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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예 vol.1173_03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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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news@usa.net <strong>주간연예</strong> 85<br />

아이는 “가난이란 너무 힘든<br />

그 것”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br />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농사짓고, 엄마<br />

는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버는 돈 가지<br />

고 어렵게 사는 그 가난이 너무 싫다<br />

는 표현이었다. 싫다기보단, 가지고 싶<br />

은 것은 많은데, 가질 수 없는 그 상<br />

황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컴퓨터도<br />

없고, 핸드폰도 없고, 학교에서 운동<br />

할 때 아이들은 비싸고 좋은 운동복<br />

을 입었지만, 자신은 운동복은커녕, 시<br />

장 바닥에서 산 싸구려 운동화를 신<br />

고 있는 것이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br />

그렇다고 힘들게 일하는 엄마에게 말<br />

을 할 수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에<br />

게 말할 수도 없고, ‘아디다스’ 운동복<br />

이라도 한 벌 입고 싶은데 그럴 여력도<br />

없는 가난이 너무 싫다고 했다.<br />

도대체 아디다스 운동복이 뭐길래 저<br />

렇게 마음마저 무거울까? 라는 생각을<br />

하며 아이에게 “너 지금 몇 살이니?”<br />

라고 묻자, “저요? 15살인데요.”라고<br />

하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라고 하<br />

자.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는 지<br />

금 45세예요.”라는 그 아이의 답을 보<br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br />

예진회 대표 • 박춘선<br />

아가야!<br />

면서 며칠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br />

것은 몰라도 아디다스 운동복 한 벌<br />

내가 선물해 줄게.”라고 대답하였다.<br />

그러자 “아니에요. 그런 부탁드리려고<br />

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그 아<br />

이에게 운동복 한 벌 마련해 주기로<br />

하였다. 어린 나이, 특히 그 나이의 아<br />

이들은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br />

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때<br />

가 아니던가!<br />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은 아마 아<br />

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이<br />

혼가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br />

그래서 아디다스 운동복을 한 벌 구하<br />

고 보니, 운동화가 마음에 걸린다. “이<br />

왕 보내는 것,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br />

사줄게, 신발 크기가 어떻게 되니?”라<br />

고 쪽지를 보냈다. 그러자 “아니에요.<br />

운동복 한 벌도 너무 고맙습니다. 괜<br />

찮아요.”라는 아이에게 “신발 크기를<br />

줘 봐. 내 마음 바뀌기 전에”라고 했<br />

더니, “어, 어, 어, 치수는요, 어, 어, 어,<br />

255인데요. 어! 정말 괜찮은데요.”라고<br />

쓴 글귀를 보면서 참으로 맑은 아이라<br />

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다음 날, “너무<br />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br />

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연락을 받<br />

았다. 아! 옷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에<br />

감사할 줄 아는 아이, 그렇게 또 다른<br />

인연을 만들어 가는 우리, 운동화 사<br />

면서 아디다스 상의를 몇 개 더 골랐<br />

다. 그 아이가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입<br />

고 신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이 아이<br />

가 나에게 커다란 환희와 기쁨 그리고<br />

행복을 안겨주고 있었다.<br />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 네가 행복하<br />

니 내가 행복하고, 네가 기쁘니 내가<br />

기쁘구나! 이제 15세, 나는 그때 어떻<br />

게 살았었는가? 교복이 없어 이웃집<br />

언니들의 교복을 얻어 입었고, 신발이<br />

닳을까 걱정되어, 불도저가 밀고 간 흙<br />

길에선 운동화를 벗고 다녔고. 찢어진<br />

우산으로 옷을 가리고, 언니들이 메고<br />

다니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그렇게 살<br />

았다.<br />

아이에게 보내줄 물건을 싸는 손이<br />

조금은 민망스럽다. “또 사셨어요? 저<br />

번에도 아기 옷 많이 보내셨잖아요?”<br />

라고 말하는 직원의 말을 듣는 게 조<br />

금 멋쩍다.<br />

“그래, 우리 돈으로 계산하지 말자,<br />

마음으로만 행복해하자. 가질 수 없는<br />

것을 얻었을 때의 그 기쁨, 우리가 알<br />

잖아.”라며 그래도 오지랖 좁은 놈 보<br />

다는 넓은 놈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br />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이 아니겠니? 라<br />

며 속으로 중얼거린다.<br />

기쁨과 행복은 돈으로 따지고 계산<br />

할 수 없는 것, 물건을 보내고 나서 “오<br />

늘 물건 보냈어, 아마 열흘이면 받아볼<br />

거야.”라고 쪽지를 보냈더니, “정말 고<br />

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드려<br />

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답장이 왔<br />

다. “나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하지 마<br />

라, 먼 훗날 네가 장성하여 사회생활할<br />

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너의 마음을<br />

베풀어 주면 된다.”라고 했더니, “네, 그<br />

렇게 살겠습니다. 그 말씀 꼭 기억할게<br />

요.”라고 답장이 왔다.<br />

아이야,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란<br />

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고운 마<br />

음으로 살다 보면, 너도 나중에 베푸<br />

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게 무엇인지<br />

알게 될 것이란다. 나누고 살려무나,<br />

가난한 사람에게 정을 베풀고, 힘겨운<br />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그것이 참된<br />

행복을 얻는 삶이라는 것을 알 때가<br />

반드시 올 것이다.<br />

내가 주었다고 부귀영화를 바라지 말<br />

고, 내가 해냈다고 나에게 커다란 명예<br />

가 오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말자. 그<br />

저 마음으로 행복하다면 그것보다 더<br />

큰 기쁨이 어디 있겠니?<br />

아가야! 운동복 입고, 운동화 신고,<br />

넓은 운동장을 냅다 질러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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