das den Körper als Ding in den Stand<br />

des signifikanten Materials erhebt. Der Körper wird immer durch Bilder entstellt, die<br />

das Reale als Wirkung entfalten. Der Körper als Konstrukt betrifft die andere Seite<br />

des Symbolischen, durch dessen Ordnung die Geschichte und das Imaginäre des<br />

individuellen Darstellers zur Artikulation drängen. Körper öffnet den manifesten Sinn<br />

auf eine sinnliche Wirkung hin, die das Ausgegrenzte zu artikulieren trachtet. Die<br />

Körper-Figur ist hier die Metapher des Theaters. Theater als Gedächtnis zeichnet<br />

sich dadurch aus, dass die Bühne als der Ort des Anderen der Erfahrung, das der<br />

Repräsentation trotzt, ins Blickfeld rückt. Das ästhetische Gedächtnis macht<br />

Vergangenes nicht präsent. Es erzeugt das Vergangene im Moment der Darstellung<br />

9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als Phantasie. So geht es hier darum, Theater als Repräsentation problematisch und<br />

anders produktiv zu machen.<br />

주제어: <strong>연극</strong>, 배가, 반복, 심미성, <strong>심미적</strong> 기억, 대항기억, 신체<br />

Schlüsselbegriff: Theater, Verdoppelung, Wiederholung, das Ästhetische, das ästhetische<br />

Gedächtnis, Gegen-Gedächtnis, Körper<br />

e-mail: ymkim710@hammail.net<br />

투고일: 2006. 03. 26 / 심사일: 2006. 04. 11 / 심사완료일: 2006. 04. 23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