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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52_10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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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107<br />

미주트레킹 : 산티아고 순례길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7<br />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2)<br />

피니스테레 카미노 길은 해안선을 따라 이<br />

어집니다. 숙소에서 나와서 작은 어촌 마<br />

을 피스테라의 가장 번잡한 곳에 세워진 성 야고<br />

보의 동상을 이정표 삼고 무수한 배들이 정박한<br />

정겨운 포구를 지나 고도의 건물과 어우러진 풍<br />

경 속으로 들어가면서 언덕 망루가 설치된 모퉁<br />

이를 돌아서면 저 만치 세상의 끝이 가물거립니<br />

다. 민가를 지나 밭길을 조금 오르면 포장도로로<br />

이어지고 신작로 갓길에 난 카미노 길을 따라 걷<br />

는데 눈에 잡히는 시원한 바다의 풍광을 감상하<br />

며 올라갑니다.<br />

이 길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납니다. 세상의 끝<br />

이니 이 길 만이라도 걷기 위해 온 큰 무리의 가<br />

족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걸었는지 모를 덥수룩<br />

한 수염에 마치 걸인의 행색을 한 길손들, 수월치<br />

않은 고갯길을 차마 페달을 밟아 오르지 못해 자<br />

전거를 끌고 가는 무리들. 어쨌건 저마다의 사연<br />

을 안고 세상을 품기 위해 오르고 있습니다.<br />

3월의 대서양 바다 바람은 아직 손끝이며 귀 끝<br />

이며 말초부위를 따끔하게 자극하고 해님이 구<br />

름에 가리면 땀에 젖는 오름길이라도 한기로 전<br />

율을 하게 합니다. 뭍으로 봄을 전하기 위해 달려<br />

가는 그 바람에 잔잔한 파도가 일면 오후의 햇살<br />

은 바다에 부딪쳐 생선의 비늘처럼 반짝입니다.<br />

제법 가야하는 3.5km의 오름길인데 잠시 쉬어<br />

가며 사진이라도 찍으라는 듯이 휘돌아가는 길<br />

곶에 순례자를 형상화한 동상을 세워두어 모두<br />

들 빠짐없이 출사지로 선택 합니다.<br />

아마도 그 옛날 조가비를 달고 걸었을 첫 번째<br />

순례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바람에 대적<br />

하여 꽁꽁 싸맨 옷과 모자 그리고 의지하며 걸었<br />

던 외 지팡이가 동류의식을 자극하여 참 편하게<br />

여겨졌습니다.<br />

지역을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그때는 일종의<br />

고행길이었을텐데 어쩌면 이 자리에서 죽어간 순<br />

례자도 있을 것이고 그 고된 여정을 마감하는 시<br />

점에서 쉬어가는 마음의 안식처도 되었을 수 있<br />

을 것입니다.<br />

드디어 세상의 끝에 이르렀습니다. 0.00 km라<br />

기록된 표시 석. 이 숫자가 주는 느낌은 오랜 날<br />

들을 걸어온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br />

올텐데 휴일을 맞은 이곳은 방문자의 발길로 가<br />

득 차 있습니다.<br />

차량들은 끝없이 밀려와 주차 전쟁이 극심하고<br />

언덕부터 채운 인간 행렬은 또 다른 의구심을 일<br />

게 하는데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곳으로 오게<br />

하였나 하는 것입니다.<br />

높은 언덕이니 항로를 이끌어주는 등대가 있음<br />

은 당연하겠지만 왠지 오늘 만큼은 저 빨간 지붕<br />

의 등대가 우리의 혼미한 인생길을 밝혀주는 지<br />

혜로운 존재로 부각 되어옵니다.<br />

오른 편 거벽에는 부조상이 조각되고 당연 성 야<br />

곱의 것이라 여기며 옷깃을 여미고 지나가 건물<br />

내의 작은 박물관을 둘러봅니다.<br />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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