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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건강 e-mail: enews@usa.net<br />
168회<br />
잘못된 한의학 상식 - 감기<br />
찬바람이 좀 부는가 싶더니, 어느<br />
새 아침 저녁에는 꽤나 춥고 낮에<br />
는 더운 전형적인 초겨울의 날씨로 들어<br />
선 듯 한다. 문제는 이처럼 아침 저녁의 기<br />
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가 되<br />
면, 그러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우<br />
리 몸에 여러가지 이상증상이 생기곤 한<br />
다는 것이다.<br />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일찌감치<br />
파악하고, 오행 ( 五 行 )과 육기 ( 六 氣 )라는<br />
틀을 사용해 자연의 변화를 해석하고 예<br />
측하려 해왔다. 이는 자연의 기운이 변화<br />
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인체가 그 변<br />
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여러가<br />
지 병의 주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br />
특히 요즘 같은 때에 감기나 알러지 같<br />
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운데, 이때 많<br />
은 사람이 잘못된 지식 때문에 별 도움<br />
이 되지 않는 대처법에 시간과 돈을 낭비<br />
하거나 심지어는 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br />
이는 우리가 흔히 의존하는 민간요법들<br />
이 병의 한의학적인 고찰과 원칙은 생략<br />
한 채, 결과론적인 치료법만 사용하고 있<br />
기 때문이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몇날 몇<br />
일 땀을 내기도 하고, 소주에 고춧가루를<br />
타기도 하며, 양파즙, 생강차같은 열성 음<br />
식을 꾸준히 복용한다는 식의 민간요법이<br />
위험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또<br />
감기의 초기부터 해열제와 항생제를 바로<br />
복용하는 것도 사실 위험할 수 있다.<br />
일단 일반적인 한의학의 감기치료 원칙<br />
이 땀을 통하여 몸에 들어온 사기, 특히<br />
한기를 몰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은<br />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한 요법을 사<br />
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가지 전제 조건<br />
이 있는데, 우선은 이러한 발한 요법은 감<br />
기의 초기때만 효과가 있으며, 충분한 영<br />
양 섭취와 안정이 뒤따라 주어야만 한다<br />
는 것이다.<br />
감기가 쉬이 낫지 않는다고 해서 몇날 몇<br />
일을 계속해서 땀만 내게 하면 진액이 고<br />
갈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리 몸이<br />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는 자생력을 망가<br />
뜨린다. 종종 환자들 중에 감기를 앓고 난<br />
뒤에, 즉 열과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한 두<br />
달 가까이 기침과 가래가 계속되고 있다<br />
고 호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대<br />
부분 발한 요법을 지나치게 행해 진액기<br />
고갈된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br />
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감기<br />
에 좋다고 하여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먹<br />
거나 양파즙, 혹은 생강/인삼차 같은 열성<br />
음식을 감기가 나을때가지 정말 열성적으<br />
로 복용하지만 증상은 계속 심해지는 경<br />
우도 있다. 감기란 한기로 인해 발생하기<br />
에 열성 음식이나 한약재로 몸에 열을 내<br />
어주어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발한<br />
요법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감기의 초기<br />
때에만 주로 사용하는 치료법이기 때문<br />
이다.<br />
한편, 한기가 우리 몸에 침입하려 하거나<br />
침입해 들어오는 중간에는 땀을 내거나<br />
열을 내주는 음식을 섭취해 한기를 중간<br />
에 막아내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빠른 회<br />
복을 꾀할 수 있지만, 한기가 이미 우리 몸<br />
속 깊숙히 침투해 들어왔을때는 치료법이<br />
달라져야 한다. 한기가 일단 몸속 깊숙이<br />
침투하면 우리 몸은 깊숙히 자리 잡은 한<br />
기를 몰아내기 위해 점점 더 격렬하게 반<br />
응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이 펄펄 끓을<br />
정도의 열이 나며 몸의 진액이 마르기 시<br />
작한다. 이럴 때엔 오히려 몸을 식히는 약<br />
재를 사용하며 말라버린 진액을 보충해줌<br />
으로서 우리 몸이 지나치게 과열되 폭주<br />
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하는데, 이럴 때에<br />
도 계속해서 별 생각 없이 열성 식품을 섭<br />
취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br />
또 아이들이 감기로 인해 열이 나면 많<br />
은 부모들이 초기부터 해열제와 항생제를<br />
바로 복용시키곤 하는데 이 또한 위험하<br />
다. 감기의 초기증상은 대부분 한기가 우<br />
리 몸에 침투하려 하고 우리몸은 이를 막<br />
기위해 열을 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br />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리몸의 보호<br />
반응이다. 그래서 한기로 인한 오한과 몸<br />
의 방어기제에서 오는 발열이 번갈아 오<br />
는 것인데, 이 때 무작적 초기에 감기를 잡<br />
는다고 해열제를 써 열을 내려버리는 것<br />
은 우리 몸의 방어 스위치를 내려버리는<br />
것과도 같다. 이는 도둑이 집에 침입하려<br />
하는데 보안 시스템이 시끄럽게 울린다고<br />
보안 시스템을 꺼버리는 것과도 마찬가지<br />
이니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br />
또 하나 기억할 것은 대부분의 해열제나<br />
항생제같은 감기약이 실질적으로 감기를<br />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전혀 작용하지 않는<br />
약들이다. 농담처럼 ‘감기는 약을 먹으면<br />
일주일, 먹지 않으면 7일’이라 자주 말하<br />
는데, 이는 대부분의 감기약은 증상을 완<br />
화시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br />
증 치료법으로서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음<br />
을 의미한다.<br />
이처럼 우리가 가진 감기에 대한 여러 치<br />
료법들은 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br />
그 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전제하고 참<br />
고해야 할 원칙들은 반드시 전문적인 의<br />
학지식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br />
기 증상이라 할지라도 일주일 이상 병세<br />
가 호전 되지 않는다면 임의로 이런저런<br />
치료법을 시도하기 보다는 꼭 가까운 한<br />
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br />
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