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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기억과 연극 김영목 (연세대) - 한국뷔히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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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69<br />

있다. 하지만 작용과 그로써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는 기호의 다양한 자료성을 통해 달<br />

라질 것이다.<br />

숨어있을 뿐 체계 안에 있을 수 있는 의미의 작용이란 측면에서 의미의 생산<br />

이 거론될 수 있다면, 기표 자료를 통해 의미 체계의 틈을 지시하는 의미의 중지<br />

라는 측면도 동시에 거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작용이 이 틈<br />

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이 틈에서 ‘생산’은 아직 의미가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br />

것의 ‘생산’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의 잠재적 작용은 텍스<br />

트로 인해 유발되나 그 속에서 표현될 수 없는 수용자의 주체성과 그의 삶의 역<br />

사를 포함시킨다. 의미 체계의 이 틈은 뒤에 기억의 개념을 통해 설명될 것이다.<br />

문화적 체계와 달리 <strong>심미적</strong> 체계는 환원될 수 없는 특정한 방식에서 의미를<br />

실행시킨다. 이 <strong>심미적</strong> 체계에서는 의미의 조건과 ‘우연성’에 대한 인식을 얻기<br />

위해 의미의 생산의 (시간적) 과정이 강조된다. 따라서 미적 기호에서 고려될 부<br />

분은 기호의 비(非)의미, 즉 수용의 경험과정에서 의미의 중지이다. 의미가 순간<br />

적으로 중지하는 데서 기호의 기표가 부각된다. 예술작품의 기호는 하나의 기의<br />

와 의미로 향해있지만 동시에 자료로서, 기호작용 Semiose 과정을 끊임없이 무<br />

력화시키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호생산의 과정에 내재된, <strong>연극</strong>텍스<br />

트의 작용에도 중요한 변증법이 여기서 작동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br />

식이 <strong>연극</strong>상황의 특수성이자 동시에 <strong>기억과</strong>도 결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br />

무엇보다도 ‘부정의 미학’에서 이러한 기호 형성의 지체 내지 유예가 텍스트<br />

고유성으로 파악된다. 여기서는 이 지체를 선험적으로 주어진 의미에 소급시키<br />

는 것을 문제시함으로써, 기의가 되는 것을 유예시키는 기표가 중요시된다. 환<br />

원될 수 없는 텍스트의 비의미론적 공백이 바로 심미성을 낳는다. 반면에 기호<br />

학은 기호자료의 고유한 가치를 다루는 대신 이 공백을 기호로 소급시킨다. 기<br />

호학에서도 <strong>연극</strong>기호의 자료성은 <strong>연극</strong>의 필수조건이지만, <strong>심미적</strong> 특성으로 부각<br />

되지는 않는다. 본고에서는 기억의 개념이 부정의 미학의 카테고리로 규정될 것<br />

이다. 이때 기억은 텍스트를 ‘하나의’ 선행된 의미에서 추론해내는 것을 막기 위<br />

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문시하는 카테고리로서 나타난다. 특히 <strong>연극</strong>이 이질적<br />

기호자료들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기억의 문제가 여기서 미리 테제로 제기될 수<br />

있다. 즉 진행적인 <strong>심미적</strong>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기의와 기표 자료 사이의 공백<br />

70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에서 상징적 질서의 기억이 이 질서 안에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한 기억으로<br />

표출된다. 이 공백지대는 동시에 수용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착상의 통로가<br />

되며, 여기서 수용자는 자신의 콘텍스트를 설정해서 거기에 자료의 작용에 의해<br />

유발되는 자신의 기억을 구성한다. 미적 텍스트에서 기호는 선험적으로 이미 의<br />

미가 결정된 기호가 아니라 기호작용의 과정을 거쳐야 그런 기호가 되는 것이<br />

다. 그러나 이런 기호의 작용 구조가 기호학에서는 은폐된다. 결국 <strong>심미적</strong> 핵심<br />

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의 유예에 있으며 이 틈에서 예술작품을 환원시킬 수 없<br />

는 ‘잉여’가 생성된다.<br />

특히 다양성과 단편화로 각인된 아방가르드를 통해 추론해낼 수 있는 것은<br />

현대극이라는 미적 대상의 작용이 수용자의 주관적 요소들을 통해 발생된다는<br />

것이다. 물론 ‘사회적 콘텍스트’ 17) 같은 개념이 <strong>연극</strong>과정에서 그때그때 관객의<br />

역사적․사회적 지평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심미성의 중요한 요소, 말하자면<br />

이 ‘사회적 맥락’에 내재된 주체의 상상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방가르드의 특<br />

징은 기표자료(예컨대 의자, 걷고 있는 사람)와 이 의미 사이의 벌어진 틈에 있<br />

다. 기호는 의미부여로 강제되지만 동시에 항상 그 뒤에 남게 된다. 왜냐하면 기<br />

표자료로서의 기호는 의미부여에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기호<br />

는 기호로서의 자신을 지시하면서 자료와 의미, 비지시성과 지시성으로 갈라진<br />

다. 이때 자료는 항상 의미를 무력화시킨다. 텍스트의 구조로 야기되었지만 이<br />

텍스트에 표현될 수 없는 주체적 계기가 이 기호의 틈을 통해 텍스트에 끼어들<br />

어 올수 있다. 그리고 이 주체적 계기는 텍스트를 통해서 기억되어야 한다.<br />

주체의 상상과 함께 ‘사회적 맥락’의 배가로서의 기억 현상이 여기서 나타난<br />

다. 일종의 ‘부재하는 실재’라는 콘텍스트(실제 이것은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 ‘없기’<br />

에) 전제가 되고 생산되어야 한다. 기억은, 이 ‘부재하는 실재’의 이중성으로서,<br />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텍스트 안에 옮겨 놓는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의<br />

17) <strong>연극</strong>기호학자 빠뜨리스 파비스 Patrice Pavis는 기호의 미적 기능을 규정하면서 ‘사회적 콘텍<br />

스트 Contexte Social’ 개념을 차용한다. 즉 무대에서 기호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br />

라 사회적 맥락을 통해 진행되는 ‘구체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이다.<br />

하지만 이 개념은 비예술적, 일상적 기호의 사용에서도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규정되기 때문<br />

에 본고에서 만족할만한 개념은 아니다. Vgl. dazu Patrice Pavis: Die Inszenierung zwischen<br />

Text und Aufführung. In: Zeitschrift für Semiotik, Band 11, Heft 1(1989), S.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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