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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52_10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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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87<br />

요즘 글을 읽다 보면 아는 말 보<br />

다 모르는 말이 더 많다. 어느<br />

분이 “불금하세요.”라고 하기에 “그게<br />

무슨 말이에요?”라고 묻자 “불같은 금요<br />

일을 보내라.”라는 뜻이란다. 불같은 금<br />

요일이라면 불같이 뜨겁게 지내라고 하<br />

는 것인지 아니면, 금요일엔 화롯불이라<br />

도 피워 고구마라도 구워 먹으라고 하는<br />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br />

하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많이 일어<br />

나는 요즘 세상, 말이 바뀐들 무엇이 그<br />

리 대수랴,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찬 발걸<br />

음을 떼고 있는 학생, 희소병이라는 이<br />

름도 생소한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br />

마음이라도 상할까봐 늘 마음 졸이면서<br />

도 아들에 대한 희망으로 사는 부모님<br />

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아 예쁜<br />

모습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김 모 군은<br />

그만 털썩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br />

어머니가 버는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br />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직장을 잃어버<br />

리자, 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br />

라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그랬다. 우리<br />

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야 얼마든지<br />

알 수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인<br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br />

예진회 대표 • 박춘선<br />

잘 될거야<br />

가가 꽉 막혀버린 듯한, 어찌해 볼 도리<br />

없이 갇혀버린 듯한, 아무리 발을 동동<br />

굴러 보아도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상황<br />

에 부닥쳐 버린 김 군 가정은 스산하게<br />

부는 가을바람 보다 더 추운 냉동실이<br />

되어버렸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어머<br />

니는 아픈 남편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br />

안겨줄까 두려워 숨을 죽이고, 그런 아<br />

내를 바라보아야 하는 남편의 심장은 터<br />

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들의 모습이 너<br />

무 마음이 아파요. 못난 부모 만나 마음<br />

고생 하는 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넬 수<br />

가 없네요.”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이<br />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픈 아버지를<br />

대신하고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자신<br />

도 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부모님의<br />

꿈이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br />

에 감히 부모님께 한 말씀 드리지 못했<br />

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거야,<br />

우리 힘을 내 보자,”라고 말하고 있었지<br />

만, 우리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br />

알 길이 없었다. “주님, 어떻게 하면 될<br />

까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은<br />

지혜라도 주십시오.”라고 중얼거리는 나<br />

자신도 결국 다시 또 주님께 매달리는<br />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묵주기도를<br />

하면서 3마일의 길을 걸었다. 그때 한 마<br />

디 음성이 귀를 때렸다. “너 혼자 뭘 하<br />

겠느냐? 함께 해야지,” “네? 뭘요?”라며<br />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그 목소리는 어<br />

디론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br />

나 혼자는 그 어떤 것도, 무엇이라도 할<br />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어찌한단 말이<br />

더냐? 그런데 누구와 함께하라는 말씀<br />

일까? 한참을 고민하고 걱정했을 때 떠<br />

오르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한 생명<br />

을 또다시 나에게 보내주신 주님의 뜻<br />

을 알 것 같았다. 한 푼 두 푼 모으면 해<br />

결할 수 있을 것이야. 그래 그럴 수밖에<br />

없는 것이야, 나 혼자 무얼 할 수 있을<br />

까?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잖니,”<br />

라며 손을 붙들어 주신 분, 바로 그분이<br />

우리 곁의 가까운 곳에 계시다는 것을<br />

왜 잊었을까? 용기가 샘솟는다. 그래 많<br />

은 사람에게 죄송하고 또 미안한 일이지<br />

만,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걱정<br />

하지 마, 모두 다 잘 될 거야,”라며 힘차<br />

게 한 마디 내뱉었지만, 과연 잘 해결될<br />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br />

“주님,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주님께서<br />

하라고 하신 대로 할 뿐입니다. 주님 빽<br />

만 믿고 덤빌 테니 이기고 지는 것은 주<br />

님께서 판단해 주십시오.”라는 한 마디<br />

에 희망을 걸고 뛰어들었다.<br />

인생을 살아가면서 험난한 길, 가파른<br />

오르막길, 가시덤불 속을 걷지 않은 사<br />

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우리는 그 험<br />

하디험한 인생길을 잘 헤쳐나오며 살아<br />

오지 않았던가, 아직 이 세상을 다 알지<br />

못하는 그 아이의 슬픈 눈에 밝은 햇살<br />

을 비춰줄 수 있는 이, 그것은 바로 우<br />

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br />

는 엄마의 마음도 아픔이지만, 아직 젊<br />

은 나이에 무서운 병마 때문에 가정을<br />

이끌어 갈 수 없는 아버지가 더욱 애처<br />

로워 가엽기만 하다. “괜찮아, 괜찮아, 다<br />

잘 될 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잡<br />

아주었을 때, 반쪽만 살아있는 그의 심<br />

장이 뛰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br />

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까요?”라고 말하<br />

는 그에게 “뭘 어떻게 갚아? 빨리 나아<br />

서 그거 다 갚아, 알았지?”라며 웃기는<br />

했지만, 사실 나도 자신은 없었다.<br />

그러나 우리는 해야 했다. 몸의 상처야<br />

세월이 가면 나을 수 있겠지만, 지금이<br />

아니면 다시 올 수 없는 아이의 미래를<br />

위해 우리 역시 발걸음을 내세워야 했<br />

다. “웃어라, 죽상하고 있다고 해결되는<br />

것이 아니야. 다 잘 될 것이니 너무 걱<br />

정하지 마라, 주님께서 분명히 함께해야<br />

한다고 했으니,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br />

우리 한번 용기를 내 보자.”라며 아이의<br />

어깨를 토닥인다. 그렇지 않아도 멍울져<br />

아픈 저 어린 가슴에 맺혀있는 그 슬픔<br />

을 닦아내 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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