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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N 101호 2024년 3월 8일 A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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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br />

칼럼<br />

MAR 8 2024<br />

보리건빵 신앙<br />

이기욱 목사<br />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br />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br />

믿음은 최하위에 있고, 세상의 일이<br />

언제나 먼저인 사람들이 성도라 불리우는<br />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 많다.<br />

www.flowergardenchurch.org<br />

flowergardenbaptistchurch@gmail.com<br />

Tel : (817) 966-1308<br />

하루는 아버님이 군대시절 먹던 ‘건빵’이 너무 드시<br />

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군 복무 중이던 저는 중<br />

대장님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중대장님의 배려로 건빵<br />

을 구해서 아버님께 갔다 드렸습니다. 아버님이 건빵을<br />

맛있게 드시면서 “고맙다”고 처음(?) 제게 당신의 마음<br />

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아버님은 돌아가<br />

셨습니다. 8년 동안의 투병 생활하시면서 웃으실 일이<br />

별로 없으셨는데, 건빵 드시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이<br />

셔서, 제 마지막 기억에는 그 당시의 아버님 얼굴만 남<br />

아 있습니다.<br />

그래서인지 한국마트에 가면 가끔씩 건빵을 찾게 됩니<br />

다. 그리고 간식으로 사서 먹곤 했습니다. 사실 맛은 예전<br />

만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아버님과의 추억이 떠 올라 이<br />

상하게도 건빵만 보면 잠시동안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곤<br />

합니다. 그런데 한번은 시장에 갔는데, ‘보리건빵’이 눈<br />

에 띄이는 겁니다. ‘이왕 먹는데 건강에 좋은 것을 먹어야<br />

지’ 하는 마음에 보리로 만들었다는 ‘보리건빵’을 사다가<br />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 먹고 나서 봉투를 버리<br />

려고 하는데 갑자기 봉투에 붙어있는 ‘성분표’가 눈에 들<br />

어 오는 겁니다. 가만히 보니까 보리건빵에 보리가 2.0%<br />

라고 쓰여있고, 주성분은 그냥 수입산 밀가루라고 적혀<br />

있었습니다. 보리건빵인데 보리가 거의 없는 겁니다. 얼<br />

마나 실망을 했는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어서 행복한<br />

추억까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br />

사실 이런 일 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전에 모 회사<br />

제품 중에 ‘바나나 우유’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br />

것도 성분을 보니까 바나나가 하나도 안 들어 가고, 그냥<br />

맛만 내는 바나나 향을 첨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br />

나나 우유’라고 판매 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항의를 하<br />

니까, 이제는 “바나나 맛 우유”라고 그렇게 이름을 고쳐<br />

서 여전히 판매하고 있습니다.<br />

무슨 말입니까? 우리의 신앙 모습도 어떻게 보면 보리<br />

없는 ‘보리건빵’일 수 있고, 바나나 없는 ‘바나나 맛 우유’<br />

일 수가 있다는 겁니다. 교회에 다니기는 해서 ‘교인’이라<br />

고 부리는데, 말 그대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입니다. 즉<br />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다 믿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br />

입니다. 또 어느 정도 교회를 다니다 보면 믿음이 생겨서<br />

‘성도’라고 불리기는 하는데, 그 믿음을 드려다보면 보리<br />

건빵처럼 2.0%의 믿음만 있고, 나머지는 수입 밀가루처<br />

럼 세상의 것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는 겁<br />

니다. 결국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우리 삶의 우선순<br />

위에 있어서 믿음은 최하위에 있고, 세상의 일이 언제나<br />

먼저인 사람들이 성도라 불리우는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br />

많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br />

대부분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교회<br />

도 잘 다니고, 예배도 잘 드리는 것 같아서 평소에는 믿<br />

음이 좋은 사람들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려<br />

운 일이 생기고, 시험이 찾아오면 그 믿음의 모습이 보리<br />

2.0%의 보리건빵 신앙의 모습을 보일 때가 허다하다는<br />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고난이 찾아 왔을 때도 변<br />

함없이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너무나 고마<br />

운 마음이 들고 감동이 되기도 합니다.<br />

저는 과일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 여름철 과일로 수<br />

박을 참 좋아합니다. “여름철에 수박 두 통 이상을 먹으<br />

면 그 해 겨울에 감기로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br />

듣고 난 후로는 매 년 수박을 두 통 이상 먹으려고 노력합<br />

니다. 그런데 수박을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막상 수박을<br />

살 때는 고민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겉과 속이 다를 때가<br />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소리가 나서 샀는데 맛이 없<br />

을 때가 있습니다. 꼭지가 싱싱해서 샀는데 속은 썩어 있<br />

습니다. 수박 겉에 있는 줄이 진한데, 속 안은 희멀건 합<br />

니다. 그럴 때 참 속상합니다.<br />

이와같이 신앙생활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많<br />

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겉은 웃고 있는데 속은 화가나 있<br />

고, 겉은 괜찮다고 하는데, 속은 미움과 증오로 가득차 있<br />

고, 겉은 겸손한데 속은 교만으로 꽉 차 있습니다. 예수<br />

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겉으<br />

로는 경건의 모습이었는데 속에는 교만이 가득했습니다.<br />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외식하는 자 들<br />

이여”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앞에 언제나 붙는<br />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화 있을진저” 입니다. 그래서<br />

결론은 겉과 속이 다른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 있<br />

을진저” 입니다.<br />

저는 가끔씩 성도님들에게 “주일이 기다려 지십니까?”<br />

하고 묻습니다. 또 “예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br />

니까?” 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배에 나오는 여<br />

러분들의 마음에 기쁨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br />

네” 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만<br />

약에 우리의 마음이 주 중에 생활하면서 정말 주일이 기<br />

다려 지고, 예배를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고, 예배에<br />

나오는 우리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기쁘다면, 분명한 것<br />

은 적어도 우리의 믿음이 2.0%의 보리건빵 신앙은 아닐<br />

수 있다는 겁니다.<br />

하루는 한국 마트에 갔는데 보리겉빵이 또 눈에 들어<br />

오는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리가 예전의 2.0%<br />

가 아니라 2.5% 라고 쓰여있는 겁니다. 얼마나 기분<br />

이 좋던지요.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br />

의 믿음이 100%에 가까워 지면 가까워 질수록, 자신<br />

뿐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얼마나 행복해 하실지 말<br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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