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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69_0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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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85<br />

길거리마다 떼를 지어 몰려있<br />

던 사람들의 모습이 자취를<br />

감추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불심<br />

검문으로 조사를 받고 붙잡혀 어디론<br />

가 사라져 가고 있다. 누군가가 “별안<br />

간 이민국에서 나와서 히스패닉 사람<br />

두 명을 잡아갔어요.”라고 말했다.<br />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br />

어찌 보면, 그게 맞는 행위 같기도 한<br />

데, 그러나 가난한 자신의 나라에서<br />

살기 어려워 위험을 무릅쓰고 한 푼<br />

이라도 벌어보려고 이곳저곳을 떠돌<br />

며 막노동하던 그들의 가련한 삶이 왠<br />

지 모르게 마음을 짓누른다.<br />

대통령은 십만 달러를 들고 여행을<br />

가신다는데, 십 달러라도 벌려고 아등<br />

바등하며 가족 먹여 살리려고 애쓰는<br />

저 가난한 민초들은 과연 어찌 살아가<br />

야 할까? 하긴 지금은 살아보려고 발<br />

버둥조차 칠 수 없게 되었으니 쥐구멍<br />

이라도 있으면 꼭꼭 숨어들어 앉아 있<br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br />

예진회 대표 • 박춘선<br />

봄은 왔건만<br />

어야 한다, “언젠간 괜찮아지겠지, 암,<br />

괜찮아 지고 말고,”라는 한숨 섞인 말<br />

소리조차 속으로 삼켜야 한다.<br />

게다가 2월인데도 불구하고 날이 화<br />

창하고 따스해서인지 골목마다, 거리<br />

마다 경찰의 눈초리들이 따갑게 반짝<br />

이고 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인터넷<br />

이고 어디를 보아도 웃을 일이 없는 요<br />

즘, 일단, 히스패닉이 감시대상이고 보<br />

니 내가 히스패닉이 아닌 것에 감사하<br />

고 또 감사해야 하는 마음일 뿐이다.<br />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도 겪을 수<br />

있겠지만, 어찌하여 내가 태어난 조국<br />

이 한국이라는 것에 대해 이토록 자랑<br />

스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일까?<br />

숨어서 산다는 것은 피가 마르는 것<br />

보다 더한 괴로움일 것이다. 모든 걸 잊<br />

고 조국으로 가고 싶어도, 자신의 눈만<br />

쳐다볼 식구들 보기 민망해 저렇게 망<br />

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만일<br />

그들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br />

무리 생각해 보아도 대답이 없다. 내<br />

한 몸 희생하여 가족을 지킬 수만 있<br />

다면, 고통이 찾아오고 불안에 떨며<br />

숨어다니면서까지 그것을 견디며 살<br />

아갈 수 있을까?<br />

전에 야드세일을 할 때 어떤 히스패<br />

닉 남자가 커다란 비닐 백에 옷을 가<br />

득 담으며 “우리나라에 보낼 건데, 거<br />

긴 가난한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서<br />

이렇게 보내 주면, 많은 아이가 옷을<br />

입을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 마음이<br />

너무 예뻐 옷을 더 넣어주며 “당신은<br />

천사네요. 하느님께서 축복 많이 해<br />

주실 거예요.”라고 하자 “당신이 옷을<br />

더 많이 주어서 더 많이 보낸다고 할게<br />

요.”라며 씩~하고 웃고 있었다. 가난한<br />

자신의 조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br />

들게 노동일 하여 번 돈으로 옷을 사<br />

던 사람, 비록 남이 입던 옷일지언정,<br />

아이들에게 옷을 건넬 수 있어 행복하<br />

다는 그 웃음이 너무 예뻤는데, 이제<br />

옷도 신발도 그리고 장난감도 싸게 살<br />

수 있는 야드세일에 그들의 모습을 볼<br />

수나 있으려나,<br />

“어떤 히스패닉 사람 둘이 가는데 검<br />

은색 차가 다가와 그들을 붙잡아 갔어<br />

요.”라는 말을 듣자 가슴이 답답하다.<br />

길 가다 이민국 직원에게 끌려간 그들<br />

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추방이라는 아<br />

름답지 못한 일을 겪어야 할 것이다.<br />

요즘 들어 시민권 신청과 영주권 갱<br />

신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미국 시민<br />

권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까<br />

지 살았는데, 트럼프 때문에 어쩔 수<br />

없이 시민권을 따야 할 것 같아요.”라<br />

고 말씀하시는 90을 바라보는 노인,<br />

트럼프의 말 한마디 때문에 아름다운<br />

미국이 아름답지 못하게 변해가고 있<br />

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캐나다에<br />

사는 딸이 첫 아이를 출산하는데 너<br />

무 무서워 갈 수가 없어요.”라며 발을<br />

동동 구르던 어머니도 결국 딸의 출산<br />

을 돕기 위해 떠나려던 것을 포기하고<br />

시민권 신청을 하고 있었다.<br />

어느덧 노란 개나리가 꽃을 활짝 피<br />

우고, 뱀 새끼가 길을 건너고, 곱게 핀<br />

매화꽃이 하늘거리는 봄은 왔건만, 우<br />

리의 마음은 아직도 추운 엄동설한 속<br />

에 살고 있으니 언제쯤 우리 마음속에<br />

따뜻한 봄볕이 찾아들려는가, 제발 따<br />

스한 봄은 오지 않더라도 마음의 평화<br />

라도 온다면 정말 좋으련만, 그게 그리<br />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어쩌면 좋<br />

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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