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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기억과 연극 김영목 (연세대) - 한국뷔히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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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strong>연극</strong>․<strong>김영목</strong> 77<br />

한다. 결국 이 메타포들은 보관되거나 이미 새겨진 이미지들(이것들은 전형으로<br />

서 이미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의 원칙에 따라 기능한다. 두 메타포들은 환원될<br />

수 없는 새로운 것으로서의 <strong>심미적</strong>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작용’을 설명하는 데<br />

적합하지 않다. 문자가 문서고의 책으로 간주되는 한, 기억의 저장기능에 독자<br />

적 심미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문자가 저장소로 남아 있는 한, 기억은 환원주의<br />

에 빠진다. 기억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것만 다시 불러낸다면, 그것은 의미창출이<br />

라는 질서의 심급(審級)으로만 남는다. 여기서는 이 질서의 심급이 바로 토막이<br />

난 죽음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이 부정된다. 게다가 저장으로서의 기억에는 기억<br />

의 생산성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차원인 시간 구조가 빠져 있다. 28)<br />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이 이미지의 배가 및 반복<br />

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기억은 표현 및 예술 영역과 관계하게 된다. 그래<br />

서 이어서는 이미 알려진 것에 대한 모사뿐만 아니라 표현을 <strong>심미적</strong>으로 만드는<br />

이 표현의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br />

2. <strong>심미적</strong> <strong>기억과</strong> ‘대항기억’<br />

사실 <strong>연극</strong>은 장소, 이미지, 시공간, 기호문자 등의 메타포란 측면에서 기억을<br />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화할 수 있는 최적의 예술형식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메타<br />

포들이나 기억수단들 자체가 <strong>연극</strong>의 본질적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타 예술장르<br />

와 달리 <strong>연극</strong>은 하나의 시공간에서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행해진다. 문화사회학<br />

적 관점에서는 전에 입력된 것을 다시 끌어낼 수 있는 ‘저장소’로서의 기억기능<br />

이 강조된다. 29) 그래서 <strong>연극</strong> 이미지의 재현기능이 부각되지만, 이러한 기능 이<br />

면에 있는 이미지의 ‘방식’은 사라진다. 여기서는 기억된 것을-전에 없던 것을<br />

갑자기 현재화하는-허구 형식으로 성찰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다. 공연이라<br />

28) 이 시간적 차원으로 알아이다 아스만은 공간 및 문자 메타포를 확장시킨다. 문자가 시간화<br />

되면서 책은 끝없이 다양한 해석에 맡겨진다. 문자는 양피지가 되고 흔적이 된다. 그로써<br />

전형과 모사의 확실한 연결성은 끊어진다. Vgl. dazu A. Assmann: Zur Metaphorik der<br />

Erinnerung. In: A. Assmann u. Dietrich Hart(Hg.): Mnemosyne: Formen und Funktionen der<br />

kulturellen Erinnerung, Frankfurt/M. 1991, S. 13~35.<br />

29) Vgl. H. Weinrich: Typen der Gedächtnismetaphorik, S. 26.<br />

7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는 상연 텍스트가 오래되었을 지라도, 현재의 배우들과 현재의 공간으로 이 텍<br />

스트는 <strong>심미적</strong> 구조물로서 완전히 새롭게 생성되며, 공연 후 다시 해체된다. 따<br />

라서 상연 텍스트는 전래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상연 텍스트가 과거에<br />

서도 역시 각기 다른 과거의 공연들에서만 현존하였다는 것을, 또 이 때문에 심<br />

미적 텍스트로서의 <strong>연극</strong>성을 통해 전래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의 저<br />

장기능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strong>연극</strong>의 <strong>심미적</strong> 방식과 결부지어 성찰할 수 있는<br />

가능성을 암시해주고 있다. <strong>연극</strong>의 철두철미한 현재성에서 재현되어야 하는 것<br />

은 재현의 순간에서 비로소 생긴다. 그렇다면 <strong>연극</strong>의 기억성이란 더 이상 먼저<br />

일어난 사실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고 아직 ‘없었던’ 것을 반복하는 데 있다고<br />

볼 수 있다. 이러한 흔적은 기억을 생산적인 상상력의 개념과 결부시켜 성찰할<br />

가능성을 부여한다.<br />

<strong>기억과</strong> 상상력의 결합은 갑자기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고대 신<br />

화학에서 므네모지네 Mnemosyne는 모든 새로운 뮤즈 Muse들의 어머니였으며,<br />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기억은 인지에서 표상 이미지를 형성하여, 이 이미지를<br />

통해 정신이 사고기능을 한다. 그래서 기억은 표상 이미지의 축적이고, 상상력<br />

처럼 인간의 감각적 부분에 속한다. 물론 기억의 이미지는 직접적인 인지상태에<br />

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징후 아래 있다. 30)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기억은<br />

느낌의 내용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내는 능동성을 지닌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br />

스의 기억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인지 대상이 없이 기억에서 대상을 재구성해야<br />

하고 그로써 대상의 우연성에 열려있다. 이러한 <strong>기억과</strong> 상상력의 연관성은 예컨<br />

대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의 경험주의적 인지론에서는 더 기계적으로 파악<br />

된다. 홉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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