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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89<br />
미주트레킹 : 홀로 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3<br />
디날리, 그속 툰드라를 즐기다.<br />
Sevage Alpine Trail (2)<br />
건너지 못할 아니 건너서는 아니될 강이<br />
었습니다. 알고도 찔러본 칼인데 머 낙<br />
담할 것도 없고 강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br />
리버 루프 길을 걸으며 시동을 겁니다. 비옥한<br />
강 주변에서 자란 관목들이 곱게 단풍으로 물<br />
들었고 천년 이끼들이 두터운 층을 이루어 바위<br />
사이로 채워져 있습니다. 길을 벗어나면 바위로<br />
이루어진 동토대가 산정으로 달리면서 멋진 풍<br />
경을 만들어 냅니다.<br />
이미 빙점으로 내려간 기온 탓에 더 이상 빙하<br />
나 결빙되었던 지하수들이 녹지 않아 줄어든 수<br />
량에 차라리 조용히 흘러가는 시냇물이 정겹게<br />
여겨집니다. 산양이나 마모트, 칼리부와의 조우<br />
를 기대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오히<br />
려 가끔 나타난다는 곰의 출현을 제법 간절히<br />
기다리게 되는 적막한 길입니다.<br />
원점으로 돌아와 물 한모금 마시고 알파인 트<br />
레일을 오릅니다. Savage Rock 이라고 불려지<br />
는 기묘한 바위군을 지나며 오름길이 이어지는<br />
데 먼저 간 다른 일행을 따라 잡으려 바쁘게 치<br />
고 올라갑니다. 말동무나 하면서 갈까하는 마음<br />
으로 그랬으나 이내 돌려 먹습니다.<br />
저들에겐 난 그저 불청객일 수도 있고 또 앞으<br />
로도 이어질 오롯이 몰입해야 할 솔로 하이킹의<br />
패턴에 길들여져야 하니까요. 이탈리아가 낳은<br />
살아있는 전설의 세계적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br />
너의 말을 되뇌이며 나를 채근합니다. "이 산을<br />
넘는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뿐이<br />
다. 산은 오르는 매 순간이 처음처럼이어야 하고<br />
과거의 기록은 무의미 할 뿐이다"<br />
무념의 상태에서 비탈길을 크게 휘두르며 올라<br />
갑니다. 간혹 다람쥐 한 두마리가 멋적은 인사만<br />
건네 올 뿐 한적한 길입니다. 정신줄 놓고 치고올<br />
라가다가 문득 지나온 길이 궁금하여 발길을 멈<br />
춰 뒤돌아 봅니다. 지금은 황금빛 가을의 물결로<br />
채워진 거대한 분지 뒤에 장대한 디날리 산군이<br />
펼쳐져 문득 지구가 아닌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br />
키는 풍경이 이어집니다.<br />
황금색과 하얀색 그리고 그 색의 경계를 이루<br />
는 검푸른 바위산. 그 묘한 색의 조화가 낯설면<br />
서도 눈부십니다. 당연히 세계의 명산들이 모두<br />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녔겠지만 오늘의 디<br />
날리 산군도 보기 드문 장엄한 모습을 보여줍니<br />
다. 장탄식의 한숨이 새어나옵니다.<br />
이 지구는 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비밀들을 오<br />
지마다에 숨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얼마나<br />
걷고 또 걸어야 그 비밀을 조금이라도 캐볼수 있<br />
는 것일까? 실로 이 대자연 앞에서 무척이나 난<br />
망해지는 왜소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런 풍경<br />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지나치는 낯선 산객에게<br />
라도 자랑삼아 말을 건네고 싶은데 오직 나혼자<br />
뿐. 망연한 마음에 배낭을 내리고 바위에 걸터앉<br />
아 소주 한모금 병채로 들이키고 그 풍경속의 개<br />
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br />
그러다 시선이 멈춘 곳. 유유히 흘러가는 하이<br />
얀 구름떼를 향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사랑하<br />
는 이들. 그들에게 마음의 엽서를 써서 그리움도<br />
함께 실어 바람에 띄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